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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의 경계: 경영판단과 임무위배의 구분 기준 · 제1권 · 제11장 · 초판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배임의 관계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배임의 판단은 어디에서 갈리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4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1.1책임의 요건을 병렬로 놓기
  3. 11.2임무 내용의 접점
  4. 11.3손해의 의미가 갈리는 자리
  5. 11.4동일 자료와 서로 다른 추론
  6. 11.5하나의 결론으로 다른 판단을 닫지 않기
  7. 다룬 법령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과 배임의 요건을 병렬로 놓고, 임무 내용에서의 접점을 찾는다. 손해의 의미가 갈리는 지점, 동일한 자료에서 서로 다른 추론이 나오는 까닭, 하나의 결론이 다른 판단을 닫지 못함을 정리한다.

11.1책임의 요건을 병렬로 놓기

위험 판단의 구체성이 자금난 거래처 대여에 어떤 물음으로 옮겨지는지를 가른 뒤에, 이제 상법상 책임과 형사 책임의 요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차례이다. 두 책임은 같은 행위를 겨냥하면서도 성립 요건을 따로 둔다.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이렇게 정한다.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상법 제399조) 이 책임은 고의뿐 아니라 과실만으로도 성립한다. 갑의 대여가 임무를 게을리한 행위에 해당한다면, 고의가 없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은 논의될 수 있다.

같은 조항은 이사회 결의에 따른 행위의 책임 범위도 함께 정한다. 상법 제399조 제2항과 제3항은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399조) 회사 측에 한 쪽만 남은 의사록이 이사회 승인 여부와 이의 기재의 유무를 어떻게 보여 주는지에 관한 판단은 이 규정의 문구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사회 승인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를 별도로 정한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 제355조) 이 죄는 임무위배 행위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 또는 제삼자 취득, 본인에 대한 손해가 함께 요구된다. 송금액 50억 원은 확정 손해액도 확정 이득액도 아니므로, 이 요건은 금액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에 관하여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그 성립 요소와 입증 방법을 이렇게 밝힌다.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같은 판결은 이어서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고의의 입증 방법과 마찬가지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므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형법 제355조) 이 문장은 형사 책임에서 과실만으로는 배임죄가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갑의 인식은 미정으로 남으므로, 이 요건의 충족 여부는 아직 판단되지 않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은 과실만으로 논의될 수 있는 반면, 배임죄는 임무위배의 인식과 이득 의사라는 주관적 요소를 함께 요구한다. 한 책임의 성립을 다른 책임의 충분조건으로 삼을 수는 없다. 50억 원의 대여가 과실로 인정된다고 하여 배임죄의 고의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 대여가 손해를 가한 결과를 낳았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의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11.2임무 내용의 접점

상법상 책임의 요건과 형사상 고의의 요건을 나란히 두어도, 두 책임은 같은 기준에서 만나지 않는다. 이 점을 밝히려면 우선 임무의 내용이 어디에서 정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위임 규율을 빌어 정해진다. 상법 제382조 제2항은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선언한다. 이 준용 규정이 이사의 임무 범위를 민사 영역에서 끌어온다.

그 임무는 충실의무라는 이름으로 다시 표현된다. 상법 제382조의3 제1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A사의 대표 갑이 회사 자금 50억 원을 B사에 빌려주기로 한 결정은 이 직무 수행의 하나로 놓인다.

그 결정에 문제가 생기면 상법 제399조가 그 결과를 묻는다. 이 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하며,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단정한다(상법 제399조). 이 책임은 임무를 게을리한 사실과 그로 인한 손해를 요건으로 삼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그 임무를 다른 자리에서 다시 부른다. 이 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형법 제355조). 여기서 '임무'는 형법이 직접 정하지 않고 민사법상의 임무를 빌어 쓴다. 상법상 임무와 형법상 임무는 어휘를 함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어휘를 함께한다고 개념이 합쳐지는 것은 아니다. 형법상 임무위배는 배임죄 성립의 한 요소이고, 상법상 임무해태는 손해배상 책임의 한 요소이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경영상 판단과 관련한 배임죄 성립을 판단하면서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 판시는 형사 책임의 기준을 말한다. 갑이 담보 없는 대여를 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과 B사가 이익을 취한다는 인식을 지녔는지는 이 기준에서 따진다. 반면 상법 제399조는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까지 책임을 물을 여지를 둔다. 따라서 같은 대여 행위를 두고 형법상 임무위배와 상법상 임무해태가 함께 논의되더라도, 그 접점은 어휘의 공유에 머무른다. 한쪽이 성립하면 다른 쪽도 성립한다는 연결은 이 두 규율에서 도출되지 않는다.

11.3손해의 의미가 갈리는 자리

임무의 내용을 나누어 살핀 뒤에도 남는 물음은 손해이다.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이 같은 낱말을 쓰면서도 같은 범위를 가리키지 않으므로, 갑이 50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주고 B사가 무너진 이 사건에서 손해가 무엇인지부터 분리해 두어야 한다.

민사 책임의 문턱을 정한 조문은 상법 제399조이다. 그 책임을 세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는다. "①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개정 2011. 4. 14.>" (상법 제399조) 이 책임은 회사에 대한 것이며, 고의나 과실과 함께 손해가 요구된다. 같은 조는 이사회가 뜻을 모은 경우의 처리도 함께 정한다. "②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 (상법 제399조) 아울러 의사를 밝힌 흔적이 없는 이사를 찬성자로 보는 추정까지 둔다. "③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상법 제399조) 이 사건에서 의사록이 한 쪽뿐이고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이므로, 누가 이 책임의 주체인지는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는다.

형사 책임의 문턱은 다른 문장에서 온다. 배임죄를 정한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손해를 요건으로 두면서도 그 표현이 넓다.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 제355조) 이 조문은 손해의 크기를 헤아리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

그 빈 자리를 판례가 채운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밝힌다.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손해가 이미 굳어진 뒤뿐 아니라 그 위험만으로도 문턱을 넘는다는 뜻이다. 같은 판례는 범죄가 되려면 무엇이 함께 있어야 하는지도 덧붙인다. 그러한 인식이 없이 결과만 생겼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거나,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따라서 손해와 인식은 함께 살펴야 한다.

같은 판례는 인식을 헤아리는 재료도 제시한다. 경영상 판단에서 범죄가 되려면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그 인식이 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는 위험이 아니라 실해의 위험과 인식이 함께 놓인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송금액 50억 원을 그대로 손해로 적어 넣는 일은 양쪽 모두에서 앞서 나간다. 회수액이 미정이고 갑의 인식과 당시 변제능력이 미정이므로, 형사 책임에서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함께 확인되어야 하고, 민사 책임에서는 회사에 대한 손해가 따로 계산되어야 한다.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그 자료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는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없다.

11.4동일 자료와 서로 다른 추론

손해의 의미가 갈린다고 해서 입증 자료의 가치까지 함께 갈리는 것은 아니다. 회의록 한 쪽과 회수 검토 자료의 부재, 그리고 담보 없는 대여 기록은 상법상 이사 책임과 배임죄 판단에서 각각 다른 추론의 출발점이 된다. 여기서는 같은 자료가 어떤 책임에서 무엇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살피되, 증거의 법적 효력을 일률적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먼저 상법상 책임의 자리에서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본다. 대표이사의 지위에 관하여 상법 제382조는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규정들은 대표 갑이 회사 자금 50억 원을 담보 없이 내주는 결정에서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를 연다. 다만 회사와 이사의 관계를 위임으로 보는 규정이 곧 대여 결정의 위법 여부를 스스로 결론짓지는 않는다.

이사회 결의의 유무는 그 문제에서 별도의 축을 이룬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전항의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전항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같은 조문은 또 "전항의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상법 제399조).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인 이 사례에서 의사록은 한쪽에 그친다. 이 조문이 추정을 두는 자리는 결의 참가자가 이의 기재를 남겼는지이므로, 결의가 있었는지와 그 결의의 내용은 아직 밝혀져야 한다. 의사록이 한쪽뿐이라는 사정이 곧 찬성 추정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책임의 자리에서는 같은 자료에 관한 판단 기준이 따로 선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배임의 인식을 증명하는 방법을 두고,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 및 이득의사가 결합하여 성립하며,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내심적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다. 갑의 인식이 미정인 이 사례에서 회의록과 대여 기록은 그런 간접사실을 이루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판례가 증명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고의이며, 그 판단에 필요한 간접사실의 범위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정해진다.

같은 판례는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기준을 따로 밝힌다. 배임의 고의를 판단할 때,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회수 검토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기준에서 판단의 근거를 줄인다. 그런데 그 부재를 곧 이 인식의 결여로 읽는 것도, 이 인식의 존재로 읽는 것도 이 판례가 정한 범위 밖이다.

같은 자료를 두고 상법상 책임은 임무를 게을리했는지와 손해를 회사에 어떻게 배상할지를, 배임죄는 임무위배와 이득의사와 손해 가는 인식을 각각 묻는다. 대여 기록과 의사록은 양쪽에서 공통된 사실 단서를 이루지만, 그 단서가 어떤 요건을 채우는지는 책임마다 따로 판단된다. 회수액, 계열관계, 당시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가 미정인 한, 이 자료들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송금액은 확정된 손해액이나 이득액이 아니므로, 그 금액을 근거로 어느 한쪽 책임의 요건을 마무리할 수 없다.

11.5하나의 결론으로 다른 판단을 닫지 않기

대표이사가 과실과 고의의 각 판단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셈한 뒤에, 상법상 책임과 배임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 남는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같은 대여 자료라도 두 책임에서 뒷받침하는 사실이 서로 다르다. 이 점에서 어느 한쪽의 결론을 다른 쪽의 판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 책임을 정한다. 그 책임의 요건과 형법 제355조의 배임 요건은 같은 문구를 쓰지 않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정한다. 이처럼 두 책임의 문언은 고의와 손해에 대한 요건을 다르게 둔다. 그러므로 한 책임의 결론이 다른 책임의 결론까지 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

형사 책임의 판단에서 확인한 기준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에서 확인된다. 이 판결은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 범위에 관하여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판단은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과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같은 대여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확인만으로 배임의 고의까지 확인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준이 상법상 책임의 판단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앞의 대법원 판결은 형사 책임의 요건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고, 상법 제399조는 그 이사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도 책임의 근거로 둔다. 한쪽에서 고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쪽 판단의 범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다른 쪽에서 임무를 게을리한 사실을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손해에 대한 판단에서도 범위의 구분이 필요하다. 앞의 대법원 판결은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힌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이 밝힌 범위는 배임에서 말하는 손해에 관한 것이다. 상법상 책임에서 회사가 입은 손해의 범위는 그 책임의 요건에 따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송금액을 곧 손해액으로 보아도 되는지는 어느 쪽 책임의 판단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에서 확인한 사실은 대여의 시기와 금액, 대표이사가 대여를 실행한 것에 머무른다. 회수액, 당시 변제능력, 갑의 인식, 이사회 승인 여부는 미정이다. 미정인 사실은 미정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한쪽 책임의 판단에서 확인한 사실을 다른 쪽의 판단에 그대로 이어 쓰지 않는 것이, 확인된 사실의 범위를 지키는 일이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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