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일반 기준의 진술과 그 사건의 적용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 어떤 규칙으로 나누어 적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2020도3050에서 법리 설시의 진술부와 사안 적용의 포섭부가 한 문장에 함께 놓인 자리를 찾아, 나눔 규칙의 후보를 관찰한 대로 나열한다. 어느 규칙을 채택할지와 그 규칙이 다른 판결에 적용되는지는 남겨 둔다.
12.1한 문장 안의 두 겹
근거 구절의 연결을 다음 검수 단대로 넘겨 둔 결과, 남은 쟁점은 하나의 문장이 일반 기준과 그 사건의 적용을 함께 담을 때 그 자리를 어떻게 적을지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무관정보를 취급한 수사기관의 태도를 여러 겹으로 나누어 다룬다. 그 가운데 일반 기준의 진술과 이 사건의 적용이 한 문장에 함께 놓인 자리를 원문 그대로 옮겨 두는 일이 이 자리의 몫이다.
일반적으로는 위법한 것으로 보되 그 사건의 전제를 함께 밝힌 문장이 먼저 눈에 띈다. 판결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예외적 허용 범위를 전제로 하며, "그러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앞 문단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이 문장은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는 전제를 그대로 둔 채 허용되는 범위를 한정한다.
절차 위반의 효과를 일반 원칙과 그 사건의 보관 사실에 함께 얹은 문장도 있다. 판결은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한다. 앞부분은 보관을 전제로 위법의 근거를 밝히고, 뒷부분은 사후의 영장 발부나 증거 사용 동의라는 사정이 들어와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두 내용이 한 문장에 놓여 있으나, 앞뒤가 각각 다른 사건 사실에 물려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예외의 요건과 그 결과를 함께 적되, 앞부분이 예외의 성립 조건을 세우고 뒷부분이 그 사건에서의 허용을 이어 붙인다.
한 문장 안에 두 겹이 겹친 자리를 옮겨 두는 일은 판결문의 문장 경계를 지키는 선에서 그친다. 어느 겹을 채움의 어느 칸에 넣을지는 문장마다 따로 가르는 규칙이 정한 뒤에야 정해진다. 이 견줌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라, 글로 된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은 작업의 표시에 그친다.
12.2법리 설시의 진술부
한 문장에 놓인 두 겹 가운데 앞쪽 절이 어떤 어조로 벌어져 있는지 살핀 뒤, 이번에는 그 절 자체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는지 살필 차례가 된다. 앞 절의 문장에 함께 실린 일반 기준이 원문에 드러난 범위에서만 어떤 낱말과 자세로 놓여 있는지, 판결문이 쓴 표현에만 의거하여 적어 보기로 한다.
일반 기준을 한 문장 안에서 먼저 꺼내는 자리의 모습을 보기 위하여, 2020도3050 판결요지 [2]의 문장 가운데 절차 위반 증거의 배제 원칙을 적은 자리를 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는 형사소송법의 조문을 먼저 밝힌 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이 문장에는 적용할 요건이 될 만한 사실이 더해지지 않았고, 문장의 주어가 될 만한 당사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앞의 두 겹을 살핀 자리는 문장 끝에 사건의 판단이 따라붙었으나, 여기서 진술부는 혼자서 끝까지 마무리된다. 같은 판결요지 [2]에서 그 뒤를 받는 문장도 같은 자세를 지닌다.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에 관한 원칙을 한 번 더 적으며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적고 있다. 행위의 주체로 수사기관이 놓이기는 하였으나, 그 수사기관이 이 사건에서 누구인지, 어떤 행위를 하였는지는 이 문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문장은 앞 문장이 세운 원칙의 대상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에서 그 증거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까지 넓히는 데 그친다.
원칙을 적은 문장과 조건이 붙은 문장이 함께 놓인 자리도 있다. 같은 판결요지 [2]는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다만'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은 앞 문장이 세운 원칙에 예외가 있음을 알리는 한편, 예외가 성립할 조건을 함께 적고 있다. 문장의 앞부분에 조건이 길게 놓이고 '…라면'으로 그 조건이 닫힌 뒤에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라온다. 예외의 조건은 진술부와 한 문장에 함께 들어 있으나, 그 사건에서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졌는지에 대한 말은 이 문장에 없었다.
조건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진술부가 사건의 요건을 새로 세우지 않는 모습이 더 또렷해진다. 위 문장의 조건 안에는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와 같은 판단의 기준이 놓이고,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과 같은 평가의 기준이 함께 놓인다. 이 가운데 앞의 것이 사건의 사실을 대조할 자리와 가깝고 뒤의 것이 법이 세운 취지에 닿는다. 그러나 문장은 그 둘을 나누어 적지 않고 하나의 조건 안에 함께 담았다. 한 문단을 쟁점, 인정된 사실, 판단의 세 칸으로 나누어 적는 작업에서, 이와 같은 조건은 칸을 가르는 규칙 초안의 시험대가 된다. 문장에 드러난 순서만 놓고 보면 '다만'으로 열린 조건이 먼저 놓이고 '…라면'으로 조건이 닫힌 뒤에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뒤따른다. 문장에 적힌 자세를 이처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조건을 두 칸으로 가르는 기준을 새로 정하는 일은 뒤의 문제로 남긴다.
같은 판결요지 [2]의 마지막 문장에는 판단에 살펴야 할 사정을 나열하는 진술부가 놓여 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는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문장의 주어 자리에는 법원이 놓이고, 판단의 대상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로 밝혀진다. 사정은 '먼저'로 열린 뒤 '나아가'로 한 차례 더 넓어지고, 그러한 사정을 살피는 자세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와 '전체적·종합적으로'라는 말로 함께 감싸진다. 이 문장에는 그 사정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 사건에서 갖추어졌다는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진술부가 사정의 목록과 살피는 자세를 함께 적고 있을 뿐, 사건에 대조한 결론은 놓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진술부가 섞인 문장의 다른 부분과는, 앞의 두 겹에서 찾아 적은 원심의 판단과 상고심의 판단이 함께 놓인 자리와도 겉모습이 다르다. 그 자리는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와 같이 원심이 한 판단이 먼저 적히고 상고심이 이어지는 순서를 밟았지만, 여기서는 문장의 앞뒤에 각각 다른 사람의 말이 놓이지 않는다. 문장 안에는 일반 기준의 진술만 놓이고, 그 기준을 이 사건에 맞추는 대목은 다음에 적히는 포섭부의 몫으로 남는다. 이렇게 문장 안에 드러난 모습만으로 진술부의 자리를 적어 두면, 같은 문장에 섞인 나머지 절을 나누어 적는 일은 그 이음매에서 이어가면 된다.
12.3사안 적용의 포섭부
법리 설시의 진술부에서 이어지는 문장은 그 사건의 사실에 대한 적용으로 향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에는 일반 기준을 진술한 뒤 그 사안에 적용하는 부분이 한 문장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 쟁점과 인정된 사실, 판단의 세 칸을 나누어 적는 작업에서 포섭부가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살피기 위하여, 먼저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뒤 무관정보를 남겨 둔 경우를 다룬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하였다. 이 문장은 보관하고 있다는 그 사건의 정황을 전제로 삼은 뒤 그 정황이 법 기준에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함께 서술하고 있다.
같은 판결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복제본을 열람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진술한 다음, 이어서 "따라서 복제본은 더 이상 수사기관의 탐색, 복제 또는 출력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수사기관은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출력하거나 복제한 유관정보의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앞 문장에서 '다르지 않다'로 이어진 평가가 뒷문장에서 '따라서'로 이어지는 그 사건에 대한 결론으로 옮아간다. 이 옮아감의 자리는 포섭부와 판단부가 맞닿는 경계이기도 하다.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경우에 대한 진술도 같은 짜임을 보인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사후에 발부받아 집행하였다고 하더라도'로 사실관계가 놓이고, '이는 …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로 그 사실에 대한 평가가 뒤따른다. 문장의 앞뒤가 사실과 판단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증거능력과 관련된 사정을 나열한 부분은 사실과 평가의 성질이 섞인 채로 이어진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진술은 판단이 고려해야 할 사정을 가리키지만, 그 사정의 한 가지인 '구체적인 위반 경위'는 이미 그 사건의 사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혼합된 문장 안에서 사실의 진술이 어디까지이고 그에 대한 적용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자동으로 가르는 기준은 원문에 적혀 있지 않다. 여기에서 관찰한 것은 문장의 구성이 일반 기준에서 그 사건의 정황으로, 다시 평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며, 그 자리를 밝히는 일은 표시를 남기는 작업에 속한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스스로 채워 넣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포섭부를 세 칸 중 어디에 적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2.4나눔 규칙의 후보들
앞에서 사안 적용이 한 문장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핀 데서 이어가, 이제 그 문장을 자르는 자리에 붙일 수 있는 규칙 후보를 모아 둔다. 어느 하나를 정해진 것으로 못 박지 않고, 이 판결문에서 실제로 관찰한 결을 따라 후보들을 나란히 놓아 둔다.
첫 후보는 서술어의 종류로 가르는 방식이다. 즉, '~라고 판단하였다', '~라고 보았다' 같은 판단의 표지를 포섭부의 시작으로 삼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다루면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라고 선을 긋는다. 이 인용에서 '증거로 할 수 없다'가 법령이 정한 진술부의 끝이고, 그 뒤에 이어지는 조건문이 포섭부의 모양을 띠게 된다. 이 규칙은 표지가 분명한 문장에서는 자르는 자리를 쉽게 찾게 하지만, 표지가 생략된 문장에서는 기준을 잃는다.
둘째 후보는 접속사와 조건 구문을 경계로 삼는 방식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같은 쟁점의 예외를 두면서,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이어진다. '다만'이 예외로 들어가는 자리를,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가 그 사안에 대고 묻는 자리를 가리킨다. 이 규칙은 조건이 붙는 자리를 드러내는 데는 알맞으나, 접속사가 없는 문장에서는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셋째 후보는 누가 말했는지에 따라 문장을 나누는 방식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시사항을 보면,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 무관정보 부분에 대한 압수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및 (…) 위법성이 치유되는지 여부(소극)"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여부'를 묻는 자리는 이 사안에 묻는 자리이고, 괄호 안의 '적극', '소극'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이 규칙은 물음과 대답을 가르는 데는 든든하지만, 문장 안에서 원심과 상고심의 말이 겹칠 때에는 그대로 쓰기 어렵다.
넷째 후보는 법리 설시와 포섭을 층으로 나누어 읽는 방식이다. 같은 판결의 판시사항은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 예외적인 경우"(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라고 되어 있다. '원칙적 소극'이라는 대답은 이 사건의 사실을 넘는 법리의 자리이고, '예외적인 경우'는 그 법리가 열어 놓은 자리이다. 이 규칙은 문장을 법리와 적용의 층으로 나누는 데에는 쓸모가 있지만, 한 문장 안에서 두 층이 함께 나올 때 어디에 선을 그을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 네 후보는 서로 다른 자리를 드러내며,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대신하지 못한다. 이 판결문에서 관찰한 바로는 문장마다 쓰이는 표지가 달라서, 하나의 규칙으로 자른 자리를 옮겨 적을 수 있는지도 미정이다. 그리고 앞에서 본 것처럼 글로 된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는 작업의 표시를 남기는 것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적는 일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12.5남겨 둔 물음
여섯 갈래의 규칙 후보를 나란히 둔 채로 멈춘 데서, 이 장은 어느 후보를 택할지에 관한 물음을 남겨 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는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대목을 여러 벌 남기는데, 같은 문장을 어느 기준으로 둘로 가르느냐에 따라 채워지는 칸의 모양이 달라진다. 팀이 작성한 규칙 초안은 셈의 결과를 확정하는 척도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따로 나눈 뒤 견주어 보기 위한 표시에 그친다.
가령 이 판결의 판결요지에서는 “수사기관은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출력하거나 복제한 유관정보의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문장이 뒤에 놓이고, 같은 판결요지의 앞쪽에서는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는 문장이 앞에 놓인다. 이 두 문장은 한쪽에서 열람의 허용 범위를 긋고 다른 쪽에서 열람의 위법성을 가리키는데, 앞의 문장에 후자의 사실 인정과 법리 설시가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이런 문장을 사실의 칸에 두느냐 판단의 칸에 두느냐는 규칙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절차 위반 증거에 관한 대목도 같은 성격을 보인다. 판결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적고, 곧 이어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놓는다. 원칙과 예외가 한 벌로 이어지는 이 문단에서, 원칙의 진술을 법리 설시의 칸에 둘지 예외의 조건을 사실의 칸에 함께 둘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2차적 증거의 판단 기준을 적은 대목에서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이 요구되고, 나아가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이 뒤따른다. 심사 대상과 심사 방법이 한 문단에 나란히 놓여, 어느 대목을 쟁점의 표시로 삼고 어느 대목을 판단의 표시로 삼을지에 대한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난점을 안고 있는 문장들은 1만 건의 판결문마다 다시 나타날 터이고, 지금 적어 둔 규칙 초안은 이 판결에서 관찰한 모양에만 붙인 표시에 머문다. 어느 후보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채워지는 칸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사실만이 여기서 확인되며, 그 규칙을 다른 판결에도 그대로 쓸 수 있는지, 나눔의 결과를 가려내는 기준을 어떤 잣대로 삼을지는 이 장의 밖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