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공급망의 지위 남용과 약관을 통한 대외 책임 회피를 막으려면 사후 무효 다툼에만 맡기지 않고 강행적 효력 제한과 협상력 격차의 사전 통제를 설계해야 한다. 이 설계가 성립하려면 면책·상한·관할 조항과 하위 수탁 및 통제 범위를 공개하고 위험에 상응하는 보험과 담보를 연동해야 한다.
11.1약관을 통한 대외 책임 회피 제한
책임이 법에 있어도 계약서 안에서 사라질 수 있다. 면책 조항과 책임 상한, 관할 지정, 중재 강제, 자료 접근 제한이 겹치면 피해자는 서명한 적 없는 위험까지 떠안는다. 이 편의 중심 명제는 지위 남용과 계약을 통한 책임 회피를 사후 무효 다툼에만 맡기지 않고, 강행적 효력 제한과 투명성, 협상력 격차의 사전 통제로 대응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와 배치자, 운영자 사이의 책임 분담은 내부 구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나 하위 주체의 지위를 내세워 피해자에 대한 대외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는 효력을 제한한다. 최종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면책은 그 위험을 이해하고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을 때만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이는 계약 자유의 일반 해설이 아니라 자율행위 공급망이라는 특수한 권력 구조에 대한 대응이다.
11.2회피 경로 공개와 보험 연동 상한
이 설계가 성립하려면 회피 경로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 약관의 면책과 상한, 준거법과 분쟁 해결 조항을 공개하고, 공급자가 자료와 도구, 업데이트를 지배하는 범위와 하위 수탁 구조를 밝혀야 한다. 공공 조달과 지원 구조의 문제는 IV-12에 맡기고 이 편은 사적 지위와 계약의 효력 원칙만을 다룬다. 작은 개발자와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일률적 무한 책임을 만들지 않으며, 위험에 상응하는 보험과 담보를 함께 갖추면 책임 상한의 합리적 설계를 허용한다. 현행 약관 규제와 기업책임 법리의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남기고, 외국의 규범 문서도 국내 의무로 전용하지 않는다.
11.3반론: 시장 집중과 공급자 대체권
가장 강한 반론은 계약 통제가 강해지면 거래 비용이 커지고, 신생 기업은 법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시장이 소수 공급자에게 더 집중된다는 것이다. 책임 회피를 막으려다 공급자 종속이 심해진다는 역설이다. 이에 대한 답은 금지 일변도로 나아가지 않고 대체 가능성과 접근권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표준 계약의 공정 조항을 마련하고 책임 상한과 보험 가입을 연동한다. 이해충돌 통제, 자료 이식, 감사 접근을 계약의 기본 조건으로 넣어 이용자와 하위 사업자가 공급자를 바꿀 수 있게 한다. 면책의 문언보다 실질적 선택지와 협상 조건을 보고 효력을 판단한다.
11.4계약 통제 설계를 버릴 조건
이 설계는 인공지능에 책임을 귀속시켜 통제자의 계약 책임까지 끝내거나, 재원 없는 회복을 계약상 약속으로 대체하는 데 쓰이면 버려야 한다. 기존 경제범죄와 기업책임의 일반론은 제1총서에 맡기고, 개별 사건의 참여 제한 문제는 IV-03에 맡기며, 이 편은 지위와 계약이라는 회피 경로의 차단에만 머문다. 남은 문제는 책임이 인정된 뒤 회복이 실제로 이어지는지이므로, 마지막 편에서 관찰의 방법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