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이 사건에서 계산해야 할 금액이 어느 법적 개념에 속하는지를 묻는다. 계산 대상을 정하는 법적 개념에서 출발하여 명목금액과 실현금액의 구별, 평가금액과 부담 공제의 자리, 이득액과 손해액의 개념 차이, 법률이 정한 산정 근거의 성격을 차례로 살핀다. 이 사건의 금액 개념을 확정하는 문제에서 맺는다.
1.1계산 대상을 정하는 법적 개념
전문가 계산서가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 배상 금액을 산출한 것이라면, 우선 계산서가 세운 액수라는 것이 법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부터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산서가 인용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는 모두 이 액수를 뒷받침하는 재료일 뿐이다. 이 액수가 계산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서는 기준 시점이나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같은 산식의 입력값을 논할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먼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한도를 두고 민법 제393조는 제1항에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정한다. 계약 해지를 이유로 제출된 계산서의 액수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가리킨다면, 그 계산의 한계는 여기서 먼저 주어진다. 이 사례에서 계산 대상에 놓인 금액이 통상의 손해 안에 드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며, 정하여진 것은 한도의 존재뿐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한도 바깥의 손해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민법 제393조)고 규정한다. 단서에 놓인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라는 조건은 산식의 입력값이 아니라 책임의 성립과 관련된 판단 요소이다. 따라서 계산서가 기준 시점이나 할인율을 아무리 정확하게 적었다 하여도, 그 액수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이 정한 바에 따라 판단할 일이며, 이 사례에서 그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한편 계산서가 제출된 경위가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라면 민법 제750조가 그 출발점이 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선언한다. 이 규정은 배상 책임의 근거와 대상을 밝힐 뿐이며, 손해의 금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는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산서에 적힌 액수가 무엇을 뜻하는지의 문제와 그 액수가 얼마인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전자에 관하여는 민법 제393조가 채무불이행의 경우 통상의 손해라는 한도와 특별한 사정이라는 조건을 두고, 민법 제750조가 위법행위의 경우 손해라는 대상을 밝힌다. 이 사례에서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모두 미정이다.
그러므로 전문가 계산서에 적힌 기준 시점,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 포함된 거래 목록이라는 항목들은 산식의 요소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이 계산서가 법적으로 산출하여야 할 금액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일은, 앞서 본 두 규정에서 확인되는 한도와 대상의 범위 안에서 먼저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계좌 내역에 빠진 기간이 남아 있고 장부와 계좌 사이에 잔액이 어긋나 있다 하여, 계산 대상의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1.2명목금액과 실현금액의 구별
법적 금액 개념을 정하는 일에 이어, 계산서에 적힌 액수와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같은 것인지가 문제된다. 상대방이 제출한 전문가 계산서는 계약서와 장부에 기재된 금액을 그대로 산정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 기재 액수가 곧 손해나 이득을 가리키는지, 판례는 이 물음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본다.
형법상 사기죄에서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범죄 성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2928 판결은 "「형법」제347조의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고,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이로써 상대방의 재산이 침해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요하지 아니하고 (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914 판결 등 참조), 그 교부받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설시하였다.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 재산 침해가 되어 사기죄가 성립하므로, 교부받은 재물의 가액은 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판결은 재물편취의 경우에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고(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등 참조)"라고도 하였다. 현실적 손해가 없다는 사정이 편취 행위의 범죄성을 지워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그 판결은 구체적 이득액을 범죄구성요건요소로 특별히 규정한 법률을 적용할 때의 산정 기준을 따로 밝히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그 가액(이득액)은 원칙적으로 그 부동산의 시가 범위 내의 채권최고액 상당이라 할 것이고, 그 부동산에 이미 다른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그 부동산에 대하여 후순위 근저당권을 취득하는 자로서는 원칙적으로 그 부동산의 시가에서 다시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공제한 잔액 상당액을 기망자가 얻는 이득액의 한도로 보아야 할 것이나, 예외적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의 담보가치가 실제 피담보채권액만큼만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저당권 설정 당시의 그 부동산의 시가에서 그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 상당액을 그 이득액의 한도로 보아, 위 이득액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살펴서 그 범죄의 성립 여부를 따져야 할 뿐이다 (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도137 판결 참조)"고 하였다. 명목상의 담보 설정액과 그 담보가 실제로 덮는 이익의 한도가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 기준은 특별 규정을 적용할 때의 산정 방법이며, 형법상 이득사기죄에서는 "피고인이 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함으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구체적인 가액은 양형에 관한 사항에 불과하여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횡령에서 금액의 성격은 다른 방향에서 드러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사후 처리에 관하여,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주식매도로 인하여 회피한 손실액 중 위 차용원리금이나 공과금 납부 등에 사용된 금원이 피고인 1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고 이는 피고인 1에게 일단 귀속된 이익의 사후 처분방법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고 하였다. 일단 귀속된 이득은 그 이후의 사용처나 반환 여부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다.
이 판례들의 구분을 이 사건에 비추면, 계산서가 인용하는 계약서·장부상의 기재 액수와 계좌 내역으로 확인되는 실제 취득액은 서로 다른 차원의 숫자이다. 명목상의 금액이 계약 관계의 기재라면, 실현된 이득은 처분 행위로 실제로 귀속된 액수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이다. 계산서에 기재된 액수가 어느 차원의 금액인지 밝히는 일은,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법적 평가를 요구한다.
1.3평가금액과 부담 공제의 자리
명목 액수와 실현 금액을 구별하는 선에서 멈춘 문제에서, 이제는 평가한 금액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빼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부동산을 편취한 사안에서 그 재물의 가액을 어떻게 잴 것인지, 나아가 그 재물에 붙은 부담이 가액 산정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가 여기서 다루어진다. 먼저 전제가 되는 법률 조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이득액”이라 부르고, 그 액수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같은 조 제1항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라고 규정한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이 조문은 가액의 액수를 구성요건의 일부로 삼고, 그 액수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한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형법상 사기죄와 달리 가액 그 자체가 범죄 성립의 요소라는 점이 이 조문의 출발점이다.
이 전제 아래 대법원은 부동산 편취의 가액 산정 기준을 정하였다. 판시사항은 “부동산을 편취한 경우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그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 등에 의한 부담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이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의 다수의견은 공제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부동산이라도 부담이 없을 때에는 시가 상당액이 곧 가액이고, 부담이 있을 때에는 그 부담에 상당하는 금액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가 가액이 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평가액에서 부담 상당액을 빼는 작업이 가액 산정의 한 가운데 놓인다.
다수의견은 그 산정을 엄격히 요구할 근거로 죄형균형과 책임주의를 든다.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가액이 곧 법정형을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보충의견은 같은 취지를 거래의 실정에서 설명한다. “거래의 실정에 비추어 근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부동산과 그러한 부담이 없는 부동산이 가지는 객관적 교환가치가 동일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부담이 붙은 재물과 붙지 않은 재물의 교환가치가 서로 다르므로, 그 차액을 가액에서 덜어내는 방식으로 실제 교환가치에 접근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이 공제 기준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이 기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한 부동산 가액 산정에서 나온 것이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은 이와 달리, 근저당권이나 압류·가압류를 편취한 재물에 붙은 부담으로 보더라도 “편취한 재물의 실제 교환가치의 파악 즉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이득을 실현할 것인지 여부는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있어서도 여전히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가액은 시가 상당액을 뜻하여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보충의견은 그 논의의 범위 안에서, 지상권 등의 용익물권은 경우에 따라 교환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고, 담보가등기·등기된 전세권·대항력 있는 임대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저당권과 동일하게 취급하여도 무방하다고 본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어느 견해를 따르든, 공제 대상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이 기준이 놓인 자리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이 공제의 자리를 다른 자리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이 판결은 부동산의 가액을, 그것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산정한 경우의 기준을 말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다른 종류의 자산에 대해서는 부담 상당액을 같은 방식으로 공제한다는 규칙이 여기서 정해지지 아니한다. 또 이 판결에서의 “가액”과 계약서나 장부에 적힌 금액,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서로 다른 문제인 앞의 논의와 섞어 읽어서도 안 된다. 손해배상 금액처럼 법적 개념이 다른 금액을 계산할 때에도 같은 공제 기준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나 미확인 잔액의 처리 방식은 이 자료가 정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 결국 평가금액이란, 평가한 재물의 가치에서 그 재물에 붙은 부담 상당액을 뺀 자리를 가리키는 말로만 여기서 자리 잡는다.
1.4이득액과 손해액의 개념 차이
부동산 편취 사례에서 시가 상당액으로부터 부담 상당액을 공제한 평가금액을 확인한 다음, 나아가 계산 대상인 금액 개념 자체가 범행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는 절로 들어간다. 이득액과 손해액은 모두 숫자로 표시되지만 각각 무엇을 재는 값인지가 다르며, 그 구분은 먼저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과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공갈로 취득한 이득의 산정 기준을 다룬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은, 무엇을 대상으로 값을 재는지에 관하여 "가. 공갈폭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액은 공갈범행으로 인하여 취득하기로 약정된 즉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의 가액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범죄의 기수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할 것이며 그 후의 사정변경을 고려할 것이 아니고 그와 같은 사정변경의 가능성이 공갈 행위시 예견 가능한 것이라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밝힌다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 이 판결에서 이득액은 불법 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이익의 가액을 합산한 값이므로, 이 사건처럼 계좌 내역과 장부 사이에 미확인 잔액이 남은 자료를 대할 때에도 계산 대상이 무엇인지 먼저 구분해야 한다.
같은 판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의 이득액을 두고 "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이란 거기에 열거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의 합계인 것이지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이득을 실현할 것인지, 거기에 어떠한 조건이나 부담이 붙었는지 여부는 영향이 없다."라고 덧붙인다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 이득액에 조건이나 부담이 붙었는지는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은 이 문언은, 위 사례에서 변경 이메일로 확인되는 조건 붙은 거래의 처리와는 별개로 이득액 개념의 외곽을 정한다.
이에 비하여 손해액은 회사에 가한 손해라는 대상을 계산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의 판시사항은 "[1] 주식의 매수와 관련한 배임죄에서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쟁점으로 삼는다. 그 판결 이유는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주식을 고가로 매수함으로 인하여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그 주식이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어 그 가치를 평가하여 주식의 적정가액 산정에 가산하여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그 주식의 실제 매수대금과 그 주식의 적정가액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11036 판결 등 참조)."라고 설시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 손해액이 실제 매수대금과 적정가액 사이의 차액을 가리키는 값임을 분명히 한 이 판단은, 이 사건 전문가 계산서가 산출한 금액의 성격을 묻는 단계에서 기준이 된다.
같은 판결 이유는 회계자료상의 금액과 손해액의 관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손해액이 지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CI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된 금원 전액 상당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서의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라고 판단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 지급할 이유가 없는데 지급된 금원 전액을 손해액으로 본 이 사례는, 위 합성 사례에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가리키는 거래 대금을 그대로 손해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임을 남긴다.
판결 이유는 산정 오류의 법적 효과까지 밝힌다.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부분은 "손해액이나 이득액의 계산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금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각 호 중 어느 것에 해당한다면 그 잘못은 같은 법조항을 적용한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도641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11도1651 판결 등 참조)."라고 설시한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3 판결). 손해액과 이득액은 계산의 대상이 서로 다르나, 계산의 착오가 조문 적용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판단된다는 뜻이다.
이 두 판결이 이끌어 내는 구분은 분명하다. 이득액은 불법 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이익의 가액의 합계를 계산 대상으로 삼고, 손해액은 회사에 가한 손해를 계산 대상으로 삼는다. 앞서 확인한 평가금액의 부담 공제 기준을 이득액이나 손해액의 산식에 그대로 옮길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문가 계산서가 무엇을 합산한 값인지, 계좌 내역에서 빠진 기간이 이 계산 대상에 어떤 자료를 대는지는 이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1.5법률이 정한 산정 근거의 성격
이득액과 손해액이 서로 다른 계산 대상에 서는 금액 개념임을 확인한 뒤, 이제는 금액의 산정 근거를 법률이 어느 자리에 두는지 물어야 한다. 전문가 계산서에 기재된 할인율과 비교 기준 상황은 산정 방법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 앞에 놓인 금액 개념이 무엇을 계산 대상으로 삼는지는 법령이 미리 정한다. 법률이 산정 근거의 성격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민법 제763조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4조에서 읽어 본다.
먼저 손해배상액의 산정을 직접 다루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4조는 산정 근거의 층위를 두 겹으로 나눈다. 그 규정은 "①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하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나 그 밖의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② 법원은 제1항에 따르거나 증거조사를 통하여도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표본적·평균적·통계적 방법 또는 그 밖의 합리적인 방법으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즉 산정 근거의 일순위는 다른 법률이 정한 규정이며, 그런 규정이 없거나 증거조사를 거쳐도 정확한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법원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가 원자료로 인용한 계좌 내역과 장부 사이의 불일치 잔액이 남아 있더라도, 산정 근거의 순서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산정 근거가 법률에 의해 먼저 주어진다는 성격은 민법이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에 준용하는 규정에서도 드러난다. 민법 제763조는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계산 규칙을 새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손해배상의 근거를 다른 조문에 연결한다. 이 사례에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이라는 청구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그 청구에 따라 산정할 금액의 근거는 법률이 정한 규정을 거쳐 해석될 문제로 남는다.
이 두 규정이 보여주는 것은 산정 근거가 계산 대상의 성격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34조가 먼저 다른 법률의 규정을 따르도록 한 것은 손해배상액이 어떤 법적 개념으로 산정되어야 하는지를 법률이 결정한 뒤에야 산정 방법이 문제로 남음을 뜻한다. 전문가 계산서에 적힌 기준 시점과 할인율, 비교 기준 상황은 산정 방법의 요소이지만, 그 요소를 채울 금액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계산서 자체가 답하지 않는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결국 법률이 산정 근거를 두는 자리는 금액의 산정을 뒤에 오는 계산 절차로 보지 않고 계산 대상의 성격을 먼저 정하는 자리다. 이 사례에서 계산서가 인용하는 계좌 내역과 장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세금 자료는 무엇이 계산 대상인지를 밝히는 자료일 뿐, 그 계산 대상의 법적 성격을 확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미정으로 남은 사항들이 확정되기 전에는 산정 근거의 성격을 확인한 것으로 그친다.
1.6이 사건의 금액 개념 확정
법률이 금액의 산정을 두는 자리를 살핀 데서 이어가, 이번에는 전문가 계산서가 적은 항목이 어느 쪽 금액 개념에 놓이는지 읽어 간다. 계산서는 계약 해지와 함께 산출한 손해 배상 금액을 제시하고, 그 산출의 원자료로 계좌 내역·장부·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세금 자료를 함께 인용한다. 이 자리에서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손해 금액의 법적 개념, 산식의 핵심 입력값,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계산서가 제시하는 금액은 계약 해지라는 채무불이행의 결과로 봐야 할 성격의 액수로 적혀 있다. 민법 제393조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면서 "①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②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고 단서를 둔다. 이 규정은 계산서의 항목이 실현된 수금이 아니라 장래 또는 미실현 손해의 평가에 가까운 액수임을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손해 배상 금액은 계좌 내역에서 확인되는 명목상 잔액과는 구별되는 평가금액의 성격을 갖는다.
계산서에 함께 적힌 할인율과 비교 기준 상황은 그 평가의 요소로 제시된 것으로 읽힌다. 할인율은 미래의 손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데 쓰이고, 비교 기준 상황은 채무이행이 있었을 경우와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현실을 대비시키는 틀로 보인다. 다만 할인율의 수치와 비교 기준의 선택이 어떻게 산식에 반영되었는지는 미확인이다. 계산서가 거래 목록과 함께 산출 근거를 적었다는 사실은 그 요소들이 실제로 산식에 들어갔다는 법적 확인을 대신하지 않는다.
계산서가 원자료로 함께 인용한 장부와 계좌 내역 사이에는 일치하지 않는 잔액이 남아 있고, 계좌 내역에는 일부 기간이 빠져 있다. 이런 미확인 잔액과 누락 기간은 명목금액의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남는다. 손해 배상의 산정에 이 금액들이 어디까지 포함되는지는 미정이며, 산정할 수 없는 항목의 범위도 여기서 정하지 않는다. 계산서가 포함된 거래 목록을 적었다는 점만으로 그 목록이 법적으로 인정된 금액 범위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계산서가 산출한 액수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평가금액의 성격을 갖는다. 그 평가의 한도는 통상의 손해로 제한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민법 제393조 제2항이 정한 조건에서만 배상 책임의 범위에 들어간다. 그 밖의 계약 버전과 변경 합의의 유효 여부, 미확인 잔액의 처리, 산정 불가 항목의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