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처음 보는 검토자가 원자료와 설명만으로 주요 계산을 재실행하고 차이의 원인을 특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범위가 남아 있는지를 묻는다. 재현 가능한 자료 묶음의 구성, 문서 제출 의무와 거부 사유, 재실행 검증의 점검 항목, 차이 원인의 특정과 미확인 잔액을 차례로 살핀다. 숫자 밖의 범위와 남은 물음을 밝히며 맺는다.
14.1재현 가능한 자료 묶음의 구성
전문가 검토와 법리 검토를 묶어 살펴본 결과, 책임 근거와 산식 검증은 서로 다른 질문으로 남는다. 이제 처음 보는 검토자가 제출된 계산서의 주요 계산을 스스로 재실행할 수 있게 자료를 묶는 방법을 따져보아야 한다. 재현 가능한 자료 묶음은 원자료와 설명 자료를 함께 두되, 어느 쪽에 속하는 자료인지 분명히 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료 묶음의 중심에는 계좌 내역,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가 놓인다. 이 자료들은 계산서가 인용한 원자료이며, 전문가가 산출한 금액의 바탕이다. 그런데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다. 이 사실은 묶음의 완결성과 별개의 문제로 적어 두어야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 자료가 모자라다는 사실도 곧 계산의 부정확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원자료에 없는 숫자를 묶음 안에 넣지 않는 것은 재현 가능성의 첫 조건이다. 계산서에 적힌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은 설명 자료로 함께 두되, 각 항목이 어느 원자료에서 나왔는지를 밝힌다. 산식의 핵심 입력값과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설명 자료는 원자료를 대신하지 않고, 원자료를 읽는 순서만을 돕는다.
판례를 인용할 때 출처를 밝혀야 하는 것처럼, 자료의 출처와 보존 방식도 묶음 안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감사인의 기록 의무를 두는데, 그 제1항에서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 규정은 회계기록에서 출발하여 절차와 정보를 문서화하는 흐름을 요구하며, 그 문서화가 곧 회계기록에서 보고서로 이어지는 경로를 남긴다. 이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가 따르는 순서도 원자료에서 출발해 산식과 입력값을 거쳐 금액에 이르는 경로를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가진다.
감사조서의 보존 기간에 관하여 같은 법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보존의 의무와 변조 금지의 의무는 자료 묶음의 신뢰를 떠받치는 바탕이다. 이 사례에서 계좌 내역에 빠진 기간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빈 자리는 원자료의 상태로 두는 것이 옳다.
자료 묶음이 갖춰졌다고 해서 법적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묶음은 검토자가 계산을 다시 실행하는 데 필요한 바탕을 이루며,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은 여전히 미정으로 남는다. 처음 보는 검토자가 원자료에서 출발해 같은 숫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묶음은 그 몫을 다한 것이다.
14.2문서 제출 의무와 거부 사유
자료 묶음에 원자료를 빠짐없이 담아 두어야 검토자가 같은 계산을 다시 얻어 낼 수 있다는 결론에서, 이제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 묻는다. 상대방은 계좌 내역 가운데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잔액이 어긋나는 자료 묶음을 제출하면서, 누락과 불일치는 해당 기록이 그들의 손에 없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러한 사정만으로 자료를 보완할 방법이 닫혀 있는지, 문서 제출 의무의 규정부터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은 어느 경우에 문서 소지자가 제출을 거부할 수 없는지를 정하는데, 그 첫째 사유로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를 든다. 상대방이 계산서의 근거로 계좌 내역을 소송에 인용한 이상, 그 기록을 가지고 있는 범위 안에서 빠진 기간의 자료 역시 제출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항 제3호는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민사소송법 제344조)를 열거하고, 그 단서로 비밀 유지 의무가 남은 문서를 제외한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작성된 점을 고려하면, 단서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출을 거부할 수 없는 원칙을 정하면서, 다만 두 가지 예외를 남겨 둔다. 그 하나가 "제1항제3호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이고, 다른 하나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민사소송법 제344조)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자기이용문서의 판단 기준과 관련하여, "여기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라고 보았다. 아울러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고 밝혔다. 따라서 변경 이메일과 계약서가 상대방이 읽을 권리를 가진 정보를 이루는 경우, 자기이용문서라는 방어는 성립하기 어렵다.
문서 소지자의 사정에도 선이 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임직원의 급여 및 상여금 내역 등이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문서소지인이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아, 개인정보라는 사정만으로 거부가 열리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비밀을 내세우려면 "직업의 비밀"이 되어 아울러 "보호가치 있는 비밀"이어야 한다[결정]. 빠진 계좌 구간이나 장부의 잔액 기록이 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그 비밀이 지킬 가치가 있는지 비밀 공개로 생기는 불이익과 증거로 얻는 이익을 함께 놓고 저울질한다.
한편 제출을 요구해 얻은 문서라도 청구와 직접 맞물려 있지 않다면 소명 수단으로서 무게가 줄어든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보았고,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빈 구간을 채울 기록이 손에 들어오더라도, 그것이 계산서의 쟁점에 닿아 있는지를 가려 검토에 사용할 일이다.
결국 자료 묶음에 빈 기간이 남고 잔액이 어긋난 채로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료의 존재 여부나 성격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출 의무의 범위와 거부 사유는 위에서 읽은 규정과 판단 기준에 따라 가려지며, 지금은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효력, 손해의 법적 개념, 산식의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 불능 항목의 범위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 제출이 가능한 문서라는 사실도 손해 금액의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
14.3재실행 검증의 점검 항목
문서 제출 의무의 틀을 확인한 데 이어, 이어서 산식의 핵심 입력값을 검토자가 다시 대조할 때 무엇을 점검 항목으로 삼아야 하는지 살핀다. 전문가 계산서는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을 적고 있지만, 그 항목들이 원자료로 확인되는지 여부는 따로 가려내야 한다.
계산서를 뒷받침하는 기록의 성격을 먼저 가늠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조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적용 절차와 입수 정보, 분석 결과가 함께 기록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19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한다. 기록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전제가 섰을 때에만 그 기록은 점검 항목의 근거가 된다.
이 사례에서 계산서는 계좌 내역,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그런데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는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3호는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도, 다만 "가. 제304조 내지 제306조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있는 문서로서 같은 조문들에 규정된 동의를 받지 아니한 문서", "나. 문서를 가진 사람 또는 그와 제314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 관하여 같은 조에서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는 문서", "다. 제315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항중 어느 하나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를 예외로 둔다. 결락한 기간의 자료가 위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이 규정의 문안 안에서 판단할 일이다. 제344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 외에도 제1항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면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재실행 검증의 점검 항목은 계산서가 적은 항목을 옮겨 적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준 시점과 할인율이 계산서 안에서 어떤 값으로 정해졌는지, 비교 기준 상황이 무엇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지, 포함된 거래 목록에 어떤 거래가 올랐는지를 하나씩 대조한다. 그러나 원자료가 확인해 주지 않는 입력값을 추정해 채워 넣지는 않는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결국 재실행 검증은 입력값마다 출처를 묻는 일이다. 감사조서가 규정한 대로 절차와 입수 정보, 분석 결과가 함께 기록된 항목만이 대조의 근거가 되고, 결락하거나 불일치하는 지점은 그대로 남겨 두어 다음 점검의 대상으로 삼는다.
14.4차이 원인의 특정과 미확인 잔액
검증 항목의 입력값을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재실행 결과가 어긋나는 지점이 생기면, 그 차이를 무엇이 낳았는지 원자료의 상태에서 살펴야 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산서는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원자료로 삼지만, 제출된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다. 차이의 원인을 낱낱이 가리기 전에, 그러한 대조에 쓰인 정보가 어떻게 남는지부터 밝힌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은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감사조서는 적용한 절차와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 그 분석 결과를 함께 담는 서류이다. 같은 법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제19조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대조 과정에서 무엇을 어느 시점에 보았는지가 조서에 함께 남아야 하고, 그 기록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조 결과 어긋난 잔액이 생기면 그 차이의 원인을 자료의 상태에서 찾아 나누어 본다. 누락된 기간이 있는 경우와 두 기록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 사례에서는 계좌 내역에 일부 기간이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다. 이 두 가지는 성질이 다르다. 전자는 대조할 자료 자체가 비어 있는 것이고, 후자는 둘 다 있어도 값이 어긋나는 것이다.
누락된 기간의 자료를 받으려고 신청하는 경우,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이 서증으로서의 필요성을 먼저 따진다. 그 결정은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 또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결손된 기간이 계산서의 어느 항목과 이어지는지 밝혀야 비로소 그 자료가 이 분쟁에서 쓸모가 있는지 판단된다. 대조할 값과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이어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를 말한다. 즉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빠진 기간이 차이의 원인인지 여부와, 그 자료로 채울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가 신청의 정당성을 가르는 자리에 놓인다.
같은 결정은 다른 기록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도 함께 살피라고 하였다. 계좌 내역이 비어 있어도 세금 자료나 변경 이메일이 같은 기간의 거래를 일부 대신 보여줄 수 있다면, 차이의 원인을 그 자료로 좁혀 볼 수 있다. 다만 이 자료가 확인해 주지 않는 입력값은 채워 넣지 않는 것이 앞선 검토의 태도이다. 대체 자료가 그려 주는 범위와 여전히 비어 있는 범위를 구별해 적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은 항목은 그대로 둔다. 미확인 잔액의 처리 방식, 산식의 핵심 입력값,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고,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도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차이의 원인을 자료의 상태로 적고, 자료가 대조를 못 받치는 자리는 미확인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14.5숫자 밖의 범위와 남은 물음
미확인 잔액의 원인을 특정한 뒤에도 산정에 담지 못한 항목과 산식 바깥의 법적 쟁점은 그대로 남는다. 이 자리에서 그 범위를 어떻게 표시해 둘 것인지와, 남은 물음을 무엇으로 채우지 말아야 할지가 문제이다.
계산서는 계좌 내역과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를 함께 근거로 삼는다. 그런데 그 원자료 가운데 일부 기간의 계좌 내역은 빠져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의 잔액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곧 금액이 확정된다는 뜻이 아니고, 계산서에 기재된 기준 시점이나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거래 목록도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원자료가 빠져 있거나 서로 맞지 않는 경우, 남은 자료를 더 요구하는 길은 법원에 문서 제출을 청구하는 방법이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 제3호 본문은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에 문서를 가진 사람이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같은 호 단서는 "다음 각목의 사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예외를 둔다. 이 규정은 계좌 내역이나 장부처럼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로 만들어진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다. 다만 확보한 자료가 산식의 입력값을 완성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확보한 자료로도 금액이 산정되지 않는 항목이 있다. 계약의 어느 버전이 적용되는지, 변경 합의가 유효한지는 서류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쟁점이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결정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를 비교형량할 사정으로 든다. 따라서 자료의 존재를 확인하는 판단과, 그 자료가 계약 버전의 확정이나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을 정한다는 판단은 서로 다르다.
자료가 충분하지 못한 자리는 남은 물음으로 남겨 둔다. 어떤 항목이 산정할 수 없는 범위에 들고, 어떤 쟁점이 숫자 밖의 법적 판단을 요구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는다. 그 답은 산식을 새로 만들거나, 원자료에 없는 법적 평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대신할 수 없다. 이 권은 재현 가능한 금액 검토 자료 묶음을 만드는 방법까지를 다루었고, 남은 물음은 그 범위 바깥에 그대로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