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재심이라는 남은 절차가 어떤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지를 묻는다. 헌법 제113조가 헌법재판소에 열어 둔 규칙 제정권과 제75조의 인용결정 조항이 맞물리는 지점을 짚는다. 효력과 국가기관의 구속 범위를 함께 놓으며 정에게 남은 절차의 규칙 자리를 살핀다.
13.1규칙 제정권의 근거
제47조와 제75조의 문을 겹쳐 놓았으나, 그 문으로 들어선 뒤 남은 절차를 이끌어 갈 법규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아직 빈 자리로 남아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근거 조항을 먼저 읽는다. 대한민국헌법 제113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구성의 뼈대를 세 갈래로 나누어 놓았는데, 그 중 두 번째 항이 규칙 제정권의 근거이다.
헌법 제113조 제2항은 그 권한의 범위를 한 문장 안에 적어 두었다. 대한민국헌법 제113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규칙 제정의 대상과 한계를 함께 제시한다. 규칙이 다룰 수 있는 것은 심판 절차와 내부 규율, 사무 처리에 관한 사항이며, 그 규칙은 법률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된다. 남은 절차의 법정은 바로 이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조문의 문구를 항별로 떼어 읽으면 규칙 제정권의 자리가 분명해진다. 같은 조 제2항은 다룰 수 있는 사항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그 나열을 닫아 두었다. 심판에 관한 절차, 내부규율, 사무처리의 세 갈래가 그것이고, 이 세 갈래를 벗어나는 사항은 규칙의 몫이 아니다. 같은 조문이 함께 밝힌 한계는 이 나열과 겹쳐 놓아야 한다. 사항의 종류가 맞더라도 법률에 저촉되는 내용이라면 규칙으로 정할 수 없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자리에서만 규칙의 효력이 선다.
같은 조 제3항은 필요한 사항의 근거를 규칙이 아니라 법률에 맡긴다. 대한민국헌법 제113조 제3항은 "헌법재판소의 조직과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밝힌다. 이 항의 배치는 앞 항의 범위를 가른다.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 그리고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할 몫으로 남겨 두었다. 남은 절차 가운데 재심 사유나 청구 기간처럼 그 내용이 법률에 이미 적혀 있는 것은, 규칙이 새로 지어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규칙은 법률이 그어 둔 선 안에서만 절차의 나머지를 채울 수 있다.
제113조 제1항과 나란히 놓으면 규칙 제정권의 성격이 한층 또렷해진다. 대한민국헌법 제113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이 항이 정하는 것은 결정의 종류와 찬성 정족수이고, 제2항이 정하는 것은 심판 절차 등의 규칙 제정이다. 한쪽은 결정을 내리는 문턱을 법률이 직접 정하고, 다른 쪽은 그 문턱을 넘어선 뒤의 절차를 규칙이 보충할 수 있게 한다. 규칙 제정권은 결정의 요건을 바꾸는 권한이 아니라 절차의 빈 자리를 메우는 권한이다.
따라서 이 사례의 남은 절차를 이끌어 갈 규칙은 위 두 항이 열어 둔 범위에서만 제정될 수 있다. 형벌 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남은 절차를 규칙으로 보충하려 해도, 그 규칙이 법률의 재심 사유를 넘어서거나 원문에 없는 청구 기간을 만들어 붙일 수는 없다. 재심 사유의 범위와 청구 기간의 길이는 법률에 적힌 내용이고, 규칙이 그 내용을 늘이거나 줄이면 법률에 저촉된다. 마찬가지로 잠정 적용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에 관한 규칙을 새로 지으려 해도, 그 처리의 요건을 규칙이 먼저 정할 수는 없다. 국회가 정한 개정 시한을 넘긴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지금, 절차의 빈 자리를 메우는 일은 헌법 제113조가 정한 그 선을 지켜야 한다. 이 선 안에서 정해질 규칙의 내용은 미정이고, 그 규칙이 채울 빈 자리를 규칙 제정권이 허용하는지 가르는 일은 이 자리에서 끝난다.
13.2인용결정 조항의 자리
헌법 제113조가 규칙 제정권의 근거를 열어 두었다면, 그 규칙이 다루어야 할 인용결정의 자리는 어느 조문에 놓여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은 인용결정의 한 유형으로 헌법소원을 두고, 그 결정에 따르는 사항을 한 조문 안에 모아 놓았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는 표제를 "인용결정"이라 하고, ①항부터 ⑨항까지 인용결정이 무엇을 정하고 어디에 미치는지를 차례로 규정한다. 남은 절차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떤 범위로 퍼지는지를 읽으려면, 이 조문의 자리부터 살펴야 한다.
그 조문은 우선 인용결정이 도달할 대상을 적는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선언한다. 인용결정이 어떤 사람을 향하는지를 첫 항에서 못 박는 까닭에, 이 결정은 개별 당사자 사이의 분쟁만을 접어 두고 국가 권력 전반에 효력을 둔다. 병이 그 형벌 조항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까닭에, 이 결정이 법원에 대해서도 서게 되는 자리가 여기서 정해진다.
그 다음은 인용결정이 담아야 할 내용이다. 같은 조 제2항은 "제68조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을 인용할 때에는 인용결정서의 주문에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특정하여야 한다."라고 요구한다. 결정서 주문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가 이 항에서 정해지므로, 병의 처분에 닿는 기본권이 무엇이고 그 침해를 낳은 공권력의 행사가 무엇인지는 이 주문에 적힌 범위 안에서만 열거된다.
같은 맥락에서 제3항과 제4항은 인용결정이 취할 수 있는 형태를 적는다. 제3항은 "제2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제4항은 "제3항의 경우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을 취소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인용결정이 재판을 상대로 열리는 자리에서는 그 재판이 취소되고 법원이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심판한다는 뜻이 함께 담긴다.
재심으로 이어지는 자리는 같은 조 뒤쪽에 놓여 있다. 제8항은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정이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친 경우가 이 항에 닿는 자리이기는 하나, 그가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는 이 조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제9항은 "제8항에 따른 재심에서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그 외의 사건에 대하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재심에 어느 소송법을 놓을지가 이 항에서 갈린다.
그렇다면 이 인용결정 조항이 다루는 자리는 무엇인가. 이 조문은 인용결정의 주문이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그 결정이 어느 기간에 이르는지, 확정 사건에서 어떤 통로가 열리는지를 각 항에서 따로 정한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이 무엇이 될지와,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가 무엇이 될지는 이 조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앞서 본 규칙 제정권이 절차의 자리를 빌려 놓는다면, 인용결정 조항은 그 절차가 무엇을 결정할지를 항별로 나누어 놓는다. 남은 절차가 이 두 자리 사이에 놓인다.
13.3효력과 국가기관의 구속
인용결정 조항이 어떤 자리를 가리키는지 밝힌 뒤에는, 효력 조항이 국가기관을 어디까지 묶는지 읽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나누어 놓았는데, 그 첫 층이 국가기관의 구속이고, 뒤이어 효력 상실의 시점과 확정 판결에 대한 뒤처리가 놓여 있다. 이 넷 가운데 앞의 두 층을 함께 읽어야 국가기관이 무엇에 묶이는지가 드러난다.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범위를 적은 조문을 먼저 옮긴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이 지칭하는 대상은 셋이다. 먼저 법원이고, 다음이 그 밖의 국가기관이며, 마지막이 지방자치단체이다. 법원을 따로 적어 놓고 그 밖의 국가기관으로 넓히는 방식이므로, 법원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기관 전반을 묶는다. 국회도 국가기관에 들어가며, 그러므로 형벌 조항에 대한 개정 시한을 넘겨 그 조항을 개정하지 않은 국회도 이 구속의 범위 안에 있다. 다만 구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이 항이 직접 적고 있지 않다. 위헌결정이라는 결정이 이들 기관을 기속한다고만 선언하므로, 구속되는 양태의 자세한 기준은 이 항의 문장에서 따로 찾아낼 수 없다. 이 문장을 원문 밖의 기준으로 넓히거나 좁혀 읽는 것은 이 자리에서 삼간다.
형벌 조항의 효력 상실 시점은 별도로 정해져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선언한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이 원칙으로 둔 시점에서 벗어나 형벌에 관한 조항만을 따로 다룬다는 뜻이 문장 머리에 놓여 있다. 단서는 그 소급의 출발점 자체를 옮긴다.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한다. 이 단서를 빼놓으면 이 항이 정하는 시점의 계산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형벌에 관한 조항이라는 점에서 병에게 적용할 조항과 정이 확정받은 조항은 모두 이 소급 규칙을 만나는 자리에 놓인다.
확정 사건과 맞닿는 자리는 재심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은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5항은 "제4항의 재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 청구할 수 있다고 적었으므로 확정 판결의 당사자에게 열어 놓은 통로이고, 준용한다고 적었으므로 그 통로를 밟는 방식은 형사소송법을 따르게 된다. 정이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사정은 이 두 항이 지시하는 대상에 드는지를 묻는 자리로 이어진다. 그 인용 여부는 열려 있으며, 확정 판결에 대한 뒤처리를 어느 선까지 따라가는지도 이 항들만으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상의 조문은 병의 재판에 어떤 내용을 적용할지를 직접 가리키지 않는다. 제3항이 효력 상실의 시점을 적고 제4항이 확정 판결의 청구 통로를 열어 놓은 것과는 달리,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적용의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정의 확정 사건에 대한 뒤처리의 인용 여부도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확정 손해와 고의 같은 평가는 이 서술에 덧붙일 결론이 아니며,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곧 그러한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가기관의 구속과 관련하여 조문이 적어 놓은 범위는 제47조 제1항의 문장에서 그친다. 그 문장이 지정한 기관과 그 문장이 선언한 구속, 그 다음 조항들이 정하는 시점과 통로까지 읽은 자리에서 여기서의 읽기를 멈춘다.
13.4규칙과 효력의 맞물림
국가기관의 구속 범위를 읽은 데서 나아가, 이제 규칙 제정권과 효력 조항이 맞물리는 자리를 살펴보아야 한다. 병이 지금 받고 있는 재판과 정이 이미 끝낸 사건이 각각 어떤 규칙 아래 놓이는지 가르치려면,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남긴 규칙의 자리부터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3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규칙 제정권을 함께 규정한다. 제113조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심판에 관한 절차,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심판 절차와 내부 사무에 관한 규칙을 헌법재판소 스스로 정할 수 있으면서도, 그 규칙이 법률에 저촉되는 범위까지 미치지 못함을 함께 밝힌다. 같은 조 제3항은 "헌법재판소의 조직과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형벌 조항의 효력과 그에 따른 뒤처리가 법률에 정해져 있는 이상, 규칙 제정권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결정의 효력과 그에 따른 절차를 법률에서 정하고 있다. 제47조제4항은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제4항의 재심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이 두 항은 이미 확정된 유죄 판결에 남는 절차가 재심이며, 그 재심의 규칙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채운다는 점을 밝힌다. 정이 3년 전에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으므로,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가 이 규정에 놓이는지는 이 조항의 문언에서 출발한다. 다만 그 청구의 인용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에 따른 재심도 따로 정한다. 제75조제8항은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9항은 "제8항에 따른 재심에서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그 외의 사건에 대하여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을 계기로 하는 재심에서도, 형사사건인 경우 형사소송법이 규칙의 자리를 채운다는 점을 제47조와 같은 방식으로 밝힌다.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가 선고되고 국회가 2026년 12월 31일로 정해진 개정 시한을 넘긴 뒤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사정은, 위 두 규정이 전제하는 확정 판결의 뒤처리와 병의 현재 재판을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이게 한다. 병이 지금 받고 있는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은 미정이다.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 역시 미정이다. 이와 같은 미정 사항은 그대로 두되, 규칙 제정권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움직인다는 헌법 제113조제2항의 한계 안에서만 해석의 자리가 남는다.
한편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항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는 사실은 각각의 절차 위치를 가리킬 뿐이며, 그로부터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규칙이 효력의 한계 안에서만 작동하고, 효력이 규칙에 남긴 절차의 자리를 법률이 채운다는 이 맞물림을 전제로, 정의 사건에 이 규칙과 효력 조항이 어떻게 붙는지는 뒤이어 살필 문제로 남는다.
13.5정에게 남은 절차의 규칙
규칙 제정권과 효력 조항이 맞물리는 자리를 살핀 뒤에 남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건을 가진 사람에게 그 규칙이 어떤 절차로 열리는지 묻는 일이다. 정은 같은 형벌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임을 선고한 조항에 근거한 확정판결의 뒤처리를 구하는 사람에 해당한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두 경로의 조문을 함께 읽어야 한다.
우선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의 경로이다. 형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다룬 헌법재판소법 제47조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효력을 잃는 시점과 확정판결에 대한 구제를 함께 정한다. 그 조항은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고 선언한다. 위헌 선고를 받은 형벌 조항으로 확정된 유죄에 대해 정이 취할 수 있는 절차가 재심이라는 뜻이다.
헌법소원의 경로도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는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병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조항에 대한 헌재심판이 위헌결정인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인지는 선언된 자료로 정해진 바 없다. 두 경로 가운데 어느 것이 닫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번에 선고된 헌재심판이 헌법불합치 결정이고, 그 결정이 재심의 문을 여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2026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고 그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정했고, 국회가 그 시한을 넘긴 사정은 절차의 출발 조건을 묻는 데에는 빠지지 않는 사실이다. 다만 그 사정이 곧 청구의 인용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정이 재심을 청구하는 데에는 확정된 유죄 판결이 필요하고, 나아가 청구 기간이나 재심 사유의 구비 여부 같은 요건이 뒤따른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와 제75조는 청구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일 뿐, 정의 사건에 그 요건이 갖추어졌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의 나열을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로 바꾸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결국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는, 자료로 확인되는 조문이 재심이라는 절차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한다는 데까지이고, 그 문이 실제로 열리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앞에서 읽은 규칙과 효력의 맞물림이 정의 사건에 어떤 절차로 붙는지를 가르치는 자리라면, 그 청구의 인용까지 이 자리에서 확정하지 않는 것은 정해진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