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조 분류의 법정 기준을 놓고, 분류 방식이 표의 배분에 영향을 주는 구조를 분석한다. 2016마5352의 분류 논의를 읽어 분류가 결의에 미치는 힘을 밝히고, 그 기준을 사실에 대어 본다. 이 결정이 말한 공정·형평의 의미와 권리보호조항은 앞의 장과 뒤의 장에서 다룬다.
9.1조 분류의 법정 기준
가결 요건의 문을 넘어서자마자 던져지는 물음은 회생채권자 등의 몫이 어떻게 갈라지는가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는 결의에 미치는 힘을 나누는 출발점을 규정한다. 관계인집회에서 결의하거나 서면결의에 의하는 때에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가 분류된 조별로 결의하여야 한다고, 같은 조 제1항은 선언한다. "제232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계인집회에서 결의하거나 제240조의 규정에 의하여 서면결의에 의하는 때에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제2항, 제3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분류된 조별로 결의하여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이 선언에 비추어 보면, 조 분류는 결의의 부수적 절차가 아니라 결의 결과를 낳는 단위 자체를 정하는 일이다.
법은 우선 분류의 항목을 열거한다. 제236조 제2항은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결의를 위하여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를 다섯 개의 조로 나눈다.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결의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조로 분류한다. 다만, 제140조제1항 및 제2항의 청구권을 가진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1. 회생담보권자 2. 일반의 우선권 있는 채권을 가진 회생채권자 3. 제2호에 규정된 회생채권자 외의 회생채권자 4. 잔여재산의 분배에 관하여 우선적 내용을 갖는 종류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 5. 제4호에 규정된 주주·지분권자 외의 주주·지분권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이 열거는 담보 여부, 일반 우선권의 유무, 잔여재산 분배에서의 우선 내용 유무를 기준으로 삼는다. 담보의 유무와 일반 우선권의 유무는 이미 확정된 권리의 성질에 뿌리를 두고, 주식 출자지분의 구분은 종류주식의 내용에서 나온다. 이 관점에서 I사 계획안의 금융기관 담보채권자와 무담보 상거래채권자는 같은 조에 놓일 수 없다. 그 구분은 계획안이 정한 변제의 방법과 비율에 앞서, 각자가 가진 권리의 성질에서 이미 갈린다. 다만 각 호의 구체적 적용이 이 사례에서 어떻게 확정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
조 분류의 항목은 절대적이지 않다. 법원은 항목을 합치거나 쪼갤 수 있다. 왜냐하면 같은 조 제3항은 "법원은 제2항 각호의 자가 가진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2개 이상의 호의 자를 하나의 조로 분류하거나 하나의 호에 해당하는 자를 2개 이상의 조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합치고 쪼개는 권한은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라는 두 요소에 구속된다. 이에 더하여 단서는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주주·지분권자를 서로 다른 조에 두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 단서가 I사 사례에서 가지는 뜻은 명료하다. 금융기관 담보채권자와 무담보 상거래채권자는 어떠한 사정으로도 한 조로 묶일 수 없다. 기존 주주가 그 지분을 둘러싸고 어떤 처우를 받는지는 별론으로, 주주는 채권자와 한 조에 섞이지 못한다.
한편 분류의 변경 여지는 법원에 남는다. 제236조 제5항은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결의에 부칠 때까지는 언제든지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분류를 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결의에 부치는 시점이 분류의 확정 시한이다. 그 전까지 법원은 조 구성을 다시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계획안이 작성된 시점의 조 구분이 결의의 시점에 그대로 유지된다고 미리 단정할 수 없다. I사 계획안에 적힌 변제의 방법과 비율, 권리자별 몫의 차이가 분류의 근거가 되는지는 결의에 부쳐지는 시점의 분류에 비추어 판단할 일이다.
분류의 과정은 비밀이 아니다. 같은 조 제4항은 분류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한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분류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1. 관리인 2. 채무자 3. 목록에 기재되어 있거나 신고한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이해관계인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규정은 분류가 법원의 일방적 판단으로 끝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I사 사례에서 상거래채권자 모임은 반대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반대의 표명과 분류에 관한 의견의 진술은 법이 정한 자리가 다르다. 그 구분은 미정인 조 분류의 확정 과정에서 확인될 일이다.
조 분류의 법정 기준은 이에 머문다. 법 제236조는 누구를 어떤 조에 넣을지의 출발점, 합치고 쪼갤 수 있는 요건과 한계, 변경의 시한, 의견 진술의 주체를 정한다. 다만 조 분류의 기준을 밝힌다고 하여 I사 계획안의 조 구분이 곧 옳다고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 담보채권자와 무담보 상거래채권자의 구분은 권리의 성질상 분명하여 보이나, 그 구분이 계획안에 담긴 변제의 방법과 비율과 결합하여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기존 주주의 주식이 남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의문 역시 제236조의 분류 기준만으로는 답이 나지 않는다. 이 물음은 조 분류가 결의에 미치는 힘의 다음 국면에서 다룰 일이다.
9.2분류와 표의 배분
분류의 출발점이 법정 기준에 두어진 뒤에는, 그 분류가 결의의 각 단계에서 어떻게 힘을 발휘하는지가 뒤를 잇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제1항은 조별 결의를 명하면서, "제232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계인집회에서 결의하거나 제240조의 규정에 의하여 서면결의에 의하는 때에는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제2항, 제3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분류된 조별로 결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회생계획안에 대한 표는 행사되는 장소와 무관하게 조별로 나뉘어 계산된다는 뜻이다.
조별 결의가 이루어지는 단위는 제236조 제2항이 열거한 다섯 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제2항은 "②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결의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조로 분류한다. 다만, 제140조제1항 및 제2항의 청구권을 가진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라고 규정하고, 그 안에서 회생담보권자, 일반의 우선권 있는 채권을 가진 회생채권자, 그 밖의 회생채권자, 우선적 내용을 갖는 종류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 그 밖의 주주·지분권자를 각각의 호로 구분한다. I사의 금융기관 담보채권자, 무담보 상거래채권자, 기존 주주는 이 구분의 어느 자리에 놓일지가 우선 가려져야 하고, 이 자리가 곧 표가 묶이는 틀이 된다.
같은 조항 제3항은 법원의 재분류 권한을 두어, "법원은 제2항 각호의 자가 가진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2개 이상의 호의 자를 하나의 조로 분류하거나 하나의 호에 해당하는 자를 2개 이상의 조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하여야 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라고 정한다. 호의 묶음이 조를 이루는 출발점이지만, 법원은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를 헤아려 그 묶음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으며,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를 한 조로 뒤섞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I사의 조 구분이 이 권한 아래에서 최종 확정되는지는 미정이다.
그리고 결의의 문턱은 조마다 다르게 놓인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는 관계인집회에서의 가결 요건을 "다음 각호의 구분에 의하여 회생계획안을 가결한다"라고 열면서, 회생채권자의 조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한다. 회생담보권자의 조는 제220조의 규정에 의한 회생계획안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4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이, 제222조의 규정에 의한 회생계획안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5분의 4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이 각각 필요하다. 주주·지분권자의 조에는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지분권자의 의결권의 총수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이 요구된다.
이렇게 놓인 두 규정이 맞물리는 지점이 표의 배분이다. 분류는 어느 자의 표를 어느 단위로 묶을지를 정하고, 가결 요건은 그 묶음 안에서 얼마만한 몫이 모여야 계획안이 그 조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볼지를 정한다. I사에서 상거래채권자 모임이 계획안에 반대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 존치에 의문이 제기된 사실은 이 구조 안에서 각 조의 표가 어떻게 세어지는지를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의문이 계획안의 가부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각 조가 요건을 충족하는지, 계획의 인가 여부, 신주 교환 비율과 주식병합 비율의 확정, 계획에 따른 변제와 청산 시 배당의 비교, 조 분류의 최종 확정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9.32016마5352의 분류 논의
조 분류가 표의 배분에 미치는 힘을 확인한 데 이어, 이제 같은 종류의 권리를 나누지 않은 분류 방식 자체가 위법한지가 문제된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의 판시를 살핀다. 이 결정은 조 분류의 재량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였는지 확인하면 충분하다.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우선 조 분류에 관한 법원의 권한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판시 이유에서 "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3항), 조의 통합과 세분에 관하여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면서, 분류가 법령에 정한 종류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님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법원의 조 분류 결정에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동일한 종류의 권리자를 2개 이상의 조로 세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다. 같은 종류의 권리를 한 조로 묶은 분류만으로는 위법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편 이 결정은 조 분류의 여지가 넓다는 점을 분류를 마친 뒤의 단계에서도 다시 확인한다. 동종의 권리자 사이에 조건을 다르게 둘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판시 이유는 "5종류의 권리 내부에서도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의 성질의 차이, 채무자의 회생을 포함한 회생계획의 수행가능성 등 제반 사정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를 고려하여 이를 더 세분하여 차등을 두더라도 공정·형평의 관념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한계도 함께 적시한다. "다만 같은 성질의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권리에 대한 감면 비율이나 변제기를 달리하는 것과 같은 차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분류와 차등은 넓게 허용되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배제된다는 취지다.
I사의 계획안은 금융기관 담보채권자에게 원금 전액을 현금으로, 무담보 상거래채권자에게는 채권액의 30%를 현금으로, 나머지 70%를 신주로 교환하는 조건을 담는다. 기존 주주는 10주를 1주로 병합한다. 상거래채권자 모임은 금융기관 채권자보다 변제 조건이 불리하다며 반대한다.
I사의 계획안은 담보권자와 무담보권자, 그리고 주주를 각각 다른 조에 두었다. 이 구분은 법령이 정한 종류의 구분과 겹친다. 따라서 이 분류만으로 위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담보 상거래채권자를 금융기관 담보채권자와 묶지 않고 나눈 것도 권리를 세분한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무담보권자 사이에 30%와 70%라는 비율을 둔 것은 변제의 방법과 비율에 관한 것이고, 이 경우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 분류에 부여된 의미는 이 정도로 한정된다. 이 결정은 분류가 재량의 범위 안에서 넓게 허용된다고 말할 뿐, 계획안을 인가해야 한다거나 계획의 조건이 공정·형평에 맞는다는 결론까지 내리지는 않는다. 반대한 상거래채권자 모임에 어떤 보호 조항이 주어졌는지, 계획의 인가 여부, 신주 교환 비율과 주식병합 비율의 확정, 그리고 계획에 따른 변제와 청산 시 배당의 비교 결과는 모두 미정이다. 관찰된 사실은 계획안에 적힌 변제의 방법과 비율, 그리고 반대의 표명뿐이다.
결국 이 결정이 조 분류에 부여한 의미는 분류가 결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종류의 권리를 묶은 분류가 그 자체로 위법하지 않다는 것은, 분류를 잘못했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류 이후의 차등이 합리적인 이유를 갖추었는지, 그리고 반대한 조에 어떤 보호가 주어졌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공정·형평에 관한 판단과 권리보호조항 논의는 앞 장과 뒤 장의 몫으로 남겨둔다.
9.4분류가 결의에 미치는 힘
조를 나눈 결과가 결의의 통과 조건을 얼마나 굵게 바꾸는지 살펴볼 차례이다. 회생계획안은 관계인집회나 서면결의로 다루어지는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제1항은 관계인집회에서의 결의와 서면결의에 이르기까지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제2항, 제3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분류된 조별로 결의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결의는 어떤 조 안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표의 묶음과 세는 법이 함께 정해진다. 분류가 곧 표의 배분을 가르는 첫 단추라는 뜻이다.
조를 정하는 방법은 법이 두 갈래로 제시한다. 우선 같은 법 제236조 제2항은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결의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조로 분류한다. 다만, 제140조제1항 및 제2항의 청구권을 가진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고 하여 다섯 갈래의 조를 둔다. 같은 항은 그 다섯을 “1. 회생담보권자 2. 일반의 우선권 있는 채권을 가진 회생채권자 3. 제2호에 규정된 회생채권자 외의 회생채권자 4. 잔여재산의 분배에 관하여 우선적 내용을 갖는 종류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가진 주주·지분권자 5. 제4호에 규정된 주주·지분권자 외의 주주·지분권자”(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로 나눈다. 이 나눔은 그대로 조의 뼈대가 된다. 다만 같은 법 제236조 제3항은 “법원은 제2항 각호의 자가 가진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2개 이상의 호의 자를 하나의 조로 분류하거나 하나의 호에 해당하는 자를 2개 이상의 조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하여야 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고 하여, 조의 통합과 세분에 숨통을 틔운다. 다만의 문이 묶어두는 것은 담보권자·채권자·주주라는 큰 덩어리뿐이다. 같은 법 제236조 제5항은 그 틈을 더 넓혀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결의에 부칠 때까지는 언제든지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분류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적는다.
그 힘이 어떻게 갈라지는지는 결의의 요건에서 드러난다. 같은 법 제237조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가결하는 비율을 조별로 달리 적는다. 회생채권자의 조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이고, 회생담보권자의 조는 회생계획안의 성격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4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 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5분의 4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으로 높아진다. 주주·지분권자의 조는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지분권자의 의결권의 총수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이면 된다. 한 조를 쪼개면 각 갈래가 따로 이 문턱을 넘어야 하고, 두 조를 합치면 함께 한 문턱만 넘으면 된다. 그러니 조를 나누고 모으는 방식이 곧 표의 무게를 바꾼다.
세분을 하지 않은 분류가 곧 위법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조 분류와 세분의 폭을 두고 “법원의 조 분류 결정에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동일한 종류의 권리자를 2개 이상의 조로 세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같은 종류 안에서 조를 더 쪼개지 않은 선택 자체를 위법으로 몰지 않는다는 뜻이며, 조 분류에 대해 재량의 범위를 일탈했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문 앞에 독자를 세운다. 이는 앞서 확인한 분류의 논의를 결의의 문턱과 맞물린 모습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조를 나누는 방식은 계획안이 관계인의 의사를 물어 통과되는 경로를 바꾼다. 그 경로가 바뀌었다고 하여 I사의 계획안이 계획인가의 요건을 이미 충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I사 계획안에 적힌 변제의 방법과 비율, 권리자별 몫의 차이, 상거래채권자 모임의 반대는 아직 관찰된 사실에 머물러 있으며, 그것이 분류와 결의의 문턱을 실제로 어떻게 통과하는지, 그리고 계획인가의 다른 요건과 맞물려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정이다.
9.5사실에 기준을 대어보기
조 분류가 결의의 통과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본 뒤, 이제 그 기준을 I사 계획안에 적힌 사실에 그대로 견주어 보아야 한다. 관찰된 것은 변제의 방법과 비율, 권리자별 몫의 차이, 반대의 표명뿐이다. 이 사실들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의 분류 기준과 2016마5352의 분류 논거에 놓고 읽되, 확정되지 않은 사정은 미정으로 남겨둔다.
조 분류의 기본 틀은 조문에 이미 마련되어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는 결의에 부치는 때의 분류와 관련하여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지분권자는 제2항, 제3항 및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분류된 조별로 결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에 따라 각자가 가진 권리를 어떻게 묶고 나눌 것인지가 표의 배분을 가르게 된다.
분류의 재량은 조문상의 기준과 함께 폭이 정해져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법원은 제2항 각호의 자가 가진 권리의 성질과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2개 이상의 호의 자를 하나의 조로 분류하거나 하나의 호에 해당하는 자를 2개 이상의 조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는 각각 다른 조로 분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6조). I사 계획안은 금융기관 담보채권자, 무담보 상거래채권자, 기존 주주를 각각 다른 몫의 변제 조건으로 대우한다.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이 구분이 조문상의 각 호에 어느 하나로 대응하는지, 아니면 다른 틀로 묶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동일한 종류의 권리자 안에서 조를 더 쪼개지 않은 경우의 법적 평가 기준은 판례에 제시되어 있다.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법원의 조 분류 결정에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동일한 종류의 권리자를 2개 이상의 조로 세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다. I사 계획안에 무담보 상거래채권자 한 무리가 하나의 조로 묶여 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확정된 바는, 그 무리가 한 조로 묶였다고 하여 그 자체만으로 분류가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차등 대우의 허용 범위는 권리의 성질과 합리적 이유를 함께 본다. 같은 결정은 "5종류의 권리 내부에서도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의 성질의 차이, 채무자의 회생을 포함한 회생계획의 수행가능성 등 제반 사정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를 고려하여 이를 더 세분하여 차등을 두더라도 공정·형평의 관념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 다만 같은 성질의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권리에 대한 감면 비율이나 변제기를 달리하는 것과 같은 차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설명한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I사 계획안에서 담보채권자에게 원금 전액이 현금으로, 무담보 채권자에게는 30% 현금과 70% 신주 교환이, 기존 주주에게는 10대 1 주식병합이 각각 배정된 것은 관찰된 사실이다. 이 사실만으로 권리 침해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남는 것은 물음의 형식뿐이다. 조 분류가 확정되었는지, 반대의 표명이 권리 보호 조항의 요구로 이어지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관찰된 사실과 그 사실을 둘러싼 법적 평가 사이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거쳐야 하는 간격이 있다.
9.6결의 이후 남은 물음
관찰된 사실만으로 조 분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자, 남는 것은 계획 인가를 둘러싼 물음이다. 관계인집회에서의 결의는 계획안이 가결되는 데 필요한 표를 얻었는지를 가리키는 일이고, 그 표는 각 조의 구분에 따라 계산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는 조별로 필요한 동의의 문턱을 다음과 같이 둔다. 회생채권자의 조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 회생담보권자의 조에 관하여는 회생계획안의 종류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4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 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5분의 4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하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 주주·지분권자의 조에 관하여는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지분권자의 의결권의 총수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을 요구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37조). 이 문턱은 조가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같은 수의 찬성이더라도 달리 계산된다.
조 분류가 표의 계산에 힘을 미친다면, 어떤 조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묻는 일은 결의 다음에 놓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은 조의 통합과 세분에 관해 "법원의 조 분류 결정에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채무자회생법 제236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동일한 종류의 권리자를 2개 이상의 조로 세분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 결론은 분류 자체의 법 위반 여부를 다룬 것이어서, I사 계획안에 따라 분류가 최종 확정되었는지 여부는 여기서 바로 정해지지 않는다.
변제의 방법과 비율이 조 사이에 놓이는 차이를 낳는지 살펴보는 일도 남는다. 같은 결정은 공정·형평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5종류의 권리 내부에서도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의 성질의 차이, 채무자의 회생을 포함한 회생계획의 수행가능성 등 제반 사정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를 고려하여 이를 더 세분하여 차등을 두더라도 공정·형평의 관념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다만 그 결론은 "같은 성질의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권리에 대한 감면 비율이나 변제기를 달리하는 것과 같은 차별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한계를 함께 둔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I사 계획안에 적힌 현금 변제와 신주 교환의 비율이 이 한계 안에서 말해지는 차이인지는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지 않는다.
계획 인가의 요건 가운데 이 결정이 밝힌 항목 하나가 더 남는다. 같은 결정은 인가결정을 할 경우의 조건으로 "동의하지 않은 조의 권리자 전원에 대하여 권리보호조항을 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권리보호조항을 정하기 위하여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반드시 변경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아울러 "부결된 회생계획안 자체가 이미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에게 청산가치 이상을 분배할 것을 규정하여 채무자회생법 제244조 제1항 각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부동의한 조의 권리자를 위하여 회생계획안의 조항을 그대로 권리보호조항으로 정하고 인가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8. 5. 18. 자 2016마5352 결정). I사 계획안에 반대의 표명이 있었던 조에 어떤 보호가 주어졌는지, 계획에 따른 변제와 청산 시 배당이 어떻게 비교되는지, 그리고 계획의 인가 여부는 미정이다.
신주 교환 비율과 주식병합 비율의 확정, 조 분류의 최종 확정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관찰된 것은 변제의 방법과 비율, 권리자별 몫의 차이, 반대의 표명뿐이고, 이 사실들만으로 공정·형평의 위반이나 권리 침해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남은 물음은 인가 요건을 이루는 항목들이 무엇을 묻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