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다를 때 판례가 무엇을 기준으로 어느 쪽을 취하는지 묻고, 전원합의체 판결이 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방식을 갈라 읽는다. 다수의견이 세운 신빙성 기준과 반대의견이 제시한 반론의 틀을 각각 정리한다. 두 의견이 갈린 지점을 찾아 이 판결이 남긴 판단의 자리를 살핀다.
8.1두 진술의 대립 구도
자백의 신빙성 판단 기준을 정리한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한 사람이 서로 갈리는 두 진술을 내놓을 때 어떤 물음이 생기는지를 살필 차례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판결에서 검찰 진술과 법정 진술이 충돌하는 사안을 다루었다.
그 판결의 대상이 된 사실관계는 이러하다.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 을에게서 3차례에 걸쳐 약 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고, "을이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는 자금을 조성하여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 법정에서는 이를 번복하여 자금 조성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사실을 부인하고 자금의 사용처를 달리 진술한 사안"이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하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수사 단계와 법정에서 갈라진 것이다.
이 대립 구도를 읽으면서 먼저 손에 쥐어야 할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가 정하는 바를 이렇게 밝혔다.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므로 법관이 어느 쪽 진술을 증거로 삼을지는 원칙상 법관의 판단에 맡겨진다. 다만 그 판단이 자유롭다는 뜻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다수의견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자유심증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 안에서 작동한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 대립을 두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서로 다른 출발점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반대의견은 수사기관 진술을 담은 진술조서의 신빙성을 다루면서 조건을 하나 제시한다. "피고인 아닌 사람을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이를 조서로 작성하는 일련의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과 기본적 인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절차의 존재 의의와 목적에 비추어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수사 과정에 허위가 들어올 자리가 보일 때는 보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의견은 법정 진술 쪽에도 시선을 둔다.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때는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객관적 자료와 뚜렷한 사유, 이 두 요소가 반대의견의 판단 축을 이룬다.
임이 수사기관에서 현금 5천만 원을 사무실에서 건넸다고 진술하였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꾼 합성 사례를 이 틀에 놓고 보면, 어떤 물음이 열리는지가 분명해진다. 임의 계좌에 5천만 원 인출 기록이 남아 있고 사무실 출입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며,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과 수사기관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의 유무,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모두 미정이다. 앞서 본 대립 구도는 이 관찰된 사실들 위에서 신빙성·증거능력·증명력의 결론을 곧바로 정해주지 않는다. 어느 쪽 진술을 취할지, 그리고 그 취함이 어떤 근거 위에 서야 하는지는 다음으로 밝혀야 할 문제로 남는다.
8.2전원합의체가 놓은 판단의 축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이 서로 어긋날 때 어느 쪽을 취할지에 관한 의문은,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룬 쟁점에 바로 이어진다. 판례는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의 대립을 전제로 하되, 그 어느 쪽을 먼저 정답으로 삼지 않고 판단의 자리를 표시한다.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판시사항은 [1]이다. 다수의견은 우선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를 인용의 출처로 삼아 자유심증주의의 뜻을 밝히는데, 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인용은 증거의 선택과 가치 평가가 법관의 몫이며, 그 자유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을 함께 읽게 한다.
같은 쟁점에 반대의견은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다루는 별도의 축을 제시한다. 판례가 적은 반대의견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사람을 상대로 증거를 수집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 아닌 사람을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이를 조서로 작성하는 일련의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과 기본적 인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절차의 존재 의의와 목적에 비추어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은 증거능력의 부정에 미치지 못한 수사 과정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정형을 벗어나 허위가 들어갈 여지가 있다면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높일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이 갈릴 때 어느 쪽에 힘을 둘지에 관하여 반대의견은 같은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리고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 이 인용은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을 원칙으로 세우되, 그 원칙이 움직이려면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한 뚜렷한 사유라는 조건이 함께 놓인다는 점을 보여 준다.
판시사항 [2]는 두 진술의 대립이 실제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자리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이 [2]에서 밝힌 판단의 틀은 다음과 같다.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이 인용이 놓은 자리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사실 하나로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의 반대의견이 법정 진술에 무게를 두는 원칙을 세웠다면, 이 문장은 그 원칙이 유일한 답이 되지 않도록 판단의 축을 함께 놓는다. 이는 임의 사례에서 현금 인출 기록과 출입 기록의 부재 같은 관찰된 사정을 어떤 평가로 옮길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뜻한다.
8.3다수의견이 세운 신빙성 기준
판단의 축을 어디에 놓을지 가른 뒤에는, 다수의견이 그 축을 어떤 순서로 작동시키는지가 남는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자유심증의 의미에서 출발하여 법정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의 관계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신빙성을 보강할 요소를 열거한다. 그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 보자.
먼저 다수의견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인용은 증거의 채택과 평가가 원칙적으로 법관의 몫이며, 그 자유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넘을 때만 제약을 받는다는 뜻이다. 채택을 부정하거나 배척을 강요하는 추상적 잣대는 이 기준에 담겨 있지 않다.
다수의견은 이어서 두 진술이 갈릴 때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말한다.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상 검찰진술보다 법정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을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 을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성 자금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고"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번복 그 자체로 수사기관 진술을 지워버릴 수는 없다는 취지이며, 무게의 방향은 번복의 사실만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이 판결에서 을은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바꾸었는데, 그 바꿈이 곧 무효를 뜻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다수의견은 신빙성을 판단할 때 무엇을 함께 볼지 열거한다.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는 문장이 그것이다. 이 목록은 서로 다른 차원의 항목을 한 자리에 놓는다. 진술의 내용 자체, 진술자의 이해관계, 진술을 뒷받침하거나 배치하는 외부 사정이 함께 본다는 뜻이다. 문장은 "두루 살펴 판단할 때"로 맺으므로, 어느 한 항목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이 기준을 합성 사례에 비추면, 임의 계좌에 남은 5천만 원 인출 기록은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 쪽의 항목에 놓이는 자료이고, 선처 기대를 밝힌 법정 진술은 "이해관계 유무" 쪽에 놓이는 사정이다. 다만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 수사기관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의 유무, 출입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는 미정이다. 미정의 사정이 남아 있는 한, 여기 적힌 관찰된 사실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이 곧 정해지지는 않는다.
8.4반대의견이 제시한 반론의 틀
다수의견이 신빙성을 가른 순서를 정리한 데 이어, 반대의견은 그 기준의 출발점부터 다른 자리에 둔다. 반대의견이 문제로 삼는 것은 진술의 내용을 평가하기에 앞서 그 진술을 끌어낸 증거수집과정의 양상이다. 반대의견이 수사기관 진술에 요구한 조건과 법정진술에 부여한 원칙적 무게를 그 자체의 틀로 읽어 보기로 한다.
먼저 반대의견은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을 얻는 방식에 조건을 건다. 그 조건을 판시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사람을 상대로 증거를 수집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 아닌 사람을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이를 조서로 작성하는 일련의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과 기본적 인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절차의 존재 의의와 목적에 비추어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인용에서 보면, 반대의견은 증거능력의 부정에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수사의 정형을 벗어난 수집과정 자체를 별도의 판단 요소로 세운다. 합성 사례에서 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은 미정이므로, 이 요건이 성립하는지는 이 사례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반대의견은 법정에서의 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이 갈릴 때의 우선순위를 원칙으로 정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반대의견이 법정진술에 두는 무게는 선서와 교호신문, 그리고 위증죄의 부담이라는 법정의 형식에서 나온다. 합성 사례에서 임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었다는 사실만으로 곧 수사기관 진술이 채택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반대의견은 추상적 판단에 그쳐서는 안 되며 보강 여부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은 "이때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고 덧붙였다. 법정진술을 배척하려면 진술이 달라진 데 대한 뚜렷한 사유가 드러나야 한다는 뜻이며, 그 사유가 없으면 법정진술에 원칙적으로 무게가 실린다. 합성 사례에서 임은 조사 때 선처를 기대하고 말하였다고 진술을 바꾸었는데, 이 사유가 뚜렷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조사의 구체적 상황이 미정인 상태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한편 반대의견은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요구한다. 합성 사례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계좌에 남은 5천만 원 인출 기록은 관찰된 사실이지만, 그 기록이 임의 진술을 보강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의 틀 안에서 별도로 살펴야 할 부분이며, 자료는 그 판단을 확정하지 않는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반대의견은 증거수집과정의 정형 여부, 법정진술에 대한 원칙적 무게, 그리고 보강 자료의 요구라는 세 갈래로 자신의 반론을 세운다. 이 세 갈래는 다수의견이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판단에 맡긴 뒤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틀과 나란히 서지 않는다. 이 관찰된 사실들만으로는 진술의 신빙성, 증거능력 또는 증명력 같은 법적 평가가 곧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8.5두 의견이 갈린 지점
반대의견이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제한하는 별도의 요건을 제시한 데 대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무엇을 기준으로 갈렸는지 그 대립점을 확인할 차례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부터 밝히고 있다.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본다. 이에 따라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즉 다수의견은 개별 증거의 신빙성을 따지는 과정 자체를 법관의 증명력 판단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그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유심증의 범위 안에 있다고 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같은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사람을 상대로 증거를 수집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 아닌 사람을 소환하여 진술을 듣고 이를 조서로 작성하는 일련의 증거수집과정이 수사의 정형적 형태를 벗어남으로써 실체적 진실 규명과 기본적 인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형사사법절차의 존재 의의와 목적에 비추어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은 추상적 심증만으로 인정할 수 없고, 증거수집과정의 특수성이 허위 개입의 여지를 남기는 경우에 객관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갈리는 두 번째 지점은 법정에서 진술이 달라진 경우의 처리이다. 반대의견은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아울러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본다. 법정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이 충돌할 때 반대의견은 법정진술에 원칙적인 우위를 두고, 그 우위를 뒤집으려면 객관적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와 달리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상 검찰진술보다 법정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을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 을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성 자금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고,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자금 사용처에 관한 을의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므로」(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설시하였다. 결국 두 의견은 법정진술과 수사기관 진술 사이의 원칙적 우선관계에 대한 이해에서 갈린다. 반대의견은 법정진술의 원칙적 우위를 전제로 그 우위를 넘어서려는 쪽에 객관적 뒷받침을 부과하는 데 비하여, 다수의견은 번복 자체를 신빙성 부정의 사유로 삼지 않고 진술의 내용과 주변 정황을 함께 살펴 판단하는 자리를 남긴다.
8.6이 판결이 남긴 판단의 자리
그렇다면 두 의견이 갈린 자리에서 남는 물음은, 바뀐 두 진술 중 어느 쪽을 사실 인정의 토대로 삼을 것인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는 자리에서 이 판결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를 살펴보면, 앞서 대조한 두 관점이 어떻게 운용되는지가 드러난다.
먼저 다수의견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밝히면서 판단의 출발점을 놓았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에 따라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였다. 이 전제는 법관이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자유심증의 영역에 두며, 다만 그 행사에 한계가 있음을 함께 밝힌다. 다수의견은 그 한계를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표현하였다. 곧 판단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보다, 그 기울임에 합리적인 근거가 서 있는지가 물음이 된다.
한편 반대의견은 수사기관 진술의 증거수집 과정에 주목하여 보강의 필요를 제시하였다. 같은 판결의 반대의견은, 그 과정에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에는,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공판중심주의와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수사기관 진술을 법정진술에 우선하여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 관점에서 진술이 달라진 까닭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 된다.
다수의견은 다만 이 원칙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위 판결의 다수의견은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로 법정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정진술을 믿을 수 없는 사정 아래에서는 "을이 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성 자금을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하였다는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나아가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것을 밝혔다. 이 대목에서 법정진술의 우위라는 출발점과, 개별 사안에서의 보강 여부라는 점검 항목이 함께 놓인다.
이 판결이 남기는 자리는 요컨대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진술이 어긋날 때, 어느 진술에 무게를 둘지는 단정할 수 없고, 법정진술을 믿을 만한지, 법정진술의 변경에 뚜렷한 사유가 있는지, 다른 객관적 증거나 정황이 진술을 보강하는지가 차례로 검토된다. 임의 경우 역시 수사기관 진술을 법정에서 바꾸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이 곧 정해지지 않으며, 조사의 구체적 상황과 보강 자료의 유무가 판단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그 사정들이 모두 미정으로 남아 있는 이상, 이 판결의 기준만으로 유죄와 무죄가 미리 가려지지는 않는다. 이 사건과 같은 두 진술의 대립을 넘어서면, 공여자의 말 외에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그 말을 믿을 수 있는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