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공정거래법 제45조·제47조의 판단과 형법상 임무위배·손해 판단이 각자 요구하는 요소를 견주어, 한쪽 판단이 다른 쪽에 미치는 범위를 문제로 삼는다. 부당지원 규정의 두 축, 행정 판단과 형사 판단의 요소, 부실지원 판결요지의 범위를 차례로 살피고 부당지원 판단의 배임 여파와 판단의 순서를 남긴다. 행정 제재와 형벌의 겹침에 따른 처벌 절차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13.1부당지원 규정의 두 축
지배주주의 지시 흔적을 지원 당시의 사정으로 한정하여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그 지원이 공정거래법이 정한 어떤 요건에 비추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조문 그대로 살펴보아야 한다. 부당지원을 규율하는 조문은 둘이며, 각 조문이 요구하는 요소는 서로 다르다. 이를 흐리게 한 채 형법상 배임 판단으로 곧장 넘어가면 두 규율 체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공정거래법 제45조는 사업자와 계열회사의 행위를 함께 규율하면서, 먼저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행위 유형에 앞서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라는 요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 지원 행위가 유형에 부합하더라도 이 우려가 입증되어야 불공정거래행위가 된다.
그 유형 가운데 하나가 부당지원이다. 제45조 제1항 제9호는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그 행위를 구체화한다. 그 구체화된 행위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이며,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이다. 기업어음의 인수는 이 가운데 유가증권 등 제공에 해당하는지를 묻게 되는데, 그 판단 역시 조문이 정한 요소를 하나씩 놓고 보아야 한다. 지원자와 수혜자 사이의 관계, 제공된 재화나 거래의 형태, 그리고 조건의 유리함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거드는 요소는 "부당하게"라는 한정이다. 유형에 들어맞는 거래라도 그 조건이 부당하지 않으면 제45조 제1항 제9호의 행위가 되지 않는다. 조문은 "부당하게"의 뜻을 직접 풀지 않고, 세부 유형과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한다. 그러므로 부당성의 기준을 조문 안에서 직접 찾아낼 수는 없으며, 위임된 규정에 맡겨진 것으로만 알 수 있다.
제47조는 별도의 축을 세운다. 이 조문은 "공시대상기업집단(동일인이 자연인인 기업집단으로 한정한다)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으로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특수관계인과 합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 또는 그 계열회사가 단독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국내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규율 대상 회사의 범위, 수혜자의 범위, 그리고 귀속되는 이익의 성격을 함께 한정한다. 수혜자가 특수관계인으로 좁혀져 있는 것, 그리고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가 요구되는 것이 제45조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제47조가 정한 행위 유형은 넷이며, 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비로소 제1항이 적용된다. 이 사례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이다. 기업어음 인수가 "상당한 규모"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업능력·재무상태·신용도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를 거친 것인지가 이 유형에서 요구되는 요소다. 다만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에는 제1항제4호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러므로 이 유형의 판단에서 불가피성과 그 위임 규정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축은 공정거래법 안에서 각자 요구하는 요소를 가진다. 제45조 제1항 제9호는 유형에 부합하는 지원 행위와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를 요구하고, 제47조는 특정 범위의 회사와 수혜자 사이에서 부당한 이익의 귀속을 요구한다. 어느 쪽 조문도 손해의 확정이나 임무위배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어느 쪽도 그 판단에 형법의 요소를 끌어와 해석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확인된 자료의 사정을 두 조문의 요소에 차례로 대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를 형법상 평가의 요소로 그대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된다.
13.2행정 판단과 형사 판단의 요소
부당지원 규정의 두 축이 조문에 따른 요소를 구분해 세운 것이라면, 이제는 그 요소가 형법상 배임죄의 판단 요소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두 판단은 같은 장면을 겨냥하면서도 요구하는 요소가 같지 않으므로, 한쪽의 요소를 다른 쪽에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없다. 행정 판단과 형사 판단이 각자 묻는 것이 무엇인지 나란히 놓고 견주는 일이 이 절의 과제이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판단이 요구하는 요소는 조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법 제45조는 특정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할 것을 요구하고, 그 중 지원에 관한 제1항제9호는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 목의 하나는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이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한편 동일인과 그 친족이라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금지하는 제47조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그 유형 가운데 하나로 둔다. 이 두 조문이 함께 보여주는 것은 지원의 상대방, 제공된 이익의 종류, 거래 조건의 유리함, 거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함의 유무처럼 거래의 외형과 조건을 다루는 요소이다. 이 쟁점은 이 요소들이 배임죄의 요소와 같은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배임죄의 판단은 다른 물음에 응한다. 이 절에서 형사 판단의 요소는 공정거래법의 요소와 구분되어 다루어지며, 그 구체적 내용은 부실지원과 배임의 관계를 다루는 단계에서 확인된다. 따라서 지금 확정되는 것은 두 판단의 요소를 합쳐 하나로 세우는 일이 아니라, 행정 판단의 요소가 형사 판단의 요소에 그대로 대응한다고 전제하지 않는 태도이다. 한쪽에서 확인한 요소를 다른 쪽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곧바로 쓸 수 없다.
이 구분은 D그룹의 사정에 그대로 적용된다. D1이 부도 위기에 빠진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거래는 그 조건과 외형에 관한 사정이 우선 드러난다. 그러나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은 미정이다. 제45조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제47조 제1항제4호의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아울러 제47조 제2항이 두는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관한 사정도 확인된 바 없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두 판단 사이의 이전 경로이다. 행정 판단에서 확인된 요소나 그 결론이 곧 형사 판단의 요소를 충족한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주주가 찾지 못했다고 말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행정 판단의 요소 가운데 하나로서 의미를 가질 뿐, 그 부재만으로 임무위배나 손해가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이 미정인 이상, 그 지시가 각 판단의 요소에 미치는 영향도 미정으로 남는다.
13.3부실지원 판결요지의 범위
행정 판단과 형사 판단의 요소를 나란히 견주었으므로, 이제 부실 계열사 지원이 배임 판단에 놓이는 자리를 판결요지의 문장에 따라 한정해 본다. 대상 판결은 배임 성립과 경영상 판단의 고의 기준을 함께 다룬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의 채무를 지급보증하거나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인식과 상당한 채권회수조치의 결여가 문제된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그 요지 [2]에서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문장은 채무변제능력 상실, 손해 발생의 인식,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의 결여를 함께 적시하며, 지원 대상이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그 이치를 바꾸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이 판시는 다만 그 요지에 기재된 자금 대여와 지급보증의 유형에 관한 것이다.
배임 성립의 요건을 채운 뒤에는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경우의 고의 유무가 문제로 남는다. 같은 판결 요지 [2]는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의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과 이익획득의 개연성을 개별 사정으로 열거하며, 인식과 의도의 인정 여부를 사안별로 보도록 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사정에 관한 한 경영상 판단의 경위와 동기, D2의 채무변제능력, 회수 가능성, D1의 부담 능력이 사실문제로 남는다. 이 사정들이 미정인 상태에서 확정 손해나 고의가 인정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규 지원이 기존 보증채무의 변제에 사용된 경우에는 손해의 범위가 다르게 잡힌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의 요지 [3]는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이 판시는 기보증채무의 변제에 쓰이도록 한 신규 자금 제공이나 담보 제공을 기보증채무와 별도의 새로운 손해 위험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요지가 제공과 담보 제공의 유형을 전제로 삼는 만큼, D2의 기업어음 매입이 이 유형에 드는지, 아니면 기보증채무와 별도의 위험을 새로 가져왔는지에 관하여는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이 판결요지가 확인하는 범위는 이와 같다. 자금 대여와 지급보증에서 계열회사라는 사정만으로 배임의 이치가 달라지지 않고, 경영상 판단의 고의는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판단하며, 기보증채무의 변제에 사용된 신규 자금 제공은 별도의 손해 위험으로 보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문장이 D그룹의 부실지원 사안에 관하여 확정할 수 있는 한계이다.
13.4부당지원 판단의 배임 여파
부실지원이 배임에 이른다는 결론을 확인한 뒤에는, 그 판단이 부당지원 규정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규정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그와 같은 금지가 형법상 임무위배 판단에 어떤 자취를 남기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두 판단의 관계는 각각의 요건을 섞지 않고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구성요건을 대조하기 전에 부당지원 규정의 문구를 옮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가 특수관계인 및 일정한 지분을 가진 계열회사와 거래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한다. 그 행위의 유형 가운데 하나는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이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47조는 이렇게 거래의 조건이 정상에서 벗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임무위배의 요건은 다른 자리에서 확인된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의 판결요지[2]는,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면서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밝힌다. 배임 판단은 지원의 조건보다 회사가 손해를 가하는 행위에 이르렀는지에 시선을 둔다.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결론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확인된다.
이 두 기준이 서로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이 판결요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앞서 옮긴 제47조는 부당한 이익의 귀속을 금지할 뿐이고, 2013도5214 판결요지[2]는 채권회수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자금대여가 배임행위가 됨을 말할 뿐이다.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임무위배의 요건을 충족함을 뜻한다는 문장은 두 자료 어디에도 없다.
배임 쪽이 오히려 더 넓은 사정을 요구함도 드러난다. 같은 판결요지는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제47조의 거래조건 비교와는 다른 종류의 요소가 여기에 놓인다.
그래서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임무위배 판단에 미치는 여파는, 확인된 범위에서 그 방향과 강도가 한정된다. 부당한 이익의 귀속을 금지하는 판단이 곧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의 성립을 끌어낸다는 문구는 없다. 반대로 배임이 되는 행위가 제47조의 유형에 든다는 문구도 없다. 이 사례에서 D1이 어음을 사들인 거래의 조건이 정상에서 벗어났는지, 그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지와 함께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가 무엇인지는 자료가 말한 바 없다. 부당지원 판단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임무위배 판단은 그 요건을 따로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에 머문다.
13.5남는 격차와 판단의 순서
앞 단위는 부당지원 판단이 임무위배 판단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판결요지의 문장에 근거해 한정해 보았다. 그렇다면 두 판단의 요소가 실제로는 어디에서 맞물리고, 어디에서 어긋나는지가 남는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규정은 거래의 공정을 해칠 우려를 기준으로 삼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9호는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들고, 그 가목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이 규정은 그룹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제공이라는 행위의 외형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배임 판단의 기준은 별도로 서 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같은 판결은 이어서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이 두 판단의 요소가 겹치지 않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D1이 사들인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는 그룹 간 유가증권 제공이라는 외형을 갖추었고, 그룹 기획실의 보고는 지원의 동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9호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게" 이루어진 특수관계인의 지원이고, 부당성의 구체적 기준은 그 문장 안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반면 배임 판단은 손해 발생의 인식과 회수조치의 타당성을 묻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이 문제된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의 경제적 상황, 손실과 이익의 개연성을 개별 사정으로 든 것은, 부당지원 규정의 요소만으로는 닫히지 않는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D2가 부도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손실발생의 개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인정을 뜻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미정이다. 소수주주가 지적한 D1이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물음도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이 열거한 제반 사정 안에서 확인되어야 하는 것으로 남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1항 제9호의 부당성이 인정되더라도 임무위배와 손해에 관한 판단이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배임 성립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모이더라도 그 지원이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두 규정은 각자 다른 요소를 요구하며, 어느 한쪽의 결론이 다른 한쪽을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