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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생애: 취득·보존·무결성·제출의 검증 · II-02 · 제11장 · 초판

동일성·진정성·신빙성·증거능력은 어떻게 갈라 보는가

자료에 붙은 네 가지 판단을 어떻게 갈라 보고, 취득 하자와 보존 하자는 어떻게 다르게 다루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3 · 판결 2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1.1진정의 추정이 붙는 자리
  3. 11.2신빙성과 증거능력의 갈림길
  4. 11.3출력물과 원자료의 동일성
  5. 11.4취득 하자와 이후 처리
  6. 11.5제출 공백이 남기는 자리
  7. 다룬 법령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자료에 붙는 동일성·진정성·신빙성·증거능리의 네 판단을 어떻게 갈라 볼지를 묻고, 취득 하자와 보존 하자의 다른 영향을 살핀다. 진정의 추정이 붙는 자리와 신빙성·증거능력의 갈림길, 출력물과 원자료의 동일성, 취득 하자와 이후 처리, 제출 공백이 남기는 자리를 차례로 다루며, 각 판단의 요건 확정과 판정은 내리지 않는다.

11.1진정의 추정이 붙는 자리

무결성과 동일성의 물음을 끝낸 자리에서 이어지는 질문은 그 자료가 위조되지 않았는가이다. 사례에서 상대방은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를 냈는데, 여기에는 두 갈래의 물음이 겹쳐 있다. 한쪽은 스캔 PDF가 원본 종이 문서와 같은 문서인지, 다른 쪽은 그 문서가 위조되지 않은 것인지이다. 민사소송법은 문서의 종류에 따라 진정의 추정을 두는 자리를 정하고 있다.

공문서의 진정 추정은 문서의 방식과 취지에 매인다. 민사소송법 제356조 제1항은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이를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추정은 공무원의 직무상 작성이라는 겉보기에 걸리며, 어떤 문서를 내밀었는지에 관한 확인과는 별개로 선다. 사례의 변경합의서와 자금 기록 표가 이 추정에 걸리는 문서인지는 미정이다.

추정이 의심스러울 때 법원의 조회 수단도 함께 둔다. 같은 조 제2항은 "공문서가 진정한지 의심스러운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해당 공공기관에 조회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조항이 사례에 이어지는 지점은 의심이 생겼을 때의 절차라는 점이다. 사례에서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은 미정이므로, 의심의 유무도 정해진 바 없다.

외국 공공기관이 만든 문서에는 같은 추정을 그대로 쓴다. 같은 조 제3항은 "외국의 공공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문서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둔다. 이는 작성 장소가 국내인지에 따라 진정의 추정을 갈라 세우지 않음을 뜻한다. 사례에 외국 공공기관의 문서가 들어온 바는 없으므로, 이 단서가 적용되는 자리는 아직 없다.

사문서는 추정 없이 출발한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진정이라는 결론이 먼저 주어지지 않고, 이를 입증하는 짐이 문서를 내미는 쪽에 남는다. 사례의 변경합의서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문서로 보이므로, 이 진정의 증명 짐이 어떻게 나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서명·날인·무인은 사문서에 추정을 얹어 준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두고 있다. 서명·날인·무인이라는 표식이 보이는 자리에서 추정이 서며, 표식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사례에서 미정이다.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인 상태에서, 이 추정이 사례의 스캔 PDF에 붙을 수 있는지 역시 미정이다.

이 조항들에 비추어 사례를 보면, 동일성의 물음과 진정성의 물음이 겹쳐 보이되 서로 다른 자리를 가진다. 스캔 PDF가 원본 종이 문서와 같은 것인지 묻는 물음은 민사소송법 제356조부터 제358조까지가 답하는 범위 밖에 있다. 이 조항들은 공문서와 사문서의 진정을 어디에서 추정하고 어디에서 증명하게 하는지를 정할 뿐, 어떤 사본이 원본과 같은지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례의 두 제출물에 대해 이 조항들만으로 진정성 판단의 요건을 확정하거나 그 자료를 쓸 수 있는지 판정할 수 없으며, 미정의 자리는 미정으로 남는다.

11.2신빙성과 증거능력의 갈림길

동일성과 진정성을 갈라 본 뒤에는 진술 내용의 신빙성과 그 자료를 법정에 올릴 수 있는 증거능력이 각기 무엇을 묻는지가 남는다. 진술서등의 조문은 이 두 물음을 나란히 놓고 어떤 요건이 충족되어야 그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는지를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작성자 또는 진술자가 남긴 자필·서명·날인을 갖춘 진술서에 대하여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단서를 둔다. 이 단서는 진정성의 증명에 더하여 그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요건을 별도로 요구함을 뜻한다.

제출된 변경합의서가 스캔 PDF일 때 이 규정이 다루는 자리가 문제된다. 같은 조 제1항 본문은 그 대상에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함께 놓는다. 그러나 위 변경합의서의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은 미정이므로, 위 문건이 위 규정이 정한 자필·서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할 수 없다. 제1항 제2항이 짚는 진정성의 증명도 마찬가지로 남는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고 단서를 붙인다. 이 단서는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구하므로, 작성자가 누구인지가 미정인 위 문건에 대하여 이 요건의 충족 여부는 열려 있다.

신빙성과 증거능력이 다른 물음을 담당한다는 점은 공개금지사유 없는 공개금지결정 아래 이루어진 증인신문을 다룬 판결에서 분명해진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판시사항 [1]에서 "공개금지사유가 없음에도 공개금지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 증인신문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증언의 증거능력 유무(소극) 및 공개금지결정의 선고가 없는 등으로 공개금지결정의 사유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를 다룬다. 그에 따르면 "공개금지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심리에 관한 공개를 금지하기로 결정하였다면 그러한 공개금지결정은 피고인의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그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증인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고,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공개금지결정의 선고가 없는 등으로 공개금지결정의 사유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판시는 절차가 침해된 자리에서 증언 자체가 증거능력을 잃는다고 선을 긋는다. 증언의 신빙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 증언을 놓아둘 자리가 없는지를 먼저 묻는 셈이다.

이를 이 사례에 비추면,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 표의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 그리고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은 미정으로 남는다. 제출된 자료가 쓰일 수 있는지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도 미정이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신빙성과 증거능력은 각기 다른 요건을 담당하므로,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먼저 정해져야 다른 하나가 기울 수 있는 자리는 이 자료만으로는 밝혀지지 않는다.

11.3출력물과 원자료의 동일성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능력이 서로 다른 물음을 담당함을 살펴보았지만, 출력물이 원자료와 같은 것인지는 그 앞에 놓인 별개의 질문이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변경합의서 사본 한 건과 자금 기록 표를 제출하였고, 그 변경합의서는 스캔 PDF이며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에서 뽑아낸 표 형태의 출력물이다. 제출물이 법정에 놓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출력물이 원자료와 같은 것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확인된 것은 아니므로, 동일성을 무엇으로 담보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전자적 형태가 효력을 잃지 않음을 둔 조문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는 "①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문서의 효력을 부인하지 말라는 것이며, 출력물이 원자료와 같은 것인지에 관한 판단을 대신하지 아니한다.

그 판단의 기준을 놓은 판례는,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에 관하여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이 기준은 출력물의 제출만으로 동일성이 확인된다고 보지 아니하고, 원본이 특정 시점부터 특정 시점까지 변하지 않았음을 담보하라고 요구한다.

나아가 동일성의 확인 경로가 한 번 더 거쳐지는 경우까지 이 판례는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사본이 한 번 더 만들어지는 장면마다, 그 사본을 만드는 데 쓰인 기계와 프로그램과 조작자의 정확성이 함께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을 제출된 스캔 PDF에 대어 보면,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제출된 변경합의서 사본이 원본 종이 문서와 같은 것인지 확인할 경로가 채워지지 아니한 채로 두어진 것이다. 이 점은 출력물과 원자료의 동일성 문제이며, 앞서 살핀 신빙성·증거능력의 문제와는 다른 자리에 놓인다.

마찬가지로 자금 기록 표에 대어 보면, 회계 파일이라는 원자료에서 어떤 기준으로 표가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 사본에 붙은 증거번호와 원자료 보관 위치의 대응 여부,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은 미정이다. 판례가 요구한 대로라면, 원본과 출력물 사이의 동일성뿐 아니라 자료가 거쳐 온 각 단계의 조작이 담보되었는지가 함께 문제된다. 그러므로 제출된 자금 기록 표가 회계 파일과 같은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 같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아니한 채로 남는다.

출력물이 법정에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그 출력물이 원자료와 같은 것으로 확인되었음을 뜻하지 아니하며, 자료의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거나 무결성이 확인되었음을 뜻하지도 아니한다. 이 자료가 쓰일 수 있는지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11.4취득 하자와 이후 처리

출력물이 원자료에 이르는 경로에 공백이 남으면 무엇이 비워지는지 살핀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취득 단계의 하자와 이후 처리 단계의 공백이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함을 분간하여야 한다. 압수·수색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를 정한 조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본다.

형사소송법 제219조는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할 때의 조치를 정한다. 그 취지를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이렇게 옮겨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그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이를 제출받아야 하고,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형사소송법에 정한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취득의 정당성은 취득 장소에서 취하여진 조치에 따라 판단되는 자리다.

그 판결은 이미지 파일을 제출받아 압수한 뒤의 단계를 따로 놓고 본다.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정보 중에서 키워드 또는 확장자 검색 등을 통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한 다음 정보저장매체와 동일하게 비트열 방식으로 복제하여 생성한 파일(이하 ‘이미지 파일’이라 한다)을 제출받아 압수하였다면 이로써 압수의 목적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는 종료된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위와 같이 압수된 이미지 파일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도 피의자 등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압수 절차가 끝난 뒤의 탐색·복제·출력에서는 참여 기회를 다시 요구하지 않으므로, 그 단계에 관한 사정은 취득 자체의 정당성을 흔드는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다만 앞의 조치를 제대로 취하였는지는 여전히 취득 단계에서 따져야 할 남는 물음이다.

목록의 교부도 같은 자리를 겨눈다. 같은 판결은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 등이 압수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되므로, 수사기관은 이러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압수물 목록을 바로 작성하여 교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압수물 목록 교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압수된 정보의 상세목록에는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고, 수사기관은 이를 출력한 서면을 교부하거나 전자파일 형태로 복사해 주거나 이메일을 전송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할 수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파일 명세가 특정된 상세목록의 교부는 취득 단계에서 챙겨야 할 사정이다. 교부 방식을 유연하게 허용한 대목은 형식의 차이를 하자로 삼지 않음을 뜻한다.

이와 달리 원본 동일성의 증명은 또 다른 자리에 놓인다. 위 판결은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에는,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관리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하여 내용이 편집·조작될 위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혹은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만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증거로 제출된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이 복사·출력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출력한 것이라는 사실은 전자문서 파일의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과 전달 및 보관 등의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원본이나 사본 파일 생성 직후의 해시(Hash)값 비교, 전자문서 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 이 증명은 증거능력의 요건으로 붙어 있으며, 증거로 제출된 사본이나 출력물의 생성·전달·보관 절차를 둘러싼 사정에서 모은다. 취득 단계에서 취하여진 조치와는 별개의 판단 자리다.

변경합의서 사본의 경우에도 같은 구분이 유지된다. 스캔 PDF의 제출이 곧 취득 경로의 정당성을 뜻하지는 않으며,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인 채 남아 있는 한 취득 단계의 사정은 확인되지 않은 자리에 머문다. 마찬가지로 취득의 정당성이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이후 처리에서 치유되었다고 보지 않고, 이후 처리의 공백만으로 취득 자체를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취득 하자와 이후 처리의 공백은 각자 다른 질문에 놓인다. 어느 쪽이든 제출 사실 하나로 자동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11.5제출 공백이 남기는 자리

이전 단위에서 취득의 정당성과 이후 처리의 공백을 서로 다른 자리에 놓아 보았으므로, 이번에는 제출 자체가 결여된 자료가 네 가지 판단 가운데 어디에 무엇을 남기는지를 가를 차례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변경합의서 사본 한 건과 자금 기록 표를 제출하였지만, 그 제출이 취득 경로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제출의 결여와 이력의 공백이 남기는 자리를 법문에서 먼저 확인해 두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둔다.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조문은 명령에 따르지 않은 때를 요건으로 삼고, 그 효과는 법원이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데 그친다. 여기서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며, 제출된 자료의 동일성·진정성·신빙성·증거능력을 자동으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에 대하여는 그 기재의 진실한 것으로의 인정 여부가 판단의 대상이 되지만, 그 판단이 곧 그 사본이 원본과 동일하다거나 진정하게 성립하였다는 확증이 되지는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는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를 따로 정한다.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조문은 훼손하여 버리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한 행위와 그 목적이 함께 요건이 되며, 역시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는 효과를 둘 뿐이다. 사본의 원본 종이 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언제인지 미정인 경우에, 이 조문이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원본이 훼손되어 버려졌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면,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위 두 조문이 남기는 자리는 판시의 진실한 것으로의 인정에 모아져 있다. 제출이나 공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자체는 취득 경로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출이 결여되었다는 사실이 무결성의 확인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법원이 기재를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효과가 곧 그 자료가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하지도 않는다. 동일성 판단은 사본과 원본의 대응이 요구되고, 진정성 판단은 성립의 경위가 요구되며, 신빙성 판단은 기재 내용의 신뢰가 요구되고, 증거능력 판단은 법이 정한 자격이 요구된다. 제출의 결여와 이력의 공백은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디에 무엇을 남기는지가 각각 다르며,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무결성의 미확인이나 사용 불가로 옮겨 붙이지 않는다.

결국 상대방의 제출에도 불구하고, 원본 문서의 소재,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 자금 기록 표가 원자료인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이 미정인 이상, 그 사본과 표가 쓰일 수 있는지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제출의 결여가 남기는 자리는 상대방 주장의 진실한 것으로의 인정 가능성이며, 이력의 공백이 남기는 자리는 무결성의 미확인이다. 이 두 자리를 서로 옮겨 붙이지 않을 때에만, 동일성·진정성·신빙성·증거능력의 네 가지 판단이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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