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이 대응으로 얻으려는 결과와 보호할 이익을 무엇으로 적을지,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를 어떻게 나눌지를 묻는다. 결과와 보호 이익의 구분에서 출발하여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의 분리, 신의성실이 요구 적기의 한계, 확인되는 요구와 확인되지 않는 요구를 차례로 살핀다. 요구 항목의 배열 순서와 결과·이익·요구의 연결 확인에서 끝맺으며, 구체적 손해액 산정과 서면 문구 작성은 별도의 작업으로 남겨 둔다.
1.1결과와 보호 이익의 구분
이 장은 장기분쟁의 운영에서 대응의 방향을 정하는 첫 작업을 다룬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고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이 사건에서, 대응에 쓸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남은 기한,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은 미정이다.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우선 얻으려는 결과와 보호할 이익을 나누어 적는 틀을 세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구분 없이 상대의 요구를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면, 대응의 범위와 순서를 정할 근거가 사라진다.
먼저 얻으려는 결과는 대응의 끝에서 성취되기를 바라는 상태를 가리키고, 보호할 이익은 대응 도중에 손상되지 않도록 지키려는 가치를 가리킨다. 이 둘은 같은 문장에 함께 적기보다 각각의 항목으로 나누어 적는다. 하나의 항목 안에서 결과와 이익을 섞어 적으면,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을 가려내기 어렵다.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은 어디까지인지,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도 미정이므로, 항목을 나누어 적는 일은 대응의 범위를 가늠하는 첫 단계가 된다.
대응의 방향은 어느 한쪽의 뜻대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에 관한 기준을 두는데, 그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규정이 요구하는 것은 권리의 행사가 성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므로, 결과를 얻으려는 청구와 이익을 지키려는 방어를 항목으로 나누어 성실하게 적는 작업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준비라 할 수 있다. 이 규정이 이 사건의 청구를 인용하거나 배척하는 결론을 내려 주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적어 두어야 할 항목의 기준을 제시할 뿐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민법 제2조)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결과의 항목을 적을 때 그 결과가 보호할 이익과 무관하게 확장되지 않아야 함을 뜻한다.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 민사 주장과 기관 제출 설명이 함께 존재하므로, 어느 항목이 이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가려내지 않으면 결과의 항목이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항목을 적을 때마다 그 항목이 어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함께 밝혀 두어야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고,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누락되어 있으며 인계 자료도 일부만 정리되어 있다. 이런 사정에서는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결과나 이익을 항목에 덧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결과와 이익은 그 자리에 두지 않고 비워 두며, 확인되는 항목만 적는다. 이 구분을 지킨 항목만이 이후에 요구를 법적 근거가 닿는 것과 감정에서 나온 것으로 나누는 작업의 바탕이 된다.
1.2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의 분리
결과와 보호 이익을 나눈 뒤에는 요구 자체를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로 다시 갈라 적는다. 이 구분은 요구에 붙일 수 있는 근거의 종류를 정하는 일이며, 감정에서 나온 항목에 법적 근거를 임의로 붙이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한다. 요구 항목을 적는 자리에서는 그 항목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고, 근거의 붙임은 그 뒤에 놓인다.
법적 요구는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처럼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에서 출발한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제출했다. 그 제출물에 적힌 항목 가운데 자료로 확인되는 것을 법적 요구로 옮겨 적는다. 무엇이 어디에 기재되어 있는지도 함께 적는다. 이때 제출물 자체는 상대방의 주장이 담긴 자료이므로, 그 안의 항목을 옮기는 일과 그 항목의 법적 평가를 수용하는 일은 별개로 다룬다. 자료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요구의 근거가 성립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 이 구분의 취지이다.
감정적 요구는 화나 억울함, 그리고 대응을 서두르게 만드는 압박감처럼 정황에서 나온 항목이다. 이러한 항목도 대응의 판단에서 함께 살펴볼 대상이지만,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과 같은 자리에 놓지 않는다. 감정적 요구는 그 항목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그대로 적되, 그 항목에 붙일 근거의 자리는 비워 둔다. 감정적 요구에 법적 근거를 붙이는 순간 요구의 출처가 섞이게 되고, 이후 판단에서 자료가 닿는 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민법 제2조는 권리를 남용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그 앞의 문장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이 조문은 감정적 요구를 법적 요구로 바꾸는 근거가 아니며, 오히려 요구를 적는 자리에서 남용되는 것을 막는 기준으로만 읽는다. 같은 맥락에서 민법 제2조는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도 정한다. 요구 항목에 근거를 붙이는 일이 권리 행사에 해당한다면, 그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어져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 감정적 요구에 법적 근거를 임의로 덧붙이는 일은 이 기준에 어긋나는 적기가 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글이다. 따라서 그 문서에 적힌 항목은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 중 어느 쪽인지 자료에 따른 확인 없이 옮기지 않는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누락됐고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 자료는 일부만 정리된 상태이므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항목은 둘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 미정으로 둔다. 누락된 자료가 나중에 확인되면 그 항목의 출처가 새로 정해질 수 있으므로, 지금 시점에서 분류를 확정하지 않는 편이 구분의 취지에 부합한다.
법적 요구로 옮겨 적은 항목에는 근거가 되는 자료의 표기를 붙이고, 감정적 요구에는 그 항목이 자료에서 나왔는지 아닌지만 적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의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은 어느 것인지, 우리 측이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미정이다.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도 함께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므로, 요구 항목 옆에 적는 것은 확인된 표기뿐이다. 확인된 표기를 붙이는 일은 요구의 법적 근거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자료가 닿는 위치를 표시하는 일로 한정한다.
이렇게 나눈 목록은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어느 쪽으로 갈지가 미정인 상태에서도,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를 섞지 않고 적는 것은 유지한다. 감정적 요구를 법적 근거로 덮지 않는 한, 요구 항목은 뒤의 판단에서 자료가 닿는 곳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요구를 갈라 적는 일은 그 자체로 판단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구분이 지켜지는 한, 나중에 자료가 더 보태지거나 빠지더라도 각 항목의 출처를 따라 판단을 고쳐 잡을 수 있다.
1.3신의성실이 요구 적기의 한계로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를 가려 적은 뒤에는, 그 요구를 종이 위에 옮길 때 어디까지 적을지의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는 요구의 성격을 가르는 작업과는 성질이 다르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규율하는 조항이므로, 요구를 적는 방식 자체를 명령하는 문장은 담고 있지 않다. 다만 그 조문이 밝히는 기준을 요구 항목을 옮기는 순서에서 경계로 삼을 수는 있다. 요구 목록을 확정하기 전에 경계가 되는 조문을 먼저 확인한다. 민법 제2조는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2조). 이 문장이 요구 항목의 적기 폭을 제한하는 유일한 근거이므로, 조문에 없는 요건을 덧붙이지 않은 채로 읽어야 한다.
앞에서 법적 근거가 닿는 것으로 갈라놓은 요구 항목은, 상대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모양 속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만난다.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문장으로, 행사와 이행의 태도를 요구한다 (민법 제2조). 따라서 요구 항목을 적을 때 지키는 것은 요구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그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위가 성실히 이루어지는가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더라도, 그 문서가 요구 항목의 성실한 행사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문장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폭을 밖에서부터 묶는다 (민법 제2조). 남용 금지는 요구 항목을 적는 단계에서 요구의 수 자체를 줄이라는 뜻이 아니다. 적어 놓은 요구 중 어떤 것이 상대에 대한 의무 이행과 맞닿아 있는지, 어떤 것이 권리라는 이름 아래 행사되는지를 드러내는 표지로 쓰인다. 요구 항목과 권리의 내용이 따로 놀 때 제2항은 경계가 된다.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는 이 단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다. 제2조는 그런 사정을 요건으로 부르지 않으므로, 항목을 적는 데 필요한 사실을 자료로 확인할 수 없는 채로 두어도 제2조의 해석이 달라지지 않는다.
신의성실 원칙을 요구 항목의 적기 기준으로 삼을 때 유의할 점은, 제1항의 "성실히"와 제2항의 "남용하지 못한다"가 각각 다른 말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행사와 이행의 방식을 다루고, 후자는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의 범위를 다룬다. 요구 항목을 적을 때 어느 쪽 문장에 기대어 항목을 늘리거나 줄여서도 안 되고, 어느 쪽 문장에 없는 요건을 요구 항목의 성립 요건으로 세워서도 안 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이, 조문에 없다는 사실 역시 요구 항목을 적는 데 필요한 사실을 임의로 보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므로 요구 항목을 적는 순서에서 신의성실 원칙이 하는 일은 적기의 상한과 하한을 함께 그리는 일이다. 제1항이 행사와 이행의 태도를 묻는 기준을 세운다. 제2항이 권리 행사를 권능의 범위 안에 묶어 둔다. 요구 항목을 두 기준 사이에 놓고 읽으면, 확대할 항목과 보류할 항목의 구분은 뒤의 절차가 다룰 사안으로 남고, 여기서는 적기 자체가 넘지 않는 선만이 분명해진다. 이 선이 요구 항목을 적는 데 쓰는 유일한 법적 기준이다.
1.4확인되는 요구와 확인되지 않는 요구
신의성실 원칙이 요구 적기의 기준을 준다면, 이제는 각 요구가 무엇으로 확인되는지를 나누어 적는 일로 넘어간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함께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제출했다. 그 가운데 무엇이 자료로 확인되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는지 가르지 않은 채 목록을 만들면, 뒤에 가서 근거 없는 항목을 함께 지키거나 함께 버리는 일이 생긴다.
확인되는 요구란 제출된 자료의 문장과 숫자가 그 항목을 직접 가리키는 경우다. 예를 들어 전문가 계산서에 손해 산식과 금액이 적혀 있고 그 산식의 전제가 다른 제출 자료와 맞아떨어지면, 그 항목은 자료로 확인되는 요구로 적는다. 다만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요구 항목의 기재 자체를 규율하는 문장은 아니므로, 항목의 확인 여부를 신의성실에 대한 판단으로 옮겨 적지 않아야 한다. 신의성실은 앞서 정한 적기의 한계로만 자리하고, 확인 여부는 자료 대조의 결과로 남는다.
확인되지 않는 요구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상대방이 말은 하되 자료가 붙지 않은 항목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면서 새로 제기된 항목이다. 둘 다 목록에는 남기되, 근거란에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적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항목의 진위를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재는 자료의 부재를 뜻할 뿐이며, 그 항목이 틀렸다는 뜻도, 주장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항목에 산식이나 날짜를 지어내 붙이면, 나중에 그 지어낸 기재가 우리 쪽 자료의 일부처럼 읽힌다.
민사 주장과 기관 제출 설명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 둘을 같은 줄에 섞어 적지 않는다. 민사 주장에서 확인되는 요구는 그 문구대로 옮기고, 기관 제출 설명에서 확인되는 요구는 그 문서의 문구대로 옮긴다.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 일부만 정리된 인계 자료 때문에 항목의 근거가 끊긴 경우에는 그 끊긴 사실 자체를 적는다. 담당자가 교체된 뒤 새로 작성된 설명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한 것이므로, 당시의 요구로 확정하지 않고 별도 표시로 둔다.
이렇게 나눈 결과에 따라 대응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뒤의 일이다. 우리 측의 잔여 시간·인력·비용,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보류하거나 축소할 주장의 범위, 그리고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 자료가 없다는 사실도 법적 평가의 결론이 아니다. 확인되는 요구와 확인되지 않는 요구를 각각 그대로 적어 두는 것이, 뒤에 이어질 판단이 자료에 발을 붙이고 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1.5요구 항목의 배열 순서
앞에서 자료로 확인되는 요구와 확인되지 않는 요구를 갈라 적었으므로, 이제는 갈라놓은 항목을 다룰 순서대로 놓는 일이 남았다. 요구 항목을 배열하는 일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의 결론이 아니라 대응의 순서를 정하는 작업이다. 배열한 결과와 법적 요구의 존부는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배열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우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이 따라야 할 태도다.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요구 항목을 어느 순서로 내세우고 어느 순서로 뒤로 미룰지는 이 성실한 이행의 태도와 떼어 놓고 정할 수 없다. 상대가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함께 내놓은 사정은, 항목 배열을 정할 때 성실하게 응답해야 할 대상의 범위를 넓힌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함께 제출된 사정도 마찬가지다. 확인되는 항목과 확인되지 않는 항목을 나란히 두되, 확인되지 않은 항목에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응답의 범위를 정하지는 않는다.
배열의 순서는 항목을 어떤 목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따라 정한다. 먼저 자료로 확인되는 근거와 함께 놓일 항목을 앞쪽에 두고, 그다음에 근거의 확인과 무관하게 표시된 항목을 뒤쪽에 둔다. 이 둘 사이에는 자료로 확인되는 근거를 더 찾아야 할 항목을 놓는다. 상대가 요구한 항목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이 섞여 있을 때, 배열은 그 섞임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항목별로 자리를 나누어 적는다. 이렇게 자리를 나눈 뒤에야 요구 항목을 다룰 순서가 드러난다.
배열 순서를 정하는 일은 요구 항목을 남용적으로 내세우는 일과 갈라져야 한다. 민법 제2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못 박는다. 확인되지 않은 요구에 근거를 지어 붙여 목록의 앞자리를 채우거나, 요구 항목을 감정적 요구와 뒤섞어 법적 요구처럼 앞세우는 것은 이 금지에 닿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이, 항목이 목록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그 항목이 법적으로 요구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배열의 앞자리에 놓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항목의 법적 근거가 확인되는 것도 아니다.
요구 항목을 배열할 때 법적 요구와 감정적 요구는 겹쳐 놓지 않는다. 법적 요구는 자료로 확인되는 근거와 함께 두고, 감정적 요구는 근거의 확인과 무관하게 표시된 채로 별도의 자리에 둔다. 사건 뒤에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내용을 담더라도, 그 문서에 담긴 요구를 법적 요구의 자리에 옮겨 놓지는 않는다. 문서는 기록이고 요구는 항목이므로, 기록이 항목의 법적 성질을 바꾸지는 않는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누락된 채 인계 자료가 일부만 정리된 사정에서, 누락된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짐작하여 요구 항목의 자리를 메우지도 않는다.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정리되지 않은 항목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표시해 두고, 배열의 뒤쪽에 둔다.
요구 항목의 배열은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를 정하는 결론과도 분리된다. 배열을 만드는 일은 다룰 순서를 정하는 일이지 요구 항목의 존부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며, 요구 항목의 존부를 확정하는 일은 그 순서를 정한 뒤에 별도로 확인할 일이다. 우리 측이 대응에 쓸 수 있는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남은 기한,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이 미정인 지금, 배열을 확정된 순서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 역시 미정이므로, 배열에 놓인 자리가 그 항목을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배열은 대응의 순서를 가르키는 표시일 뿐이다.
1.6결과·이익·요구의 연결 확인
요구를 배열한 뒤에는 각 항목이 어떤 결과와 어떤 이익에 닿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남는다. 이 확인은 목록에 적힌 항목 사이의 관계를 자료에 근거해 표시하는 일에 그친다.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연결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겨둔다. 이 확인이 끝나야 요구 항목이 어느 맥락에서 논의되는지가 드러난다.
민법 제2조는 권리를 다루는 기본 태도를 이렇게 정한다.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 제2조) 이 조문은 권리의 행사 방식에 요구되는 기준을 제시할 뿐이다. 따라서 요구 항목과 이익 사이의 연결을 확인하는 작업에 법적 평가의 결론이 곧바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결 확인은 기준을 적용하기에 앞서 다루어야 할 대상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제출했다. 민사 주장과 기관 제출 설명이 함께 놓여 있으므로, 요구 항목마다 어느 자료가 그 항목의 근거가 되는지 표시하는 일이 먼저다. 그 표시가 선행되어야 같은 항목에 붙은 서로 다른 설명을 비교할 수 있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한 것이며, 그 문서에 적힌 연결이 당시 자료와 같은지 확인되지 않은 채 남는다. 이 문서는 후에 작성된 해석이므로 당시의 자료와 같은 지위로 두지 않는다.
연결 표시는 세 가지를 구별해 적는다. 요구 항목이 어떤 결과를 겨누는지, 그 결과가 어떤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그 이익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어느 것인지가 각각 다른 항목이다. 이 셋을 한 줄로 겹쳐 적으면 어느 지점에서 확인이 끊겼는지 알아보기 어렵다. 연결이 자료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지점을 비워 두고, 이어지면 자료의 표기대로 적는다. 연결에 쓰는 낱말 역시 자료가 쓴 표현에 가까이 두어, 나중에 확인할 때 같은 지점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한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누락되었고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 자료는 일부만 정리되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요구 항목과 이익 사이의 연결에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을 추측으로 채우지 않으며,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그 항목이 법적 평가상 성립함을 뜻하지도 않는다. 공백이 있는 자리는 확인을 기다리는 자리로 남기고, 어느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지 함께 적어 둔다. 그렇게 두어야 이후에 자료가 보충될 때 무엇을 채울지가 분명해진다.
상대의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만 따로 분리해 적고,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자료가 끝나는 지점까지로 둔다. 확인된 항목과 확인되지 않은 항목을 한 덩어리로 묶어 다루면, 나중에 자료가 달라질 때 어느 쪽을 고쳐야 할지 가리기 어렵다.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남은 기한,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항목에 숫자를 채워 넣지 않는다. 확대·유지·축소·종결의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미정 사항들은 연결 확인의 범위 밖에 둔다.
이 확인 절차의 결과는 요구 항목이 어느 결과와 어느 이익에 닿는지 적은 표시이며, 그 자체로 분쟁의 결론이 아니다. 표시된 연결은 자료가 보충되거나 수정되면 함께 고쳐 적는다. 확인되지 않은 연결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이렇게 남겨둔 자리가 이후의 판단에서 무엇을 확인할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