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채권자목록에서 빠진 채권이 면책 뒤에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다. 효력 예외 중 목록과 관련된 문언을 읽고, 2010다49083이 악의로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푼 방식을 판시사항의 쟁점 범위에서 살핀다. 기억과 목록 사이의 간격을 가리키며, 사례의 사정을 이 기준에 놓는 평가는 뒷 장에서 다룬다.
10.1면책 효력의 문언
면책이 미치는 자와 남기는 책임을 넓은 틀에서 묶어 본 뒤, 규정이 정한 효력의 범위를 조문의 문언으로 확인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는 면책결정의 효력을 둘로 나누어 놓았다. 그 첫째가 효력의 발생 시점이고, 둘째가 책임 면제의 범위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며, 임에 관한 판단도 어느 쪽 문언에서 출발하는지가 먼저 갈린다.
효력의 발생 시점에 관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 제1항은 “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면책 결정 자체와 그 효력의 발생을 나누어 놓은 문언이다. 면책 결정이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벗겨지는 것은 아니며, 확정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그 효력이 생긴다. 임에 관한 경우 면책 결정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책임이 면제되는 효과는 아직 생기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지금 시점에서 다루어지는 이의와 그에 관한 사정은, 확정에 이르기 전의 자리에서 제시된 것이라 읽힌다.
책임 면제의 범위에 관하여 같은 조 제2항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고 정한다. 이 문언은 두 가지를 함께 말한다. 변제계획대로 마친 변제는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과, 그 밖의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서 책임이 벗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 면제는 이미 이루어진 변제를 되돌리는 기능이 없으며, 남은 채무에 대한 책임을 없애는 자리에 놓인다. 임이 5년간 변제계획대로 변제를 마쳤다는 사정은, 그 변제분이 제외된 나머지에 관한 논의를 전제로 읽힌다.
다만 위 조항은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고 단서를 달아 예외를 둔다. 책임 면제라는 기본 규칙에 예외를 둔 구조이며, 예외에 드는 청구권은 여전히 채무자의 책임 아래 남는다. 그중 제1호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을 들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고 정한 파산 면책 규정과 나란히 놓인다. 두 문언은 나란히 놓이고 그 결이 같지 않으나, 이 자리에서는 각 문언에 적힌 범위만을 확인한다. 임을 둘러싼 쟁점 가운데 채권자목록에서 빠진 사채 채권이 어느 쪽 문언에 닿는지는, 이 예외 문언을 읽는 다음 자리에서 다룰 문제로 남는다.
면책이 제3자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같은 조 제3항은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고 못 박는다. 채무자 본인에 대한 책임 면제의 효과와, 보증인이나 담보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를 나누어 놓은 문언이다. 이에 따라 면책의 효력은 채무자 본인의 책임에 한정되고, 보증인이나 담보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는 그대로 남는다.
이상의 문언을 한 자리에 놓으면 면책의 효력은 확정 이후에 발생하고,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제외한 나머지 채무에 대한 책임을 없애며, 그러면서도 제3자에 대한 권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임에 관한 사실 중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배우자에 대한 양도, 사채 채권의 목록 누락, 사채 발생 시기와 금액, 양도 당시의 재산과 수입, 양도의 대가와 시점, 목록 작성 당시의 인식 여부는 모두 미정이다. 여기 적은 사실의 나열이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10.2효력 예외의 목록 조항
면책 효력의 문언을 읽고 나면 남는 것은 그 효력이 빠지는 자리를 가리키는 예외 문언이다. 이 사례에서 배우자에게 넘어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과 목록에 오르지 않은 사채가 예외에 걸리는지는, 두 효력 규정이 각각 둔 예외의 문언에서 출발하여 정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임의 재산 상태나 양도의 대가처럼 사정의 나열이 예외 성립의 요건인 양 자리하지 않도록, 규정이 적은 범위를 먼저 밝히는 순서가 필요하다.
파산절차에서 면책의 효력을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는 책임 면제의 원칙을 적고 나서 예외의 열거로 넘어간다. 열거에 함께 있는 청구권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여기에 드는 것은 제566조 각호가 적은 유형에 해당하는 청구권뿐이다. 같은 조 제7호는 파산절차에서 목록 작성과 관련한 예외로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곧 이 호는 기재 누락만으로 예외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누락에 '악의'가 겹치는 청구권을 겨누며, 채권자가 파산선고를 안 때에는 예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까지 함께 두고 있다.
개인회생절차에서 면책결정의 효력을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제2항도 책임 면제의 원칙 아래 각호에 예외를 둔다. 채권자목록과 관련한 문언은 제625조제2항제1호이고, 그 문언은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적는다. 이 호는 제566조제7호와 달리 '악의'라는 말을 적지 않으므로, 예외에 걸리는 청구권의 범위는 문언 그대로 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에 한정된다. 여기에 목록 작성 당시 채무자가 그 청구권을 알았는지, 알지 못하였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와 같은 요건을 더하는 것은 문언이 적은 범위를 넘는 일이다.
두 효력 규정이 예외로 둔 청구권의 유형은 이 사례의 쟁점과 맞닿는지 살피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임이 신청 직전 배우자에게 양도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임을 채무자로 한 청구권이 아니라 임이 채권자로 가진 지위에서 나온 것이어서, 목록에 기재할 청구권으로 놓고 논의할 대상인지부터 문제가 된다. 제625조제2항제1호는 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예외로 삼으므로, 그 문언이 겨누는 청구권에 채권자 지위에서의 반환채권이 들어가는지는 문언의 범위에서 별도로 정하여야 한다. 반면 사채 채권자의 청구권은 임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목록에 오를 자리가 있었고, 오르지 못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목록 조항의 문언 밖에서 판례가 정리한 기준에 맡겨진다.
임이 사채를 잊고 있었다는 말,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이 미정이라는 점, 양도 당시의 재산과 수입 상태가 미정이라는 점은 이 단계에서 예외의 성립을 좌우하는 사실로 자리하지 않는다. 목록 조항이 적지 않은 요건을 사정의 형태로 채워 넣으면, 문언이 둔 예외가 사뭇 다른 범위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미정으로 남긴 사항은 미정으로 남기고, 목록에 오르지 않은 청구권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문언이 정한 한계 안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목록 조항은 파산절차에서 제566조제7호가 '악의로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예외로 삼고 단서를 두는 문언으로, 개인회생절차에서 제625조제2항제1호가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예외로 삼는 문언으로 읽힌다. 이 문언에 악의와 기재 누락이 어떻게 겹치는지 밝히는 일은 별도의 판단 기준을 세우는 과제로 남는다.
10.3악의로 기재하지 아니함
예외 문언이 가리키는 청구권을 한정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문언 가운데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이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이 말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밝히고 있다.
그 판결은 우선 악의의 의미를 이렇게 풀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이 인용은 악의를 채무의 존재를 아는 상태로 본다. 따라서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더라도 문언의 악의는 없고, 아는 상태에서 빠뜨렸다면 과실로 빠뜨렸어도 문언에 든다. 같은 나눔은 앞선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은 구 파산법 제349조 제6호의 문언을 두고 「파산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자가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르는 선이 기재의 과실과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점이 두 판결에서 같다.
그 판결은 예외를 둔 까닭도 밝혔다.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위 법 제564조에서 정한 면책불허가사유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이 면책이 허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이 대목은 목록에서 빠진 채권자가 절차에서 설 자리를 잃는 점을 예외의 근거로 둔다. 앞 절이 읽은 예외 문언과 이 까닭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악의를 따지는 방식도 그 판결에서 확인된다. 「사실과 맞지 아니하는 채권자목록의 작성에 관한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위에서 본 위 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악의는 한 가지 사실로 정해지지 않고, 나열된 사정을 함께 놓고 판단한다.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말했다.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갑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갑이 을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사정이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과실로 빠뜨린 인정과 선의의 인정이 서로 다른 문제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임의 사례로 돌아가면,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그 사실이 정해져야 이 문언에 드는지가 걸리고, 판단에는 나열된 사정이 함께 놓인다. 여기 적은 사실은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이 문단의 확인은 악의와 기재 누락이 겹치는 모양까지이다.
10.4목록 누락 채권의 운명
악의로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의 판단이 채무자의 인식에 달렸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이어, 목록에서 아예 빠진 청구권이 면책의 효력 밖에 놓이는지를 묻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는 면책을 받은 채무자의 책임 면제 범위를 정하면서 예외 청구권을 열거하고, 그 첫머리에 "1.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을 둔다. 이 문언은 기재 누락 사실 자체를 비면책 사유로 적고 있어, 누락의 동기나 채무자의 인식을 조건으로 붙이지 않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와 나란히 놓으면 두 규정의 표현이 갈린다. 제566조는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라고 하여 악의를 요건으로 삼는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이 요건의 뜻을 밝히면서,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가리키고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이라 하였다. 그 판결은 제566조에 관한 것이므로 제625조에 같은 기준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기재 누락만으로 비면책으로 되는 제625조 쪽이 넓게 보이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제625조의 문언이 기재 여부만을 겨냥한다고 해서 면책심리에서의 확인이 생략되는 것은 아니다. 목록에 없는 청구권은 채권자에게 면책절차의 문이 닫히는 결과를 낳고, 위 판결은 그 절차적 사정을 두고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라고 설명한다. 이 사례에서 한 채권자는 채권자목록에 사채 채권자가 빠져 있다고 이의를 냈고,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제566조의 악의를 묻는 심리의 지점과 제625조가 정한 기재 누락의 예외가 이 사례에서 어떻게 겹칠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한편 이 사례에는 신청 직전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양도에 관한 이의도 함께 놓여 있다. 다만 위 조문과 판결은 목록 기재 누락의 효과만을 다룬다. 양도에 관한 평가는 목록 누락 채권의 운명과 별개의 질문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목록에서 빠진 사채 채권이 면책의 효력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그 채권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의 인식이 확정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제625조는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비면책으로 열거하고, 제566조의 악의 요건은 그 조문이 정한 파산채권의 경우에만 들어맞는다. 목록 누락 채권은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면책의 책임 면제 범위에서 빠지고, 채무자가 이를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그 문언이 정한 자리에 놓인다. 이 사례에서 사채 채권의 면책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머무른다.
10.5판결요지가 정한 경계
임의 사채가 면책의 효력에서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목록 누락 채권의 법리를 평가한 결과에 달렸다. 앞서 면책의 효력과 예외 문언을 겹쳐 읽어 확인한 경계를, 이번에는 판결요지가 적시한 판단 기준 안에서 다시 살핀다. 여기에는 면책 불허가의 사유와 비면책채권의 성질을 구별하는 일도 함께 포함된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의 판결요지는 비면책채권으로 남는 청구권의 의미를 이렇게 밝힌다.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이 구절은 목록에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비면책채권이 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목록 작성 당시 채무의 존재를 알았는지가 판단의 축이다.
같은 결의 구분이 구 파산법에 관한 판결에도 확인된다.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은 "파산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자가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과실은 비면책채권 판단에서 결격 사유가 되지 않음을 이 판결도 분명히 한다.
판결요지는 알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방법도 함께 적시한다.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이 기준은 선의를 쉽게 인정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 인정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열거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한한다. 잊고 있었다는 말 하나만으로는 선의가 곧바로 확정되지 않고, 그렇다고 잊었다는 말의 진정성 여부가 별도의 독립 요건으로 올라서는 것도 아니다.
그 경계 안에서 임의 사채에 관한 사실들을 배치하면 다음과 같다.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그런데 판결요지가 요구하는 것은 그 목록 작성 당시의 인식 여부와 그 판단을 뒷받침할 사정들이다. 임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배우자에게 양도한 시점과 대가, 양도 당시 임의 재산과 수입의 상태는 앞서 본 비면책채권의 의미 문언이 적시한 판단 요소가 아니다. 채권자목록에 사채 채권자가 빠져 있다는 사실은 목록 누락의 존재만을 가리킬 뿐, 알면서 누락했는지의 여부는 열려 있다.
이렇게 보아야 임의 양도와 목록 누락이 각각 다른 문언에 놓여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비면책채권 판단은 누락된 채권에 관한 채무자의 인식을 중심에 두고, 그 인식을 둘러싼 사정을 종합하여 평가한다. 양도 행위에 관한 사정은 그 축에 섞어 넣을 요소가 아니며, 여기에 양도의 동기나 재산 상태를 새로 끌어들이는 것은 판결요지가 정한 밖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결국 임의 사채가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판결요지가 확인한 것은 판단의 축과 그 축을 둘러싼 사정의 범위이며, 그 범위 안에서 사채 발생 시기와 목록 작성 당시 인식 여부가 채워져야 한다. 미정인 채로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이 판결요지가 정한 경계에 부합한다.
10.6기억과 목록 사이 간격
악의의 기준이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았는지에 달렸음이 확인되었으므로, 이제 목록에서 빠진 사채 채권이 그 문턱을 넘는지의 물음으로 나아간다. 임은 그 사채를 잊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법적 자리에서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채우지 못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악의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잊었다는 말과 과실의 구분을 분명히 한다.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어도 악의는 없고, 알면서 빠뜨린 것은 과실로 그친 경우에도 악의로 잡힌다.
그런데 알았는지의 사실은 목록의 모양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악의 여부를 판단할 방법으로 “사실과 맞지 아니하는 채권자목록의 작성에 관한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위에서 본 위 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밝혔다. 기억과 목록 사이의 간격을 메울 재료가 이런 사정들임이 드러난다. 선의의 인정을 서둘러 허용하지 말라는 경고도 함께 있다.
그러나 임에 관하여 확정된 사실만으로는 이 재료가 채워지지 않는다. 그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가 모두 미정이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에서 갑의 경우와 비교할 여지는 남아 있다. 그 판결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갑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갑이 을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사정이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를 전한다. 이 판결의 말은 갑의 사정에 관한 판단이다. 임의 사정은 미정으로 남으므로, 임이 알았는지의 결론은 이 자리에서 내릴 수 없다.
같은 논리로 임의 말이 지닌 자리도 한정된다. 잊었다는 말은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지만, 판결이 요구한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의 인식 여부가 미정인 채로는, 잊었다는 말만으로 선의가 인정되지 않고 그렇다고 악의가 인정되기도 않는다.
따라서 목록 기재 누락과 악의 사이에는 판결이 요구한 사정으로 채워야 할 빈칸이 남는다. 이 빈칸의 평가는 미정의 사실이 채워질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잊었다는 말이 법적으로 무슨 값을 갖는지, 그리고 그 말에 무엇이 더 붙어야 하는지는 아직 열린 물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