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대법원 2015도12633 판결요지에 든 판단 요소를 차례로 읽어 경영판단의 문턱이 어디에 놓이는지 본다. 지원하는 회사에 돌아올 이익의 의미를 그 판결의 문구에서 확인하고, 수단과 목적의 정당성과 요소가 함께 서는 방식을 살핀다. 다른 판결의 요소를 이 판결에 덧붙이지 않으며 확정 손해의 산정은 하지 않는다.
6.1판결요지가 열어놓은 문
배임의 임무위배 범위를 묶어 놓은 자리에서 나아가, 이제 계열사 지원 행위를 경영상의 판단으로서 평가하는 문턱을 검토할 차례이다. 그 문턱을 가장 분명하게 그려 놓은 문헌이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의 판결요지이므로, 그 문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이 판결이 묻고 답하는 자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배임죄의 성립 틀을 먼저 밝히기 위하여, 이 판결은 배임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그리고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범위를 정하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두 문장은 임무위배 판단이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해진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 판결은 타인에 대한 회사자금 대여를 배임행위로 보는 경우를 구체화하면서,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힌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D1이 채무변제능력을 잃은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일은 회사자금을 타인에게 대여한 경우와 나란히 놓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름만으로 배임의 죄책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 문장은 곧바로 의미를 갖는다.
다음으로 이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과 배임죄의 고의를 잇는 기준을 제시한다. 기업의 경영에 위험이 내재하여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뒤, 판단 기준을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구절은 고의 판단이 하나의 사정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함께 보아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계열사 사이의 지원행위에 관하여 이 판결은 두 층의 이야기를 이어 간다. 기업집단의 공동이익이 사실적·경제적으로 중요하더라도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회사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체로서 각자의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여되어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집단의 공동이익과 상반되는 계열회사의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지원행위가 "기업집단의 차원에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원 계열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졌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D1이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주체로서 각자의 이해관계인을 둔 회사라는 점이 이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마지막으로, 계열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안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이 판결은 "앞서 본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 이러한 계열회사들 사이의 지원행위가 지원하는 계열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제시하며, 그렇게 사정들을 종합하여 "문제 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맺는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D1의 소수주주가 찾지 못했다는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이 판결이 묻는 항목들 가운데 보상의 기대 가능성과 공동이익의 범위를 묻는 자리에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요지는 계열사 지원을 경영상의 판단으로서 평가하는 자리를 묻고 항목을 열어 놓았을 뿐이다. 이 판결이 판결요지에서 실제로 판단한 사건의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D1과 D2의 지원 경위가 이 항목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이 문구 안에 들어 있지 않다.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 지시의 내용과 시점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성립에 관한 결론을 이 자리에서 서두를 수는 없다. 이 판결이 요구하는 판단의 자리가 확인되었으므로, 다음 질문은 그 자리에 놓이는 항목들이 무엇을 하나씩 요구하는지이다.
6.2경영판단 요소의 차례
판결요지가 열어둔 자리는 문장의 차례로 채워진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이하 이 판결)은 계열사 지원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인지 가리기 전에, 먼저 넓은 층위의 판단 기준을 적어 두었다.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 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판결은 그 네 가지와 '등 제반 사정'을 먼저 헤아리게 한다.
그 뒤에 이 판결은 기업집단 안의 지원행위라는 좁은 자리로 들어간다.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 이러한 계열회사들 사이의 지원행위가 지원하는 계열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앞의 사정들과 아울러 보라는 말은 두 층위가 따로 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힌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는 우선 넓은 층위의 사정부터 확인한다. 그룹 기획실이 'D2가 쓰러지면 그룹 전체의 신용이 흔들린다'며 각 계열사에 보고를 전한 것은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에 관한 사정이다. 무엇을 사들일지 정한 기업어음 발행 자체는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에 관한 사정이다.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은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에 관한 사정이다. 어음의 회수 가능성은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에 관한 사정이다.
좁은 층위의 사정은 그다음 자리에 놓인다. 지원 회사 D1과 지원 대상 D2가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는 미정이다. 이 거래가 D1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도 미정이다. D2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경위와 300억 원이라는 지원 규모가 D1의 의사와 지원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거래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되었는지, 그리고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는지도 확인된 사실이 없다.
이 판결이 마지막에 두는 결론의 모양도 함께 알아 둔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문제 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요소가 모두 모여야 하는 이유는 그 마지막 문장에 있다. 소수주주가 이사회 자료에서 찾지 못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라는 물음은, 앞의 넓은 층위와 뒤의 좁은 층위가 어디에서 만나는지를 묻는 것과 닿아 있다.
6.3지원 회사에 돌아올 이익
지원 회사가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는 경영판단의 요소 가운데 다섯 번째에 놓인다. 이 요소는 앞서 읽은 네 가지 요소와 나란히 놓이면서도, 그 내용이 앞선 요소들과 겹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판결요지는 이 항목을 이렇게 적고 있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이하 이 판결이라 한다)의 판결요지는,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에 드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 항목이 요구하는 것은 부담의 크기에 견주어 볼 수 있는 기대의 가능성이다.
그 기대의 내용을 이 판결은 "적절한 보상"이라고 적는다. 이 문구는 지원행위가 가져올 부담이나 위험과 어울리는 무언가가 지원 회사 쪽에 남아야 한다는 뜻을 담는다. 다만 보상이 반드시 금전적으로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며, 보상이 확정되어 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앞서 판결요지가 다른 항목에서 두었던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와도 구별된다. 후자가 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다루는 반면, 이 항목은 그 결정이 남길 결과에 대한 기대를 다룬다.
그 이익이 무엇인지 확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판결이 세우는 기준을 그대로 두어 보아야 한다. 판결요지는 그 이익을 손해에서 빼어 계산하거나, 손해를 상계하여 확정 손해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 판결요지는 오히려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정황 가운데 하나로 이 항목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항목은 손해액을 확정하는 산식이 아니라, 지원행위가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가르는 여러 사정 가운데 하나로 놓인다.
이 판결이 자본과 영업 등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인지, 지원행위가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지를 함께 두는 것은 이 항목과 나란한 사정이다. 그러나 그 공동이익이 곧바로 지원 회사에 돌아올 이익과 같은 것은 아니다. 판결은 기업집단의 공동이익이 사실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여도,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집단의 공동이익과 상반되는 계열회사의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적고 있다. 이 판결은 그러므로 기업집단의 이익을 구실로 하여 지원 회사에 돌아갈 이익을 대신하지 않도록 분명히 하고 있다.
이 판결이 이 항목에서 세우는 기준은 그 자체로 확정되어 있지 않은 사정에 대한 기대를 요구한다. 기대가 객관적으로 가능한 상황이었는지를 다루는 것이지, 그 기대가 실제로 실현되었는지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항목은 그러므로 부담에 견주는 기대의 가능성을 요구하되, 그 기대가 빗나갔다는 사정만으로 경영판단의 범위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6.4수단과 목적의 정당성
지원하는 회사에 돌아올 이익을 따진 뒤에는 지원의 목적과 방법이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안에 드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앞 단위에서 확인한 이익의 요소와 나란히 서는 두 가지가 바로 그룹 공동이익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실행되었는지이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이 두 가지를 판단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적고 있다.
지원의 목적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이해관계의 범위로 가른다. 대법원은 기업집단의 공동목적을 인정하면서도 법인의 독립성을 잊지 않는다. 계열사 사이의 지원이 공동이익을 노린 것인지 특정인이나 특정회사의 이익만을 위한 것인지를 분리하여 묻는데, 그 기준을 판결은 이렇게 적는다. "이러한 계열회사들 사이의 지원행위가 지원하는 계열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은 이 사례에서 그룹 기획실이 계열사에 전달한 D2의 부도 위기가 그룹 전체의 신용을 흔든다는 보고에 머물러 있고, 공동이익과 특정 회사의 이익이 어떻게 갈렸는지는 미정이다.
지원의 방법은 절차와 수단의 적법성으로 좁혀진다. 같은 판결은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를 별도의 판단 항목으로 삼는다.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거래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이 사례의 사정은 밝히지 않으므로, 이 항목에 대한 결론은 나중에 확인할 일이다.
판결이 요소를 함께 두는 방식은 다음 주제로 넘기고, 여기서는 목적과 수단 각각이 요구하는 기준만 분명히 해둔다. 이 사례의 사정만으로 정당성이 확정되거나 배제된 것은 아니다.
6.5요소가 함께 서는 방식
수단과 목적의 정당성은 이 판결이 요구하는 판단의 축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서 열거된 요소들은 각각 독립된 관문으로 서는 것인지, 아니면 함께 모여 하나의 평가를 이루는 것인지가 문제이다. 판결요지의 문장 구조는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기업집단 내 지원행위의 평가에 관하여 "앞서 본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본 사정은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을 가리킨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표현은 기업집단의 사정이 일반적 경영판단의 요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더해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어 판결요지는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를 물으면서,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까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앞의 것과 뒤의 것은 나란히 놓이고, 뒤의 쪽은 앞의 쪽이 놓친 것을 보완하는 위치에 있다.
한 요소를 통과하지 못하면 곧바로 배임이 된다는 식의 단정은 이 문장에서 찾기 어렵다. 대신 판결요지는 마지막에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라는 문구를 둔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이 문구는 앞서 나열된 사정들이 서로 다른 무게로 함께 저울 위에 놓인다는 뜻이며, 하나의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종합의 결과에 관해서도 판결요지는 한 가지 기준만을 밝힌다. 즉 "문제 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확정 손해의 산정 기준이나 형량의 기준은 이 문장에 담겨 있지 않으며, 이 자리는 요소들이 어떻게 함께 서는지에 대한 물음만을 다룬다.
따라서 2015도12633이 요구하는 판단은 요소의 낱개 충족 여부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서로를 보완하며 서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결이 남긴 것은 요소의 나열과 종합의 문구이며, 각 요소가 지는 정확한 무게는 그 문구 안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6.6다음 평가로 남는 물음
합리적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와 고의 판단의 관계를 나누어 살핀 뒤, 남은 질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로 한다.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은 두 단계를 함께 제시한다.
그 판결은 우선 임무위배행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여기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면 자금 대여가 곧 임무위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대여가 회사에 기대되는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임무위배와 고의가 함께 서야 한다는 점도 그 판결이 명시한다. "따라서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부터 살피도록 요구한 데서, 경영상의 판단이 배임죄의 고의를 바로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음을 읽는다. 그 판결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문제 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경영상의 판단이 문제 되는 경우에 그 판결이 함께 고려하도록 한 사정은 넓다.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두루 살펴야 한다. 또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에 관하여는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가 함께 살펴진다.
위 인용들만으로 이 판결이 D1의 어음 매입을 바로 배임으로 인정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판결이 제시한 것은 판단의 항목과 종합의 방식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기업집단의 차원에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원 계열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라고 지적한 대로, 지원행위가 계열회사라는 사실만으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판결이 요구한 항목 가운데 일부는 D1의 사정에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 지시의 내용과 시점, D2 선정의 경위와 D1의 부담 능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 항목들이 비어 있는 한, 이 판결의 문턱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고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의 유무를 논하기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