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어떤 쟁점과 어떤 자료에 먼저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선결 쟁점을 고르는 기준과 기대 정보·잔여 자원의 비교를 세운 뒤, 서면을 구하는 순서, 전문가 자료의 확보 시점, 누락 자료와 인계 자료의 보충을 차례로 살핀다. 축소와 종결로 넘기는 판단에서 끝맺으며, 개별 자료의 증명력은 이 장의 판단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4.1선결 쟁점을 고르는 기준
네 전환의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긴 뒤에는, 그 판단이 의존하는 쟁점 가운데 무엇을 먼저 다룰지 정해야 한다. 계약 해지와 손해의 범위를 둘러싼 주장이 여러 겹으로 겹쳐 있고, 자료가 산발적으로 놓여 있을수록 모든 쟁점을 한꺼번에 다루려 하면 자원이 흩어진다. 여기서는 무엇을 선결 쟁점으로 삼을지 읽는 기준을 세운다.
먼저 답하지 않으면 뒤의 자원 배분이 무의미해지는 쟁점이 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그런 경우이다. 민법 제166조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이 조문은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는지, 그리고 부작위 채권의 경우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나누어 밝힌다. 따라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가 언제인지를 먼저 확정하지 않으면, 상대의 청구가 시효에 걸리는지와 그에 쓸 자원의 크기를 계산할 수 없다.
반면 어떤 쟁점은 뒤의 쟁점에 종속적이어서 먼저 다루어도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손해액 산정 기준은 계약이 유효하게 해지되었는지에 달려 있고, 해지권 발생 여부는 계약 문구와 변경된 합의가 무엇을 정했는지에 달려 있다. 이 경우 앞의 쟁점부터 제쳐 두고 뒤의 쟁점에 먼저 자원을 쏟으면, 계산 결과가 뒤집혀 버린다.
선결 쟁점을 고르는 첫 기준은 선후 의존이다. 어느 쟁점의 답이 다른 쟁점의 전제가 되는지 물어야 한다. 소멸시효가 성립하면 다른 쟁점은 다루지 않아도 되므로, 시효의 기산점은 의존 사슬의 맨 앞에 놓인다. 두 번째 기준은 미정 사항과의 거리이다.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의 범위가 미정이라면, 그 미정이 곧바로 영향을 주는 쟁점은 자원 배분의 확정을 막는 쟁점으로 본다.
세 번째 기준은 자료의 확보 가능성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문서의 해석 범위는 메시지와 원자료가 일부 누락된 상태에서 정해진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확인된 항목과 확인되지 않은 항목을 섞지 않고 쟁점의 목록을 만든다. 확인된 자료가 쟁점에 직접 닿는지를 먼저 묻고, 닿지 않는 주장은 순서를 뒤로 미룬다.
이 기준들을 합성 사례에 놓으면,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선결 쟁점으로 남는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이 말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는 상대의 청구 원인에 따라 달라지며, 그 확정 없이는 시효 항변의 유용성을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제166조에 규정되지 않은 시효 기간이나 정지·중단 사유를 끌어들여 이 쟁점을 확장하는 것은 이 사례의 범위 밖이다. 이와 같이 선후 의존, 미정 사항과의 거리, 자료의 확보 가능성을 차례로 물어 쟁점을 고르면, 다음에는 그 쟁점에 어느 정도의 잔여 자원을 붙일지 정할 수 있다.
4.2기대 정보와 잔여 자원의 비교
선결 쟁점을 정한 뒤에는 자원을 얼마씩 나눌지가 남는다.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추가 자료가 줄 기대 정보를 함께 놓아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쟁점별 비중이 달라진다. 이때 기대 정보란 확보할 자료가 밝혀 줄 사실과 그 사실이 쟁점에 미치는 파장을 가리킨다.
위 합성 사례에서 추가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미정이다.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도 미정이다. 이 가운데 어떤 항목이 기대 정보를 좌우하는지는 자료가 확인된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
자료가 확인되지 않은 항목을 판단의 재료로 삼으려면 먼저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확보하지 못한 자료가 무엇을 보여줄지 미리 단정할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비용·인력 수치를 지어낼 수 없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자료를 손에 넣는다고 곧바로 우리에게 유리한 결론이 따라오지도 않는다.
기대 정보와 잔여 자원을 나란히 놓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펼친다. 먼저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을 확인한다. 잔여량이 확인되지 않으면 자원 배분의 기준이 서지 않으므로, 그 항목을 미정으로 남긴다. 다음으로 추가 자료가 줄 기대 정보를 측정한다. 이때 기대 정보의 크기는 자료가 밝혀 줄 사실의 범위와 그 사실이 쟁점에 주는 파력으로 가늠한다. 다만 확보하지 못한 자료의 내용을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령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규정은, 자원 배분의 판단 근거 가운데 선결 쟁점의 의미를 일깨우는 하나의 예로 놓을 수 있다. 민법 제166조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두고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단순위헌, 2014헌바148,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6조 제1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소멸시효의 기산점"라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자리매김한 쟁점은 앞선 쟁점 선택의 기준과 맞닿아 있으며, 자원을 어디에 먼저 쏟을지 정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 조문이 제공하는 내용을 넘어서 다른 시효 기간이나 정지·중단 사유를 새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기대 정보와 잔여 자원의 비교를 마친 뒤에는, 확인된 항목과 미정으로 남긴 항목을 가려 놓아야 한다. 확인된 항목은 쟁점별 비중을 정하는 근거가 되고, 미정으로 남긴 항목은 판단을 미루어야 할 자리에 놓인다. 이 구분을 지키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은 값을 실제 값처럼 다루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시점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의 내용을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대 정보와 잔여 자원의 비교는 확보된 사실 위에서만 자원 비중을 정하는 절차이며, 세부 수치의 판단은 자료가 확보된 뒤에 다시 살핀다.
4.3서면을 구하는 순서
자원 비중을 정한 다음에는 어떤 서면부터 손에 넣을지 순서를 매겨야 한다. 이 순서는 서면의 날짜나 보관자의 편의가 아니라, 앞서 정한 선결 쟁점이 무엇을 먼저 요구하는가에 따라 정한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제출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는 각각 다른 쟁점을 겨누고 있으므로, 어느 것부터 구할지의 문제는 곧 어떤 쟁점부터 확인할지의 문제와 같다.
우선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존재와 문언이 선결 쟁점의 앞자리를 차지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가 여럿이고 변경 이메일이 그 중 일부를 가리키므로, 원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먼저 확보해 두 서면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는 그 뒤에 놓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서면이므로, 원자료의 확보와는 별도로 다룬다. 다만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인계 자료가 일부만 정리되어 있고 메시지와 원자료가 일부 누락되어 있다는 점은, 확보하려는 서면이 이미 현존하는지조차 미정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순서를 매겼다고 해서 서면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면을 구하는 행위 자체에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면 그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은 밝혔다. 위 판결은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 한계에 관하여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법 제9조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처럼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위 판례는 이 사건에서 서면을 구하는 청구가 어떤 목적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함을 뜻한다.
위 판결이 다룬 구체적 사안에서도 그 목적은 문제되었다. 위 판결은 "갑은 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청구가 거부되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뒤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통해 자신이 그 소송에서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다액을 소송비용으로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기일에 출정하여 강제노역을 회피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큰 점 등에 비추어 갑의 정보공개청구는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라고 판시했다. 이 사례에서 서면의 확보 자체가 다른 이득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청구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상대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을 정하는 작업도, 확인되지 않은 항목까지 요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서면을 구하는 순서를 정할 때, 남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과 남은 기한 및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은 미정으로 남는다. 확보하지 못한 자료가 무엇을 보여줄지 미리 단정할 수도 없다. 확대·유지·축소·종결 중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도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며, 서면을 구하는 청구가 허용된다고 해도 그 서면의 내용이 선결 쟁점에 유리하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4.4전문가 자료의 확보 시점
서면 확보 순서를 정했으므로, 이제 전문가의 계산서와 설명을 언제 의뢰하고 언제 받아야 쟁점 판단에 실제로 쓸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전문가 자료는 확보 시점이 늦어지면 다른 서면의 해석과 쟁점의 선후 판단에 쓰지 못한 채 남게 되므로, 선결 쟁점과의 관계를 먼저 정해야 한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민법 제166조 제1항과 제2항은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반행위를 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라고 규정한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제1항의 기준이고,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제2항이 위반행위의 때를 따로 정한다. 두 항이 서로 다른 시점을 지시하므로, 어떤 채권에 어느 항이 적용되는지부터 가려야 한다. 전문가의 계산서와 설명은 그 가름에 쓰이는 자료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주장하며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함께 냈다. 계약서의 버전과 변경 메일이 서로 다른 시점을 말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도 달리 보일 수 있다. 전문가의 계산서와 설명은 그러한 시점을 판단하는 자료로 쓰인다. 그러나 민법 제166조는 계산 기준이나 전문가의 자격 요건을 함께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가 자료의 확보 시점은 조문이 정한 기산점의 판단에 보탬이 되는 때로 한정하여 생각해야 한다.
민법 제166조는 같은 조에서 「[단순위헌, 2014헌바148, 2018. 8. 30.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6조 제1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호, 제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 선언은 특정 사건에 적용되는 조항 일부에 관한 것이며, 전문가 자료를 언제 구할지에 대한 규칙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확보 시점의 판단은 이 선언의 범위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이 선언의 시점은 전문가 자료의 확보 시점과 무관하므로, 전자에 관한 설명을 후자의 근거로 옮겨 오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 자료에는 상대방이 낸 전문가 계산서도 포함된다. 상대방의 계산서는 제출된 서면 가운데 하나이므로, 앞에서 정한 확보 순서에 따라 자금 기록과 함께 놓고 읽어야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한다면, 그 문서에 담긴 시점의 설명은 전문가 자료와 대조할 대상이다. 다만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누락돼 있으므로, 대조에 쓰일 수 있는 자료의 범위는 미정이다. 확보 시점을 정할 때 이 미정을 함께 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계산서와 설명은 앞에서 정한 선결 쟁점을 먼저 다루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의뢰하고, 다른 서면의 확보가 끝난 뒤 그 해석에 더할 수 있도록 받아 두어야 한다. 확보 시점이 결정되면 자료를 언제 받는지에 따라 쟁점 판단의 순서가 함께 정해진다. 다만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은 아직 미정이므로, 구체적인 확보 시점의 확정은 보류한다. 의뢰의 시점과 수령의 시점을 나누어 두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결국 전문가 자료는 민법 제166조가 정한 기산점의 판단에 쓰이는 자료일 뿐, 조문에서 도출되지 않는 계산 기준이나 자격 요건을 새로 만들지 않는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성립함을 뜻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설명이 사건에 놓였다 해서 쟁점의 선후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확보 시점의 확정은 남은 사정이 확인된 뒤에야 비로소 이룰 수 있다.
4.5누락 자료와 인계 자료의 보충
앞 단위에서 전문가 자료의 확보 시점을 쟁점 순서와 연결해 정리했다면, 이제는 누락한 메시지와 원자료, 일부만 정리된 인계 자료를 어느 범위까지 보충할지가 남는다. 보충의 범위는 앞서 정한 선결 쟁점의 순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쟁점과 무관한 자료를 모으는 데 자원을 쓰면, 정작 판단에 쓸 자료를 확보할 시점을 놓친다.
보충에 착수하기 전에 자료의 성격을 먼저 가려야 한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은 정보공개청구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법 제9조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처럼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 자료를 모으는 행위 자체가 목적을 벗어나면 권리 행사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와 자금 기록을 더 달라고 요구할 때도, 그 요구가 쟁점 판단에 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인지 아닌지가 먼저 가려진다.
같은 판결은 비공개 결정에 대한 청구가 허용되지 않은 구체적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교도소에 복역 중인 갑이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자신에 대한 불기소사건 수사기록 중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외한 부분의 공개를 청구하였으나 검사장이 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1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등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 사안에서, 갑은 위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청구가 거부되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뒤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통해 자신이 그 소송에서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다액을 소송비용으로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기일에 출정하여 강제노역을 회피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큰 점 등에 비추어 갑의 정보공개청구는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 이 판결의 기준은 자료를 구하는 청구가 쟁점의 판단과 직접 연결돼 있는지를 묻는 쪽으로 읽힌다. 그러므로 누락된 메시지를 달라는 요구는, 그 메시지가 선결 쟁점의 판단에 쓰인다는 점을 밝힐 때에 한해 정당하다.
인계 자료의 보충은 사정이 다르다. 인계 자료는 담당자가 교체되는 사이 일부만 정리돼 있고, 원자료와 대조할 근거가 부족하다. 여기서도 앞의 기준이 그대로 쓰인다. 인계 자료를 더 정리해 달라는 요구는,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어느 쟁점의 판단에 관여하는지를 특정할 때에 한해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은 요구는 쟁점 밖의 자료를 모으는 일이 되어, 자원을 다른 데 쓰는 결과를 낳는다.
상대방이 제출한 여러 버전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전문가 계산서 가운데 무엇을 먼저 보충할지도 같은 순서로 정한다. 선결 쟁점의 판단에 쓰이는 자료부터 보충하고, 그 자료의 존재 여부가 확정된 뒤에 나머지를 살핀다.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자료가 모였다고 해서 상대방의 청구가 성립하거나 우리 측의 방어가 끝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자료가 모이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방의 요구가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보충의 범위를 정할 때 남은 기한과 승인 상태의 보존 수준, 시간·인력·비용의 잔여량은 아직 미정이다. 미정인 채로 남은 것은 미정으로 두고, 확정된 범위 안에서만 보충을 진행한다. 보충한 자료가 어떤 쟁점의 판단에 쓰일 수 있는지는 자료가 모인 뒤에 따로 살필 일이다. 이 단계에서 미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편이, 뒤이은 판단의 범위를 지키는 길이 된다.
4.6축소와 종결로 넘기는 판단
보충한 자료와 선결 쟁점의 답이 모아진 뒤에야 남는 일은, 이 사건을 유지할지 축소할지 종결로 넘길지 정하는 것이다. 이 판단의 자리에서 자료가 덜 모였다는 사실과 상대방 요구의 법적 성립은 서로 다른 문제로 놓여 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민법 제166조가 “①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손해배상 요구가 언제부터 행사할 수 있었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자료의 누락을 이유로 그 요구의 성립을 미리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낸 계약서 버전과 변경 이메일은 그 자체로 의사결정의 시점과 범위를 가리키지 않는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따지는 데 필요한 것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때이지, 문서가 남아 있는 사실이 아니다. 민법 제166조는 행사 가능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므로, 문서가 몇 벌인지와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는지는 별개로 살핀다. 이 구분을 지키지 않으면 누락된 자료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 요구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같은 구분은 상대방 요구의 진정한 목적을 묻는 데서도 이어진다.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은, “정보공개법 제9조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전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거나,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처럼 권리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상대방 요구가 자료의 취득과 활용에 있는지, 아니면 담당자 교체와 자료 보충의 부담을 키우는 데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요구의 명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요구의 성질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위 판결은 같은 맥락에서, “청구가 거부되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한 뒤 소송비용 확정절차를 통해 자신이 그 소송에서 실제 지출한 소송비용보다 다액을 소송비용으로 지급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수감 중 변론기일에 출정하여 강제노역을 회피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고 볼 여지가 큰 점 등에 비추어 갑의 정보공개청구는 권리를 남용하는 행위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로 정리한다. 이 사례는 목적을 따져 요구의 허용 여부를 가르는 작업이 자료의 유무에 앞선다는 점을 보여 준다. 상대방 요구 중 자료로 확인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항목을 나눈 뒤에, 전자에 대해서만 유지 여부를 묻는 것이 이 사례에 맞다.
자료의 유무에 앞선 또 하나의 구분은, 주장의 범위를 보류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단계에서 나타난다. 민법 제166조의 기산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시효 항변은 아직 서지 않고, 권리남용 항변은 요구의 목적에 관한 판단이 남아 있다. 이 두 항변이 모두 미정인 채로 사건을 확대하면, 담당자가 교체되는 동안 정리되지 않은 인계 자료를 근거로 삼는 셈이 된다. 반대로 요구의 목적과 기산점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확보된 자료로 가려지면, 그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축소하는 방향이 정해진다.
축소와 종결의 경계는 이렇다. 요구의 목적을 확인할 자료가 남아 있고 기산점을 정할 근거가 모자라면, 자료 보충을 계속하면서 유지 쪽에 둔다. 목적에 관한 자료가 모자라고 보충할 경로가 닫혔다면, 그 항목을 축소하거나 보류한다. 기산점과 목적 가운데 어느 쪽도 자료로 가려지지 않고 앞으로도 가려질 가망이 없다면, 종결로 넘기는 판단이 선다. 어느 쪽으로 전환할지는 미정으로 두되,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기준은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