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어디까지가 확정된 조직의 입장이고 어디까지가 초안에 머무는지를 묻는다. 확정된 입장의 형성 기준과 승인 전 초안의 지위를 살피고, 상대방 대리 권한의 확인, 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긴급 결정과 사후 확인, 입장 변화의 기록 지점을 차례로 다룬다.
6.1확정된 입장의 형성 기준
발신 이후의 책임과 감독을 판단의 기준만으로 살핀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조직이 말한 내용이 언제 대외적으로 확정된 입장이 되는지를 상법 제393조에서 확인한다. 특히 회신 초안이 작성된 상태와 담당자의 언급이 오간 상태를 확정된 결론으로 읽을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사회 권한 규정이 어떤 사항을 결의로 정하는지를 두고 상법 제393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선을 긋는다.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 또는 해임과 지점의 설치·이전 또는 폐지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열거된 사항이 회사 업무집행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확인할 뿐 아니라, 업무집행의 방향을 정하는 행위가 회사 안의 결의 절차를 전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사회가 결의 사항을 정하고 감독하는 지위를 가지는 점은 같은 조의 뒷부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상법 제393조 제2항은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독한다"고 정하고, 상법 제393조 제3항은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며, 상법 제393조 제4항은 "이사는 3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사회의 권한과 감독이 개별 담당자의 실행 행위와 구분되는 조직 내부의 판단 절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준을 사건에 적용하면, 사건 담당자 명의로 작성된 회신 초안은 작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사회의 결의를 대신하지 않는다. 같은 날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도착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 문서,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전달된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도 그 자체로는 접수된 자료일 뿐이다. 확정된 입장은 권한 있는 기관인 이사회가 결의한 방향이어야 하고, 회신 초안의 존재나 담당자의 언급은 그러한 결의 사실로 바꾸어 읽을 수 없다.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와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 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처리 방식이 기록상 미정인 상태에서 섣불리 결론을 서둘 필요는 없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곳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며,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와 그 뒤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도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확정된 입장의 형성 여부는 권한 있는 기관의 결의가 있었는지라는 형성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언급은 확정된 입장으로 볼 수 없다.
6.2승인 전 초안의 지위
권한 있는 기관의 결의를 요건으로 삼은 데 이어, 조직이 내부에 작성해 둔 회신 초안 자체를 어디에 둘지가 문제로 남는다. 승인을 거치지 않은 문건이 외부에 나가지 않도록 지키는 의무의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초안의 성격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민법 제681조는 위임사무 처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민법 제681조) 위임의 본지를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는 대목은, 사무를 맡긴 뜻에 부합하게 다룬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란 의뢰받은 사무를 자기 일처럼 다루는 수준을 뜻한다. 이 두 기준은 함께 작동한다. 다루는 방법이 위임의 뜻에 맞는지 살피고, 그 방법을 실행할 때 관리자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주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 위임사무는 대외 회신을 준비하는 일이다. 상대방 측 대리인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를 지정 이메일이 아닌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먼저 전달해 왔고, 같은 날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를 첨부한 추가 메시지가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왔다. 그 접촉을 받아 대응 내용을 마련하는 일이 담당자에게 맡겨진 위임사무다. 이 사무의 산출물이 곧 회신 초안이며, 초안은 승인 전까지 확정된 입장이 아니라 준비 중인 문건에 머문다. 사건 담당자 명의의 회신 초안이 작성되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은 점도 초안이 완성된 문건이 아님을 보여 준다.
초안이 준비 중인 문건이라면, 초안에 담긴 내용은 그 자체로 확정된 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권한 있는 기관의 결정으로 대외 입장이 확정되는 것과 초안이 작성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그러나 미완성의 성격이 초안의 존재를 없애지는 않는다. 초안은 이미 작성되어 조직 안에 있으며, 그 내용이 밖으로 나가면 독자에게는 조직의 말로 읽힐 수 있다. 승인 여부가 미정이라는 사실은 초안이 보호될 이유를 줄이지 않는다.
따라서 담당자는 초안이 확정된 입장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보관과 전달에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초안을 미승인 상태로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이 의무에 어긋난다. 내부 검토용으로 만들어진 문건을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내는 것은, 위임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무를 처리하는 일이 된다. 미첨부된 메시지와 원자료가 남아 있는 점도 같은 방향에서 검토한다. 그 자료가 초안 곁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신의 근거가 모두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료를 함께 다루는 일에도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초안의 보관과 전달에 관한 주의 수준은 초안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조직 내부에 머무는 문건과 밖으로 나간 문건은 노출되는 정도가 다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온 자료의 접수 처리 방식이 미정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접수한 자료를 어떻게 보관하고 누구에게 열람을 허용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담당자로서는 유출 가능성을 좁히는 쪽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이 규정이 초안의 계약상 성립 여부나 확정된 입장과의 법적 동일성을 정하지는 않는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는 사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다룰 뿐, 초안에 적힌 내용이 계약으로 성립하는지, 확정된 입장과 같은 것으로 볼지는 다루지 않는다.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와 이후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도 마찬가지다. 담당자가 확정되지 않은 말을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과, 그 말에 법적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다.
6.3상대방 대리 권한의 확인
초안을 다루는 주의 수준을 확인한 뒤에는, 그 문서를 보내온 상대방 측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확인하는 일이 남는다.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가 지정 이메일이 아닌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먼저 도착한 이상, 발신자가 본인을 대리하여 그러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와 무권대리를 구별하는 규정을 읽어 확인 절차를 정리하며, 그 접촉으로 구두 합의가 계약상 성립하였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권한을 넘은 행위가 외관상 유효하게 본인에게 귀속될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민법 제126조는 다음과 같이 둔다.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이 규정은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존재하지만 그 범위를 넘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지금의 접촉에서 발신자에게 대리권 자체가 있는지, 있다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를 할 권한까지 미치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반면 대리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자가 한 계약의 효력을 민법 제130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30조(무권대리) 대리권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발신자가 대리권 없이 대리인 행세를 하여 온 것이라면, 본인이 추인하지 않는 한 그 계약은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두 규정은 무권대리인 행위의 효력 유무와 권한을 넘은 대리인 행위의 책임 귀속을 각각 다루므로, 확인 절차는 발신자의 대리권 유무부터 시작한다.
이 사례에서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는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며, 대리권의 유무와 범위를 뒷받침할 근거 역시 아직 모이지 않았다. 확인 절차는 상대방 본인에 대한 대리권 수여의 유무, 수여된 권한에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요구가 포함되는지, 지정 이메일이 아닌 경로로 온 의사표시가 그 권한 범위 안에서 있었는지의 순서로 진행된다.
발신자가 권한을 넘은 대리인인지, 아예 대리권 없는 자인지는 이후 확인 결과에 따라 갈린다. 권한을 넘은 경우라면 제삼자가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되고, 대리권이 없는 경우라면 본인의 추인이 있었는지가 효력 판단의 관건이 된다.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와 전화로 오간 내용의 문구 역시 미정이므로, 대리 권한의 확인 결과에 선행하여 확정된 것으로 다루지 않는다.
6.4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친 뒤에도, 접촉으로 들어온 자료 자체의 취급은 별개의 판단을 요한다.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도착한 자금 기록과 계산서가 개인정보를 담는다면, 그 자료의 이용 한계와 보호 의무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규율을 따른다. 이 절에서는 외부 링크 자료를 접수하는 조직이 지켜야 할 목적 외 이용·제공의 한계와 안전조치 의무를 다룬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는 개인정보의 이용 범위를 먼저 가른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지켜야 할 기본 의무는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제1항 및 제28조의8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조문은 목적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의 이용과 제공만 허용하고, 그 밖의 이용과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접수된 자금 기록과 계산서를 이번 분쟁 대응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쓰거나 조직 밖에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목적 외 이용과 제3자 제공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정해져 있다. 그 예외의 요건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 구절을 옮긴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처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제5호부터 제9호까지에 따른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 동의를 받은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한 경우 등이 각 호에 열려 있다. 이 사례에서 위 자료의 정보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예외 사유가 성립하는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목적 외 이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목적 외 이용이나 제공이 허용되는 경우라도 안전조치 의무는 별도로 남는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가 요구하는 조치는 다음과 같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외부 링크를 열고 내려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접속 기록, 그리고 내려받은 파일의 보관이 이 조치의 대상이 된다. 링크 뒤 자료의 접근 권한과 원자료의 위치가 기록에 남지 않았다면, 이 의무를 충족했는지는 미정이다.
제공이 제3자에게 이뤄지는 경우에는 제공받는 자 쪽의 조치도 함께 요구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5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 해당하여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에게 이용 목적, 이용 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제한을 하거나,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자는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접수된 자료를 조직 밖의 전문가나 외부 대리인에게 다시 넘길 일이 생긴다면, 이 요청과 이행의 의무가 함께 성립한다.
외부 링크로 온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 또 그 원자료의 진정성이 확인되었는지는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이 절이 확정한 것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자료가 외부 링크로 들어온 경우 그 접수와 보관이 목적 외 이용·제공의 한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접속기록 보관을 포함한 안전조치가 별도로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6.5긴급 결정과 사후 확인
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방식을 살핀 뒤에는 긴급하게 이루어진 결정을 어떻게 뒤에서 확인할지가 남는다. 확인이 끝난 자료를 모아 두었다는 사실과 법적 평가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르다. 사후 확인의 조건을 따지기 위하여 구 도로법상 양벌조항의 적용 기준을 다룬 판례를 먼저 읽는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은 양벌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위 양벌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이 판례는 양벌조항의 적용 요건을 법인의 주의와 관리감독 의무의 이행에서 찾았다.
그 판단에는 여러 요소가 함께 고려된다. 같은 판결은 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긴급한 접수와 처리 과정에서 법인이 실제로 무엇을 하였는지가 이 판단의 축에 놓인다.
이 판례는 판단을 생략한 채 적용한 경우의 위법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갑 소속 법인의 주의의무 내용이나 그 위반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86조의 양벌조항에 따라 갑 소속 법인을 처벌한 원심판결에 양벌조항의 사업주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5824 판결). 법인이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는지는 사후에 따로 확인되어야 하며, 긴급한 결정 자체가 그 확인을 대신하지 않는다.
대리인이 지정 이메일이 아닌 개인 연락처로 문서를 보내왔고 추가 메시지가 외부 링크로 이어진 경우, 접수 사실만으로 법인의 관리감독 의무 이행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발신자의 대리 권한 범위와 회신 초안의 승인 여부, 외부 링크 자료의 접수 처리 방식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이 사례에서 긴급 결정 뒤 사후 확인은 법인이 실제 행한 조치를 기록으로 모아 두는 것으로 충족되는 문제이며, 양벌조항의 적용 요건이 곧 형사 책임의 성립을 뜻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와 그 이후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6.6입장 변화의 기록 지점
사후 확인의 조건을 살핀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접수된 자료가 모이는 과정에서 조직의 입장이 실제로 어디에서 달라졌는지를 기록으로 가려내는 문제가 남는다. 해지와 손해배상 요구가 담긴 문서가 지정 이메일이 아닌 대표님 개인 연락처로 먼저 도착한 뒤, 같은 날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외부 문서 공유 링크로 뒤따랐으므로, 두 차례 접촉 사이에 조직의 대응이 변한 지점이 있으면 그 지점을 따로 적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전화로 오간 내용의 구체적 문구와 그 이후 조직 입장이 기록상 어디서 바뀌었는지는 미정이고, 원자료의 일부와 일부 메시지는 회신 초안에 첨부되어 있지 않다.
임무를 게을리한 때가 기록상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가늠하기 위하여 상법 제399조는 책임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상법 제399조) 임무해태가 특정되는 지점은 곧 그 시점에 조직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 이 조문은 임무해태와 손해의 관계를 다룰 뿐이므로, 배임죄의 성립이나 회사에 대한 책임의 확정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손해가 가해진 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판시는 이 사례에서 손해의 기록 지점이 최종 손실의 확정 시점보다 앞당겨질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이는 기록을 읽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고, 이 사례의 손해가 언제 확정되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더하여 대법원 2002도4229 판결은 그러한 판단에 이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을 이렇게 짚는다.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득을 취하려는 의사가 임무 위배에 대한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하고, 고의·동기 같은 내심의 사실은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와 상당히 관련된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그 간접사실의 범위는 경험칙에 근거해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사례의 입장 변화 지점을 찾는 작업은 바로 그러한 간접사실의 연결 상태를 정리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정인 문구와 누락된 원자료를 임의로 채워 넣으면 그 연결이 사실관계에서 이탈한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2002도4229 판결은 판단에 이른 경위와 동기를 함께 살필 것을 다음 같이 요구한다.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회신 초안이 작성된 뒤 조직이 언제 어떤 내용을 알게 되었는지가 기록에서 확인되는 범위에서 판단의 기초가 마련될 뿐이다. 결국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에 대한 법적 평가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