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남는 물음이 무엇이고 어떤 조건에서 이 책의 논의를 다시 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경영진의 조직적 분식에서 기대되는 의심의 수준, 조서에 적히지 않은 절차의 증거, 귀책 비율과 투자자의 회복이라는 세 물음을 정리하고 각 물음에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재검토 조건만을 적는다.
14.1남는 물음의 자리
책임 구조 안의 자리에서 확인한 과징금의 자리를 접고 나면, 사례의 나머지 쟁점이 그대로 남는다. 이 장은 남은 물음을 세 가지로 꼽고, 그것이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먼저 사례에서 무엇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지를 가다듬고, 다음으로 왜 지금 그것을 확정할 수 없는지를 살핀다.
사례의 사실관계 가운데 미정인 것은 세 가지이다. R회계법인이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실사를 하고 나머지 두 곳은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하였는데, 그 두 창고에 대해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나아가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얼마인지도 미정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조서에 관하여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고 규정한다. 감사조서에는 경영진 확인서를 받았다는 뜻의 한 줄만 적혔을 뿐, 남은 두 창고에 관한 절차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확인서를 갈음으로 삼은 감사인이 그 확인을 어떻게 검증했는지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남는 물음은 기록 밖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하여 미정의 사실을 지금 채워 넣을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정리는 곧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며, 사실의 공백을 추정으로 메우면 그 자체로 평가가 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1항은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감사인이 그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음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중요한 사항을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은 책임이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의 감사인에게 있는 경우에는 해당 감사인은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고 규정한다. 이 책임이 이 사례에 걸리는지 살피려면 임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적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는지가 사실로 드러나야 한다. 귀책 비율을 정하는 일은 같은 조항이 남겨 둔 판단의 몫이므로, 미정인 사실이 채워지기 전에는 그 자리에 무엇이 들지를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남은 물음은 앞 장이 다루지 않은 것과 그 결이 다르다. 앞 장에서 정리한 것은 과징금 자리의 구조였다. 지금 남은 것은 감사인의 책임이 사례에 적용되는 데 필요한 사실의 공백이며, 이 공백은 과징금의 판단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는 사항과도 겹치지 않는다. 손해액과 귀책 비율은 책임 구조 안에서 별도로 확인되어야 할 항목이다. 사례가 지금까지 밝힌 것으로는, 창고 두 곳의 절차와 확인서의 내용, 투자자의 이용에 관한 사실이 모두 비어 있다. 그 채움은 확정된 사실이 뒤따를 때라야 가능하다.
이 장은 그래서 여기서 결론을 내지 않는다. 남는 물음의 자리를 확인하고, 그것이 미정으로 남아 있음을 밝히는 것으로 그친다. 확정 손해와 고의는 사례가 지금 말하지 않는 범위에 놓여 있으며, 이 책은 그 범위에 미리 답을 두지 않는다. 앞에서 본 책임의 구조와 과징금의 자리는 그대로 놓인 채, 사실이 채워질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14.2분식 상황의 기대되는 의심
남은 물음 가운데 둘째는 감사인이 경영진의 조직적 분식 상황에서 어느 수준까지 의심하여야 하는지이다. 감사인의 주의의무 내용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회계감사기준의 위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인용에 따르면 의심의 수준을 새로 정할 필요는 없고,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였는지가 곧 기대되는 의심의 내용을 가른다.
따라서 경영진의 분식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도 감사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별도의 의심 단계가 아니다. 회계감사기준이 정한 절차를 그 상황에 맞게 실시하였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이 판결이 회계감사기준을 주의의무 판단의 주요한 기준으로 본 취지상, 기준이 요구한 절차를 건너뛴 곳에서 의심의 결여가 논의된다.
S사의 사정에 이를 대입하면 쟁점은 좁아진다. R회계법인은 창고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실사를 하고 나머지는 S사가 준 확인서로 갈음하였으며, 감사조서에는 경영진 확인서를 받았다는 기록만 남겼다. 이 행위가 회계감사기준이 정한 절차에 부합하였는지가 곧 기대되는 의심을 충족하였는지의 문제이다. 다만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해 감사인이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와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한편 감사인의 책임이 문제될 때에는 그 책임의 요건도 따로 확인하여야 한다. 위 판결은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0조 제1항은 선의의 투자자가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그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 제17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에 따르면 의심의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기재 누락이나 거짓 기재가 있었다는 점을 청구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가공 재고 400억 원이 드러났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은 미정으로 남는다. 기대되는 의심의 수준은 회계감사기준이 정한 절차의 수행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이며, 여기에 새로운 의심의 단계나 별도의 기준을 더하여 판단할 것은 아니다.
14.3조서에 없는 절차의 증거
조서에 남긴 한 줄 밖의 절차를 무엇으로 보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감사조서의 법정 범위부터 확인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인의 문서화 의무를 이렇게 정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조서에 담길 것은 적용한 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분석결과이다. 이 사례에서 조서에 적힌 것은 경영진의 확인서를 받았다는 기록 한 줄뿐이며, 그 줄이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한 어떤 절차를 가리키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절차를 수행하고도 문서화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지 법은 분리하여 다룬다. 같은 조 제2항과 제3항은 보존과 위조 금지에 관한 것이다.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따라서 이미 조서에 없는 절차를 조서를 고쳐 넣는 것은 금지된다. 조서에 남지 않은 수행 사실은 조서 자체를 바꾸지 않는 다른 증거에 의하여 밝혀야 한다.
감사인의 주의의무 내용을 판시한 사안은 조서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에도 방향을 준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업무상 주의의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판시는 회계감사기준이 주의의무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밝힌다. 이 사례에서 나머지 두 창고에 적용된 절차가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였는지는, 수행된 절차 자체가 무엇이었는지가 먼저 특정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절차의 수행 여부를 둘러싼 입증은 조서에 한정되지 않으나, 조서의 공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자료로 밝혀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감사보고서 기재와 관련한 입증책임 소재를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라는 문장에서 확인한다. 이 사례에 비추어 보면, R회계법인이 나머지 두 창고에 어떤 절차를 수행했는지와 경영진 확인서에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그 미정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채 조서의 공백을 어떤 절차로 채워 넣는 것은 자료가 정한 바와 맞지 않는다.
결국 이 사례에서 조서에 적힌 한 줄만으로는 적용된 감사절차의 내용과 입수한 정보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조서의 범위는 법 제19조 제1항이 정한 문서화 대상에 따르며, 위조·변조 금지에 관한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조서를 바꾸어 메울 수도 없다. 나머지 두 창고의 절차와 확인서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절차가 회계감사기준을 따랐는지 여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14.4귀책 비율과 회복의 물음
조서에 없는 절차의 증거를 다룬 논의가 끝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손해를 누가 얼마만큼 회복할 것인가이다. 외부감사법 제31조는 감사인과 회사의 책임을 나란히 두면서도, 귀책 비율이 언제 어떤 자리에서 정해지는지를 분명히 밝힌다. 이 절에서는 그 틀을 원문 그대로 따라가고, 회사와 감사인 사이의 비율이 투자자의 회복에 어떤 자리를 갖는지를 살핀다. 비율은 미정으로 남아 있고, 이를 수치나 요건으로 대체하지 않는다.
우선 감사인과 회사의 이사·감사가 함께 책임을 지는 경우를 보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4항은 "감사인이 회사 또는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감사위원회가 설치된 경우에는 감사위원회의 위원을 말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도 그 책임이 있으면 그 감사인과 해당 회사의 이사 및 감사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바로 이어 단서에서 "다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가 고의가 없는 경우에 그 자는 법원이 귀책사유에 따라 정하는 책임비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S사와 R회계법인 사이의 귀책 비율은 법원이 정할 몫으로 남아 있다.
나아가 배상능력의 결손이 있을 때도 비율은 그대로 머문다. 같은 법 제31조제6항은 "제4항 단서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 중 배상능력이 없는 자가 있어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정해진 각자 책임비율의 100분의 5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손해액을 추가로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정한다. 이는 비율이 이미 정해졌다는 전제에서 추가 부담을 더하는 규칙일 뿐이다. 두 창고에 대한 절차와 확인서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지금, 추가 부담의 여부도 함께 열려 있다.
투자자의 회복은 자본시장법 제170조의 준용 속에서 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제1항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2항부터 제9항까지의 규정은 선의의 투자자가 사업보고서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외국회계감사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그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가 미정인 만큼, 이 준용의 문턱에 이르렀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손해액의 산정은 같은 법 제170조제2항에 맡겨진다. 그 항은 "제1항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그 증권(그 증권과 관련된 증권예탁증권,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취득 또는 처분함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 또는 받은 금액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처분의 경우에는 제1호에 한한다)과의 차액으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1.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변론이 종결될 때의 그 증권의 시장가격(시장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처분가격을 말한다)", "2. 제1호의 변론종결 전에 그 증권을 처분한 경우에는 그 처분가격"을 이어서 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가공 재고 400억 원의 드러남이 손해액으로 이어지는 길은 이 추정의 틀을 따른다.
끝으로 인과관계의 층위를 함께 둔다. 같은 법 제170조제3항은 "제2항에 불구하고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귀책 비율이 정해지는 자리와 회복의 범위가 정해지는 자리는 서로 다른 층위에 놓인다. 미정인 사실들이 남아 있는 지금, 두 자리 모두에서 최종 숫자는 열려 있다.
14.5논의를 다시 여는 조건
귀책 비율의 자리를 정리한 뒤에도 세 물음은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남는다. 판단이 달라지는 조건만을 가려두는 것으로 이 책을 마감한다.
우선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회계감사기준을 기준으로 살피는데, 대법원은 감사업무 수행 시의 의무와 그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구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2]). 재고자산 실사를 한 창고에 대한 절차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이 사건에서 다투어질 첫 자리이며, 감사조서에 경영진 확인서 수령이라는 한 줄만 남은 사정이 수행된 절차를 얼마나 담아내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다음으로 제3자 책임의 성립 요건과 그 입증 책임의 소재를 둘러싼 물음이 남는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성립하기 위한 전제와 입증의 분담을 아래와 같이 확인하였다.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3. 5. 28. 법률 제118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0조 제1항은 선의의 투자자가 사업보고서 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그 회계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3. 12. 30. 법률 제12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 제17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함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감사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3]). 그 주의의무의 내용과 입증 책임의 소재는 현재의 조문 체계 아래에서도 제31조와 자본시장법 제170조의 구조에 그대로 비추어 볼 자리이다. 외부감사법 제31조 제2항은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적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적음으로써 이를 믿고 이용한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그 감사인은 제3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 나머지 두 창고에 대한 절차와 확인서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가 미정인 채로, 이 요건에 해당하는 기재 누락이나 거짓 기재가 있었는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나아가 책임을 부담하는 자의 범위와 손해액의 산정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1조제2항부터 제9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되, 그 적용 대상을 "선의의 투자자가 사업보고서등에 첨부된 회계감사인(외국회계감사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감사보고서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로 한정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동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청구권자가 그 증권(그 증권과 관련된 증권예탁증권,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취득 또는 처분함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한 금액 또는 받은 금액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처분의 경우에는 제1호에 한한다)과의 차액으로 추정한다"고 하고, 제3항은 "제2항에 불구하고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질 자는 청구권자가 입은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이 사건에서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어떻게 이용했는지와 회사와 감사인의 귀책 비율이 미정이므로, 손해액과 책임의 분담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결국 남는 물음은 각각의 미정 사항이 채워질 때에만 다시 열린다. 회계감사기준에 비춘 절차의 충분함이 새로 확인되거나, 나머지 두 창고의 감사조서와 확인서가 확보되거나, 이용 관계와 귀책 비율에 관한 자료가 더해질 때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의 평가를 미리 적어두어서는 아니되며, 채워지지 않은 근거는 빈 자리 그대로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