요약
이 장은 다른 방법과 다른 전문가의 설명이 무엇을 바꾸며, 사실 의견은 어디까지 법적 판단을 피해 하는지를 묻는다. 자유심증이 사실을 인정하는 틀, 제출된 자료와 조사된 증거, 법원이 지정한 다른 전문가를 차례로 살피고, 사실을 안 날의 의미와 사실 의견이 멈추는 지점을 더한다.
12.1자유심증이 사실을 인정하는 틀
알았다는 날을 가르는 기준을 확인한 뒤에 남는 것은, 그와 같이 갈라진 진술과 문서가 재판정에서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이다. A는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본 문서 내용을 한 이야기로 엮었고, 사건 뒤에 쓰인 설명 문서까지 당시 판단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 이야기의 각 조각이 사실로 인정되는 과정을 규정하는 조문이 무엇인지 먼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사실을 판단하는 법원의 틀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이 문장은 판단의 재료로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함께 놓는다. 따라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정과 A의 진술이 변론에서 어떻게 서술되었는지가 같은 자리에서 참작된다. 이 조문은 그러한 재료를 어느 비율로 놓을지, 재료마다 어떤 확신을 요구하는지를 적어 두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같은 문제를 더 짧게 다룬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형사소송법 제308조) 이 문장이 다루는 대상은 증거의 증명력이다. 그러므로 A가 회의에서 들은 내용이 무엇을 증명하는 힘을 가지는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힘을 가지는지에 관한 판단이 이 문장 안에 들어온다. 다만 이 조문은 증명력의 높낮이를 나누는 단계나 확신의 정도를 함께 적지 않았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아도,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이 그대로 남는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손해액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참고 목록에 오른 메시지 가운데 제출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의 내용은 각각 확인되지 않았다. 자유로운 심증이나 자유판단이라는 표현이 이러한 공백을 정해진 방향으로 메우는 규정은 아니다.
이 사례의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상대방이 계약서와 이메일, 자금 기록, 계산서를 함께 낸 뒤에, 각 문서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추론했는지가 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남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른 방법과 다른 전문가의 설명도 같은 자리에서, 관찰과 추론이 어떻게 섞였는지가 가려져야 하는 자료로 놓인다.
그리하여 자유심증이 사실을 인정하는 틀은 재료를 모으고 판단의 근거를 밝히는 절차를 규정할 뿐이다. 대체 설명이 사실로 자리 잡는 방식은 이 틀 밖에서 정해지지 않으며, 재료 안에 무엇이 실제로 들어왔는지가 남은 문제로 남는다.
12.2제출된 자료와 조사된 증거
자유심증의 틀 안에 놓인 자료가 무엇을 인정하게 하는지를 살핀 뒤에 남는 질문은, 자료가 법정에 놓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어디까지 힘을 갖는지이다. 상대방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한꺼번에 내밀며 그 제출 자체가 청구를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이에 맞서려면 무엇이 자료이고 무엇이 사실의 인정인지 구별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 인정의 출발점을 적는다. 같은 조 제1항은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자료에 기초한 사실 인정은 서로 다른 단계에 놓인다. 앞 장에서 확인한 다른 설명의 지위도 같은 전제 위에 선다.
한편 같은 조 제2항은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덧붙인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이 조문은 형사 사건의 증명의 정도를 적은 것이지만, 자료 제출 자체가 인정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분명히 한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관계자 A가 자신의 서술 안에서 들은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함께 적었더라도, 그 진술이 어떤 부분에 기초하고 어떤 부분에 추론을 더했는지는 별도로 밝혀져야 한다.
A는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들었다. 그 문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그 문서가 당시의 판단 자료였다는 사실까지 확인해주지 않는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도 마찬가지이다. 목록에 오른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계산서가 무엇을 참고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회의 참석 인원의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자료가 밝히지 못한 대목이다. 그 사실들이 미정인 채로 남는 한,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도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이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12.3법원이 지정한 다른 전문가
자료가 제출된 것만으로는 관찰과 추론의 평가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이번에는 법원이 다른 전문가를 불러 설명을 들을 때 그 설명이 놓이는 자리를 검토한다.
민사소송법은 감정인의 지정자를 특정하여 다음과 같이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335조(감정인의 지정) "감정인은 수소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지정한다." 이 조문은 지정권자를 가를 뿐, 지정된 감정인의 설명이 기존 의견과 무엇을 달리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이 지정한 다른 전문가의 설명도, 앞서 본 제출 자료와 같은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 설명이 자신이 직접 관찰한 것에 서는지, 아니면 남이 전한 내용이나 문서에 의존해 더한 추론에 서는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관계자 A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한 서술로 묶었듯이, 전문가 설명 역시 그 안에서 관찰과 추론이 갈리는 자리를 남겨 둔 채 읽힌다.
여기서 이 사례의 미정 사항이 설명의 효력을 가늠하는 데 걸린다. 회의 참석 인원의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손해액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어디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가 이러한 미정 사항을 전제로 삼아 설명했는지, 확정된 것으로 알고 설명했는지는 이 조문이 아니라 심리 과정에서 드러나야 한다.
지정에 관한 조문에 복수 감정의 요건이나 설명의 효력에 관한 규칙을 더 읽어 넣을 수는 없다. 법원이 지정했다는 사실이 그 설명을 다른 설명보다 우월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기존 의견을 대체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정 권한이 설명의 자리를 정할 뿐, 설명 자체의 신빙성은 여전히 관찰과 추론의 구분으로 돌아와 검토되어야 한다.
12.4'당해 사실을 안 날'의 의미
법원이 정한 설명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는, 그 설명이 쟁점의 제척기간 기산점을 정하는 데 어느 시점까지 미치는지가 뒤따른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은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제척기간 기산점을 다루면서, '당해 사실을 안 날'이란 청구권자가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의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라고 볼 것이고, 일반인이 그와 같은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의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권자도 그러한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시점의 의미를 청구권자의 현실적 인식에 두고, 그 인식을 일반인의 인식 가능성에서 가늠하는 틀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판시는 청구권자가 인식한 대상으로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의 사실"을 특정하고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따라서 인식의 대상은 그 사실 자체이며,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명칭이나 인용 형식이 아니다. 관계자 A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한 경우에도, 그 서술 안에서 인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무엇인지가 가려져야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부분은, 그 문서가 작성된 시점과 의사결정의 시점이 다르므로 인식의 시점과 분리하여 읽어야 한다.
시점의 기준을 일반인의 인식 가능성에서 찾는 대목도 같은 방향이다. 판시는 "일반인이 그와 같은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의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라면"이라고 전제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권자도 그러한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이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이 표현은 인식의 시점을 청구권자마다 다르게 둘 수 있되, 인식 가능성의 정도가 일반인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먼저 살핀다는 뜻을 담는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관계자 A의 진술이 그 자신이 들은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함께 묶은 것이라면, 그 각 부분이 어느 시점에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는지가 분리되어 다뤄져야 한다.
판시가 확인한 것은 인식의 의미와 인식 가능성의 기준뿐이다. 제척기간의 다른 요건이나 산정 방식, 인식의 정도를 세분하는 기준은 이 판시에서 새로 정해지지 않았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는 각각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관한 것이며, 그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청구권자가 위 사실을 언제 안 날인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에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에도, 그 누락이 인식 시점에 관한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당해 사실을 안 날'은, 자료에 나타난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의 사실을 청구권자가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를 가리키고, 그 인식 가능성은 일반인의 인식 가능성에서 가늠된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대체 설명이 놓이는 자리에서 인식의 시점까지 나아가려면, 무엇을 언제 인식했는지에 관한 사실이 먼저 특정되어야 한다. 이 경계를 넘으면 그 판단은 사실에 관한 의견이 아니라 법적 판단이 된다.
12.5사실 의견이 멈추는 지점
지식인의 시점 의견이 언제부터 법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는지가 정해지면, 남은 것은 그 경계선이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 요건 앞에서도 같은지 확인하는 일이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는 책임의 성립과 소멸에 관한 조건을 두는데, 여기서 사실에 관한 서술이 어디서 멈추고 판단이 시작되는지를 함께 읽어보아야 한다.
책임의 성립 요건부터 짚는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1항은 "감사인이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묶었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했다. 그 서술이 어디까지가 직접 관찰이고 어디서부터 추론인지 밝혀지지 않는 한, 임무를 게을리하였다는 판단의 전제인 사실관계는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제3자에 대한 책임은 기록의 정확성에 닿는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음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중요한 사항을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은 책임이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의 감사인에게 있는 경우에는 해당 감사인은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상대방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으나, 그 제출 사실만으로 기록에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거짓으로 적혔는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 가운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중요한 사항의 누락 여부는 미제출 자료의 내용이 확인되어야 판단될 수 있다.
입증 책임의 배분도 법이 정한 자리에 있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7항은 "감사인 또는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감사인 또는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그 자가 감사인 또는 감사에 참여한 공인회계사가 임무를 게을리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단서를 둔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어느 지위로 청구하는지 자료로 확인되지 않으므로, 어느 쪽이 증명의 부담을 지는지는 미정이다. 분명한 것은 누가 증명하든, A의 서술에 섞인 관찰과 추론을 가르는 일이 선행된다는 점이다.
책임의 존속 기간은 시점 판단에 관한 앞선 논의와 맞닿는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9항은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그 청구권자가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 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날부터 8년 이내에 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 다만, 제10조에 따른 선임을 할 때 계약으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당해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는 앞서 확인한 뜻을 따르면 되며, 그 날짜를 특정하는 일은 시점에 관한 사실 의견의 영역에 머문다. 반면 그 날짜를 기준으로 청구권이 소멸하였는지 여부는 법이 정한 효과를 적용하는 판단이다.
따라서 사실 의견이 멈추는 지점은 관찰의 끝이 아니라 판단의 문턱이다. A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이 모두 미정인 지금, 이 사례에서 할 일은 책임의 요건을 새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 기록된 사실과 그 사실에서 이어지는 추론을 나란히 놓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갈라진 둘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는 작업에서 법적 판단은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