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보관 책임자와 접근 권한의 변경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묻고, 보관 공백의 시작과 끝, 뒤늦은 기록의 한계를 살핀다. 사용 방해와 공백의 귀속, 공백 이후 자료의 증거능력 문제를 차례로 다루며, 증거인멸의 법적 판단이나 직무규정 위반의 책임 추궁은 다루지 않는다.
6.1보관 책임과 접근 권한의 기록
확인은 어디까지 설명하고, 어디서 멈추었는지에 대한 논의를 마치며 남은 질문이 보관 책임으로 넘어왔다. 보관을 맡은 이가 누구이고 접근 권한이 어떤 항목으로 남는지를 적으려 할 때, 그 근거를 개인정보 보호법의 안전조치의무에서 찾을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조치 의무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 이 조문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그 수단으로 내부 관리계획 수립과 접속기록 보관을 열거한다.
위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를 보관 책임의 기록과 연결해 검토하면, 접속기록 보관은 조문이 명시적으로 적시하는 항목이다. 접속기록은 접근이 일어난 사실과 시점을 남기는 방식이므로, 접근 권한을 확인하려는 요구와 직접 맞닿는다. 다만 조문은 접속기록을 보관하라고만 할 뿐, 그 기록에 담을 항목의 목록이나 양식은 정하지 않았다.
접근 권한을 담당한 책임자를 지정하는 절차도 제29조에서 따로 도출하기 어렵다. 조문은 내부 관리계획 수립을 필요한 조치의 하나로 들지만, 그 계획 안에 책임자 지정 항목이 있어야 한다거나 지정의 방식과 시기를 규율하는 문장은 두지 않았다. 따라서 책임자를 어떻게 세우고 어떤 서식에 적을 것인지는 이 조문이 정한 바의 밖에 있으며, 규정에 없는 양식을 새로 만들어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의 보관 기간 중 공백 구간이나 접근 이력은 미정이다. 제29조가 접속기록 보관을 요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공백 구간을 메운다거나 특정 이력을 사실로 확정하는 설명은 만들어내지 않는다. 보관 책임의 기록 항목으로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자료 제공 범위 안에서는 미정으로 남는다.
안전조치의무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요구하는 조문이며, 접속기록 보관과 내부 관리계획 수립을 그 예로 든다. 이 조문은 보관을 맡은 이와 접근 권한의 기록이 안전성 확보 조치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할 뿐, 기록의 형식과 책임자 지정의 구체적 절차를 규정하지 않는다. 위 사례의 자료가 이 기록 체계 안에서 어느 범위로 다뤄질 수 있는지도 미정이다.
6.2접근 권한이 바뀐 자리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가 기록 대상으로 적은 접속기록은, 그 기록을 어느 시점에 누가 갱신하는지까지 밝히지는 않는다. 접근 권한이 바뀐 자리를 어디에 남기고 이를 누구의 기록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이다.
접근 권한의 변경 사실이 남기는 자리에 관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관리적 조치의 하나로 접속기록 보관을 들고 있다. 그 조문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라고 규정한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기록을 두는 일이며, 권한 변경의 원인이나 승인 방식을 특정한 서식으로 채우는 일은 아니다.
변경의 원인과 승인 방식을 이 자리에서 새로 정하지 않는 까닭은, 조문이 그 항목을 열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한이 바뀐 자리는 관리적 조치가 갖춰질 자리로만 설명하며, 승인 절차의 형태는 미정으로 남긴다.
변경 자리를 누구의 기록으로 볼 것인지도 같은 선에서 놓인다. 조문상 접속기록의 보관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지워진 의무이므로, 권한이 바뀐 사실을 남긴 기록 역시 개인정보처리자의 관리 체계에 놓이는 기록으로 본다. 다만 작성자나 확인 시점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공백은 공백으로 두고 책임 소재를 단정하지 않는다.
사례에서 상대방이 내민 변경합의서 사본은 접근 권한이 바뀐 자리를 뒷받침하는 자료에 해당하지만,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이다. 제출 자체가 곧 그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따라서 접근 권한이 바뀐 자리는 안전조치의무의 관리 범위 안에 놓인 기록 자리로만 남기고, 변경의 원인·승인 방식·작성 주체는 미정으로 둔다. 남은 것은 그 자리를 이어서 보는 보관 책임의 설명이다.
6.3보관 공백의 시작과 끝
접근 권한이 바뀐 자리를 파악했다면, 이제 그 기록이 끊긴 구간이 언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나는지를 밝혀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접속기록 보관을 안전성 확보 조치의 하나로 꼽는다. 이 조항은 보관을 요구할 뿐, 보관이 끊긴 구간을 어떻게 다룰지는 정하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이라는 원자료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 어떤 필터 조건을 거쳤는지가 미정이다.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과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도 미정이다. 이처럼 원자료와 그 파생 기록 사이의 연결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특정 구간만 비어 있다면, 그 구간을 보관 공백으로 특정할 수 있다. 다만 공백의 시작과 끝을 특정했다는 사실은 공백 기간 동안의 사실을 추정하거나, 무결성이 자동으로 상실되었다고 단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보관 공백의 시작은 마지막으로 확인 가능한 기록이 끝난 지점에 정해진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 표에서 어느 시점까지의 기록이 원자료와 대응하는지, 그리고 그 시점 이후의 기록이 왜 비어 있는지가 미정이다. 따라서 공백의 시작점은 원자료 보관 위치와 사본에 붙은 증거번호의 대응 여부가 확인되어야 비로소 특정된다. 접속기록 보관이 안전조치의무의 하나라는 위 조항의 정함은, 이 특정 작업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맡겨진 관리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뒷받침한다.
보관 공백의 끝은 다음으로 확인 가능한 기록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에서 정해진다. 변경합의서의 스캔 PDF 역시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이고,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도 미정이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공백이 어디에서 끝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공백의 끝을 특정하지 못한 채로, 공백 이후의 기록을 앞선 공백을 메우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보관 공백은 기록의 연속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를 지적할 뿐, 그 자체로 상대방의 제출이 부정되거나 그 기록을 쓸 수 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백이 특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그 기록을 어느 범위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보관 공백의 시작과 끝을 밝히는 일은 안전조치의무가 요구하는 보관의 관리를 위한 작업이며, 공백의 의미에 대한 결론은 별도로 남는다.
6.4뒤늦은 기록의 한계
보관 공백을 어디에서 끊어 읽을지가 정해진 뒤에는, 그 공백 뒤에 새로 생긴 기록이 앞선 시점에 무슨 힘을 미치는지가 남는다. 계약 해지 통보에 딸려 들어온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가 뒤늦게 채운 자취가 앞선 취득과 이전의 경로를 어디까지 설명하는지를 살펴본다.
뒤늦게 만들어진 기록이라도 그 기록 자체가 앞선 시점의 사실을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 처리를 맡은 이가 지켜야 할 의무는 자료가 나중에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료가 흔들리지 않게 손을 쓰는 데에 놓여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지켜야 할 안전조치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조문이 보관과 기록에 힘을 두는 까닭은, 나중에 만들어 놓은 서류 한 장으로는 처음부터 쌓여 있어야 할 기록의 빈자리를 그대로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스캔 PDF로 남은 변경합의서는 그렇다치고, 그 파일이 언제 어느 장치에서 만들어졌는지와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인 채로 남아 있다. 뒤늦게 그 파일을 정리하며 붙인 설명은 파일이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해 줄 뿐, 원본 종이가 누구 손에서 어느 시점에 넘어갔는지를 확정하지 못한다. 자금 기록 표도 같은 처지에 놓인다.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 필터 조건이 무엇인지가 미정인 채로, 그 표가 앞선 자금 흐름을 증명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사례에서 뒤늦은 기록은 자료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만을 남길 뿐, 앞선 취득과 이전의 경로를 소급하여 확정하지 못한다.
다만 뒤늦은 기록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기록이 끊긴 구간의 양 끝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남은 자료가 어느 범위에서 서로 맞물리는지를 살피는 데에는 뒤늦은 기록도 한 역할을 맡는다. 증거번호와 원자료 보관 위치가 서로 맞물리는지,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보관 기간 중에 남은 공백 구간이 어디인지를 가늠하는 자리에서 뒤늦은 기록은 앞선 기록을 보태는 자료가 된다. 다만 그 보탬이 자료를 쓸 수 있게 만들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그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뒤늦은 기록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그것은 뒤늦게라도 자료를 모으고 이름을 붙인 이의 노력을 적어 두는 자리이고, 앞선 시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단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사례에서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가 앞선 경로를 어디까지 떠받치는지는 미정이다. 보관 공백을 메우는 데 한계가 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 공백이 어느 시점에 시작해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별도의 읽기를 막지는 않는다. 뒤늦은 기록은 남은 구멍을 가리키는 표식일 뿐, 구멍을 채운 자료가 되지는 못한다.
6.5사용 방해와 공백의 귀속
뒤늦은 기록이 앞선 경로를 소급하여 확정하지 못한다면, 자료의 사용 자체가 막힌 구간을 누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남는다. 민사소송법은 이 물음에 대해 당사자의 방해 행위에 따른 효과를 둔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거나 사용 불능으로 만든 경우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50조(당사자가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조문은 방해의 성립 요건을 따로 펼쳐놓지 않으며, 방해 행위가 인정된 뒤 법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만을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변경합의서 사본 한 건과 자금 기록 표를 제출했다. 제출된 변경합의서는 스캔 PDF이며,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자금 기록 표가 원자료인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도 미정이다.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과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 역시 미정이다. 이 구간들은 자료의 사용이 확인되지 않는 자리이다.
그러나 위 조문이 적용되려면 문서의 훼손 또는 사용 불능 상태와 상대방의 사용 방해 목적이 함께 전제된다. 이 사례에서 그 목적의 유무는 미정이며, 사례는 이를 다루지 않는다. 조문의 문구에 비추어 보면, 사용이 막힌 구간에 대해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조치이지, 자동으로 뒤따르는 결과가 아니다.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채 스캔 PDF만 제출된 상태에서, 위 조문은 원자료의 기재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어떤 범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아울러 자금 기록 표의 필터 조건과 원자료 보관 위치의 대응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구간에서도 같은 기준이 참작될 수 있다. 다만 조문이 정한 효과가 실제로 행사될지는 방해의 성립에 관한 판단에 달려 있고, 그 판단의 기준은 이 조문에서 따로 제시되지 않는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이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사용 방해로 자료의 사용이 막힌 구간에 대해서는 당사자 측의 설명이 요구되며, 설명이 없는 채 공백이 남은 경우에는 그 공백의 귀속이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공백이 채워진 뒤 자료 자체가 절차상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6.6공백 이후 자료의 증거능력
공백의 귀속이 정해졌어도 그 구간을 거쳐 나온 자료를 재판에 쓸 수 있는지는 별개로 남는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의 증거사용 요건과 무결성의 증명 방법을 밝힌 바 있으므로, 이 판결이 정한 법리를 스캔 문서와 추출 표에 놓고 살핀다.
먼저 정보저장매체에서 나온 자료를 증거로 쓰기 위한 기본 요건을 확인한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출력 문건의 증거사용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판결이 요구하는 무결성은 원본 내용과 출력물이 같은지, 그 원본이 출력 시까지 그대로인지라는 두 물음에 답하는 상태다. 변경합의서 스캔본과 자금 기록 표 모두 이 요건을 통과해야 비로소 증거로 놓일 수 있다.
출력물이 원본을 거치지 않고 중간 사본에서 만들어진 경우 부담은 한 겹 더해진다. 같은 판결은 그 사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스캔본은 원본 종이를 이미징한 파일에서 온 것이고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에서 추출된 표이므로, 이 사례의 두 자료는 모두 중간 단계를 하나 거쳐 나온 셈이다.
그 무결성을 무엇으로 보여야 하는지도 판결이 함께 밝힌 바 있다. 같은 판결은 증명의 원칙과 예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 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증명 경로가 하나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확인서면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무결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자료들은 그 어느 증명 경로도 아직 밟히지 않았다. 스캔본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이고,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때가 언제인지 미정이며, 원본 종이가 어디 있는지도 미정이다. 자금 기록 표가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이 미정이고,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에 남은 공백 구간도 미정이다. 제출 사실은 증거능력의 출발점일 뿐이며, 그 자체로 무결성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도 아니다. 따라서 스캔본과 추출 표가 이 판결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판결이 판시한 쟁점 밖의 자료 유형이나 다른 법리로 확장하지 않고, 그 법리가 요구하는 증명이 이 자료들에서 어떻게 되는지만 살핀 결과는 이렇게 남는다. 공백이 남은 자료는 무결성과 동일성을 뒷받침할 증명이 채워질 때 비로소 그 문건을 재판의 자료로 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