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와 기재 요약이라는 요건을 두 축으로 삼아 제125조의 책임 자리를 읽는다. 각 호가 늘어놓은 책임 주체를 살피고 서명한 자와 인수인의 자리를 정리한 뒤, 남은 두 물음을 밝힌다.
3.1제125조가 묻는 책임의 자리
신고 의무와 방식을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그 신고에 거짓이 섞였을 때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가 문제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는 그 책임의 요건과 주체를 한 조문 안에 두고 있다. 이 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책임이 성립하는 자리와 책임을 지는 사람의 범위를 먼저 가려낼 수 있다.
조문은 책임이 성립하는 기본 장면을 먼저 묘사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은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문장에서 책임의 출발점은 신고서나 투자설명서에 거짓이 있거나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O사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공급계약 유지 사실을 적은 일이 이 문장에서 말하는 기재에 해당하는지는 그 기재가 거짓인지와 분리해서 판단할 수 없다.
조문이 말하는 책임 주체는 그 기재와 가까운 자리에 있는 자들이다. 같은 항 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를 들고, 제5호는 "그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인수인 또는 주선인이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을 함께 적는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사례에서 신고인인 O사와, 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 병, 그리고 주관 증권사가 어느 호에 자리를 잡는지는 이 문장의 범위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병의 서명이 제3호의 증명 서명인지 아니면 제4호의 의견 기재에 대한 동의인지는 미정으로 남겨야 한다.
조문은 책임의 입구에 한계를 함께 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 단서는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이 사례에서 주관 증권사가 실사 보고서를 남긴 일이 이 단서가 요구하는 상당한 주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취득자들이 계약 해지 사실을 알았는지도 미정이다.
조문은 예측정보라는 다른 유형의 기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흐름을 둔다. 제2항은 "예측정보가 다음 각 호에 따라 기재 또는 표시된 경우에는 제1항에 불구하고 제1항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그 단서에서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 시에 예측정보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로서 제1항 각 호의 자에게 그 기재 또는 표시와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덧붙인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사례의 기재 대상이 계약 유지의 사실인지는 드러나 있으나, 그 기재가 예측정보의 성격을 띠는지는 여기서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제125조는 거짓 또는 누락의 기재, 그 기재가 중요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 취득자의 손해, 그리고 책임을 지는 각 호의 자라는 자리를 요구한다. 다만 중요사항이라는 요건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이 조문의 문장만으로 확정되지 않으므로 별도로 읽어야 한다. 그 요건의 축을 잡는 일은 다음 자료에서 이어진다.
3.2중요사항이라는 요건의 축
제125조가 정한 책임의 자리를 확인한 뒤, 그 조문이 문제 삼는 대상을 묻는 말로 넘어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은 책임의 전제를 다음과 같이 둔다.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문언은 거짓 기재나 표시, 기재·표시의 누락이 모두 "중요사항"에 관한 것이어야 함을 전제로 삼는다. 조항은 중요성의 판단 기준이나 산정 방법을 따로 두지 않는다.
따라서 중요사항이라는 요건은 기재된 내용의 성질과 함께 다루어야 할 축이다. 앞 절이 요건의 자리를 잡은 것과 같은 흐름에서, 이 축은 기재 대상이 중요사항인지 묻는 것으로 한정된다. 문언상 그 질문은 기재의 진실 여부에 관한 질문과 분리된다. 어떤 사실이 중요한지를 가리는 일은 그 사실이 어떻게 기재되었는지를 묻는 일과 이어지되, 두 요건을 하나로 합쳐 읽을 근거는 조문에 없다.
중요성의 판단 기준이 어디에 달렸는지도 이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중요한지를 무엇에 견주어 판단할 것인지, 판단의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인지, 제1항은 말하지 않는다. 사례에서 O사는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 계약이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는 사실은 신고서의 해당 문구를 평가하는 데 함께 놓인 관찰이다. 다만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은 미정이다. 비중이 미정인 채로 그 비중을 기준으로 중요성을 확정하는 것은 이 문언에 끼워 맞추기다.
그 계약의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그리고 증권의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도 미정이다. 제1항의 단서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사유로 두 가지를 둔다. 그 하나는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의 사유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의 사유이다. 단서는 책임을 면하는 사유를 적을 뿐, 중요사항의 기준을 새로 정하지 않는다.
제1항의 각 호는 책임 주체를 적으며, 그중 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를 든다. O사의 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 병은 이사회에 참석한 사실이 관찰로 주어진다. 주관 증권사가 실사 보고서를 남긴 사실 역시 관찰이다. 이 관찰들에서 나온 것은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중요한지를 무엇에 견주어 정할지, 그리고 그 정함이 이 사례의 어느 시점에서 이뤄질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3.3거짓 기재라는 요건의 축
중요성이 문제되는 부분을 특정한 뒤에는, 그 부분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와 무엇이 사실이었는지가 어긋나는지를 살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은 책임의 발동 요건을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라고 적는다. 이 문언은 기재가 거짓일 것과 기재가 누락될 것을 나란히 두 개의 모습으로 둔다.
이 사례에서 신고서는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계약은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신고서에 적힌 내용과 당시의 사정이 여기서 어긋난다는 점이 관찰의 범위이며, 손해의 유무나 크기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도 미정으로 남는다.
조문은 거짓 기재의 성립에 기재자의 인식을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 단서는 책임을 면할 사유로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적는다. 이 단서는 요건의 일부가 아니라 입증으로 다투는 면책의 자리에 놓인다.
다만 조문에는 동법 제125조 제2항 단서에 "제1항 각 호의 자에게 그 기재 또는 표시와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표현도 있다. 그 표현은 제2항이 다루는 예측정보의 경우에 붙는다. 이 사례의 공급계약 유지 기재가 예측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한편 동법 제125조 제2항은 예측정보에 관하여 "제1항에 불구하고 제1항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적으면서, 예측정보라는 사실의 표시, 근거의 밝힘, 성실한 작성, 주의문구의 밝힘을 네 가지로 적는다. 이 네 가지가 함께 갖추어진 경우에만 면책이 성립한다.
이 사례에 관한 한, 거짓 기재라는 요건은 신고서의 문구와 당시의 사정이 어긋난다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거짓 기재의 성립에 고의나 중과실을 더하는 것은 이 조문 제1항이 하지 않는 일이고, 그것이 문제되는 자리는 예측정보에 관한 제2항의 자리이다. 앞서 중요성의 축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매출 비중이 미정인 채로 그 비중으로 중요성을 확정할 수 없듯이, 예측정보 해당 여부가 미정인 채로 고의의 요건을 앞당겨 둘 수도 없다.
결국 거짓 기재라는 요건은 기재된 문장과 사실 사이의 불일치를 본다. 사외이사 병이 신고서에 서명하였다는 관찰과 주관 증권사가 실사 보고서를 남겼다는 관찰은 그 불일치의 성립과는 별개의 문제이며, 책임 주체를 어느 호에 대조할 것인지는 이 요건과 나누어 살필 일이다.
3.4각 호가 늘어놓은 책임 주체
거짓 기재라는 요건이 서자 그 요건에 걸맞은 책임 주체가 누구인가가 남는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은 배상 책임을 지는 자를 일곱 개의 호로 나열하면서, 손해가 생긴 경우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적는다. 이 장에서 다루는 것은 그 나열된 주체가 무엇을 기준으로 갈리는지 읽어내는 일이다.
호의 구분은 먼저 서류의 종류에 따라 갈린다.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삼는 자들은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놓인다. 같은 조문이 적기를, 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이고, 제2호는 "「상법」 제401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그 증권신고서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이다. 두 호는 신고서를 낸 사람과 그 작성을 밀어붙인 사람을 각각 감싸면서도, 직함이 아니라 신고서 작성에의 관여를 축으로 삼는다.
제3호와 제4호는 확인에 참여한 사람을 나눈다. 제3호가 적는 자는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그 첨부서류가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 또는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자 등(그 소속단체를 포함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다. 제4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그 첨부서류에 자기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이 기재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고 그 기재내용을 확인한 자"로 이어진다. 앞 호는 증명과 서명이 함께 있는 자를, 뒤 호는 자기 의견이 실린 데 동의하고 확인한 자를 각각 가리킨다.
제5호는 유통 단계에 서는 자를 적는다. 조문이 이를 "그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인수인 또는 주선인이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으로 둔다. 주관 증권사가 이 호에 놓이는지는 아직 여기서 가르지 않으며, 호의 문언만이 이 자리의 경계를 이룬다.
투자설명서와 매출 단계는 제6호와 제7호가 맡는다. 제6호는 "그 투자설명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한 자"를, 제7호는 "매출의 방법에 의한 경우 매출신고 당시의 매출인"을 각각 책임 주체로 든다. 다만 앞 호들의 공통 문언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같은 항의 단서가 적는 대로,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면책이 항 전체에 걸린다. 이 면책의 성립 여부는 여기서 미리 판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호별로 읽어 둔 자리를 바탕으로 사례의 인물을 놓아 보면, 사외이사 병은 신고서에 서명했고 주관 증권사는 실사 보고서를 남겼다. 두 사실만으로 어느 호에 확정적으로 놓인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이 미정이고,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도 미정이다. 각 호에 놓이는 자리와 그 자리를 떠난 책임의 성립은 다음 문제로 남는다.
3.5서명한 자와 인수인의 자리
각 호의 구분은 놓인 자리를 가를 뿐, 책임의 성립을 확정하지는 못한다. 이제 앞서 대조한 책임 주체 가운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 병과 실사 보고서를 남긴 주관 증권사가 어느 호에 놓이는지를 따져 본다. 이 대조는 제125조제1항 각 호의 문구를 옮겨 두고 이 사례의 관찰들에 견주는 것으로, 손해액이나 고의 여부를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외이사 병은 신고 당시 발행인의 이사이며, 그는 이사회에 참석해 증권신고서에 서명했다. 법원의 판시나 별도의 자료 없이 조문만으로 자리를 정하려 하면, 우선 문구를 그대로 둘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를 책임 주체로 든다. 병이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라는 점에서 제1호의 문구는 그를 포섭하는 듯 보인다. 다만 같은 항 단서가 배상 책임의 부정 사유를 두므로, 서명 사실만으로 책임이 곧바로 확정된다고 읽을 수는 없다.
같은 항 제2호는 다른 자리를 제시한다. 제125조제1항제2호는 "「상법」 제401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그 증권신고서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를 책임 주체로 든다. 이 호는 이사 가운데서도 신고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를 따로 가른다. 병이 이사회에 참석해 서명했다는 관찰만으로 그가 작성 지시나 집행에 나섰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병이 제2호에까지 놓이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주관 증권사는 실사 보고서를 남겼다. 제125조제1항제5호는 "그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인수인 또는 주선인이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을 책임 주체로 든다. 주관 증권사가 이 사례에서 인수인인지 주선인인지, 그리고 인수인 또는 주선인이 2인 이상인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는 관찰되어 있지 않다. 실사 보고서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제5호의 자리가 바로 정해진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제125조제1항제4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그 첨부서류에 자기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이 기재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고 그 기재내용을 확인한 자"를 책임 주체로 든다. 주관 증권사가 남긴 실사 보고서의 내용이 신고서나 첨부서류에 자기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으로 기재되었는지, 나아가 그 기재내용을 확인했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주관 증권사가 제4호에도 놓이는지는 자료가 정하지 못한 채 남는다.
마지막으로 제125조제1항 단서는 면책과 책임의 전환 조건을 함께 둔다. 대법원 판시가 아니라 조문 그대로 옮기면,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는 것이 단서의 문구다. 이 사례에서 증권신고서에 적힌 공급계약 유지 문구는 계약 해지 통보 이전의 상태를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병과 주관 증권사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취득자들이 취득 청약 당시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미정이다. 결국 이 사례의 책임 주체 자리는 조문의 문구에 따라 제1호와 제5호를 우선 대조하되, 제2호와 제4호의 해당 여부 및 단서의 충족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3.6이 장이 남긴 두 물음
서명한 자와 인수인의 자리를 조문의 호에 대조해 놓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요건이 모두 충족된 것은 아니다. 제125조제1항은 책임의 주체를 열거하면서도 책임의 성립 조건을 본문 앞부분에 따로 두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은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이 문언은 중대한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와 취득자의 손해를 한 묶음으로 요구한다. O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유지 중이라고 적힌 공급계약이 이미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면, 그 기재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인지 여부부터 살펴야 한다. 해지 통보를 받은 사실이 곧바로 거짓의 기재를 이룬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매출 비중 등이 미정이므로 중요성의 판단도 남아 있다.
조문은 요건과 책임 주체를 나란히 두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끊는 단서를 본문 끝에 붙인다. 같은 항은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덧붙인다. 이 단서는 책임의 주체로 열거된 자 모두를 향한다. 사외이사 병과 주관 증권사가 어느 호에 놓이느냐에 앞서, 이 단서의 증명이 누구에게 요구되는지도 함께 읽어야 한다. 다만 취득자들이 해지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고, 상당한 주의의 정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장의 자료가 남긴 첫 물음은 요건의 충족 여부이다.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중요사항에 관한 것인지, 그로써 취득자가 손해를 입었는지가 이 물음의 두 축이다. 인용한 제1항의 문언은 두 축을 모두 요구하고 있으므로, 어느 한 축만으로는 배상책임의 성립을 말하기 어렵다. O사의 신고서 기재가 거짓인지, 그 기재로 인해 손해가 생겼는지는 아직 자료가 확정한 바 없다.
둘째 물음은 책임의 주체이다. 제1항제1호부터 제7호까지는 신고인과 이사, 작성에 관여한 자, 증명하여 서명한 자, 의견 기재에 동의한 자, 인수인 또는 주선인, 투자설명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한 자, 매출인을 각각 나눈다. 사외이사 병의 서명과 주관 증권사의 실사 보고서가 어느 호에 겹치는지, 같은 자가 둘 이상의 호에 함께 놓일 수 있는지는 앞에서 대조해 보았다. 병이 신고서에 서명한 사실과 증권사가 실사 보고서를 남긴 사실만으로 책임이 확정된다고는 볼 수 없고, 지식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렇게 요건과 책임 주체의 자리를 정리해 두어도, 면책 사유와 손해액의 산정은 이 장에서 결론 내리지 않는다. 면책 문언이 책임 규정 안에서 무엇을 끊어내는지, 손해액을 어떻게 잡을지는 각각의 자리에서 따로 읽어야 한다. 이 장이 남긴 두 물음, 곧 요건의 충족과 책임 주체의 확정이 함께 놓여야 비로소 배상책임의 틀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