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대법원 2013도5214가 부실 계열회사 지원에서 손해와 임무위배를 본 방식을 그 판결이 쓴 범위 안에서 읽는다. 지원 거래의 평가 단위, 손해의 성립 기준, 임무위배의 판단 기준을 차례로 살피고 두 요건이 이어지는 자리를 본다. 앞 장의 경영판단 요소를 다시 나열하지 않는다.
7.12013도5214의 쟁점 범위
앞 단위가 경영판단의 문턱에서 확인해야 할 요소를 열거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그 요소가 실제로 작동한 판결의 범위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절에서 다루는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시장조작행위,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대여와 지급보증, 그리고 기보증채무에 대한 신규 지원을 한 판결문 안에서 함께 다룬다. 이 판결이 부실 계열회사 지원과 관련하여 실제로 무엇을 쟁점으로 삼았는지의 범위를 먼저 밝혀두는 일은, 사례의 미정 사항을 판결의 사실로 채우는 오류를 막는 데 필수적이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의 판시사항 [1]은 구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1항 제1호, 제2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장조작행위의 일종인 '통정매매'의 의미, 그리고 매도인과 매수인을 지배·장악하는 주체가 양자의 거래가 체결되도록 주도적으로 기획·조종한 결과 실제 매매가 체결되는 경우가 통정매매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룬다. 시장의 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의 해석 문제는 이 판결의 쟁점 가운데 하나이되, 계열회사 지원에 관한 논의와는 별도로 놓인다. 따라서 이 판결의 이름을 부실 계열회사 지원의 판례로만 옮겨 적는 방식으로는 어떤 논의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자금지원과 관련된 부분은 판시사항 [2]에서 구체화된다. 이 판결은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계열회사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하면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적극으로 보았으며, 아울러 경영상의 판단에 대한 배임죄의 고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계열회사라는 관계가 자금대여와 지급보증의 위법성 평가를 바꾸지 않는다는 이치가 여기에 담겨 있다. 사례에서 D1이 계열사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거래 형태가 이 판결의 사실과 같은지 여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고, 판결이 다룬 행위의 유형과 사례의 거래를 단순히 겹쳐 놓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고의의 판단 기준에 관해서는 판시사항 [2]가 적시하는 제반 사정이 그대로 관건이 된다.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사례에서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그러므로 이 판결의 기준을 사례에 적용하려 하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판단을 서두를 수 없다.
마지막으로 판시사항 [3]은 기보증채무에 대한 신규 지원이 새로운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소극으로 보았다. 이는 손해의 발생 범위를 구분하는 논점으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한 [2]와 나란히 놓인다. 이 판결이 다룬 쟁점의 범위가 시장조작행위, 자금대여와 지급보증에서의 채권회수조치와 고의, 그리고 기보증채무에 대한 신규 지원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절을 마친다.
7.2지원 거래의 평가 단위
판결요지 [2]는 쟁점의 범위를 확정하면서 곧바로 어떤 행위를 배임의 단위로 삼는지, 그리고 그 타인이 계열회사인지가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힌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이사를 비롯한 회사의 임원이 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지급보증하는 행위를 그 자체로 하나의 단위로 묶어 평가한다. 판결요지 [2]는 그러한 행위가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지 판단하면서, 이 행위의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판결이 행위의 단위로 삼는 것은 바로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의 판결요지 [2]가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계열회사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하면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관한 쟁점을 다룬 데서 드러난다. 이 문장에서 판결은 지원의 형태를 대여와 지급보증 두 가지로 제시하면서, 그 둘을 묶어 평가하는 축을 함께 두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즉 회사가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보증하면서 담보를 받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배임의 구조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지원이 어떤 외형을 띠는지와 무관하게, 회사가 그 거래에서 얻은 대가와 부담한 위험을 함께 보도록 요구한다.
이와 같은 평가의 단위는 계열회사라는 사실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면서, 그 뒤에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와 그 시점은 미정으로 남지만, 지원 대상이 계열회사라는 점만으로 이 판결의 기준에서 예외가 생기지는 않는다. 지배주주의 지시 자체가 아니라 회사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지원을 했는지가 이 판결의 평가 단위에 들어간다.
이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한 배임의 고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같은 행위 단위 위에서 펼쳐놓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에 따르면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을 살펴야 한다. 이 사정들은 지원 행위를 하나의 거래로 묶은 다음, 그 거래가 처한 맥락을 함께 읽어야 드러난다.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같은 요소가 바로 이 기준의 각 항목에 대응하지만, 그 값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 판결은 지원 대상의 선정 경위와 회사의 부담 능력까지도 하나의 평가 단위 안에서 종합적으로 살피도록 요구하며, 개별 항목을 따로 떼어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판결이 놓는 평가의 단위는, 지원의 형태와 상대방, 회사의 내부 사정을 한꺼번에 묶어 하나의 거래로 보고, 그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가했는지와 임원이 이를 인식하고 의도했는지를 함께 따지는 구조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례에서, 그 매입이 대여나 지급보증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거래에서 회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는 이 판결이 정한 평가 틀 안에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7.3손해의 성립 기준
지원 거래의 평가 단위를 정한 뒤에는 그 거래가 회사에 손해를 가했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2013도5214 판결은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에서 손해를 무엇으로 보았는지를 판결요지에 짧게 밝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이 배임행위가 되려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손해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이 판시에서 손해는 대여나 보증의 상대방이 얻는 이익과 나란히 놓이고, 채무변제능력의 상실과 채권회수조치의 결여가 손해 발생의 징표로 지목된다.
이 판시는 나아가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손해의 성립을 바꾸지 못한다고 못 박는다. 곧 부실 계열회사 지원은 거래 상대방이 계열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이미 선 보증채무의 변제에 쓰이도록 신규자금을 제공한 경우의 처리 기준을 따로 제시한다.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이 기준에 따르면 기보증채무의 범위 안에서 쓰이는 신규지원은 그 자체로 새로운 손해의 위험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한편 경영상의 판단을 둘러싼 고의의 유무는 손해의 성립과는 구별되는 문제로 다뤄진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손해의 발생과 별개로 행위자의 인식을 개별 사정에 비추어 살피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 D1이 취득한 것이 무엇인지는 D1의 이사회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았다고 소수주주는 말할 뿐이고, D2의 변제자력 상태나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내린 지시의 내용과 시점은 미정이다. 이 사정만으로 손해가 성립되었다거나 손해의 액수가 확정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7.4임무위배의 판단 기준
임무위배의 성립 기준은 앞에서 본 손해의 판단과 함께 이 판결이 둘째 쟁점에서 정리한 대목에서 찾아야 한다.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자금을 대여하거나 채무를 지급보증하는 경우에 언제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나아가 경영상의 판단에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를 판결이 함께 다루었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의 둘째 판시사항은 이 두 물음을 각각 묻고 있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보기에 앞서, 이 판결이 전제한 대상 행위의 유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회사 이사 등의 자금 대여와 지급보증은 계열회사를 상대로 이루어지더라도 그 법적 성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판결은 이 점을 둘째 판시사항의 끝에 짧게 적고 있다.
먼저 행위의 위법성을 가르는 기준을 살핀다. 판결은 대여나 보증이 배임행위가 되는 경우를 이렇게 설명한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이 기준에서 계열사라는 관계는 배임의 성립을 가리는 사정이 되지 못한다.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채무변제능력 상실에 대한 인식, 또는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의 결여이며, 둘 중 하나만으로도 배임행위로 이어진다.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은 바로 후자의 판단을 위해 확인해야 할 사실이다.
나아가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도 경영상의 판단이라 이름 붙은 경우에 한하여 별도로 검토한다. 판결은 판단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다.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판결이 열거한 것은 판단의 자료일 뿐 새로운 요건이 아니다.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의 경제적 상황, 손실과 이익의 개연성이 모두 모여 인식과 의도가 있었는지를 가린다는 뜻이다. 지배주주가 내린 지시의 내용과 시점이 미정이라면, 이 항목에 관한 심리는 아직 남아 있다.
이 판결의 기준을 D1의 어음 매입에 비추어 보면, 임무위배는 계열사 지원이라는 외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 대상이 된 채무자의 변제능력, 회수가 취한 조치의 충분성과 합리성, 나아가 판단에 이른 경위와 동기의 확인이 모두 필요하다. 이 사정이 미정인 채로는 임무위배라는 법적 평가도 미정으로 남는다.
7.5두 요건의 이어짐
임무위배의 기준을 확인한 뒤에는, 그 기준이 손해의 요건과 어떻게 맞물려 결론을 이루는지의 순서가 남는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이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지원을 두고 어떠한 순서로 두 요건을 이어 놓았는지를 근거 문장과 함께 더듬어 본다.
우선 이 판결은 임무위배와 손해를 한 문장 안에서 함께 묶어 놓았다. 회사 이사 등의 지원 행위가 배임이 되는 조건을,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이 인용에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라는 표현이 '배임행위'라는 평가와 나란히 놓여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원 상대방이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이 결합을 풀어 준다는 뜻은 아니다.
이어 이 판결은 손해의 성립 시점을 따로 가려 놓았다. 이미 보증한 채무와 새로 생기는 손해의 위험을 구분하기 위하여,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손해의 요건은 과거에 이미 부담한 채무가 무거워진다는 사실만으로는 다 차지 않는다. 새로운 자금이 쓰인 자리에 눈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두 요건은 어떤 순서로 이어지는가. 이 판결은 먼저 지원 행위가 타인에게 이익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인지 살핀 뒤, 그 행위가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빠뜨린 채 이루어졌는지를 본다. 여기서 손해의 방향이 임무위배의 내용을 특정한다. 지원 대상의 변제 능력이 이미 무너졌다는 인식과 회사가 손해를 입으리라는 인식이 함께 놓일 때, 그 지원은 배임의 행위로 선다.
마지막으로 이 판결은 그 인식의 유무를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틀 안에서 개별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였다.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에 의하면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따른다. 손해가 새로 생길 위험을 빚어 놓았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알면서도 지원에 나아갔는지가 나란히 확인되어야 한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정만으로는, 이 판결이 이어 놓은 두 요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어음의 회수 가능성, D1의 부담 능력, 지배주주 지시의 내용과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7.6이 판결이 남긴 문턱
손해와 임무위배가 한 사건 안에서 맞물렸음이 확인되었으므로, 이제 그 판결이 밝힌 평가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다듬어 둘 차례이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이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에서 무엇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는지 짚으면서, 이 판결이 쓰지 않은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밝힌다.
이 판결은 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회사의 이사 등이 지켜야 할 의무의 위반과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회사 이름으로 지급보증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를 위하여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계열회사라는 사정이 평가의 틀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 여기서 분명히 갈라진다.
고의의 판단에 관하여 이 판결은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개별 회사의 사정과 판단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기준이 이 사례에 그대로 놓인다.
한편 이 판결은 새로 발생한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신중한 선을 그었다.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214 판결). 이미 진 채무를 에워싼 지원이 곧바로 새로운 손해의 발생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어 있다.
이렇게 놓인 문턱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13도5214 판결은 자금대여와 지급보증의 관계에서 배임죄의 평가 기준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기업어음의 매입과 같은 자금지원 수단이 이 판결의 기준에 어떻게 닿는지, 또 손해의 발생과 채권회수조치의 부족이 어느 시점에 확정되는지는 이 판결이 다루지 않은 문제이다. 지원 대상 선정의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 판결의 말로 그 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