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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의 경계: 경영판단과 임무위배의 구분 기준 · 제1권 · 제2장 · 초판

배임죄의 네 요소

배임죄의 네 요소는 어떻게 나누어 읽어야 하는가?

분량
약 2,500단어 · 11분
자료
조문 3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2.1요건을 나누어 읽는 까닭
  3. 2.2타인의 사무라는 연결
  4. 2.3임무와 위배행위
  5. 2.4이익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입은 사람
  6. 2.5업무성과 미수의 추가 문제
  7. 2.6빠진 요건을 남겨 두기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요건을 나누어 읽는 까닭에서 출발하여 타인의 사무라는 연결, 임무와 위배행위, 이익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입은 사람을 차례로 살핀다. 업무성과 미수의 추가 문제를 검토하고, 확인하지 못한 요건을 남겨 두는 방법을 정리한다.

2.1요건을 나누어 읽는 까닭

미정으로 남은 사항을 두고 성급히 결론을 서두르기 전에, 구성요건의 자리를 먼저 나누어 둘 필요가 있다. 배임죄의 법정 요건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모아져 있으므로, 우선 그 문구를 그대로 두고 보아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적어도 주체인 자격, 임무 위배의 행위, 이익의 취득, 본인에게 가한 손해를 각각 요구한다. 그러므로 같은 행위 사실 하나가 네 가지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지는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이 어느 자리의 근거가 되는지는 그 사실이 무엇을 가리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업무상 배임이 문제일 때는 형법 제356조가 위 조문을 가중한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는 업무상의 지위라는 것이 더해질 뿐, 제355조 제2항의 요건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표이사라는 직함이나 대표 집행의 사실이 업무상 지위의 증거가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임무 위배나 손해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주체와 임무 위배의 의미는 판례에서도 구분되어 서술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배임죄의 주체와 행위에 관하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밝힌다. 이 판시에 따르면 자격의 판단과 행위의 판단은 결이 다르다. 앞의 판단은 신임관계에 놓인 지위를 묻고, 뒤의 판단은 그 지위에서 기대되는 행위를 지켰는지를 묻는다.

손해와 이익의 자리도 같은 결의 구분을 요구한다. 앞의 판결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득액’이라고 한다)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고 한다) 위반죄에 있어서는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이득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취득한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말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손해와 이익의 산정은 그 자체로 별도의 판단을 요구하며, 가중처벌의 자리를 정할 때는 산정이 한층 엄격해진다.

위의 대여로 돌아오면, 앞 절에서 남은 미정 사항이 바로 이 구분의 시금석이 된다. 담보 없는 대여, 한 쪽뿐인 의사록, 부재하는 회수 검토 자료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판단하려면 주체·행위·이익·손해의 자리를 따로 두어야 한다. 회수액과 계열관계, 당시의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는 각각 다른 요건의 근거가 될 수 있으며, 그 어느 것도 나머지 요건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송금액 50억 원이 그대로 손해액이나 이득액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결국 한 가지 증거로 모든 요건을 채우려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으며, 미정으로 남은 자리는 미정으로 열어둔 채 요건별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2.2타인의 사무라는 연결

요건을 나누어 읽는 분석에서 나아가, 이제 배임죄의 주체 요건이 요구하는 연결의 성격을 살필 차례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행위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한정하고, 그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직함이나 직위만으로 주체 범위가 정해지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주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이 지위의 바탕을 신임관계와 재산관리 사무에서 찾는다. 그 판결은 배임죄의 주체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라고 밝힌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여기에는 두 가지가 담겨 있다. 하나는 당사자 사이의 신임이라는 관계적 토대이며, 다른 하나는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대행이나 보전행위에의 협력이라는 사무적 내용이다. 두 요소가 함께 놓일 때 비로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

같은 판결은 사무의 범위를 정할 때 구체적 위임 관계를 확인하는 접근을 취한다. 그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은 종중의 "종손이자 부회장"이었고,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그 중 일부 토지는 피고인이 1/2 지분을 공유한 것이기도 하다)의 매도 여부 및 그 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아" 있었으며, 그 권한의 행사에서 비로소 임무위배 문제가 비롯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따라서 신임관계가 인정된다고 해도 곧바로 모든 재산적 결정에 관한 사무를 맡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어떤 사무가 위임되었는지가 범위를 가르고, 그 범위 안에서의 행위가 임무위배 판단의 대상이 된다.

이 판례를 A사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갑이 A사의 대표라는 직함만으로 당연히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갑이 B사에 대한 담보 없는 50억 원 대여라는 거래를 결정할 권한을 A사로부터 신임에 기초하여 맡아 처리했는지, 그 대여가 A사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성질을 띠는지가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다만 계열관계, 당시 B사의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는 미정이고, 의사록은 한 쪽이며 회수 검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갑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이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신임관계와 사무의 대행이라는 연결은 요건별 분석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배임죄의 주체는 형식적 호칭이 아니라 타인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실제적 지위에서 출발하며, 그 지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구체적 사무의 범위에 따라 정해진다. 송금액인 50억 원은 확정된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므로, 주체 요건의 판단과 나머지 요건의 판단은 서로 섞지 않고 따로 두어야 한다.

2.3임무와 위배행위

신임관계에 기초한 재산관리 사무를 대행하는 자를 밝힌 뒤에는 그 자에게 무엇이 요구되는지, 그리고 실제 행위가 그 요구를 어겼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배임죄의 판단은 임무의 내용을 먼저 확정하고, 그 임무에 비추어 실제 행위를 대조하는 순서를 따른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뜻에 관하여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설시한다. 기대되는 행위의 기준은 추상적인 지위에서 도출되지 않고, 해당 사무의 내용과 성질을 포함한 구체적 상황에서 찾아진다. 이 기준은 법률상 의무나 계약상 의무를 물론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이 요구하는 작위와 부작위를 함께 포섭한다.

이 판결에서 피고인은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와 매매가격 결정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았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권한의 범위가 곧 그에게 기대되는 행위의 경계가 되며, 그 경계를 넘는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신임관계를 저버린 행위에 이른다. 원심은 피고인이 종중 회장과 종중원에게 토지 가격을 잘못 알게 한 뒤 종중 토지는 평당 101만 원에, 자기 토지는 평당 258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한 행위를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법원은 그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면서, 위임받은 권한의 행사 방식이 그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기대되는 행위를 벗어났는지를 묻는 이 순서가 지켜졌음을 확인한다.

이 순서는 대표가 거래처의 자금난을 알고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사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서는 A사의 재산관리 사무를 대행하는 대표 갑이, 그 사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 즉 담보 설정이나 변제능력 확인 같은 보전조치를 하였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당시 검토의 실상은 확인되지 않고, 이사회 승인 여부와 갑의 인식도 미정이다. 기대되는 행위가 무엇이었는지가 남아 있는 한, 담보 없는 대여가 곧 임무 위배인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 대여 금액 50억 원은 확정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므로, 그 액수 자체를 임무 위배의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

나아가 그 행위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된다. 그 조문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형법 제356조). 임무와 위배행위의 판단은 형법 제355조 제2항과 제356조에서 공통된 출발점이 되며, 구체적 사무에서 기대되는 행위를 먼저 정한 뒤 실제 행위를 대조하는 순서는 어느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다.

2.4이익을 얻은 사람과 손해를 입은 사람

임무 위배행위를 알아낸 뒤에는 그 행위로 인한 이익과 손해가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가 남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의 행위자와 이익을 얻는 자, 손해를 입는 자를 각각 달리 적어 두었다. 그 문장은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선언한다. 이에 따르면 이익을 취득하는 자는 행위자 자신이거나 제3자이며, 손해를 입는 자는 사무의 주체인 본인으로 한정된다. 행위자·제3자·본인을 나란히 적은 이 문구는 세 지위가 겹치지 않음을 전제로 삼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도 이 구조를 그대로 전제한다. 그 판결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라고 말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여기서 손해를 가할 대상이 '타인', 즉 사무의 주체임을 분명히 한다. 그 판결이 나온 사안에서 주체는 종중이었고, 행위자는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와 가격 결정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였다.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자기 몫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격을 정하자 이익은 그와 그의 토지 매수인에게 가고, 손해는 사무의 주체인 종중에 남았다.

그 판결은 이익액과 손해액을 따로 묻는 문제도 다루었다. 판결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득액'이라고 한다)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라고 밝힌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배임죄의 성립에 이득액의 크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그 판결은 다른 범죄에서 이득액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가 되는 경우를 예로 들며 "취득한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에 따르면 이득액은 기소되는 범죄의 구성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

대여 총액 50억 원을 손해액이나 이득액에 그대로 넣는 것은 위 판결이 지적한 산정 방식과 어긋난다. 그 판결은 매매대금의 산술평균액을 적정가격으로 삼은 판단을 두고 "이 사건 토지 전체의 매매대금의 산술평균액을 종중 토지의 적정매매가격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 및 이득액을 인정하고 이에 터 잡아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로 의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액 및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지급된 금액 전체를 곧 손해나 이익으로 적지 않는다는 태도가 분명하다.

이 사례에서 대여 금액은 송금된 액수일 뿐이다. 회수액이 얼마인지, 당시 B사의 변제능력이 어떠했는지, B사가 계열관계에 있었는지, 갑이 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이사회 승인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손해를 입은 본인이 누구인지 확정되려면 A사와 B사의 법적 관계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이득을 얻은 사람이 갑인지 제3자인지도 갈린다. 회수 검토 자료가 없으므로 확정 손해액과 확정 이득액은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2.5업무성과 미수의 추가 문제

그 책임 주체와 손해·이득의 범위를 가른 뒤에 남는 물음은 업무상의 횡령·배임과 미수범의 규정이 요건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의 형을 무겁게 하면서, 제355조가 요구하는 행위 구조를 그대로 끌어온다. 그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 제356조) 이 문언에 비추면 가중 규정은 새로 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355조의 죄에 업무상이라는 사정을 더해 형을 정하는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대표 갑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B사에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경우를 업무상 배임으로 다루려 해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과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재산상 이익의 취득 또는 제3자로의 취득, 본인에 대한 손해라는 요건은 여전히 요구된다.

그중 임무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은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이 밝힌다. 이 판결은 배임죄 구성요건 중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를 다룬다. 대법원은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기준은 사무의 내용과 성질 등 구체적 상황을 헤아려 임무의 경계를 정하므로, 조문 밖에 별도로 고정된 업무의 뜻을 세울 필요가 없다. 갑이 대표로서 수행한 사무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사무에 비추어 어떤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지가 사실 심리에서 정해져야 한다.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기대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아직 없는 상태를 뜻할 뿐, 기대 자체를 새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업무상이라는 가중 요건과는 별도로 미수의 처벌 범위도 문언으로 정해져 있다. 형법 제359조는 그 범위를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제359조(미수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이 조문이 미수범의 처벌을 선언하더라도, 미수가 되려면 제355조 제2항이 정한 행위의 착수와 그 요건의 일부 성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제356조와 제359조는 각각 가중과 미수의 문제를 다룰 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재산상 이익의 취득, 본인에 대한 손해라는 요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없애 주지 않는다.

대여가 이미 실행되어 B사가 1년 뒤 무너졌다고 해도, 회수액과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인 지금 그 임무 위배와 손해의 성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송금액인 50억 원은 대여 총액일 뿐 확정 손해액도 이득액도 아니라는 점은 앞서 확인한 바와 같다. 이 사정을 미수로 대신 채울 수도 없다. 미수의 규정은 요건의 결손을 메우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 갑의 처벌 가능성이 업무상 배임의 기수인지 미수인지도, 요건별로 남은 사실이 확정된 뒤에야 비로소 정해진다.

2.6빠진 요건을 남겨 두기

업무상 배임의 요건을 문헌으로 밝혔으니, 이제 사례를 요건별로 나누어 판단할 수 있는 범위와 남은 자리를 정해야 한다. A사 대표 갑이 자금난인 거래처 B사에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과 미정인 사실이 각각 어떤 요건에 놓이는지 구분하는 일이 먼저다.

형법 제355조는 배임의 기본 구조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정한다. 그리고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가중한다. 갑이 대표인 A사의 대표자로서 대여 결정에 나아간 경위는 임무 위배와 업무상성에 관한 판단의 재료가 될 뿐이다.

한편 갑이 B사에 돈을 보낸 뒤 1년 만에 B사가 무너졌다는 사실은 시점과 경과만을 말한다.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사건에서 회수액이 미정이고 송금액 50억 원이 확정 손해액도 이득액도 아니라면, 손해와 이득의 산정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손해액과 이득액을 가려야 할 사정을 이렇게 적었다. "이 사건과 같이 개발사업이 예정된 지역 내에서의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는 당해 부동산의 형상, 면적, 지목, 이용현황 등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외에도 거래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태도, 협상조건이나 협상능력 등도 가격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어서 객관적 가치가 비슷한 토지라도 구체적인 협상 결과에 따라 매매가격에 작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정 수치를 그대로 옮겨 쓸 수 없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여와 매매는 거래의 결이 다르다. 이 사건에 대응하는 값은 회수액과 당시 변제능력 등 남은 자료에서 찾아야 한다.

남은 자리는 세 가지다. 회수액이 미정이므로 손해의 유무와 크기는 여기서 확정되지 않는다. 계열관계, 당시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이므로 임무의 내용과 그 위배 여부, 신임관계의 범위도 여기서 확정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주체의 기준을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라고 적었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갑과 A사, A사와 B사 사이의 관계가 이 기준에 닿는지는 다음 자료에서 판단할 일이다.

이렇게 남겨 둔 자리는 결론을 미루는 문제가 아니다. 요건별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나누지 않은 채 송금액 50억 원 하나로 전체 결론을 확정하는 일이 바로 이 사건에서 피해야 할 오류이다. 송금액은 알려진 사실의 한 부분일 뿐, 배임의 성립과 처벌의 정도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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