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상대방의 경력과 실제 권한을 어떻게 구별하고 위해 위험이 있는 접촉을 어떻게 따로 다룰지를 묻는다. 경력 표시와 실제 대리권, 표현대리의 요건과 신뢰를 살피고, 대리권 범위와 입장 변경 유보, 위험 접촉의 분리 접수, 접촉 의도와 고의의 입증, 손해 평가와 자료 수집을 차례로 다룬다.
4.1경력 표시와 실제 대리권
출처 표기를 마친 뒤에도 남는 질문은 그 접촉이 실제로 어느 범위의 권한에서 나온 것인지이다. 대리권 수여의 표시와 실제 대리권이 서로 어긋날 때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을지, 민법 제125조는 「민법」 제125조에서 그 문구로 답한다. 이 규정은 표시한 자의 책임 범위를 한정하면서도 제삼자의 인식을 단서로 둔다.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대한 책임을 정하면서 법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법」 제125조는 "제삼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내에서 행한 그 타인과 그 제삼자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삼자가 대리권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125조) 이 문장은 책임의 성립을 표시와 범위 안의 행위에 묶어 놓았다. 동시에 단서가 제삼자의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함께 두었다.
이 규정에 따라서 상대방 측 대리인이 보내온 문서는 경력이나 직함의 표시만으로 그 발신자가 실제 대리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발신자가 내세운 지위는 표시의 외형일 뿐이며, 실제 권한의 범위는 별도로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대리 권한 범위가 미정이라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대한 책임의 전제로서 「민법」 제125조는 "그 대리권의 범위내에서 행한" 행위를 요구한다. 이 표현은 행위가 표시된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면 책임의 대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뜻한다.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가 실제 수여된 권한의 범위에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례에 요구되는 요건을 제125조의 문구보다 넓게 잡아 정할 수 없다.
제삼자 측의 인식 역시 법문이 함께 두는 요건이다. 「민법」 제125조의 단서는 "제삼자가 대리권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그 알음의 상태에 따라 책임이 달라짐을 분명히 한다. 이 사례에서 발신자의 권한 범위와 그 이후 조직 입장이 어디서 바뀌었는지는 기록상 미정이다.
경력 표시의 외형만으로 실제 대리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표시만으로 제125조 밖의 요건이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 표시가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온 자료나 첨부된 계산서의 처리와 겹쳐 보일 수 있으나, 경력 표시의 법적 평가는 그 표시 자체가 담는 권한 수여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며, 대리 권한 범위의 확인과 표시의 한정은 다음 대조의 대상으로 남는다.
4.2표현대리의 요건과 신뢰
경력 표시와 실제 대리권의 구별을 확인한 뒤, 표현대리 성립의 요건을 이 접촉에 하나씩 대조하는 일이 남는다. 이 접촉에서 상대방 측 대리인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를 지정 이메일이 아닌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전달해 왔다. 그 접촉의 법적 효과를 판단하려면 대리권수여의 표시가 있었는지, 그 표시가 어떤 범위를 가리키는지, 상대방의 인식이 어떠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민법 제125조는 표현대리의 책임 근거를 다음과 같이 둔다. "제삼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내에서 행한 그 타인과 그 제삼자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삼자가 대리권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125조) 이 조문은 책임의 범위를 대리권수여의 표시가 가리키는 범위로 한정하며, 제삼자의 인식이 반대인 경우 책임을 제외한다. 이 접촉에 대조하면, 대리인이라는 명칭이나 문서의 형식만으로 그 범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표시 자체의 내용이 확인되어야 한다.
대리권수여의 표시가 있는지 판단할 때, 표시의 존재와 실제 대리권의 부여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이 접촉에서 상대방 측 대리인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를 담아 문서를 보내 왔으나, 그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는 미정이다. 따라서 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표시가 있었다면 그 표시가 계약 해지 요구에까지 이르렀는지가 별도로 확인된다.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하려면 실제 대리권이 없었다는 사정과 함께 표시가 있었다는 사정이 함께 검토된다.
조문이 요구하는 범위 내 행위와 제삼자의 인식은 각각 독립된 요건이다. 같은 날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를 첨부한 추가 메시지가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왔으나, 그 자료에 대한 접수 처리 방식은 미정이다. 이 접촉에서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자료가 아직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앞의 경력 표시 검토가 표시의 외형을 다루었다면, 여기에서는 상대방 측의 인식 요건이 같은 표시에 어떻게 겹치는지가 남는다.
요건을 하나씩 대조할 때, 표시의 범위는 표시의 존재와 떼어놓고 확인하기 어렵다. 이 접촉에서 회신 초안이 사건 담당자 명의로 작성되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첨부되어 있지 않다. 조문이 책임의 대상을 그 대리권의 범위내에서 행한 법률행위로 한정한 취지에 비추어, 문서 전달 경로와 첨부 자료의 완결성은 범위 판단에 참고되는 사정이다. 다만 그 사정 자체가 곧 범위의 한계를 정한다는 뜻은 아니며, 범위는 표시의 내용에서 확인된다.
인식 요건도 같은 태도로 읽어야 한다. 조문은 제삼자가 대리권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의 예외를 두고 있고, 이 예외는 제삼자의 인식을 확대하거나 축소하여 적용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접촉에서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며, 상대방 측의 인식을 지금 시점에서 단정할 수도 없다. 무권리 행위와 거래상대방의 인식은 이 접촉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표현대리 요건의 대조는 그 확인에 이르는 자리에서만 끝난다.
4.3대리권 범위와 입장 변경 유보
대리인의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가 지정 이메일을 거치지 않고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먼저 도착한 뒤, 곧바로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덧붙여졌다. 표현대리의 요건을 항목별로 대조한 결과가 무권리 접촉의 처리 방침으로 저절로 이어지지는 않는 셈이다. 요건 검토를 지나 이제는 권한의 범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 접촉에 대하여 조직이 어떤 태도를 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동안 작성해 둔 회신 초안을 조직의 확정된 입장으로 다루어도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민법 제125조는 무권리 접촉에서 상대방의 신뢰에 따라 책임의 윤곽이 가려짐을 분명히 한다. 대리권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에 관한 그 조문은 "제삼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내에서 행한 그 타인과 그 제삼자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삼자가 대리권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125조)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문언이 곧장 현재 상황에 대입되지는 않는다. 상대방 측 대리인에게 수여한 권한이 계약 해지나 손해 배상 요구까지 미치는지가 확인되지 않았고, 대리인을 통해 문서를 보낸 상대방 측이 그 범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도 기록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범위 안에서 행한 행위인지, 상대방의 선의가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접수 단계에서는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추정해 확정하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지정 이메일이 아닌 개인 연락처로 온 첫 문서, 그리고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온 추가 메시지는 접촉의 경위에 관한 사실로 기록해 두되, 그 자체로 대리인이 실제 범위 안에서 행동했음을 확정하는 근거로 삼지 않는다. 이 접촉의 수령 사실과 첨부된 자료를 모아 둔 일은 접수의 완료를 뜻할 뿐,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기준은 회신 초안의 취급에 대해서도 작동해야 한다. 사건 담당자 명의로 작성된 회신 초안은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첨부되지 않은 상태이고, 승인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승인이 끝나지 않은 초안을 조직의 입장으로 내세운다면, 그 문구가 권한의 범위와 상대방의 인식에 관한 판단을 뒤엉키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초안은 승인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조직의 입장으로 삼지 않으며, 미첨부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누락 사실도 기록해 둔다.
여기까지의 판단이 조직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거나 거부하기로 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전화로 오간 내용의 문구가 기록상 어디서 남았는지, 그 직후에 조직의 입장이 기록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도 미정이다. 조직의 입장은 승인된 회신이나 이에 준하는 확정 기록이 생길 때까지 유보 상태로 두어야 하며, 이 유보 자체가 상대방의 권한 범위나 신뢰에 관한 판단의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4.4위험 접촉의 분리 접수
접촉의 접수와 판단의 유보를 함께 다룬 뒤, 나아가 그 접촉을 일반 접촉과 격리하여 보관하는 방식이 어떤 근거를 갖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위해 위험이 있는 접촉을 따로 나누어 접수하고 판단을 미루는 처리 방식은, 서둘러 확정된 입장을 만들지 않겠다는 태도의 연장이다. 이 점은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가 확인되지 않은 접촉과 같은 맥락에 있다.
위험 접촉을 일반 접촉과 분리하여 접수하고 보관하는 방식은, 판단을 유보한 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단계와 이어진다. 그 확정은 모아진 자료의 양이 아니라 자료 사이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을 전제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내심적 사실의 입증에 관하여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라고 밝혔다. 이 판시는 별도의 판시사항 문구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판결 이유에서 확인한 한정된 부분만 인용한다. 내심의 상태를 곧바로 단정할 수 없을 때 관련성이 있는 객관적 자료를 모아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판결은 나아가 간접사실의 관련성에 대하여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는 자료를 모아 두는 일이 자료의 평가와 같은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상대방 측 대리인이 지정 이메일이 아닌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전달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 문서는, 그 전달 경로와 함께 있는 그대로 보관하되 관련성을 따지는 일은 뒤로 미룬다. 같은 날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온 추가 메시지도 같은 방식으로 취급한다.
위해 위험이 있는 접촉의 판단 기준이나 신변 보호 절차는 II-11에서 다루어지고, 여기서는 접수와 보관의 방식만 정한다. 조직이 위험 접촉을 일반 접촉과 나누어 접수하는 것은, 모아진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를 아직 끝내지 않았다는 처리 태도의 표현이다. 외부 링크로 온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는 원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접수 처리 방식은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위험 접촉을 분리하여 보관한 뒤에도 판단의 확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라고 전제한다. 이 판시는 자료를 수집하고 믿음을 갖는 과정이 이미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판단을 되돌아볼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이 판례는 위해 접촉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위해 위험 자체의 판단 기준과 신변 보호 절차는 II-11로 넘긴다.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와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는 분리 접수의 대상으로 두되, 그 법적 평가는 판단을 유보한 채 후속 절차에서 정한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첨부되지 않은 회신 초안은 그 불비를 채워 넣기 전에 확정된 조직의 입장으로 옮겨 적지 아니한다.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가 미정인 것도, 그 자체로 자료의 공백으로 남겨 둔다. 분리 접수는 접촉의 위해성을 단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위해성이 확인될 때까지 접촉을 흩뜨리지 않고 보존하는 절차이다.
4.5접촉 의도와 고의의 입증
위험 접촉을 따로 나누어 접수해 두었다 해도, 이 접촉이 어떤 의도로 보내졌는지는 그대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자료를 모아 두는 일과 그 접촉의 법적 평가를 끝내는 일은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접촉의 의도를 다룰 때는 무엇이 의도의 판단 근거가 되는지를 먼저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를 어떻게 입증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이렇게 설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내심의 사실은 그 자체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간접사실의 연결을 두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취지이다. 이 사례에서 접촉의 의도는 발신자가 직접 밝힌 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판결은 판단에 참작할 사정도 함께 열거하였다.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고의를 인정한다는 기준이다. 따라서 접촉의 의도를 읽을 때에도 경위와 동기, 상황을 함께 살필 사정이지, 한 가지 정황만으로 결론을 내릴 일이 아니다.
이 판결이 경영자의 판단에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다루면서 지킨 기준도 같은 방향이다.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결과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의도를 돌려 세우면, 인식이 없었던 경우까지 책임의 범위에 넣게 된다. 아울러 이 판결은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관하여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설시하였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위험을 끼친 것도 손해의 범위에 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판결이 다루는 것은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와 그 입증 방법이며, 위해 접촉의 판단 기준을 새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 측 대리인이 보낸 해지 통보와 손해 배상 요구가 어떤 의도에서 비롯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리 권한의 범위와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 외부 링크 자료의 처리 방식이 모두 미정인 상태이다. 전화로 오간 내용과 그 이후 조직 입장이 어디서 바뀌었는지도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접촉의 의도는 간접사실을 차근히 모아 판단할 대상으로 남겨 두어야 하며, 서둘러 단정할 일이 아니다.
4.6손해 평가와 자료 수집
고의의 입증 방법을 확인한 뒤에 남는 질문은 손해의 평가와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이다.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손해의 법적 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첨부된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손해의 현실적 확정과 어떻게 다른지 가르는 것이다.
먼저 손해가 언제 발생한 것으로 보는지 그 범위의 기준을 확인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판시는 손해가 확정적으로 현실화한 경우와 발생의 위험만 초래한 경우를 함께 다룬다. 이에 따라 계산서에 적힌 금액이 손해의 최종 확정치인지, 아니면 위험의 평가 자료인지는 이 판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금액이라도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에 놓이는지에 따라 그 자료가 채워야 할 자리가 달라진다.
손해 평가에 필요한 사실은 경영상 판단의 맥락에서 본다. 같은 판결은 손해의 유무만을 떼어 놓고 판단하지 말고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등 제반 사정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문장은 손해의 유무만이 아니라 그 판단을 둘러싼 사정을 함께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사정 가운데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은 서로 짝을 이루어 놓인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는 이 사정 중 일부를 담을 뿐이며, 나머지 사정까지 함께 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자료의 수집 방식에도 기준이 있다. 경영자의 판단은 같은 판결이 밝힌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라는 문장에 담긴다. 여기서 정보의 수집 범위와 신중성이 함께 요구된다. 모인 자료의 양이 아니라 그 자료가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모였는지가 함께 놓인다. 다만 이 판시는 정보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손해 평가가 끝났다고 하지 않는다.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곧바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읽을 수도 없다. 이 판결은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고 덧붙인다. 결과와 자료만으로 평가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여기에서 한 번 더 확인된다.
이 사건에서 첨부된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는 지정 이메일이 아닌 개인 연락처로 온 문서와 함께 외부 링크로 들어왔다. 이 자료들이 손해의 확정치를 담는지, 위험의 평가 자료에 그치는지는 미정이다.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와 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처리 방식도 미정으로 남는다.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와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은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로만 남고,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는 별도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