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만 받습니다: 이메일과 전자소송

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배임죄의 경계: 경영판단과 임무위배의 구분 기준 · 제1권 · 제7장 · 초판

임무위배의 뜻: 2012도3840이 채운 기준

임무위배의 뜻은 2012도3840에서 어떤 기준으로 채워지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7.1판결 속의 위탁 사무
  3. 7.2법률이 정한 기대
  4. 7.3계약과 신의칙
  5. 7.4작위와 부작위의 관계
  6. 7.5주체와 위배행위의 구별
  7. 7.6이득액 판단이 남기는 한계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2012도3840 속의 위탁 사무를 검토하고, 법률이 정한 기대, 계약과 신의칙이 차지하는 자리를 살핀다. 작위와 부작위의 관계, 주체와 위배행위의 구별, 이득액 판단이 남기는 한계를 정리한다.

7.1판결 속의 위탁 사무

책임을 낳는 것은 결과나 경영판단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위탁받은 사무의 구체적 내용임을 확인한 뒤, 이제 그 사무가 판결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필 차례이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배임죄의 주체와 임무위배를 한 자리에서 설명하며, 이 문제의 틀을 제공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로 정한다. 이 문장에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와 임무에 어긋난 행위가 나란히 요구됨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그 지위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따라서 범죄의 주체가 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기준도 같은 판결이 채운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선언한다. 기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는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세 갈래에서 구체적 상황 안에서 찾는다. 사무가 맡겨진 방식과 성질이 먼저 정해져야 임무의 경계가 드러난다.

위 판결은 그 기준을 사실관계에 적용했다. 피고인은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그 중 일부 토지는 피고인이 1/2 지분을 공유한 것이기도 하다)의 매도 여부 및 그 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아" 매매협의에 나섰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피고인이 종중 소유 토지는 평당 100만 원 정도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도 자신 소유 토지는 평당 258만 원을 기준으로 정한 128억 2,0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요약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매매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라고 판단"한 결론이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보았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판단의 출발점은 매도 여부와 매매가격 결정이라는 두 가지 권한, 곧 사실상 위임받은 사무의 범위이다.

이 판결이 그리는 위탁 사무는 추상적 회사 이익이 아니라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와 매매가격 결정이라는 특정한 재산관리 업무다. 사무의 내용이 이렇게 특정되고 나서야 그 사무에 어긋난 행위가 무엇인지 가릴 수 있다. 이 사례의 의사록이 한쪽뿐이고 회수 검토 자료가 마련되지 않은 채 담보 없이 이룬 거래라면, 위탁된 사무의 내용과 그 경계는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7.2법률이 정한 기대

위임받은 권한이 무엇인지를 살폈다면, 이제 그 권한을 벗어난 행위를 무엇으로 판단할지가 문제이다.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므로, 위배의 기준이 되는 바가 정해져야 한다. 이 기준을 형법 조문과 판결이 어디에 두는지 확인한 뒤, 갑이 한 대여 행위가 그 기준에 놓이는 자리를 살펴본다.

형법이 배임죄의 처벌 범위를 정하는 첫 문장은 그 행위의 성격을 한마디로 못 박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위배 행위가 사무의 주체인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갑의 대여가 A사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먼저 문제가 된다.

그러나 형법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따로 적지 않고 있다. 이 공백을 채우는 문장이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에 나온다. 위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위 기대의 바탕은 법률 규정·계약 내용·신의성실 원칙의 셋으로 정해진다.

문제는 이 셋 가운데 법률 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이다. 위 판결은 법률 규정·계약 내용·신의성실 원칙을 함께 들면서도,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을 함께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즉 구체적 사무가 무엇인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법률 규정이 그 사무에 무슨 기대를 두는지 읽힌다. 대표자로서 거래처에 자금을 대여하는 사무가 어떤 내용과 성격을 갖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형법 조문이 처벌의 틀만 정하고, 판결이 그 틀 안에서 사무의 내용에 맞춘 기대를 찾도록 한 셈이다. 갑의 대여가 법률이 정한 기대를 넘었는지 여부는 따라서 대표자 사무의 내용과 만나는 자리에서 판단된다. 그 만남의 결과는 계약과 신의칙이 함께 놓이는 자리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7.3계약과 신의칙

법률 규정이 구체적인 사무 내용과 결합한 뒤에는 계약과 신의칙이 각기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무위배의 뜻을 정한 2012도3840은 두 근거를 나란히 놓고 그 역할을 밝히고 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의 기본 틀을 규정한다. 그 문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형법 제355조). 이 조문은 임무위배 행위와 이익 취득, 손해 가함을 한 줄로 엮는다. 다만 계약이나 신의칙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기준을 제시한다. 판례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계약의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이 법률 규정과 나란히 근거로 서는 셈이다.

이 판례가 밝힌 대로 세 근거는 모두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이라는 틀 안에서만 작동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갑이 B사에 50억 원을 담보 없이 대여한 거래에서 계약은 A사와 갑 사이의 위임관계, 또는 대여계약 자체의 조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계약 조항은 확정된 사실로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이 무엇을 요구하거나 금지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은 채로 남는다.

신의성실의 원칙도 같은 틀에 묶인다. 판례는 신의칙을 별도의 요건을 갖춘 청구 근거로 세우지 않고,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가려내는 판단 기준의 하나로 둘 뿐이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갑의 당시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가 모두 미정인 이상 신의칙이 이 대여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은 그 판단에 필요한 자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그 자체로 결론을 이끌지는 못한다.

결국 계약과 신의칙은 임무위배를 독립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두 근거 모두 사무의 구체적 상황에 맞추어 읽힐 때만 갑의 대여가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이 밝힌 대로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인지를 가리는 데 기여한다. 그 기여의 방향과 크기는 미정인 사실들이 채워진 뒤에야 드러난다.

7.4작위와 부작위의 관계

임무위배의 뜻이 행위와 부작위를 함께 포섭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갑의 대여는 그중 어느 쪽에 놓이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 문구는 위배행위를 하나로 한정하지 않으므로,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이 정리한 뜻을 거래에 옮겨 보아야 한다. 그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90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정의는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는 작위를 같은 자리에 놓는다. 갑이 담보 없이 50억 원을 대여한 것은 한 금융거래를 맺은 작위이고, 회수 검토나 담보 확보를 하지 않은 것은 같은 거래를 방치한 부작위이다. 다만 그 회수 검토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어떤 보전행위가 기대되었는지 그 구체적 상황은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같은 사정을 작위와 부작위 양쪽에 한 번씩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판결에서 피고인은 거짓말로 헐값 매매를 유도한 작위와 적정가격 산정을 저버린 부작위를 함께 보였고, 원심은 이 사건 토지 전체의 매매대금의 산술평균액을 종중 토지의 적정매매가격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 및 이득액을 인정하고 이에 터 잡아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로 의율하였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손해액과 이득액은 한 거래의 양끝에서 같은 평가액으로 맞물리므로, 하나의 차액을 양쪽에서 각각 더하는 방식은 같은 사실을 두 번 세는 결과를 낳는다.

이 판결은 나아가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손해액 및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고 보았다. 갑의 건에 대해서도 송금액 50억 원은 확정된 손해액도 이득액도 아니며, 회수액과 당시 변제능력은 미정이다.

결국 위배행위는 하나의 거래 안에서 작위와 부작위로 함께 드러날 수 있으나, 평가는 그 거래가 남긴 차액을 한 번만 헤아리는 선에서 멈춘다. 갑의 대여가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는 이 거래의 신임관계가 무엇을 기대했는지에 따라 정해지며, 손해액은 이후 별도로 산정되어야 한다.

7.5주체와 위배행위의 구별

한 거래를 구성하는 작위와 부작위를 나누어 보았지만, 그 거래를 법적으로 누구의 행위로 볼 것인지는 별도의 판단을 요구한다. 재산관리를 맡았다는 판단과 그 사무를 그르쳤다는 판단은 각기 다른 요건을 이루며, 하나를 다른 하나에서 자동으로 끌어낼 수 없다. 두 판단이 왜 독립적으로 필요한지를 2012도3840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살핀다.

배임죄의 구성요건 문언은 우선 행위자의 지위를 요구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사무처리자의 신분과 임무위배행위를 하나의 문장 안에 두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각각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무의 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그 임무를 저버렸다는 사실은 나란히 성립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두 요건의 의미를 각각 밝히고 있다. 배임죄의 주체에 대하여 그 판결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위배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있어야 하고"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판시는 신분이 범죄 성립의 선결 조건임을 분명히 한다. 임무위배행위가 아무리 중대하여도, 그 행위를 한 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다면 배임죄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

그 판결은 이어서 그 지위의 범위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두고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거나 타인 재산의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 등을 말하며"라고 규정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신임관계에 터한 재산관리의 대행 또는 보전행위의 협력이 그 판단 기준이다. 회사 대표가 거래처에 대한 자금 운용을 결정한 사안에서, 그러한 결정이 본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대행하는 것인지부터 확인하지 않으면 다음 판단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임무위배행위의 의미는 그와 분리되어 제시된다. 그 판결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당해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정의는 사무의 내용과 성질을 구체적 상황에서 살필 것을 요구하며,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 경우와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한 경우를 모두 포섭한다.

위 정의의 끝에 놓인 "본인에 대한 신임관계를 저버리는"이라는 문구는 두 요건을 잇는다. 주체 요건이 신임관계에 기초한 사무처리자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배행위 요건도 그 신임관계의 저버림을 요구한다. 같은 신임관계가 앞뒤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앞에서는 지위의 근거를 이루고 뒤에서는 행위의 성격을 결정한다.

이 사례에서 갑은 A사의 대표이므로 A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담보 없이 자금난인 거래처에 50억 원을 대여한 행위가 그러한 사무의 대행인지, 그리고 그 대여가 법률이나 계약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한 것인지는 각각 별개로 판단하여야 한다.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그 대여가 무엇을 하지 않은 결과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사회 승인 여부, 갑의 인식, 당시 B사의 변제능력도 미정이므로, 어느 단계의 판단이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 확정할 수 없다.

위 판례는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매매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지위에서 그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 종중으로부터 종중 소유 토지의 매도 여부 및 매매가격 결정에 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자의 임무에 위배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권한의 위임을 인정하는 판단과 그 권한의 행사가 임무에 위배되었다는 판단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 사례에서도 대표이사의 지위에 관한 판단과 자금 대여 행위의 성격에 관한 판단을 차례로 쌓아야 한다. 한쪽 판단만으로 다른 쪽을 대신할 수 없다.

7.6이득액 판단이 남기는 한계

주체와 위배행위를 각각 확인한 뒤에는 그 위배행위가 본인에게 남긴 손해와 당사자에게 안긴 이익의 액수를 세어야 한다. 같은 사안에서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은 이 단계의 산정 근거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이 판결은 이득액이 형의 가중을 정하는 요건이 되는 경우의 산정 태도를 다음과 같이 짚는다. 판결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득액’이라고 한다)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라고 한다) 위반죄에 있어서는 취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이득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취득한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이 한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와 달리,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려는 검토에서 이득액의 근거를 따로 요구하는 까닭을 분명히 한다.

산술평균값을 그 근거로 삼아도 되는지는 이 판결이 특히 엄격히 다룬 부분이다. 원심은 토지 전체 매매대금의 평당 산술평균액을 종중 토지의 적정매매가격으로 삼아 손해액과 이득액을 인정하였으나, 판결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아도 원심이 전제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이 사건 토지 전체를 합산하여 총매수가격을 정하였다거나 그 평당 가격을 180만 원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평당 가격의 합의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그 합의값의 파생물인 산술평균액도 손해액의 기준이 될 수 없다.

협상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거래에서는 근처 거래의 값을 그대로 옮겨 적정가격을 잡을 수도 없다. 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개발사업이 예정된 지역 내에서의 부동산 매매에 있어서는 당해 부동산의 형상, 면적, 지목, 이용현황 등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외에도 거래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태도, 협상조건이나 협상능력 등도 가격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어서 객관적 가치가 비슷한 토지라도 구체적인 협상 결과에 따라 매매가격에 작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라는 전제 아래, "피해자 종중도 피고인의 이 사건 배임행위가 없었더라면 종중 소유 토지를 평당 180만 원 또는 공소외 2 주식회사가 결과적으로 이 사건 토지 전체의 매매대금으로 지급한 셈이 되는 평당 1,831,370원에 매도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본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840 판결). 계약 전 협상 과정마다 생기는 값의 격차까지 평균으로 메우면 그 격차가 본인에게 실제로 남긴 손해가 무엇인지가 사라진다.

갑이 자금난인 B사에 무담보로 빌려준 50억 원에도 같은 경계가 놓인다. 그 금액만으로 회수 불능으로 본인에게 생긴 손해나 갑이나 제3자가 취득한 이득이 확정되지 않으며, 송금액은 확정된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다. 이 판결이 요구하는 산정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그 액수는 미정으로 남는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지금 읽는 곳은 PRO SE입니다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