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보증과 담보 제공처럼 자금을 직접 주지 않는 지원에서 손해와 위험이 생기는 방식을 다룬다. 보증이 남기는 채무 부담, 계열사 보증의 무상성, 담보 제공이 놓인 자리를 차례로 살피고 임무 위배의 조문과 업무상 배임의 가중 규정을 형법 조문에서 확인한다. 도산 절차에서 보증의 무상성을 보는 관점은 제10장으로 넘긴다.
9.1자금 없는 지원의 구조
남긴 자료의 요건을 모두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자료들이 가리키는 부담이 어떤 형태로 회사에 남는지를 살필 차례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보증과 담보 제공이 돈을 내주지 않아도 회사의 수익력을 흔든다고 본다. 이 판결이 그리는 부담의 자리를 따라가면,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이 사례와는 다른 지점에서 부담이 생긴다는 점이 드러난다.
위 판결은 먼저 보증이나 담보 제공이 무상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 기준은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이 "파산자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한 보증행위 또는 담보제공행위는, 그것이 채권자의 그 타인(주채무자)에 대한 출연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에도, 파산자가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64조 제5호에 규정된 무상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주채무자가 파산자와 이른바 계열회사 내지 가족회사인 관계에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고 밝힌 것이다. 계열 관계가 무상성을 지워주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다. D1이 D2를 돕는 것은 그룹 안에서의 사정이지만, 그 사실만으로 D1의 행위가 값없는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판결이 다루는 행위는 보증과 담보 제공이고, D1이 한 것은 기업어음의 매입이라는 점은 별개로 남는다.
무상성의 판단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달렸다는 것이 위 판결의 설명이다. 그 판결은 "파산자가 보증 또는 담보제공의 대가로서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그 행위의 무상성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 담보제공 당시 또는 담보권 행사 당시 파산자에게 자력이 충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부인권행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고 못 박는다. 자금 사정이 여유 있었다는 사정은 무상성을 없애지 못한다. 이 지적은 앞서 두 판결이 함께 요구한 판단 자료 가운데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의 자리를 다시 가다듬는다. 그 자료는 지원을 감당할 만했는지를 묻는 데 쓰이지, 지원이 값없는 것이었는지를 가리는 데 쓰이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위 판결은 주채무자의 이익을 곧 회사의 이익으로 돌리지 않는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에 따르면 "특히 현저하기 때문에, 파산자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착안하여 특수한 부인유형으로서 규정되어 있는 것이고, 파산절차가 전체 파산채권자의 만족을 도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자가 계열회사인 주채무자 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거나 그 주채무자 회사가 발행한 거액의 회사채를 파산자가 이미 지급보증한 상태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주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이 곧바로 보증인인 파산자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다. D2가 버티는 일이 D1에 도움이 된다는 그룹 기획실의 보고와, D1의 이사회 자료에서 빠져 있던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다. 앞의 것은 주채무자의 이익이고, 뒤의 것은 지원 회사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득이다. 이 사례에서 후자는 아직 미정이다.
부담이 생기는 지점은 지원 회사의 재산이 줄어드는 자리가 아니라, 재산을 건드리는 위험이 생기는 자리다. 위 판결은 그러한 행위를 두고 "그 대상인 행위가 대가를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서 파산자의 수익력과 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해할 위험이 특히 현저하기 때문에, 파산자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착안하여 특수한 부인유형으로서 규정되어 있는 것"(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이라고 설명한다. 지원이 성사되는 순간 회사의 곳간에서 돈이 나가지는 않지만, 그 회사에 남는 채무 부담은 뒤에 터져 나온다. D1이 산 기업어음에는 매입 대금이 따르므로 이 설명과 꼭 같은 자리는 아니나,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와 회수 가능성은 지원의 내용과 시기를 묻는 자리에서 다루어야 할 사정이다.
9.2보증이 남기는 채무 부담
자금을 내주지 않는 지원이 회사에 남기는 부담의 성격을 가르친 데서 나아가, 그 부담이 회사의 재산에 실제로 작용하는 지점을 파산법상 부인권의 판례에서 확인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보증행위와 담보제공행위를 무상행위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행위가 회사에 남기는 이행 위험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판결이 그려 보이는 장면은 회사가 채무를 대신 떠맡는 순간 재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례에서 D1이 부담하게 될 지위가 무엇인지 묻기 전에, 이 판결이 규정하는 보증의 부담을 먼저 읽는다.
먼저 파산자가 타인을 위하여 한 보증행위가 무상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파산자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한 보증행위 또는 담보제공행위는, 그것이 채권자의 그 타인(주채무자)에 대한 출연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에도, 파산자가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64조 제5호에 규정된 무상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주채무자가 파산자와 이른바 계열회사 내지 가족회사인 관계에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보증이 남기는 채무 부담이 무상행위로 평가되는 까닭은 회사가 그 대가로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는 데 있다. 그 대가가 없을 때 보증은 재단을 줄이는 행위로 남는다.
무상행위의 부인은 파산자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물리 않는다는 점에서 그 부담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같은 판결은 "그리고 이러한 무상행위의 부인은, 그 대상인 행위가 대가를 수반하지 않는 것으로서 파산자의 수익력과 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해할 위험이 특히 현저하기 때문에, 파산자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착안하여 특수한 부인유형으로서 규정되어 있는 것이고, 파산절차가 전체 파산채권자의 만족을 도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자가 계열회사인 주채무자 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거나 그 주채무자 회사가 발행한 거액의 회사채를 파산자가 이미 지급보증한 상태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주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이 곧바로 보증인인 파산자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파산자가 보증 또는 담보제공의 대가로서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그 행위의 무상성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 담보제공 당시 또는 담보권 행사 당시 파산자에게 자력이 충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부인권행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따라서 회사가 지배주주에 속한 회사의 채무를 떠맡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보증이 남기는 부담이 소멸하지 않는다.
그 부담이 파산채권자의 보호라는 제도 안에서 다루어지는 점도 확인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부인권은 파산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파산자의 행위를 부인함으로써 파산재단의 충실을 도모함에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파산자와 그 상대방 간의 이해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무상성, 유해성, 부당성 등 부인권행사의 요건이 충족되는 한 파산관재인의 부인권행사가 부인권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이 판시는 보증이 남기는 채무 부담을 회사와 상대방 사이의 사정으로 좁혀 읽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보증이 남기는 부담은 행사 방법과 원상회복의 범위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질권설정행위의 부인에 관하여 "질권설정행위를 부인하여 그 효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그에 기하여 발생한 질권도 소급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고, 질권이 소급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이상 그에 기초한 질권실행행위도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상 담보권의 실행에 대하여는 별도로 부인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파산관재인이 별도로 질권실행행위를 부인하여야만 원상회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한편 반대급부에 관하여 같은 판결은 구 파산법 제70조 제1항의 문언을 옮기고 나서 "여기에서 '반대급부'라 함은 부인의 목적인 파산자의 행위의 대가로 파산자가 얻은 급부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보증이 남기는 채무 부담이 원상회복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는 이와 같이 그 대가의 유무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례에 이 법리를 적용하면, D1이 그 지원의 대가로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가 그 부담의 성격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지원 대상으로 D2가 선정된 경위, D1의 자금 사정과 부담 능력, 어음의 회수 가능성,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은 미정이다. D1의 소수주주가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 사정은 이 기준에 놓여 읽힌다. 다만 이 사정만으로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보증과 담보 제공이 남기는 채무 부담이 무상행위로 귀결되는 경로는 대가의 유무에 달려 있고, 그 대가가 확인되지 않는 한 그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9.3계열사 보증의 무상성
보증이 회사에 남기는 이행 위험은 그 행위가 무상이었는지라는 다른 물음과 맞닿는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그 물음에 대해 "파산자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한 보증행위 또는 담보제공행위는, 그것이 채권자의 그 타인(주채무자)에 대한 출연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에도, 파산자가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64조 제5호에 규정된 무상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주채무자가 파산자와 이른바 계열회사 내지 가족회사인 관계에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계열이라는 관계 자체가 보증의 대가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이 이 판결의 첫째 가르침이다.
무상성이 무엇에 대가 없는 것인지를 가르치는 문장도 함께 확인한다. 같은 판결은 "파산자가 보증 또는 담보제공의 대가로서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그 행위의 무상성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 담보제공 당시 또는 담보권 행사 당시 파산자에게 자력이 충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부인권행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대가는 보증 제공과 맞바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이어야 하며, 회사가 여유 자금을 갖고 있었다는 사정은 그 대가를 채우지 못한다.
회사가 이미 계열사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거나 그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이미 보증한 상태였다는 사정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특히 현저하기 때문에, 파산자와 수익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의 내용과 시기에 착안하여 특수한 부인유형으로서 규정되어 있는 것이고, 파산절차가 전체 파산채권자의 만족을 도모하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자가 계열회사인 주채무자 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거나 그 주채무자 회사가 발행한 거액의 회사채를 파산자가 이미 지급보증한 상태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주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이 곧바로 보증인인 파산자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회사와 계열사의 이익이 그룹 차원에서 함께 움직인다는 관념만으로는 무상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D1이 부도 위기에 놓인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사안에서는 'D2가 쓰러지면 그룹 전체의 신용이 흔들린다'는 보고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D1이 이 거래의 대가로 얻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의 내용은 미정이고, D2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경위와 D1의 부담 능력 역시 미정이다. 따라서 이 사정만으로 D1의 행위가 무상이었다는 법적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소수주주가 D1의 이사회 자료에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 대목은 무상성의 물음이 어떤 형태로 제기되는지를 보여준다. 그 물음은 대가의 존재 유무를 묻는 것이며, 그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는 사실의 영역에서 채워져야 한다. 판결요지가 무상성에 붙인 요건을 새로 더하지 아니한 채, 그 판결이 무상성을 부정할 사유로 삼지 아니한 것들, 즉 계열관계, 이미 맺어진 주식 보유나 지급보증, 그리고 당시의 자력 사정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9.4담보 제공이 놓인 자리
보증에서 확인한 부담의 무상성은 그 부담이 담보 제공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질 때 어떻게 놓이는가. 앞서 본 무상행위의 판단은 보증행위와 담보제공행위를 한 묶음으로 다루면서도, 그 판단의 근거를 파산자가 대가를 얻지 않았다는 점에 두었다. 담보 제공이 무상성의 판단에서 보증과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지, 나아가 그 제공이 무효로 돌아갈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가 남은 물음이다.
먼저 담보 제공의 법적 성격이 보증과 같은 축 위에 놓여 있음을 확인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무상행위의 성립에 관하여 "파산자가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한 보증행위 또는 담보제공행위는, 그것이 채권자의 그 타인(주채무자)에 대한 출연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에도, 파산자가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아니하는 한,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64조 제5호에 규정된 무상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주채무자가 파산자와 이른바 계열회사 내지 가족회사인 관계에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보증과 담보 제공은 그 명칭과 실행 방식이 다를 뿐, 파산자가 대가 없이 타인을 위하여 부담을 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같은 자리에 놓인다. 따라서 이 판결의 판단은 담보 제공에 관하여도 함께 적용된다고 읽어야 한다.
담보 제공에 대한 부인의 효과는 그 제공이 낳은 권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판결은 질권설정행위의 부인에 관하여 "질권설정행위를 부인하여 그 효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그에 기하여 발생한 질권도 소급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되고, 질권이 소급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이상 그에 기초한 질권실행행위도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구 파산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상 담보권의 실행에 대하여는 별도로 부인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파산관재인이 별도로 질권실행행위를 부인하여야만 원상회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담보 제공 자체가 무효로 돌아가면 그에 기초한 권리와 그 실행까지 함께 무너진다는 뜻이며, 별도의 부인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판결이 담보 제공의 모든 법적 쟁점을 다룬 것은 아니다. 판결요지가 담보 제공을 무상행위의 한 유형으로 함께 적시하고 있을 뿐, 담보 제공에 관하여 별도로 성립 요건이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 판결에 담보 제공에 관한 판단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판결에서 담보 제공이 놓인 자리는 보증과 나란히 두어도 달라지지 않는 부담의 방식, 그리고 그 제공이 무효로 돌아갈 때 발생하는 효과의 범위이다. 무상성의 판단은 제공의 형식이 아니라 대가의 유무에 달려 있으며, 그 판단이 무효로 이어질 때 담보를 받은 쪽과 준 쪽의 관계는 원상회복의 문제로 돌아간다.
9.5임무 위배의 조문 확인
담보 제공을 보증의 부담 방식에 비추어 다룬 자리에서 남는 물음은, 형법이 배임의 성립을 무엇에 매어 두었는지 조문에서 확인하는 일이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을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이 배임의 성립에 요구하는 것은 업무상 임무 위배와 제355조 죄의 결합이다.
임무 위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라는 문구에 담긴다. 이 문구는 배임의 행위가 담당자의 업무상 지위에서 벗어난 것임을 전제로 한다. D1이 D2의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일이 업무상 임무에 해당하는지, 그 매입이 임무에 위배하였는지는 이 문구 아래에서 따져야 할 물음이다. 지배주주가 내린 지시의 내용과 시점이 미정인 상태에서, 지시가 있었는지와 임무에 위배하였는지가 같은 물음인지는 아직 적어 두어야 한다.
제355조 죄의 결합은 조문이 배임을 횡령과 같은 자리에 두면서 부르는 방식이다. 제356조는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라고 표현하여, 업무상의 임무 위배만으로는 이 조의 죄가 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는 사정은,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확인하는 자리에 남는다.
조문에 적힌 요건은 이 두 가지뿐이다. 확정 손해의 발생이나 손해 액수의 산정, 고의의 증명 방식은 이 조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따라서 배임의 성립 요건으로 손해의 확정을 추가하는 것은 조문에 없는 것을 더하는 일이다. 이 사례에서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며, 미정인 사정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렇게 보면 형법 제356조가 배임에 매어 둔 것은 업무상 임무 위배와 제355조 죄의 결합이다. 조문이 적은 요건 밖의 것을 성립 요건으로 더할 때, 행위가 임무에 위배하였는지와 그로 하여금 무엇을 얻었는지를 묻는 본래의 물음이 흐려진다.
9.6업무상 배임의 가중 규정
임무 위배의 요건을 조문에서 확인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형법 제356조가 정하는 법정형의 의미를 살펴본다. 앞 절에서 본 업무상 배임의 구성은 그대로 두면서, 형법은 어떤 사정을 더 무겁게 보는지를 조문에서 확인할 차례이다. 나아가 보증이나 담보 제공이 형사 평가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가늠해 보되, 도산 절차에서 보증의 무상성을 다루는 논의는 따로 떼어 둔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를 처벌한다.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형법 제356조)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제355조의 죄에 업무상의 임무 위배라는 사정이 더해진 경우의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상 배임의 가중 규정은 새로운 행위 유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무 위배가 결합한 경우에 적용되는 형벌 범위를 밝힌다. 조문에 적힌 요건과 법정형만이 이 규정의 내용이며, 그 밖의 것을 여기에 덧붙일 수 없다.
보증 제공이나 담보 제공이 업무상 배임의 평가 대상이 될 때, 이 조문의 형벌 범위가 함께 검토된다. 앞 절에서 확인한 임무 위배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인정되면, 형법 제356조가 정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범위 안에서 처벌이 문제된다. D그룹의 경우, D1이 D2가 발행한 기업어음 300억 원어치를 사들인 행위가 이 규정에 걸리는지는 앞 절에서 확인한 요건의 충족 여부에 달려 있다. D1의 소수주주가 찾지 못했다고 말한 'D1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임무 위배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의 문제로 남는다.
보증과 담보 제공이 무상성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도산 법정에서 별도로 논의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은 파산자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얻지 않고 계열회사 내지 가족회사를 위하여 한 보증행위 또는 담보제공행위가 구 파산법 제64조 제5호에 규정된 부인의 대상이 되는 무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다. 이 판결이 다루는 무상행위의 부인은 도산 절차에서 파산재단의 충실을 도모하는 문제이며,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 배임과는 다른 법적 평가의 영역에 속한다. D2가 발행한 기업어음의 인수가 도산 법정에서 무상행위로 볼 것인지는 이 책의 이 장에서 다루지 않는다.
형법 제356조는 제355조의 죄에 업무상의 임무 위배가 더해진 경우의 법정형을 정하는 규정이다. 이 가중 규정이 문제되는 보증과 담보 제공의 사안에서도, 그 성립 여부는 앞 절에서 확인한 임무 위배와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건의 충족에 달려 있다. D1이 D2의 기업어음을 인수한 행위가 이 요건을 채우는지는 미정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며, 지배주주가 개별 회사에 내린 지시의 구체적 내용과 시점도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