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목록의 누락이 과실에 그친 경우와 악의인 경우를 무엇으로 구별하는지를 묻는다. 2010다49083의 쟁점을 놓고 악의라는 요건의 의미를 살피며, 잊었다는 설명이 그 기준 어디에 놓이는지를 분석한다. 구별의 사정과 이의의 귀결을 정리하며, 누락이 밝혀진 뒤의 조치와 면책의 취소는 다루지 않는다.
11.1면책의 효력과 예외의 자리
임은 5년간의 변제를 마쳤고 면책 결정만을 남겨 두었다. 앞 장은 잊었다는 말의 자리를 목록과 기억 사이에서 재었을 뿐, 그 말의 법적 값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제 그 자리를 무엇에 대조할 것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대조의 출발점은 면책의 효력을 정한 조문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는 면책결정의 시점과 범위를 먼저 밝힌다. 같은 조 제1항은 "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효력의 발생은 확정에 달려 있으므로, 채권자의 이의가 걸려 있는 지금 시점에서 효력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어지는 범위 논의도 확정 뒤에 무엇이 남는지를 가늠하는 일이다.
그 범위는 제2항이 정한다.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선언하고, 이어서 단서로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둔다. 본문의 선언은 포괄적이지만, 단서가 그 포괄을 가른다. 면책의 효력은 무제한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라 단서가 남긴 자리에서 멈춘다.
단서의 첫 번째 자리가 이 사례의 핵심에 놓인다. 제625조 제2항 제1호는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청구권으로 든다. 채권자가 문제 삼는 사채가 이 호의 청구권에 해당하는지가 곧 면책의 문을 닫는지 여부를 가른다. 그러나 이 호의 문언은 목록에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말할 뿐, 기재되지 않은 까닭까지 말하지 않는다. 잊었다는 말이 이 호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는 이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임이 신청 직전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배우자에게 양도한 사실도 같은 자리에서 살핀다. 그 채권이 목록에 남아 있든 아니든, 면책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와 미치지 않는 청구권의 범위는 목록의 기재 여부를 경계로 삼는다. 양도가 그 경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양도의 대가와 시점, 당시 임의 재산과 수입의 상태가 미정인 채로는 서두를 수 없다.
한편 면책이 보증인과 담보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정해져 있다. 제625조 제3항은 "면책은 개인회생채권자가 채무자의 보증인 그 밖에 채무자와 더불어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와 개인회생채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채무자 본인의 책임만을 다루며, 이 사례에서 채권자의 이의와 직접 맞닿지 않는다. 예외의 자리를 이렇게 둔 조문 위에서, 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의 뜻이 무엇인지가 다음 논의로 남는다.
11.22010다49083이 묻는 것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청구권의 자리를 따로 묻는 이유를 확인한 뒤, 그 자리에 놓이는 예외 사유 중 하나를 판례가 어떻게 읽었는지 살핀다. 이 절은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의 판시사항에 나타난 쟁점만을 다룬다.
위 판결의 제1 판시사항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의 의미 및 채무자의 악의 여부의 판단 기준」을 묻는다. 이 문장은 악의라는 단어가 조문에 등장한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그 뜻을 미리 밝히지 않는다. 악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행위가 악의와 결합할 때 무엇이 되는지는 판결이 다루는 질문의 자리에 놓여 있다.
같은 판결의 제2 판시사항은 「채권자목록에 누락된 을의 구상금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에 대하여,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갑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갑이 을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사정이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를 적는다. 위 판시사항은 과실로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와 존재를 알지 못한 경우를 구별하고, 원심의 판단이 파기된 사례임을 밝힌다. 판시사항의 문장만으로는 파기의 결론을 구성한 사정들의 각 내용을 옮길 수 없다.
이 판결이 묻는 것은 목록의 누락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누락된 청구권에 대해 채무자가 무엇을 알았는지, 그리고 그 알았음과 기재하지 아니함이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문제이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이 쟁점을 두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서 말하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의 의미 및 채무자의 악의 여부의 판단 기준」을 판시사항으로 삼는다. 이 인용은 악의의 뜻을 정하는 일과 악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이 판결의 두 축임을 보여준다. 다만 그 뜻과 기준의 내용은 다음 단계의 일이므로 여기에서 정하지 아니한다.
이 판결의 판시사항은 그 청구권을 곧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연결하여 말한다. 위 판결의 제2 판시사항은 「채권자목록에 누락된 을의 구상금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에 대하여」의 판단이 문제된 사례를 적는다. 위 인용은 목록의 누락과 비면책채권의 해당 여부가 하나의 쟁점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목록에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청구권이 면책의 효력에서 제외되는지 여부는 이 판결이 묻는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아니한다.
임의 사례에서 채권자목록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적시된 사채 채권은, 이 판결이 세운 질문의 자리에 놓인다. 이 판결이 묻는 것은 그 채무의 존재 사실을 임이 알았는지의 문제이다.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그 채권자가 면책 절차에서 이의를 낸 채권자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지 여부도 확정된 사실로 적혀 있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이 판결의 질문만으로는 임의 사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아니하며, 악의의 의미는 다음 절이 다룰 자리로 남아 있다.
11.3악의라는 요건의 의미
면책의 효력을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는 목록에 오르지 못한 채권의 책임까지 지워지는 결과를 막으려 한다. 이 조항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예외로 두는 까닭을, 앞선 쟁점이 가리킨 악의라는 요건이 어디까지를 끌어안는지에 두고 살핀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그 요건의 바깥과 안쪽을 나눈다. 판결은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이라고 함은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고 밝힌다. 악의를 가르는 자리는 과실의 크기가 아니라 채무의 존재를 안다는 사실이다. 같은 자리를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도 구 파산법에 두고 확인한다. 그 판결은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349조 제6호에서 정한 '파산자가 악의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은 파산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권자명부에 기재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자가 채권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다76500 판결)고 설시한다. 비록 구 파산법의 사건이고 현행 개인회생의 요건과 섞어 읽을 수는 없지만, 과실이 아닌 앎을 요건으로 삼는다는 뜻만은 두 판결이 나란히 둔다.
판결은 그 구분이 목록 제도가 세운 보호의 뜻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채권자가 있을 경우 그 채권자로서는 면책절차 내에서 면책신청에 대한 이의 등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 위와 같은 절차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게 되는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라는 대목이다. 알면서도 적지 않은 경우에만 그 보호가 놓인다는 뜻으로 읽힌다.
악의의 유무는 목록에 적힌 모습만으로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판결이 판단의 틀로 삼는 것은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방식이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같은 판결은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고도 적는다.
사례로 돌아와, 한 채권자가 지적한 목록 누락과 임의 잊었다는 말이 어느 쪽에 놓일지의 문제는 이 요건의 문턱에 닿는다. 임이 사채의 존재를 알았는지, 알지 못했더라면 그 까닭이 무엇인지에 관한 사실은 아직 미정이다. 악의라는 요건은 알았다는 사실을 재는 잣대이므로, 잊었다는 설명만으로 그 문턱을 넘거나 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11.4잊었다는 설명의 자리
면책 요건의 판단이 악의의 뜻을 가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곧바로 잊었다는 설명을 어느 자리에 놓을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임은 사채를 잊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 말이 과실 쪽의 설명인지 악의 쪽의 설명인지를 가르려면, 목록 작성 당시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이 자리를 판단의 축으로 삼는다. 판결은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더라도 악의와는 갈리고, 알면서도 빠뜨린 때에는 과실로 빠뜨렸더라도 악의에 이른다는 뜻이다. 임이 잊었다는 설명은 전자의 자리에서 힘을 얻고, 후자의 자리에서는 설명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악의 여부는 곧바로 확정되지 않는다. 판결은 "사실과 맞지 아니하는 채권자목록의 작성에 관한 채무자의 악의 여부는 위에서 본 위 법 제566조 제7호의 규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하여,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이 사정들에 임의 사채가 어떻게 놓이는지가 관건이다. 사채 채권자와 임의 관계, 사채가 목록에 들지 못한 경위, 그리고 임의 소명이 객관적 자료와 맞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설명이 과실 쪽에 놓이려면 잊었다는 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판결은 "[2] 채권자목록에 누락된 을의 구상금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원심에 대하여, 제반 사정에 비추어보면 갑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을에 대한 구상금채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갑이 을의 구상금채권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사정이라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과실로 빠뜨렸다고 보일 수 있는 사정과, 채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인정할 근거는 서로 갈리는 자리에 놓인다. 임이 잊었다는 설명은 목록 작성 당시 그 사채의 존재를 알지 못한 근거로서 설득력을 얻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과실의 자리에도 악의의 자리에도 서지 못한다.
면책 결정을 앞둔 지금, 잊었다는 설명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양도 사실에 대한 이의와 함께 제기된 사채 누락은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라는 하나의 축 위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그 축의 값이 정해지지 않은 채 설명의 자리를 재단할 수는 없다.
11.5구별의 사정과 이의의 귀결
앞 절에서 잊었다는 설명이 과실과 악의 사이 어디에 놓일지를 물었다면, 이제는 그 가늠자의 눈금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제2항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원칙을 세우면서도, "1.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청구권"을 예외로 꼽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 이 예외가 임의 사례에서 발하는 힘의 크기는, 목록에서 빠진 사채를 임이 알았는지 여부라는 하나의 사정에 매여 있다.
이 사정의 무게를 판례가 어떻게 다루는지 먼저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은 악의의 의미를 이렇게 밝힌다. "채무자가 면책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비록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더라도 위 법조항에 정한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이와 달리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과실로 채권자목록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법조항에서 정하는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알지 못한 쪽이 과실을 끼고 있더라도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의 예외에 걸리지 않고, 알면서 기재하지 못한 경우에 비로소 그 예외에 든다.
그런데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혼자 떠 있는 판단이 아니다. 같은 판결은 악의 여부를 가리는 데 필요한 사정의 범위를 넓힌다.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그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누락의 경위에 관한 채무자의 소명과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단순히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면책불허가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점만을 들어 채무자의 선의를 쉽게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9083 판결). 잊었다는 말 하나가 곧바로 선의의 자리로 놓이지 않도록, 소명의 폭과 객관적 자료의 부합이 함께 놓여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사례에 주어진 사실의 목록이 의미를 얻는다. 사채의 발생 시기와 금액, 목록 작성 당시 임이 그 사채를 알았는지 여부가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잊었다는 설명에 실린 과실과 악의의 어느 쪽인지를 지금 확정할 수 없다. 판례가 요구하는 누락된 채권의 내역과 채무자와의 견련성, 소명과 객관적 자료의 부합 여부를 모두 채울 수 있는 사실이 아직 없다. 이 사실들의 나열은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담고 있지 않다.
한편 신청 직전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배우자에게 양도한 사실을 둘러싼 채권자의 이의는, 제625조가 목록 누락에 둔 예외와는 성격이 다른 궤도에 놓여 있다. 채권자목록에서 사채가 빠졌다는 사정과 재산을 배우자에게 옮겼다는 사정은 각기 다른 사실의 알을 품고 있으며, 양도의 대가와 시점, 양도 당시 임의 재산과 수입의 상태가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두 사정을 하나의 판단으로 묶어 지금 읽을 수 없다. 이 쪽 사정을 가르는 조문의 틀은 다음에 이어질 논의의 자리에 두어야 한다.
결국 이 사례에서 이의의 귀결은 지금 열린 채로 남는다. 임이 사채를 목록에 올리지 않은 데에 알면서 빠뜨린 악의가 있었는지, 아니면 알지 못한 채 남긴 과실만 있었는지가 미정인 한, 제625조제2항제1호가 예외로 둔 청구권에 사채가 드는지 여부를 미리 정할 수 없다. 판결이 악의 여부 판단에 넣은 여러 사정이 이 사례에 무엇으로 채워지는지는 사실관계의 확정에 달려 있으며, 그 확정이 되기 전까지는 그 자리를 비워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