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제125조의 면책 문언을 읽어 상당한 주의를 다했음의 증명과 취득자의 인지라는 두 면책을 구분한다. 상당한 주의의 대상과 증명의 어구를 살피고, 두 면책이 서로 놓이는 관계를 정리한다.
4.1면책 문언의 자리
요건과 책임 주체를 나눈 자리에서 남은 두 물음 가운데 첫째는 면책 문언이 규정 안 어디에 놓여 무엇을 끊어내는지였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은 책임의 근거를 열거한 뒤 같은 항의 단서에서 면책 사유를 둔다. 그 문언을 그대로 옮기면,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단서는 제1항 각 호의 책임 주체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흐름을, 증명이 성립하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확인되면 끊어 놓는다.
면책 단서가 끊어내는 것은 책임이 성립한 뒤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연결 고리다. 제1항 본문은 중요사항에 대한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와 그로 인한 취득자의 손해를 이어 놓고, 단서는 그 이음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경우를 두어 선다. 따라서 단서는 책임의 요건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요건이 충족된 사안에서 책임의 연결을 멈추는 문언이다. 이 점을 전제로 이 사례에서의 자리를 잡아 둔다.
이 사례에서 O사는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 계약은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신고서의 그 기재가 거짓인지, 중요사항인지, 취득자에게 손해가 났는지는 앞 장에서 정리한 요건에 따라 읽어야 할 쟁점이고,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 절이 다루는 것은 그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는 경우에, 문언이 책임의 연결을 멈추는 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이다.
면책 단서의 문언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놓여 있다. 하나는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라는 책임 주체 쪽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라는 취득자 쪽의 것이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두 이야기는 접속사로 이어져 있고, 어느 한쪽만 확인되면 단서가 성립하는 문언으로 되어 있다. 각 이야기가 어떤 상황을 겨냥하는지, 서로 겹치는 자리는 없는지 구분하는 것은 다음 문제로 남는다.
면책 문언의 자리를 이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 제125조제1항의 단서는 요건을 묻는 문턱의 뒤에 놓인다. O사의 신고서 기재가 거짓이고 중요하며 취득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판단이 섰다면, 문언은 곧바로 책임 주체의 증명 가능성과 취득자의 인식을 문제 삼는다. 문언에 적힌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이 사례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채워질 때 판가름난다.
4.2면책의 두 축 구분
제125조의 문언에서 면책 규정이 책임을 끊어내는 자리를 살핀 뒤에, 이 문언에 담긴 면책 사유가 몇 갈래로 나뉘는지 그 구조를 세밀하게 분류하는 문제가 남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 단서는 배상 책임의 성립을 가르는 두 가지 상황을 하나의 문장 안에 나란히 놓고 있다. 두 상황은 각각이 독립적으로 책임을 막기 때문에, 문장의 결구에서도 앞뒤로 "또는"으로 이어진다.
면책 사유의 첫 갈래가 무엇을 겨냥하는지 알기 위하여, 제125조제1항 단서의 앞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이 갈래는 배상 책임을 질 자 자신의 행동과 그가 가졌던 인식의 한계를 다룬다. 즉 책임 주체가 자신의 지위에서 필요한 주의를 다 기울였음에도 기재의 허위나 누락을 끝내 알 수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한다는 뜻이다. 이 갈래는 증권의 취득자가 무엇을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성립할 수 있다.
면책 사유의 둘째 갈래는 제125조제1항 단서의 뒷부분에서 확인된다.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갈래는 책임 주체의 주의 여부를 묻지 않고, 증권을 취득하려는 자가 청약의 시점에 이미 허위 기재나 누락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청약할 때 그 사실을 알았다면 책임 주체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두 갈래를 하나로 합쳐 읽는 것은 문언의 결구에 맞지 않는다. 제1항 단서는 책임 주체의 증명 사항과 취득자의 인식 시점을 "또는"으로 나란히 놓았으므로, 어느 한쪽만 성립해도 책임은 끊긴다. 앞의 갈래를 뒤의 갈래의 조건으로 보거나, 두 요건을 함께 갖추어야 면책된다고 읽는 것은 문언에 세 번째 요건을 만들어 넣는 결과가 된다.
나아가 두 갈래의 각자에서 쓰인 표현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첫 갈래는 "상당한 주의"와 "알 수 없었음"의 증명을 요구한다. 둘째 갈래는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 문언에 "고의"나 "중과실"이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제1항 단서는 그 두 표현을 담고 있지 않으므로, 면책을 위해 책임 주체의 고의나 중과실의 부재까지 증명해야 한다고 읽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다. 같은 맥락에서 취득자의 알지 못함에 주의의 정도를 더해 판단할 수도 없다. 각 갈래의 문언에 들어 있는 요소만이 그 갈래의 한계를 이룬다.
결국 제125조제1항 단서의 면책 사유는 책임 주체 쪽을 겨냥한 갈래와 취득자 쪽을 겨냥한 갈래로 나뉜다. 앞의 갈래는 책임 주체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어도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는 경우에, 뒤의 갈래는 취득자가 청약할 때 그 사실을 알았을 때에 성립한다. 이 둘을 각각의 문언에 붙여 읽고, 어느 한쪽의 요소를 다른 쪽에 끌어오지 않는 것이 이 단서의 구조를 정확히 읽는 방식이다.
4.3상당한 주의의 대상
면책을 상당한 주의의 입증과 취득자의 인지 두 줄로 나눈 뒤에 남는 물음은, 전자의 줄에서 '주의'가 겨냥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문언의 어구를 있는 그대로 펼쳐 읽어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 단서는 상당한 주의의 대상을 한정하여 말한다. 즉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여기서 '이를 알 수 없었음'이 가리키는 것은 제1항 본문이 규정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이다. 따라서 상당한 주의란 거짓의 기재·표시나 중요사항의 누락 그 자체를 알아차리는 데 필요한 주의를 뜻한다.
위 어구에서 '상당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음에도 문언은 주의의 정도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는다. 문언은 주의의 대상만을 '이를 알 수 없었음'의 한정으로 가리킬 뿐, 그 주의가 직위나 역할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힌 점, 사외이사 병이 이사회에 참석해 그 신고서에 서명한 점, 주관 증권사가 실사 보고서를 남긴 점은 각 당사자가 맡은 업무의 표면에 해당한다. 다만 문언이 주의의 정도를 지위별로 나누어 규정하지 않으므로, 병의 사외이사 지위나 증권사의 주관사 지위만으로 주의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제1항 각 호는 책임을 지는 자를 신고인, 발행인의 이사,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 증명하고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신용평가 전문가 등, 동의하고 확인한 자, 인수인 또는 주선인, 투자설명서 작성·교부자, 매출인으로 나열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나열은 책임 주체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지 각 주체별 주의의 정도를 등급으로 매기는 것은 아니다. 단서는 이들 모두에게 동일하게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의 증명을 요구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합성 사례에서 신고서에 적힌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또한 공급계약이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는 관찰은 사실관계의 기록일 뿐,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미정인 사실들은 상당한 주의의 수준을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으며, 관찰에서 곧바로 법적 평가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
결국 상당한 주의의 대상은 거짓의 기재·표시와 중요사항의 누락이라는 제1항 본문의 구성요건 사실이며, 문언은 그 대상을 '이를 알 수 없었음'의 어구로 한정한다. 주의의 정도나 수준이 문제될 때에도 문언이 정한 이 대상의 한정을 벗어나 새로 확장할 것은 없다.
4.4증명의 어구 읽기
상당한 주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밝힌 뒤에는, 그 주의를 다루는 이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 주는지가 남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 단서는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하나의 문장에 담는다. 그 가운데 앞쪽 길은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라는 어구로 표현된다. 이 어구는 면책의 성립 요건을 적는 대신, 그 요건을 누가 어떤 태도로 다루는지를 함께 적는다.
법원 판례 인용이 들어갈 자리이나, 판례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증명하거나"라는 동사이다. 법문은 주의를 기울인 사람을 그대로 면책시키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사실을 알 수 없었음을 스스로 보여 주라고 요구한다. 이 표현이 남기는 자리는 주의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 주의와 알 수 없음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문언은 이 근거가 어떤 서류여야 하는지, 어느 시점에 확보되어야 하는지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어구를 읽으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 필요는 없다. 증명의 시기나 방법을 법문이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곧 시기나 방법의 규칙이 없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인 자와 주의를 기울여야 했던 자 사이의 증명책임 분배를 이 문장에서 새로 끌어낼 것은 아니다. 문언이 정하는 것은 상당한 주의와 알 수 없음의 결합을 책임자가 증명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이 자리를 합성 사례에 비추어 보면, 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 병이 이 길에 서려면 자기의 주의와 그 결과를 무엇으로 보여 줄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다만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이 미정이므로, 지금 시점에서 병이 보여 줄 근거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미정인 사실은 미정으로 남아 있고, 그 공백이 곧 증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법문의 어구가 남긴 자리를 이처럼 한정해 읽으면, 면책 주장의 자리는 분명해진다. 그것은 상당한 주의의 정도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주의를 하였음에도 알 수 없었음을 증명의 대상으로 다루는 자리이다. 이 길의 문턱을 문언보다 높게 잡지도, 낮게 잡지도 않는 읽기가 요구된다.
4.5취득자의 인지
상당한 주의로 알 수 없었음을 둘러싼 논의를 뒤로하면, 같은 단서 안에는 별도의 면책 사유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 단서는 배상의 책임을 질 자를 대상으로 한 면책 사유에 이어,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앞 단위에서 읽은 증명의 어구가 붙지 않았다는 점이 문언의 첫 번째 특징이다.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나 표시가 있고 그로 인해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배상 책임이 성립하되, 그 사실을 취득자가 청약 시에 알았다면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이 단서가 무엇을 알았는지는 문언이 "그 사실"이라는 지시어로만 가리킨다. 앞 구절이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에 해당하므로, 지시어가 가리키는 대상도 그와 같은 사실로 한정된다. 거짓 기재라는 결과 사실과, 그 기재가 왜 거짓이 되었는지에 관한 계약의 해지 통보 같은 선행 사실 사이에 문언이 구분을 두고 있는 점을 함께 읽어야 한다.
앞 장에서 보았듯이 이 조문의 각 호는 책임 주체를 나열한다. 그중 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를 책임 주체로 들고 있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가 이 호의 이사에 해당하는지는 서명이라는 사안의 사실과 대조해 보아야 한다. 다만 "제1항 각 호의 자"로 지칭되는 자들이 모두 같은 단서의 이익을 볼 수 있는지는 문언만으로는 미정으로 남는다.
취득자가 알았는지의 문제와 함께, 주관 증권사가 남긴 실사 보고서는 그 자체로 제1항 단서의 문언에 담기지 않는다. 같은 조항 제1호부터 제7호 중 주선인은 제5호에 자리하지만, 단서는 그 자의 배상 책임을 취득자의 인지 여부와 분리해 두지 않고 하나의 구조 안에 배치한다. 결국 이 단서의 효과는 책임 주체를 가려내는 일이 아니라, 특정 사실을 취득자가 시점에 알았는지에 따라 책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합성 사례에 적용하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된다고 적힌 점은 제1항 전단의 중요사항 기재와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아직 미정이고, 이는 앞서 본 상당한 주의와는 별개의 사실문제로 남는다. 그러므로 취득자가 알았음을 전제로 한 판단은 다음 단계로 넘겨야 하며, 그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 면책의 결론을 정하지 않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태도이다.
결국 취득자의 인지는 이 단서 안에서 별도의 면책 경로를 형성한다. 다만 그 경로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는, "그 사실"이 가리키는 범위와 취득의 청약 시점이라는 문언이 정한 시각을 놓치지 않는 한도에서만 파악할 수 있다. 사안의 미정 사실이 남아 있는 한, 이 경로의 실질은 미정으로 둔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 단서. 같은 조항 제1호.
4.6두 면책의 관계
취득자의 인지 문제를 끝낸 뒤에는 두 면책 사유가 한 조문 안에서 어떤 관계로 놓여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제1항 단서는 두 가지 길을 함께 두고 있다. 즉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두 사유를 "또는"으로 이어 붙였다. 어느 한 쪽이 성립하면 배상책임이 면해지도록 두 길을 병렬로 놓은 것이다.
제125조 제1항 본문이 두는 전제는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등으로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다. 제1항은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그 책임을 질 자를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 등으로 열거한다. 단서는 이 본문의 책임을 다시 되돌리는 자리에 있다. 그래서 두 면책 길 모두 책임이 성립한 뒤에 비로소 적용된다. 책임의 성립 여부와 면책 여부는 순서를 달리하며, 한 문단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첫 번째 길은 자기의 근면을 내세우는 경로다. 제1항 단서 전반은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라고 규정한다. 이 길의 주어는 책임을 질 자이고, 그 자가 증명한다. 성립한 배상책임은 그 자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재의 허위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벗는다. 이 경로는 전적으로 당사자 자신의 사정을 둘러싼다.
두 번째 길은 취득자의 인지에 관한 것이다. 같은 단서 뒷부분은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앞 단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길의 문제는 취득자가 무엇을 알았는지의 범위다. 두 길은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다. 한쪽은 책임을 질 자의 주의를, 다른 쪽은 취득자의 인지를 겨눈다. 그러나 문언상 요건은 서로 중첩되지 않으며, 한 사유의 존재가 다른 사유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이 관계가 합성 사례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O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적힌 공급계약은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고, 사외이사 병은 그 신고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이에 따라 병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해지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지, 또 취득자들이 청약 당시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판단의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그 사실들은 그대로 미정으로 남는다.
이 장에서 두 면책의 길은 위와 같이 놓여 있다. 제125조 제1항 단서는 책임의 성립을 전제로 하면서, 책임을 질 자의 상당한 주의와 취득자의 인지 가운데 어느 한쪽이 성립하면 배상책임을 되돌리도록 마련되었다. 두 길은 문언상 분리되어 있고, 어느 길로 나아가는지는 사안이 가진 사실에 달렸다. 이 관계를 전제로 공시 서류별 규율의 틀로 눈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