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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금지원칙: 형벌 조항의 비례성 심사 · 제37권 · 제12장 · 초판

입법재량이 존중되는 자리

법정형에 대한 입법자의 선택은 어디까지 존중되는가?

분량
약 2,400단어 · 11분
자료
조문 0 · 판결 3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2.1법정형 선택의 존중
  3. 12.2형벌 체계의 균형
  4. 12.3책임과 형벌의 비례
  5. 12.4재범 가중과 책임
  6. 12.5입법재량의 경계
  7.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이 장은 법정형에 대한 입법자의 선택이 어디까지 존중되는지를 묻는다. 결정요지에 실린 입법재량과 그 한계의 말을 모아, 법정형 선택의 존중, 형벌 체계의 균형, 책임과 형벌의 비례, 재범 가중과 책임을 차례로 정리한다.

12.1법정형 선택의 존중

형벌 조항이 고정된 금액으로 무게를 재는 자리를 지나면, 이제 그 금액 자체를 누가 어떻게 정하였는지라는 물음이 남는다. 앞서 정리한 고정 금액의 무게가 책임에 맞는지 묻는 자리에 이르러, 우선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일이 누구의 몫인지를 가늠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은 이 물음에 답하는 첫 단서를 놓는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일은 입법자의 형성권 아래 있으며, 그 행사에 헌법의 정신이 함께 작용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정의 첫째 판시는 법정형의 구성을 입법자의 몫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히 한다. 즉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법정형의 구성을 입법자에게 맡기되, 그 구성이 책임과의 균형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함께 놓는다. 형벌 조항에 대한 심사는 이 존중에서 출발한다.

같은 결정은 존중의 범위가 무제한이 아님을 이어서 밝힌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은 이어서 "그러므로, 그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 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입법 목적을 존중하는 태도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정한 형벌이 책임의 틀을 현저히 벗어날 때 거두어들이는 심사가 함께 놓여 있음을 보인다. 형벌 조항의 심사는 이 두 자리를 동시에 살피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 결정은 존중의 틀을 세우면서 그 틀 안에서 무엇을 비교하는지도 보여 준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은 "마약의 매수 가운데 '영리매수'는 마약의 대량확산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신적·육체적 황폐화를 통하여 영리를 도모한다는 점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마약류시장의 특성상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은 일반범죄의 영리범의 경우보다 더욱 크다."고 하면서도, "반면에 '단순매수'는 기본적으로 수요의 측면에 해당되고 마약의 유통구조상 최종단계를 형성하므로 마약확산에의 기여도와 그 행위의 구조, 위험성 및 비난가능성 등 죄질에 있어서 영리매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하였다. 죄질의 차이를 인정한 뒤 그 차이를 법정형 구현에서 놓치는 일을 경계한 것이다. 법정형 선택을 존중하되, 그 선택이 죄질의 질적 차이를 무시하지 않는지 살피는 작업이 여기에 놓인다.

입법자의 선택 존중은 형의 하한이 놓는 자리에서도 함께 작용한다. 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은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에 비추어,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도 일률적으로 그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법정형의 하한이 함께 높인 무게까지를 판단의 자리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는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 법정형 구성을 존중하자는 목소리와 그 구성을 넘어선 무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한 결정 안에 함께 놓여 있음이 드러난다.

이상의 결정들이 놓는 존중의 자리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형벌 조항을 보는 시선의 출발점을 가리킨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일을 입법자의 몫으로 두면서도, 그 정함이 죄질과 책임의 차이를 놓치지 않는지, 그 정함이 책임의 틀을 넘어선 무게를 놓지 않는지를 함께 살피라는 것이다. 임에 대한 처벌의 결론이나 이 형벌 조항의 비례성 최종 판단은 여기서 정하지 아니하며, 정해지지 않은 형의 선고 경위와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도 확정하지 아니한다. 존중의 틀에서 심사가 출발한다는 점만이 이 자리에서 확인된다.

12.2형벌 체계의 균형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가 입법자의 몫으로 존중되는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그 법정형이 형벌 체계 전체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필 차례이다. 헌법재판소는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에서 법정형을 정하는 일의 한계를 밝히면서 개별 조항을 체계 속에서 읽는 틀을 제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그 결정에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고 전제하였다. 법정형은 혼자 놓여 판단되지 않고,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는지의 비율에서 그 자리를 가진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 전제에서 나아가 입법재량이 존중되는 자리를 넘어서는 경우를 열거하였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에 따르면 "그러므로, 그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 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기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체 형벌체계상"이라는 자리 표시이다. 법정형이 과한지는 그 조항만 떼어 놓고 재는 일이 아니라, 다른 범죄 유형과 나란히 놓인 체계 안에서 판단할 일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 사건의 조항이 체계에서 벗어난 까닭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우선 죄질의 차이를 무시한 점을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영리매수와 단순매수를 견주어 "반면에 '단순매수'는 기본적으로 수요의 측면에 해당되고 마약의 유통구조상 최종단계를 형성하므로 마약확산에의 기여도와 그 행위의 구조, 위험성 및 비난가능성 등 죄질에 있어서 영리매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고 보았다. 같은 법률이 나누어 놓은 구별을 조항 하나가 지워 버린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 특가법 조항은 그나마 존재하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의 단순범과 영리범의 구별조차 소멸시켜 불법의 정도, 죄질의 차이 및 비난가능성에 있어서의 질적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죄질과 책임에 따라 적절하게 형벌을 정하지 못하게 하는바,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과 실질적 법치국가원리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고 하였다. 이 사례에서 체계의 균형이란, 형벌이 서로 나란히 놓인 범죄 유형 사이의 질적 차이를 지키는 것을 뜻한다.

형벌 체계의 균형은 또한 재판정이 양형에서 쓸 수 있는 선택의 폭에서 드러난다. 헌법재판소는 그 조항이 "단순매수나 단순판매목적소지의 마약사범에 대하여도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예컨대 단 한 차례 극히 소량의 마약을 매수하거나 소지하고 있었던 경우 실무상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또한 범죄자의 귀책사유에 알맞은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매우 부당하다"(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고 하였다. 법정형의 아래자리가 좁으면, 책임이 가벼운 경우에 그에 맞는 형을 고르는 일이 막힌다. 체계의 균형은 이웃한 형벌 규정과의 사이만이 아니라, 같은 조항 안에 주어진 형의 범위 안에서도 지켜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균형은 형벌 체계의 가로축, 다시 말해 비슷한 범죄를 다루는 규정 사이에서도 요구된다. 헌법재판소는 그 조항이 마약사범만을 가중한 것이 마땅한 까닭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 "위 특가법 조항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매수와 판매목적소지의 마약사범만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고 하였다. 형벌 체계상의 균형성을 잃었다는 판단은 평등 원칙과 이어진다. 그래서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를 물을 때는, 그 조항이 체계 안에서 놓인 자리를 함께 본다. 임이 이득을 모두 갚았다는 사실은 위 판단의 어느 항목에 해당할지가 정해지지 않았고, 이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12.3책임과 형벌의 비례

형벌 체계 전체의 균형을 살피는 일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개별 사건에서 선고된 형이 책임에 걸맞은지 물어야 한다. 임이 6억 원의 이득을 얻고 전액을 갚은 사안에서, 법정형의 하한이 곧 책임의 상한이 되는지 아닌지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통해 살펴본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업무상 배임행위를 처벌하는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다룬 바 있다.

그 결정은 우선 가중처벌의 기준을 분명히 한다. 같은 결정의 나. 항에서, 특별법 배임조항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는 입법자가 이득액을 가중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임의 이득액이 6억 원이라고 적힌 사실은 그 기준이 이 사안에서 충족되었음을 뜻할 뿐이며, 이득액 산정의 기준을 새로 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득액에 따른 차등처벌은 입법자가 적법하게 선택한 수단이다. 같은 결정의 나. 항은 계속해서, 이득액에 따른 단계적 가중처벌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일반예방 및 법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도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보았다. 아울러 같은 항은 재산범죄에서 이득액은 법익침해라는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고(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설시한다. 다만 이 판단이 그대로 임의 사안에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료에는 임의 이득액을 계산한 시점의 화폐 가치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결정은 가중처벌과 책임 사이의 간격이 닫히는 경로를 함께 제시한다. 같은 항의 끝에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집행유예의 선고도 가능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덧붙인다. 가중된 법정형이 선고되는 자리에서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이 참작될 수 있음을 보이는 문구다. 그러나 임에 선고된 형의 종류와 그 판단의 구체적 경위는 미정이다. 책임과 형벌의 비례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확정된 평가는 여기서 내릴 수 없다.

한편 같은 결정에는 다수의견과 다른 목소리가 실려 있다.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은 특별법 배임조항이 오로지 ‘배임행위에 따른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처벌의 정도를 달리함으로써 수많은 양형인자 가운데 법익침해라는 불법요소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본다. 이는 이득액 단일 기준의 한계를 짚는 말이다. 다수의견은 결론적으로 특별법 배임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판단했다. 법정형이 존중되는 자리에서도 책임에 걸맞음이 요구된다는 점은 어느 쪽에도 달려 있지 않으며, 임에 대한 처벌이 그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12.4재범 가중과 책임

책임에 걸맞은 법정형을 요구하는 잣대는, 가중된 법정형을 정한 조항에도 그대로 들이댄다.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해 위반한 사람을 가중처벌한 구 도로교통법 조항이 그 잣대에 걸렸는지, 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이 밝힌 기준을 먼저 읽는다.

그 결정은 가중처벌의 근거를 과거의 위반에서 찾는 조항이어서, 과거 행위와 뒤의 행위 사이의 거리가 판단의 축이 되었음을 보인다. 결정은 곧바로 시간적 제한의 결여를 지적한다.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라거나 교통안전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하여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 가중의 실질이 약해지는 지점까지 전력을 셀 수 있다는 뜻이며, 이 사례에서 금액 기준이 수십 년 전에 정해진 뒤 그대로인 점은 그 지점을 가늠하는 재료에 해당한다.

전범의 시간적 거리가 문제된 데 더해, 전력 그 자체를 이유로 후행위를 무한정 무겁게 다루는 방식에도 선이 그어졌다. 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은 그 경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한 경우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여지 자체는 열어 둔 채, 그 인정에 시간의 경계를 요구한 것이다. 임의 경우 이득액 전액을 갚았다는 사정이 어떤 몫을 갖는지는 위 결정이 다루지 않았고, 이 책도 그 규칙을 새로 세우지 않는다.

다음으로, 가중된 법정형의 하한이 사건마다 놓이는 자리가 문제된다. 결정은 사정별 차이를 흐리게 하는 일률 적용을 이유로 비례를 부정한다.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에 비추어,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도 일률적으로 그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 가중의 실질이 흐려진 행위까지 같은 하한에 묶는 것이 비례를 깨뜨린 이유였다. 임의 이득액이 6억 원으로 하한선을 넘는다 하더라도,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결정요지가 답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미정이다.

그렇다고 하여 가중처벌의 입법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반대의견은 그 존중되는 자리를 분명히 한다. "과거 위반 전력이 10년 전의 행위라도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하여 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등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 입법자가 재범의 무게를 평가한 데는 재량의 자리가 남는다. 이 사례에서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미정이며, 위 사실은 관찰된 것만 적은 것으로 그 결과가 곧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12.5입법재량의 경계

재범 가중처벌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 아래에서만 살아남는다고 본 앞의 결론에 이어, 이번에는 법정형의 선택에 부여된 존중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가늠한다.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는 일이 입법자의 몫이라 해도 그 권한이 무한한 것은 아니고, 그 경계는 앞서 살핀 세 결정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법정형을 정하는 권한의 한계는 원칙의 형식으로 먼저 확인된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은 그 한계를 이렇게 서술한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형벌개별화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여야 하며,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 즉 입법재량은 형벌개별화가 가능한 범위라는 틀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같은 결정은 그 틀을 넘는 경우를 함께 적시한다. "그러므로, 그 입법취지에서 보아 중벌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처벌규정의 보호법익 및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 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3. 11. 27. 2002헌바24 결정). 존중의 자리는 정당한 필요성으로 열리지만, 형벌의 필요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자리에서는 닫힌다.

한편 존중은 이득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에서도 확인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이 기준을 "재산범죄에서 이득액은 법익침해라는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집행유예의 선고도 가능하다"고 보아 입법 선택을 받아들였다. 이득액이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 그 존중의 근거다. 다만 같은 결정이 함께 적은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 것은 이 형벌 조항이 서 있는 자리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존중은 같은 결정의 다른 대목에서 다시 가늠된다. 헌법재판소 2021. 11. 25. 2019헌바446 결정은 재범 음주운전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한 조항에 대하여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에 비추어,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도 일률적으로 그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비례성을 잃게 한 것은 하한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위험 정도가 낮은 유형까지 하한 아래로 몰아넣은 일률성이다. 가중처벌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그 가중이 죄질의 차이를 무시하지 않는 한에서 존중된다.

이 경계를 임의 형벌 조항에 비추어 본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조항에서 임은 6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 이득액이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인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금액을 형벌의 단계로 삼은 선택에는 앞서 본 존중의 자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형벌 조항이 비례성을 갖추는지, 임에 대한 처벌이 책임에 걸맞은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금액 기준이 정해진 뒤 화폐 가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임의 행위가 위험 정도가 낮은 유형인지 아닌지, 하한을 넘는 감경이 가능한지는 모두 미정이다.

결국 입법재량의 경계는 형벌 체계 안에서의 위치와 죄질의 차이 존독 여부로 가려진다. 중벌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어도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면 경계를 넘고, 죄질의 질적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가중해도 경계를 넘는다. 반면 이득액 같은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를 기준으로 단계를 세운 선택은, 구체적 사안에서 선고의 여지가 남는 한 존중된다.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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