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위헌 결정이 어떤 형태와 정족수를 갖추어야 성립하는지를 묻는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가 적은 결정의 종류와 제23조의 심판정족수를 차례로 읽고, 성립의 조건으로서 정족수의 자리를 정리한다. 헌법불합치와 한정위헌이 조문에 이름이 없다는 지점을 짚으며 그 경계를 밝힌다.
2.1제45조가 적은 결정의 꼴
남은 쟁점을 가리기 전에, 먼저 제45조가 위헌결정에 대하여 적어 둔 꼴을 그 문구에서 확인하여야 한다. 그 조문이 무엇을 결정의 대상으로 삼는지, 어느 범위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읽는 일이 선행된다. 그래야 조문이 정한 틀 안과 밖이 구별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결정의 대상을 한정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의 범위를 정하는 조항이므로, 먼저 그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1문은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판단의 대상을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에 묶어 두고, 그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에 한정한다. 문장에 쓰인 "만을"은 판단의 성질까지 좁힌다. 위헌 여부의 판단이 아닌 다른 사정을 결정에 담는 것은 이 문장이 허용하는 바가 아니다. 제45조 제1문이 적어 둔 결정의 꼴은 곧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이다.
그 규정은 판단 대상에 더하여 결정이 나아갈 수 있는 범위를 예외와 함께 둔다. 제45조의 단서는 그 예외의 조건과 한계를 함께 적는다. 그 예외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과 그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 범위를 다음 문장에서 확인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는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단서는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이 전부의 시행을 막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전부에 대한 위헌결정을 허용하며, 그 판단과 확대의 범위를 같은 단서 안에 묶어 둔다. 단서의 문구가 둘의 관계를 순서대로 적은 것도 확인된다. 먼저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일이 있어야 하고, 그 뒤에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범위의 확대가 따른다. 따라서 단서가 없는 경우에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범위를 넘은 결정이 이 조문의 문구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제45조의 문구가 결정에 붙일 수 있는 이름도 이 범위 안에서 확인된다. 단서는 그 확대된 대상에 대하여 쓰는 표현으로 "위헌결정"을 그대로 쓴다. 그 표현은 제1문이 쓴 말과 같은 것이다. 단서가 전부에 대하여 할 수 있다고 적은 것도 법률 조항에 대하여 한 판단과 같은 이름의 위헌결정이다. 이에 따라 이 조문의 문구가 결정에 부여한 이름은 위헌결정 하나이며, 그 이름이 붙는 대상은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 그리고 단서의 조건이 인정되는 경우 그 법률 전부이다.
이와 같이 제45조는 위헌결정의 대상과 그 예외를 정할 뿐, 다른 꼴의 결정을 이름으로 적어 두고 있지 않다. 이 조문의 문구가 정하는 종류는 이와 같으며, 조문 밖에서 부르는 결정의 이름은 이 문장 안에 대응하는 표현이 없다. 어떤 명칭을 붙일 것인지, 그 명칭이 갖는 요건과 효력은 무엇인지는 이 조문의 문구만으로는 정하여져 있지 않다. 제45조의 문구가 결정의 꼴을 위하여 둔 것은 위헌 여부의 판단과 그 예외의 판단에 관한 규정이라는 범위에서 확인되었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이나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정리는 이 문구만으로는 정하여지지 않으며, 미정으로 남는다. 그 미정은 남은 쟁점이 어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지를 가르는 표지이기도 하다.
2.2조문에 없는 이름들
제45조가 적은 네 이름만으로는 변형 결정의 실제 꼴이 다 가려지지 않는다는 데서, 조문에 이름으로 적혀 있지 않은 결정들이 놓인 자리를 따져 본다. 위 조문이 열거한 결정의 종류는 위헌결정과 합헌결정의 계열에 머무르며, 거기에는 헌법불합치나 한정위헌이란 이름이 들어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선언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위헌임을 선언할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나눔을 두지 않는다.
다만 그 조문은 위헌결정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서만 한 가지 구분을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는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예외는 어느 조항 하나를 넘어 법률 전체에 선언이 미치는 경우를 다룰 뿐이고, 결정의 형태를 헌법불합치로 바꾸거나 한정위헌으로 가르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 조문이 열어 둔 것이 개별 조항과 법률 전부의 범위 문제에 그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헌법불합치라는 이름은 위 조문 어디에도 자리하지 않는다. 그 이름이 곧 어떤 요건에서 선고되는지, 또 선고된 뒤 조항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관한 문장을 제45조에서 찾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가 말한 것은 법률 또는 조항의 위헌 여부와, 필요할 때 법률 전부로의 확대뿐이다. 그러므로 헌법불합치란 명칭에 붙은 요건이나 효력을 여기서 새로 꾸미는 일은 이 자리를 벗어난다.
한정위헌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로 조문에 없다. 제45조는 위헌 여부의 판단과 그 선언의 범위만을 적고 있고, 어떤 해석을 전제로 했을 때만 위헌이라는 식의 선언 방식은 적혀 있지 않다. 이 명칭이 지시하는 판단의 틀 역시 조문이 밝힌 범위 안에서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름이 조문에 없다는 사실과 그 이름의 내용이 없다는 말을 뒤섞지 않아야 한다.
이 사례에서 헌법재판소는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시한을 정해 개정을 요구하고, 그때까지 조항을 계속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 선고가 어떤 근거에서 어떤 꼴을 갖추었는지는 제45조의 문장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조문이 정한 것은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는 한정과, 법률 전부에 미치는 예외뿐이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 국회가 시한을 넘긴 뒤 조항이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았다는 관찰도, 그 조항의 남은 운명을 이 조문에서 읽어 내는 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결국 제45조가 예정한 결정의 꼴은 조문에 적힌 이름들의 둘레 안에 머문다. 조문에 없는 이름들에 요건과 효력을 덧붙여 그 둘레를 넓히는 것은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과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범위,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는 모두 아직 미정으로 남는다.
2.3심판정족수의 내용
제45조가 결정의 종류를 적으면서 그 결정이 무슨 수로 의결되는지는 말하지 않으므로, 그 물음은 같은 법의 다른 조문에서 찾아야 한다. 의결의 문턱을 정한 조문은 헌법재판소법 제23조이고, 그 조문은 출석과 찬성이라는 두 가지 수를 밝히고 있다. 제45조의 꼴을 적은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려면 먼저 이 문턱이 넘어져야 하며, 아래에서는 문턱의 내용만을 그 조문에서 확인한다.
심리를 시작하기 위한 첫째 수는 출석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은 재판부의 심리 요건을 이렇게 정한다. "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이 문장은 출석하지 않은 재판관을 세지 않고 재판부의 심리를 구성하므로, 사건을 다루는 자리에 적어도 일곱 명이 앉아 있어야 함을 뜻한다. 출석 수가 일곱 명에 못 미치면 심리가 열리지 않고, 그때는 결정을 의결하는 문제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이 항은 재판관의 전체 정원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으므로, 출석의 수는 아래의 찬성 수와 따로 놓인 문턱으로 읽힌다. 또한 이 항이 요구하는 것은 출석이라는 사실이지 어떤 결론에의 동의가 아니므로, 출석만으로는 결정이 가결되지 않는다.
둘째 문턱은 찬성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은 결정의 의결 기준을 이렇게 정한다. "②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이 문장은 의결의 기준을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수에 놓는다. 출석으로 심리를 연 뒤 그 심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관여한 재판관을 기준으로 과반수가 찬성해야 결정이 서는 것이다. 관여한 재판관의 수가 늘어나면 과반수의 절대적 숫자도 함께 움직이며, 관여자가 줄면 그 찬성 수도 줄어든다. 같은 항이 정하는 것은 찬성이라는 수이지 출석의 수가 아니므로, 제1항과 제2항은 각자의 문턱으로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반수의 문턱에는 예외가 붙어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는 예외의 문을 열며 그 적용 범위를 이렇게 밝힌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그 제1호는 "1.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법률의 위헌결정은 이 예외에 들어 있으므로, 형벌 조항에 위헌의 결론을 내리려면 관여자의 과반수에 그치지 않고 재판관 여섯 명 이상의 찬성이 모여야 한다. 단서가 "6명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므로 이 수는 관여자의 수와 상관없이 늘어나지 않는다. 과반수의 문턱과 여섯 명의 문턱 가운데 어느 쪽이 높은지는 관여한 재판관의 수에 따라 달라지며, 단서가 열거한 사유에 해당하면 그 가운데 높은 쪽을 넘어 채워야 할 찬성 수가 정해진다.
그 제2호는 "2.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를 같은 예외의 다른 사유로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이는 종전 판시의 변경이라는 별도의 경우를 적은 것이므로, 위헌결정이라는 제1호의 사유와 섞어 읽지 않는다. 다만 두 호가 나란히 예외의 목록에 든 것은, 그 밖의 사유에는 여전히 제2항 본문의 과반수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정하는 일은 이 문턱의 내용을 넘어서는 물음이므로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와 같은 출석과 찬성의 수는 제23조가 정한 의결의 문턱이다. 제45조의 결정은 이 문턱이 각각 넘어질 때에야 의결될 수 있고, 문턱을 채우지 못하면 그 내용의 결정은 서지 않는다. 문턱을 넘은 뒤에 무슨 효력이 생기고, 어떤 사건이 그 효력 아래 들어오는지는 이 문턱의 바깥에 있는 물음이다. 그 물음은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2.4성립의 조건으로서 정족수
제45조의 결정이 성립하려면 제23조의 정족수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며, 이제 그 문턱이 결정의 성립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를 살핀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심판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면서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위헌결정의 꼴을 규정할 뿐, 그 결정이 어떠한 표결을 거쳐 성립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조항이 다루는 것은 결정의 형식이지 의결의 방식이 아니다.
의결의 방식은 헌법재판소법 제23조가 맡는다. 그 제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고 정하고, 제2항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고 정한다. 그 단서가 열거하는 첫 번째 경우가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헌법재판소법 제23조)이다.
두 조문을 겹쳐 읽으면 제45조의 위헌결정은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요구하는 찬성의 수를 채울 때 비로소 성립한다. 형식이 갖추어진다고 해서 정족수가 자동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며, 정족수가 채워져야만 형식을 갖춘 결정이 존재한다. 제45조가 정한 위헌 여부만의 심리나 전부 위헌결정의 예외는 모두 이 문턱을 먼저 전제로 한다.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출석과 찬성이라는 두 가지 수를 요구한다. 제1항의 출석 요건은 심리의 문턱이고, 제2항 단서의 찬성 요건은 결정의 문턱이다. 위헌결정의 성립에 직접 걸리는 것은 후자의 찬성 정족수이나, 출석이 없는 자리에서 심리가 진행될 수 없으므로 두 수는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 국회가 2026년 12월 31일을 넘긴 지금, 조항을 둘러싼 위헌 여부의 판단은 미정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린다면, 그 결정은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찬성 요건을 충족한 자리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성립 이후의 기속력이 누구에게 미치는지, 병의 진행 중 사건에 무엇이 적용되는지, 정이 확정 판결에 대하여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이 문턱을 넘은 뒤에 비로소 논할 문제이다.
결국 제45조의 위헌결정은 그 형식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23조가 요구하는 출석과 찬성이라는 수가 함께 갖추어질 때, 위헌 여부만을 정하는 그 결정은 성립의 조건을 비로소 충족한다.
2.5형식과 정족수의 자리
정족수의 관문을 지난 뒤에는 결정의 꼴이 남는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위헌결정이 다루어야 할 대상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그 꼴을 함께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문장은 제청된 범위를 원칙으로 삼되, 전부 시행 불능이라는 조건이 갖추어질 때 예외적으로 전부를 결정 대상으로 삼는다. 형벌 조항 하나가 문제되어 제청된 사안에서 원칙은 그 조항의 위헌 여부이고, 예외가 성립하는지는 미정이다.
이와 나란히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결정이 성립하기에 필요한 찬성 수를 정한다. 제23조 제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하고, 제2항은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2.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률의 위헌결정은 예외적 정족수의 지목된 한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제45조가 그 결정의 대상 범위를 정한다면, 제23조는 그 결정이 되기 위해 모아야 할 수를 정한다.
두 조문의 자리는 이렇게 갈린다. 제45조는 무엇을 결정의 대상으로 삼는지를, 제23조는 그 결정이 어떤 요건 아래 성립하는지를 각각 맡는다. 이 구분은 순서에도 드러난다. 정족수를 갖추지 못한 심리는 위헌결정의 대상 범위에 대한 판단을 성립된 결정으로 내놓지 못하고, 대상 범위를 정한 뒤라야 그 결정에 필요한 찬성 수가 무엇인지 가려진다. 앞서 본 정족수의 관문이 성립의 조건이었다면, 제45조는 성립한 뒤의 결정이 쥐고 있는 대상의 크기를 정한다.
한편 두 조문은 절차나 요건을 새로 만들어 채우지 않는다. 제45조는 제청된 법률과 조항을 언급하면서, 그 밖의 절차적 단계를 창설하지 않는다. 제23조는 출석과 찬성의 수를 정하면서, 대상의 범위나 결정의 형식을 새로 보탠다거나 하지 않는다. 이에 형식과 정족수라는 두 관문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결정의 성립과 꼴을 나누어 맡는다. 이 구분을 확인한 것으로 이 장의 형식·정족수 논의를 둔다.
2.6이 장의 경계와 다음 자리
형식의 자리와 정족수의 자리를 나란히 놓아 보자. 이 장은 제45조가 결정의 꼴을 어떻게 벌려 놓는지, 제23조가 그 결정이 성립하려면 몇 명의 손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차례로 살폈다. 두 자리가 겹치지 않는 것은 앞서 확인한 바와 같다. 형식과 정족수의 경계를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그 문언이 담지 않은 물음들이다.
제45조는 어떤 대상만을 다루는지를 한정할 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 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해당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헌 여부를 가리는 일과 전부를 선고하는 일이 한 조문 안에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러한 문언은 그 결정이 헌법재판소법이 예정한 형식과 정족수에 맞게 이루어졌음을 보장하지만, 그 이후의 처리까지 스스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
정족수도 같은 경계 안에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② 재판부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2.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라고 선다. 위헌결정에는 6명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단서를 두고, 출석과 찬성의 수를 함께 정한다. 그 요구가 이루어졌는지를 따지는 일과, 그 다음에 나올 효력을 규율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
이 경계에 닿는 곳에서 합성 사례가 놓인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형벌 조항에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2026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고 그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정했다. 그 시한이 지났고 조항은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병은 그 조항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정은 3년 전 같은 조항으로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마쳤다. 그 형식과 정족수의 기준을 넘는 날 뒤에 벌어질 일은, 이 자리에서 정해진 것이 없다. 병의 재판에 적용할 조항의 내용이 미정이고, 정이 청구할 수 있는 뒤처리의 인용 여부가 미정이며, 잠정 적용 기간 중 선고된 판결의 처리도 미정이다. 이 나열은 관찰된 사실만을 전할 뿐이다.
남은 자리는 다음 장의 몫이다. 그곳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놓은 세 자리, 즉 기속력의 자리와 효력 상실의 시점 자리, 그리고 재심 청구의 자리를 찾아 읽는다. 그 세 자리의 결론이 이 장의 문언 안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장은 형식과 정족수의 자리를 열고 나서 그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