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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금지원칙: 형벌 조항의 비례성 심사 · 제37권 · 제4장 · 초판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단계

형벌을 도입한 목적은 어떻게 검증되는가?

분량
약 2,400단어 · 11분
자료
조문 0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4.1형벌 필요성을 묻는 자리
  3. 4.2형벌 도입 목적의 확인
  4. 4.3형벌이 필요한 이유
  5. 4.4결정요지 속 필요성의 근거
  6. 4.5사례 법률에 되묻는 필요성
  7. 4.6다음 심사로 넘어가는 자리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이 장은 형벌을 도입한 목적을 어떻게 검증하는지를 묻는다. 형벌 조항의 목적의 정당성과 형벌이 필요한 이유가 결정요지에서 어떻게 확인되는지를 살피고, 사례 법률에 되묻는 자리로 차례로 나아간다.

4.1형벌 필요성을 묻는 자리

앞 장에서 문언의 구조로 정리한 틀을 형벌 조항에 적용하려면, 그 틀이 형벌 앞에서 무엇을 묻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이 장은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자리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에 대한 답은 이 자리에서 찾지 않는다.

형벌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지를 묻는 심사가 무엇을 겨냥하는지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이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 중 다수의견은,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한다. 이 결정은 형벌을 도입한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문제로 삼으면서,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를 함께 묻는다.

형벌이 적정한지를 묻는 물음은 형벌 조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계된 것이다. 같은 결정의 위헌의견은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말한다. 형벌이 그 보호법익을 지키는 데 실제로 작용하는지, 형벌로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가 형벌 필요성을 묻는 자리에서 확인되는 셈이다.

형벌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남는지도 함께 살핀다. 같은 결정의 위헌의견은 "부부 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고,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본다. 형벌 대신 쓸 수 있는 수단이 형벌보다 효과적일 수 있고, 형벌이 다른 목적으로 쓰일 우려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읽힌 형벌 필요성의 물음은, 형벌 조항이 그 목적을 제대로 이루는 수단인지를 묻는 자리에서 처음 나온다. 임에 대한 처벌과 그 형벌 조항의 심사는 이 물음 앞에 놓이며, 이 물음이 무엇을 묻는지 밝히는 일이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단계의 첫 걸음이 된다.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은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는다.

4.2형벌 도입 목적의 확인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심사가 무엇을 묻는지 밝힌 뒤, 이제 그 형벌 조항이 내세운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문제로 나아간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에서 재판관 김이수는 형벌이 무엇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간통행위자 및 배우자 있는 상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에 기초한 혼인제도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이 인용은 심판대상조항의 형벌이 세운 목적을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고, 그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본 자리에 나온다. 형벌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이렇게 각 의견이 심판대상조항에 두는 보호 대상에서 확인된다.

확인의 첫 갈래는 형벌이 보호하려는 법익의 이름을 찾는 일이다. 같은 결정에서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위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의 보호 대상을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하여 혼인과 가정의 유지로 짚었다. 이 인용은 그 법익의 이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이름을 형벌로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로 묻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형벌의 도입 목적은 혼인과 가정의 유지로 확인된다.

확인의 둘째 갈래는 형벌이 거론하는 정책적 효과의 유무이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은 형벌이 노리는 효과를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로 적고, 그 효과가 거두어지기 어렵게 되었다고 본다. 형벌이 예방을 목표로 둔다면, 그 목표가 조항의 도입 목적으로서 확인되는 한 그 목표의 근거를 다음 단계에서 살필 수 있다. 다만 이 인용은 그 효과가 형벌 도입 목적의 하나로 함께 놓여 있음을 보여줄 뿐이며, 예방이 유일한 목적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확인의 셋째 갈래는 형벌이 아니라 다른 제도가 같은 목적을 담당할 수 있는지이다. 위헌의견은 "부부 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고,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밝혔다. 이 인용은 형벌이 세운 목적 가운데 일부가 민사상 제도로 달성될 수 있음을 말하는 자리에 나온다. 목적을 확인하는 일은 목적을 형벌에만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목적이 형벌 이외의 수단과 어떻게 겹치는지도 함께 보는 일이다.

확인에서 배제할 것은 결정요지에 적히지 않은 목적을 새로 세우는 일이다. 결정의 심판대상은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및 그와의 상간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로 정해져 있고, 결정이 거론한 보호 대상은 각 의견에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 사회윤리적 기본질서, 부부 간 성적 성실의무로 좁혀진다. 여기에 더한 목적을 세우려면 그 목적을 밝힌 자료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런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자리에서는 결정이 적은 목적만을 형벌 도입의 목적으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형벌 조항이 세운 목적은 위에서 확인한 것들로 한정된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한 법률이 그 금액 기준으로 무엇을 보호하려 하는지는, 앞서 확인한 목적의 틀에서 답할 문제가 남는다. 이 형벌 조항이 내세운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임이 얻어 전액을 갚은 6억 원의 이득이 그 목적에 비추어 무엇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정으로 남는다. 목적을 확인한 자리에서 그 이상의 내용을 새로 더하지 않은 채, 확인된 목적만을 다음 물음의 바탕으로 삼는다.

4.3형벌이 필요한 이유

형벌의 목적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그 형벌이 왜 필요한지 물어야 한다. 형벌 조항이 내세운 목적과 형벌을 부과해야 할 필요성은 같은 것이 아니다. 필요한 이유가 무엇으로 확인되는지 살피는 일은 이 뒤에 오는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자리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형벌 수단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이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은 그 점을 이렇게 밝혔다.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형벌이 예방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면, 그 형벌이 필요한 이유는 약해진다.

필요성의 판단은 형벌 이외의 수단이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은 대안을 이렇게 적었다. "부부 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고"(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보호하려는 것을 형벌 없이도 지킬 수 있다면, 형벌까지 부과할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에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도 있다. 같은 결정에서 재판관 강일원의 위헌의견은 이렇게 밝혔다. "간통 및 상간행위가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할 필요성은 인정되고, 그에 대한 규제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입법자가 간통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형벌이라는 제재수단을 도입한 것이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필요한 이유가 인정되더라도, 그 필요성만으로 형벌 도입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님을 함께 말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근거로 들어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 및 그에 동조한 상간자의 행위는 단순한 윤리적·도덕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보았다.

확인된 이유를 늘리지 않는 일은 이 판단에서 중요하다. 간통죄에 관한 이 결정에서 확인된 필요성의 근거는 예방 효과의 유무, 민사적 수단으로의 대체 가능성, 사회의 법의식이 유효한지 여부로 한정된다. 이 사례에서 형벌 조항이 이득액 기준을 두어 형벌을 가하도록 정한 경우, 그 조항이 필요한 이유는 이 결정에서 확인된 대목에서 읽어야 한다. 관찰된 사실만으로 형벌의 필요성이 곧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은 전제를 세우지도 않는다.

4.4결정요지 속 필요성의 근거

형벌이 필요한 이유로 확인된 것들을 이어가면, 이제 그 근거가 결정요지의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살필 차례다. 필요성의 판단은 선언된 문장에서만 얻어지지 않고, 그 문장에 이르게 한 대목에서 함께 읽힌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은 형벌이 남을 수 없는 영역을 먼저 가른다.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는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고 밝혔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이는 형벌의 필요성을 논하기 전에 국가의 개입 자체가 가당한지 묻는 기준이며,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의 필요성이 설 자리가 남지 않는다.

같은 위헌의견은 형벌의 수단으로서의 기능마저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함께 적는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의 위헌의견은 그 대목에서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형벌의 필요성은 방어될 법익이 남아 있는지와 함께, 형벌이 실제로 그 법익을 지킬 수 있는지의 대목에서 근거를 얻는다.

다른 의견들은 필요성의 근거를 다른 자리에서 찾는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에서 재판관 김이수의 위헌의견은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간통행위자 및 배우자 있는 상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부부 간의 성적 성실의무에 기초한 혼인제도에 내포되어 있는 사회윤리적 기본질서를 최소한도로 보호하려는 정당한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하여, 보호하려는 질서를 필요성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의견은 그 목적에도 불구하고 일률적 처벌 규정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에 이른다고 본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목적에서 확인된 필요성은 일률성이라는 규정의 모습에서 그 한계를 만난다.

재판관 강일원의 위헌의견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규정의 형태를 함께 본다. 그는 "간통 및 상간행위가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할 필요성은 인정되고, 그에 대한 규제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 하면서도, "간통 및 상간행위에는 행위의 태양에 따라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함에도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여 책임과 형벌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같은 결정에서 반대의견은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벌금형에 의할 경우 간통행위자에 대하여 위하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형벌체계상 균형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본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 이 두 대목은 모두 형벌의 필요성을 형벌의 형식과 무게에서 읽지만, 같은 문장을 두고 결론이 갈린다.

이렇게 읽힌 필요성은 자료가 밝힌 대목에 놓인 근거에 한정한다. 어느 대목에 없는 판단 기준이나 요건을 끌어와 형벌의 필요성을 더하거나 덜어낼 수는 없다. 필요성이 확인되는 범위는 그 근거가 놓인 자리와 떼어 놓을 수 없다.

4.5사례 법률에 되묻는 필요성

결정요지에서 필요성의 근거를 찾아 읽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그 근거를 사례 법률에 그대로 되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은 형벌이 다루는 행위의 성격과 법익을 함께 살펴 형벌의 적정성을 가늠한다. 다수의견은 먼저 행위가 가진 사생활적 성격을 지적하면서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여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 판단은 형벌이 들어설 자리를 행위의 해악 크기에서 찾는다. 사례 법률이 6억 원의 이득을 다룬다고 해서 그 이득액이 곧 해악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득액과 해악 사이의 관계는 별도로 살필 일로 남는다.

형벌의 필요성은 보호하려는 법익이 수단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도 함께 묻는다. 다수의견은 법익의 성격이 형벌로 지켜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라고 밝혔다. 법익이 스스로의 힘으로 유지되어야 할 성격이라면 형벌이 그것을 대신 강제할 자리는 좁아진다. 사례 법률이 지키려는 법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법익이 이 이득액의 범위에서 실제로 위협받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대목에서 사례 법률의 목적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법익을 형벌로 지킬 수 있다 해도 형벌이 기능하는지가 별도의 질문으로 남는다. 다수의견은 형벌의 실제 작동을 점검하면서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고 판시하였다. 형벌이 예방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 형벌이 필요한지 의문이 남는다. 사례 법률이 일반예방이나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는지는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형의 종류와 이득액 계산 시점의 화폐 가치가 미정인 상태에서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 없다.

같은 사안에서 다른 의견은 필요성의 인정 여부를 달리 읽는다. 재판관 강일원의 위헌의견은 "간통 및 상간행위가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할 필요성은 인정되고, 그에 대한 규제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므로"라고 밝혔다. 이 의견은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를 넓게 보고 그 정도를 입법자의 몫으로 남긴다. 반면 재판관 김이수의 위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같은 필요성 인정 아래에서도 법조문이 짓는 범위의 넓이가 판단을 갈라놓는다. 사례 법률의 이득액 기준이 언제 정해졌고 그 뒤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필요성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형벌 조항이 형벌의 목적에 부응하는지 물을 때 확인할 것은 행위의 해악, 법익의 성격, 형벌의 작동 여부, 그리고 법조문이 그리는 범위다. 이 네 가지가 사례 법률에 그대로 들어맞는지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임이 이득 전액을 갚았다는 사정이 이 네 항목 가운데 어느 것에 관한 판단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4.6다음 심사로 넘어가는 자리

형벌의 필요성을 묻는 자리가 단독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나면, 이 심사가 다음 판단을 준비하는 절차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에서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형벌을 두어야 할 보호이익이 분명한지, 그 이익이 형벌로 지킬 만한 것인지를 묻는 작업이 형벌 수단의 적합성과 구분되어야 함을 이 의견이 보여 준다.

보호이익의 존재 여부와 형벌의 적합성은 각각 다른 물음이다. 위 반대의견은 "간통죄의 폐지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밝혔다. 형벌로 지킬 이익이 현존한다는 점을 확인한 이 판단은, 형벌이 과연 그 이익을 지키는 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이 자료의 판시에 형벌의 효과성을 확인하는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사실상 효과를 의심하는 의견도 같은 자리에서 형벌의 목적과 무관하게 서술된다. 위 결정의 다수 의견은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되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고 적었다. 기능을 잃은 형벌이라면 그 수단이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는지를 묻는 심사에서 별도로 다루어야 한다. 형벌의 필요성을 확인한 뒤에도 수단의 적합성은 남는 셈이다.

필요성의 확인이 침해의 최소성에 대한 답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같은 결정에서 드러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09헌바17 결정에서 재판관 강일원의 위헌의견은 "간통 및 상간행위가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할 필요성은 인정되고, 그에 대한 규제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입법자가 간통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형벌이라는 제재수단을 도입한 것이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뒤에도 제재수단의 선택과 규제의 정도는 별개의 판단으로 남는다.

사례 법률에 이를 대입하면, 이득액 5억 원 이상이라는 기준 아래 형벌이 필요한지의 문제와 그 형벌이 적절한 수단인지의 문제는 나누어 진다. 임이 6억 원의 이득을 얻고 전액을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형벌의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 형의 종류와 이득액 계산 시점의 화폐 가치, 하한을 넘는 감경 가능 여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형벌의 필요성을 확인한 자리는 형벌 수단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자리로 넘어가되, 그 확인 자체를 적합성의 답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이 자료는 필요성 확인과 적합성 판단의 경계를 보여 줄 뿐, 사례 법률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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