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실행착수와 결과의 관계, 대표권 남용과 행위의 효력, 무효와 경제적 위험을 검토한다. 어음 유통의 특별한 조건과 별개의견이 남기는 물음, 위험 판단이 요구하는 구체성을 살핀다.
10.1실행착수와 결과
미수 규정의 자리를 확인하고 나면, 곧바로 그 구간의 양 끝점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한쪽 끝은 임무위배 행위가 시작되는 시점이고, 다른 쪽 끝은 그 행위가 결과를 낳는 시점이다. 이 두 점을 갈라 놓지 않으면 50억 원의 대여 실행이 기수인지 미수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 글은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그대로 옮겨 이 경계선을 확인한다.
실행착수의 정의는 형법 조문에서 출발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정한다. 위 두 조문을 이어 읽으면, 임무위배 행위가 곧바로 기수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임무위배의 시작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처벌 형량이 달라지는 구간이 남는다.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구간의 두 시점을 명시적으로 나눈다. 판례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실행착수의 요소는 행위의 개시와 두 가지 인식이다. 기수의 요소는 그 행위로 인한 이익 취득과 손해의 발생이다. 이 기준을 합성 사례에 대입하면, 갑이 자금난인 B사에 대여를 실행한 행위는 임무위배 행위의 개시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갑이 손해 발생까지 인식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1년 뒤 B사가 무너진 사실만으로 기수가 선언되지는 않는다.
기수시기의 판단은 판례가 따로 다룬다.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시는 손해 판단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합성 사례에서 회수액, 갑의 인식, 당시 변제능력이 모두 미정인 까닭은 바로 이 판단 자료가 아직 비어 있기 때문이다. 50억 원 송금액은 확정 손해액이 아니며 확정 이득액도 아니다.
손해 요건의 폭에 관해 판례 내부의견은 서로 갈린다. 다수의견은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결의 별개의견은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고 본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양견은 결과가 현실화되어야 기수가 된다는 방향에서 겹친다. 합성 사례에서 회수액이 미정인 상태로는 그 현실화를 확인할 수 없다.
이상의 기준을 정리하면, 실행착수와 기수는 서로 다른 사실을 요구한다. 실행착수는 임무위배 행위의 개시와 그 인식으로 성립한다. 기수는 그 행위로 인한 이익 취득과 손해 발생으로 성립한다. 갑의 50억 원 대여가 언제 어떤 단계에 놓였는지는 앞의 사실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회수액과 갑의 인식이 확정되기 전에는 이 경계선이 그대로 미정으로 남는다.
10.2대표권 남용과 행위의 효력
임무위배의 개시와 결과의 발생을 나눈 뒤에는, 대표권을 남용한 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효력이 기수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남는다. 대표권 남용 사안에서 효력의 유무는 대체로 상대방의 인식에 달려 있고, 그 인식 여부는 다시 입증의 문제로 이어진다.
다수의견은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을 상대방의 인식에 연결하여 설명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 명의로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고 밝힌다. 이 판시는 무효가 회사에 대한 효력에 관한 것이며 행위 자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같은 판결은 이어서 무효인 경우의 결과를 구체화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즉 상대방의 인식이 인정되면 회사에 대한 무효가 원칙이 되고, 그 자체만으로는 기수가 되지 않으며, 실행착수는 이미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판결은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효력이 유지되면 채무의 발생 자체가 기수의 근거가 된다.
이 기준은 갑이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사안에서 상대방의 인식에 관한 입증을 요구한다. B사에 대한 대여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하게 유지되는지, 아니면 무효가 되는지에 따라 기수와 미수의 구분이 갈리기 때문이다. 다만 B사 담당자의 인식이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은 미정이다.
다수의견과 달리,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의 별개의견은 채무의 발생을 손해로 보지 않는다. 별개의견은 "의무부담행위에 따라 채무가 발생하거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이는 손해 발생의 위험일 뿐 현실적인 손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견해에서는 대표권 남용의 효력과 무관하게 회사가 실제 이행을 한 때에 기수가 된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 상대방의 인식을 둘러싼 자료가 확정되어도 기수의 시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10.3무효와 경제적 위험
무효로 되돌아가더라도 손해의 형성은 별개로 남는다. 앞 절의 대표권 남용 논의가 행위의 효력을 정했다면, 이제는 그 효력이 배임죄의 기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효력 판단과 손해 판단을 분리하여 두고, 무효인 행위에도 미수 또는 기수가 성립할 여지를 열어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먼저 민사상의 무효와 형사상의 손해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위 판결은 "…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한다. 이 사례에서 갑의 무담보 대여가 민사적으로 무효로 되더라도, 그 무효 선언만으로 B사 붕괴 후의 손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님을 뜻한다.
그러나 무효가 곧 손해의 부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위 판결 [다수의견]은 대표권 남용으로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을 전제로 "…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라고 판시한다. 이 사례에서 갑의 인식과 이사회 승인 여부, B사의 회수 가능성이 모두 미정이므로, 미수에 그칠지 기수에 이를지는 단정할 수 없다.
한편 무효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경제적 위험을 구체화한 때에는 기수가 성립한다. 위 판결 [다수의견]은 약속어음의 경우를 특수한 경우로 다루면서 "…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라고 본다. 다만 어음 유통의 요건은 다음 절에서 다루므로, 이 사례의 현금 대여에 그 조건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수의견과 달리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보는 별개의견은 더 엄격한 기준을 둔다. 위 판결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은 "…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의 발생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은 그 자체로는 현실적인 손해가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에 불과하므로, 배임죄는 회사가 그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나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실제로 이행한 때에 기수가 된다"라고 정리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갑이 실제로 자금을 송금한 50억 원의 이행 시점이 기수 판단의 기준이 된다.
결국 무효라는 형식적 결론이 배임죄의 기수·미수를 자동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무효와 별개로 실제 이행이나 불법행위책임의 부담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이행이나 부담이 손해를 현실화했는지가 함께 살펴져야 한다. 이 사례에서 회수액과 송금액의 관계가 미정인 채 남아 있으므로, 손해의 현실성과 시점은 확정되지 않는다.
10.4어음 유통의 특별한 조건
무효의 형식과 현실 손해를 나누어 읽은 데서 나아가, 이 사례에서 갑이 발행한 약속어음이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따라 기수의 성립 여부가 갈린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속어음 발행 행위를 일반 의무부담행위와 같은 축에 놓되, 어음 유통이라는 사정에 별도의 조건을 둔다. 이 조건은 어음법이 발행인의 항변을 막는 구조에서 나온 것이다.
소지인 보호의 토대를 형법상 조문과 나란히 놓고 보면, 배임의 객관적 구성요건은 임무위배 행위와 이로 인한 이익 취득·손해 가함의 결합이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전항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선언한다. 이 두 조문이 약속어음 발행의 기수와 미수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원칙적으로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면서도, 그 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유통의 사실이 있으면 기수가 된다고 판시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는 무효라 하여 회사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3자 소지인이라는 사정이 그 위험을 구체화한다고 본다. 이 사례에서 갑이 어음을 B사가 아닌 누구에게 넘겼는지가 기수와 미수의 갈림길이 된다.
반대로 무효에다 유통의 부재까지 겹치면 기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같은 판결이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갑이 발행한 약속어음이 B사에 머물러 제3자에게 넘어간 바가 없다면, 무효라는 형식과 유통의 부재가 겹쳐 기수에 이르지 않는다.
다만 유통의 사실이 곧 손해의 확정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판시사항 [3]의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고 당시 상대방인 병 은행이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발행행위가 갑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면, 그로 인해 갑 회사가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였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거나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갑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에 대한 심리 없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로 판시한다. 이 사례에서 50억 원 대여의 송금액은 확정된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므로, 약속어음의 유통 여부를 별도로 확인할 때에도 그 금액을 그대로 손해로 읽지 않는다. 어음 유통이라는 조건은 대여에 어음 사정을 덧붙인 합성이 아니라, 발행된 약속어음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다녔는지에 따라 판례의 미수와 기수의 구분을 적용한 별개의 경우로 읽는다.
10.5다수의견과 별개의견
어음이 유통되지 않은 경우에 남기는 결론을 정한 뒤에는, 그 전제가 된 손해의 뜻을 둘러싼 의견의 갈림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같은 쟁점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을 함께 실었다. 이 판결에서 두 의견은 배임죄의 손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나아가 기수가 언제 성립하는지를 달리 읽는다.
다수의견은 먼저 손해의 범위를 넓게 편다. 그 이유를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말로 옮기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인용은 판결 형식을 띤 본인의 외관상 행위라도 경제적 결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 이 판단의 태도는 그대로 담보 없는 대여의 경제적 결과를 읽는 틀이 된다.
다수의견은 채무의 발생만으로도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금전을 송금하기 전이라도 의무를 지운 때에 이미 기수가 성립한다. 대여 실행 자체가 아니라 약정으로 남긴 의무가 그 경계를 만든다.
별개의견은 이와 달리 손해를 현실적인 것으로 좁힌다. 그 요지를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말로 옮기면,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또 "배임죄의 경우에는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임무에 위배한 행위가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도 하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견해는 위험을 손해로 함께 세지 않는다. 따라서 그 입장에서는 송금 전의 약정만으로 기수를 말하기 어렵다.
별개의견은 나아가 채무의 발생 자체를 위험으로만 둔다. 그 까닭을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말로 보면, "즉 의무부담행위에 따른 채무가 발생하더라도 채무의 기한이나 조건, 채무자의 자력과 변제 의사, 채권자의 청구와 수령, 소멸시효 등 여러 사정에 따라 그 채무는 실제로 이행될 수도 있고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이 관점에서 회수 가능 여부는 손해의 성립을 가르는 사정이다. 다만 이 견해가 판결의 채택 법리인 양 옮기면 안 된다. 담보 없는 대여 사례에서 어느 쪽을 따르는지는 별개로 남는다.
10.6위험 판단이 요구하는 구체성
위험의 유무가 아니라 그 위험이 얼마만큼 구체화되었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위험과 현실 손해의 대립은 견해의 나뉨으로 확인되었으나, 두 견해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멈추는지는 그 대립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수의견의 아래 문장을 통해 이 구체화의 기준을 삼는다. 판단에 넣어야 할 요소를 하나씩 열거한 까닭이다.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의 말은 범죄의 성립 자체를 열거한 요건의 목록으로 환원하지 말라는 뜻이며, A사와 B사 사이의 대여를 그 목록에 끼워 넣는 대신 열거된 항목을 각각 펼쳐 놓고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무겁게 얹힌다. A사의 자금난을 판시 문장의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에 맞대어 읽을 때, 거래처인 B사의 자금난이 그 항목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는다. 다만 이 판결이 판단의 지표로 삼는 것은 손해의 경중이 아니라 그 영향을 살피는 방식이므로, 자금난이 거래의 성격과 결합하여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자료가 열거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이 함께 작동하며,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확인이 어떻게 채워져야 하는지를 가리키지 않는다.
남겨 두어야 할 결론은 대표권과 어음에 관한 문장에서 분명해진다.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다수의견은 그 법률행위의 효력과 어음의 유통 여부에 따라 결론을 나눈다. 그는 "발행행위가 갑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면, 그로 인해 갑 회사가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였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을 부담하거나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약속어음 발행행위로 인해 갑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에 대한 심리 없이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 및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문장이 특별한 사정으로 꼽은 항목은 어음 발행이라는 사안의 형태에 묶인 것이다. 지급과 손해배상책임의 부담, 제3자에게로의 유통이라는 셋은 담보 없는 금전 대여와 같은 거래를 옮겨 적은 표현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통 사례에 옮길 수 있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판단의 순서이다. 다수의견은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되돌아가, 판단에 넣을 항목을 정함과 함께 어떤 항목이 어떤 사안에서 결정적인지를 구체적 사안마다 가르친다. A사의 50억 원 대여에 관하여 회수액과 계열관계, 당시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열거된 항목의 어느 쪽을 어느 정도로 보았는지가 이 판결의 문장 안에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금액은 확정 손해액이 아니며 확정 이득액도 아니라는 것은 미정 항목에 얹힌 추가 판단 없이 정해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