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헌법재판소법 제25조의 문언을 읽고, 대리인 자격의 문언 범위를 살핀다. 89헌마120 결정요지가 변호사 강제주의를 재판청구권에 비추어 판단한 방식과 그 판단의 자리를 읽는다. 형사 절차에서의 국선 변호와 이 결정 밖의 사안은 다루지 않는다.
10.1헌법재판소법 제25조의 문언
민사소송법상의 소장 보정이나 석명을 마치고 나면, 을이 나아갈 절차를 고르는 일에서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가 놓인 자리가 새로이 문제 된다. 이 절차에서 대표와 대리를 맡을 자를 정하는 법문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 까닭은,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하는 헌법재판소법의 첫 문언이 바로 이 조문에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는 '대표자·대리인'이라는 제목 아래 대표와 대리를 나누어 정한다. 국가가 당사자인 경우의 대표자를 정하는 첫째 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정부가 당사자(참가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인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이 이를 대표한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고 적는다. 이 문언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심판에서 누가 그 당사를 대표하는지를 정하되, 참가인을 당사자에 포함시키는 점을 괄호 안에서 함께 밝히고 있다. 이 사례에서 을이 돌려받으려는 보증금을 둘러싼 분쟁이 국가나 정부를 당사자로 삼는 심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정이며, 그 대표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정한 문언은 이 사례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경우의 대리는 둘째 항에서 달리 정한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2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소속 직원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자를 변호사,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소속 직원으로 한정하면서도 선임 여부는 "할 수 있다"는 선택의 형식으로 두고 있다.
사인이 당사자인 경우의 대리는 셋째 항에서 다시 다르게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사인이 심판청구나 심판 수행을 하려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점을 정면으로 선언하고, 당사자 본인이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우만 단서에서 예외로 둔다.
이 사례에서 을은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며 혼자 소장을 낸 민사소송의 당사자이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를 청구한 사실은 미정이다. 다만 이 문언에 담긴 전제는 분명하다. 심판의 당사자가 사인인 경우 대리인으로 삼을 수 있는 자는 변호사로 한정되고, 사인 스스로 심판을 수행하는 것은 단서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남는다.
을이 소장을 낸 뒤 이웃의 도움을 받아 서면을 쓴 일은 민사소송의 문제로서 관찰된 사실일 뿐이고, 여기서 인용한 조문은 민사소송의 대리 자격을 정하는 법문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가 변호사의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은 심판청구와 심판 수행을 변호사의 대리에 묶어 두는 데 있고, 그 문언에 적힌 표현 밖의 자격 요건을 보태는 것은 이 문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이 조문의 대리인 자격 한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10.2대리인 자격의 문언 범위
대리인 자격을 한정하는 문언은 같은 조의 제3항에 자리한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는 대리인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문언으로 한정하며, 그 한정의 결과로 사인의 심판청구와 심판 수행을 변호사에 묶어 둔다. 이 한정이 문언에서 어디까지 열리는지를 읽어 두어야, 뒤에 나올 쟁점의 자리가 분명해진다.
사인의 대리인 자격을 제한하는 문언은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한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사인이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로 한정되고, 사인 자신이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경우가 단서로 열린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여기서 사인이란 사인에 해당하는 당사자를 가리키며, 대리인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은 심판청구와 심판 수행으로 함께 적혀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문언이 사인의 심판청구와 심판 수행을 변호사 선임에 묶어 둔 까닭에, 대리인 자격의 확장은 이 문언에서 그대로 찾아내기 어렵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경우에 열리는 길은 단서 한 줄뿐이며, 그 밖의 경로는 문언에 없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리인 자격은 사인과 같은 줄에 놓이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2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소속 직원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대목의 대리인 자격은 변호사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소속 직원으로 함께 열리고, 심판청구보다 심판 수행에 맞추어져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같은 조의 제3항이 사인을 향해 두는 문언과 비교하면, 제2항은 대리인의 범위와 그 대상 행위가 각각 다르게 적혀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사인에게는 그 문언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2항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허용하는 소속 직원이라는 자리는 문언상 그 당사자에게만 놓여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정부가 당사자인 경우의 대표는 별도의 문언으로 둔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1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정부가 당사자(참가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인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이 이를 대표한다."라고 정한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이 대표의 문언은 대리인 선임의 문언과 그 자리를 달리하며, 사인의 대리인 자격을 함께 넓히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1항에서 적은 대표자가 이 법에서 정한 자인 점과, 제3항에서 적은 대리인 자격이 사인에게만 적용되는 점은 그 문언이 가리키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세 항이 한 조 안에 나란히 놓여 있어도, 사인의 대리인 자격은 제3항의 문언에서만 그 범위를 가진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조문은 사인이 변호사 없이 심판청구하거나 심판 수행을 할 수 있는 다른 사유를 두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다만 단서에 적힌 변호사의 자격만이 문언상 남고, 그 밖의 예외는 문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단서가 여는 자리는 사인 자신이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경우이며,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대리인으로 삼는 길은 문언이 열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을이 혼자 심판청구를 하려는 경우 을 자신이 변호사의 자격을 가졌는지 여부가 이 문언에서 판단의 자리에 놓이며, 그 밖의 사유로 대리인 자격이 넓어지는지는 이 문언이 정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을이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썼다는 사정은 대리인 자격의 문언 범위를 넓히는 근거로 이 조문에서 자리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대리인 자격의 문언 범위는 이처럼 한정되어 있다. 사인의 대리인은 변호사로 한정되고, 사인 자신의 변호사 자격이 단서로 남으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대리인 자격은 별도로 열리지만 그 문언이 사인에게 옮겨가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문언이 열어 둔 자리와 닫아 둔 자리를 나누어 읽는 한, 대리인 자격의 확장은 조문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 이 한정이 헌법재판소법 제25조에 적힌 문언의 자리이며, 그 밖의 확장은 이 조문에서 새로 찾을 수 없다.
10.389헌마120의 쟁점 자리
대리인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을 조문이 한정한 점을 확인한 데서, 그 한정이 헌법재판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1990년 9월 3일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89헌마120 결정은 그 자리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결정요지는 두 가지 쟁점을 차례로 다룬다. 첫째는 심판청구요건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변호사 강제주의의 위헌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 두 쟁점이 어떤 순서로 놓여 있는지를 그대로 읽어야 한다.
먼저 청구요건의 자리다. 스스로 심판청구와 수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사정이 있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은 이에 관해 "헌법재판에 있어서의 변호사강제주의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스스로 심판청구 및 수행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그에 대하여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아 그를 통하여 소원심판청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에 의한 직접적인 심판수행권이 제한받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소원요건인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은 구비되었다고 볼 것이다"고 밝혔다. 국선대리인이 곁에 서 있어도 자기 손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점이 남으므로, 침해가 직접이고 현재라는 뜻이다. 을이 홀로 소장을 낸 뒤 서면 작성에 이웃의 도움을 받은 사정과 결부하여 본다면, 스스로 수행하려는 의욕이 가로막힌 자리는 다만 사례의 관찰된 사실로 놓아둘 일이다.
다음은 변호사 강제주의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다. 이에 관한 판단은 공공이 얻는 이익과 개인이 치르는 비용을 저울질하는 형식을 취한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은 "변호사강제주의는 재판업무에 분업화 원리의 도입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도, 재판을 통한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 사법의 원활한 운영과 헌법재판의 질적 개선, 재판심리의 부담경감 및 효율화, 사법운영의 민주화 등 공공복리에 그 기여도가 크다 하겠고, 그 이익은 변호사선임 비용지출을 하지 않는 이익보다는 크다고 할 것이며, 더욱이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대상조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상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재판의 질과 운영이 얻는 이익이 변호사 비용을 아끼는 이익보다 크다는 점, 그리고 힘이 없는 사람을 위해 국선대리인이 따로 마련된 점이 판단의 바탕에 놓여 있다. 을의 소송구조 신청 여부나 그 결과는 미정이므로, 국선대리인이라는 수단이 을에게 실제로 닿았는지는 이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 결정이 심판청구의 문을 막는지부터 확인한 뒤에야 강제주의의 헌법합치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리인 자격의 한정이 그대로 수행권의 제한으로 이어지는 자리를, 결정은 청구요건의 언어로 먼저 붙잡아 두었다. 그 붙잡은 자리를 놓치지 않고 읽는 일이 다음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10.4재판청구권과의 저울질
쟁점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이 쟁점이 무엇과 맞닿아서 저울 위에 놓였는가이다. 89헌마120 결정은 변호사 강제주의의 헌법적 위헌 여부를 다루면서, 그 판단의 바탕을 심판청구권 행사의 제한에 두었다. 그 제한이 기본권 침해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제한을 정당화하는 공공복리의 이익이 더 무거운지가 저울질된 것이다. 이 저울질의 한쪽 접시에 무엇이 올라갔는지를 읽기 위해서는, 헌법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선언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이 판단의 전제로 삼은 심판청구권의 제한 사정을 결정요지는 이렇게 적는다. "헌법재판에 있어서의 변호사강제주의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스스로 심판청구 및 수행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그에 대하여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아 그를 통하여 소원심판청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에 의한 직접적인 심판수행권이 제한받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소원요건인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은 구비되었다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 이 문장은 심판을 스스로 수행하려는 사람의 지위가 대리인을 통한 수행으로는 대체되지 못한다는 점을 짚는다. 을이 변호사 없이 소장을 내고 첫 변론기일에 판사의 요구를 받은 장면이 이 지위와 겹친다.
이 저울질의 저쪽 접시에는 무엇이 놓였는가.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의 결정요지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가져오는 공공복리를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변호사강제주의는 재판업무에 분업화 원리의 도입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도, 재판을 통한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 사법의 원활한 운영과 헌법재판의 질적 개선, 재판심리의 부담경감 및 효율화, 사법운영의 민주화 등 공공복리에 그 기여도가 크다 하겠고, 그 이익은 변호사선임 비용지출을 하지 않는 이익보다는 크다고 할 것이며, 더욱이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대상조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상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 이 저울질은 두 이익의 크기를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변호사를 세우지 않아 아끼는 비용의 이익과, 변호사 강제주의가 재판에 기여하는 공익이 비교되고,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별도 조치가 참작되어 공익 쪽이 더 무겁다고 본다.
이 판단의 바닥에 놓인 문언은 헌법 제27조이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1항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이렇게 선언한다. "제27조 ①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같은 조 제3항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이어 선언한다. "③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저울질의 한쪽에 놓인 재판을 받을 권리는 바로 이 문언에서 나온다. 문언에 없는 제한 요건을 끌어와 재판청구권의 범위를 좁힐 수 없으므로, 결정이 저울질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문언이 선언한 권리 그 자체이다.
한편 같은 조의 다른 항은 형사피고인과 형사피해자에 관한 선언을 담는다. "④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선언과, "⑤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는 선언이 그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이 항들은 이 저울질의 접시 위에 놓이지 않았다. 을이 돌려받으려는 보증금 2,800만 원은 형사 사건과 무관하며, 을의 지위도 형사피고인이나 형사피해자가 아니다. 저울질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심에 두고 이루어진다.
결정요지의 문언에 담긴 저울질의 자리는 이와 같다. 심판을 스스로 수행하려는 자의 직접적인 심판수행권이 제한되는 사정이 저울 한쪽에 놓이고, 변호사 강제주의의 공공복리 기여와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별도 조치가 저울 다른 쪽에 놓여 비교된다. 을의 사정에 대입하면, 을이 청구원인을 정리해야 하고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한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내는 형편이 저울의 한쪽 무게에 관한 관찰이고, 소송구조 신청 여부와 그 결과가 국선대리인제도에 관한 대목과 맞닿는다. 다만 을이 받은 소송구조의 결과,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인 사정은 저울의 어느 쪽에도 얹히지 않은 채 남는다.
10.5결정요지가 세운 판단
헌법 제27조의 문언을 확인한 뒤에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 강제주의에 관해 내린 결론이 무엇인지 살펴볼 차례다. 헌법재판소는 판시사항 제2항에서 변호사 강제주의의 위헌 여부를 다루면서 그 결론과 근거를 함께 밝혔다. 그 판단의 뼈대를 먼저 확인하면, 을이 혼자 소장을 내서 겪는 어려움이 어떤 틀 안에서 다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결정이 문제 삼은 첫 쟁점은 심판청구요건이었다. 헌법재판에 있어서의 변호사강제주의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스스로 심판청구 및 수행을 하고자 하는 자가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직접 심판을 수행할 수 없다면 그는 지금 자기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점에서 결정은 “자기자신에 의한 직접적인 심판수행권이 제한받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소원요건인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은 구비되었다고 볼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라고 판시하였다. 을의 경우에도 소송 수행의 방식이 지금 제한되는지가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이어 결정은 변호사 강제주의가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본안에서 판단하였다. 그 판단은 제도가 이루는 이익과 개인이 치르는 비용을 함께 놓고 이루어졌다. 결정은 “변호사강제주의는 재판업무에 분업화 원리의 도입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도, 재판을 통한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 사법의 원활한 운영과 헌법재판의 질적 개선(…), 사법운영의 민주화 등 공공복리에 그 기여도가 크다 하겠고, 그 이익은 변호사선임 비용지출을 하지 않는 이익보다는 크다고 할 것이며, 더욱이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대상조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상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무조건 허용된 것으로 보지 않고, 공공에 이바지하는 정도와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비교한 뒤에 무자력자를 위한 제도가 별도로 있다는 점까지 보태어 그 결론을 낸 것이다. 을이 변호사를 들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면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라는 요소가 판단에 함께 놓이는 셈이다.
다만 이 판시가 정한 것은 그 비교의 틀과 결론이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낸 일, 첫 변론기일에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는 말을 들은 일,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낸 일은 이 판시가 아니라 이 사례에서 관찰된 사실이다. 또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일, 소송구조 신청 여부와 그 결과, 석명의 범위,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판시가 무자력자를 위한 제도를 근거의 하나로 삼았다고 하여, 을이 무자력자인지 혹은 국선대리인을 받을 수 있는지가 여기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정이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해 내린 판단은 이와 같다. 심판수행권의 제한이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을 이루고, 그 제한은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이익과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를 고려할 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사 절차에서 국가가 붙여 주는 변호인이나 다른 사안의 국선변호 문제로 이 판단을 넓혀 읽는 것은 이 결정이 한 범위를 넘는 일이다.
10.6이 장의 한계와 이어짐
변호사가 꼭 있어야 하는 절차의 물음을 헌법재판소법 제25조와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에 둔 데서, 이 장의 답은 법률이 정한 자리에 한정된다. 헌법재판소법 제25조는 심판청구와 심판 수행의 주체별로 대리의 형식을 나누어 놓았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선택지를 열어 두며,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2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변호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소속 직원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서 대리인 선임은 의무가 아니라 권한으로 놓여 있다. 반면 사인에 대해서는 다른 규율이 놓이는데,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헌법재판소법 제25조)고 규정한다. 사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두지 않으면 심판을 청구하거나 수행할 수 없고, 단서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본인만을 그 예외로 둔다. 이 예외의 문언에 을처럼 법률 자격이 없는 당사자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이 문언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가 89헌마120 결정에서 다루어졌고, 그 결정요지는 판단의 전제를 소원청구요건에서 먼저 정리한다. 변호사 강제주의를 다투어 직접 심판을 수행하려는 사람이 권리침해를 겪었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의 결정요지는 "헌법재판에 있어서의 변호사강제주의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스스로 심판청구 및 수행을 하고자 하는 자는, 그에 대하여 국선대리인의 선임결정을 받아 그를 통하여 소원심판청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기자신에 의한 직접적인 심판수행권이 제한받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소원요건인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은 구비되었다고 볼 것이다"고 판시한다. 국선대리인이 붙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이 제한되는 상태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판시는 심판청구요건을 인정한 것일 뿐이고, 이 장에서 을의 소장 제출에 대한 판단을 미리 정하지는 않는다.
헌법적 평가의 근거는 공익과 비용 비교에 놓인다. 헌법재판소 1990. 9. 3. 89헌마120 결정에서 결정요지는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한 평가의 근거를 밝히며, "변호사강제주의는 재판업무에 분업화 원리의 도입이라는 긍정적 측면 외에도, 재판을 통한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 사법의 원활한 운영과 헌법재판의 질적 개선, 재판심리의 부담경감 및 효율화, 사법운영의 민주화 등 공공복리에 그 기여도가 크다 하겠고, 그 이익은 변호사선임 비용지출을 하지 않는 이익보다는 크다고 할 것이며, 더욱이 무자력자에 대한 국선대리인제도라는 대상조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이상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다. 이 문장은 변호사 선임 비용의 부담을 무시하지 않고, 대신 국선대리인이라는 대상조치가 따로 마련된 사정을 함께 놓고 판단한다. 그 결론이 헌법재판 절차에 놓인 사정에 의한 것임은 문장 안에 분명하다.
이 장은 그 문언과 판단의 범위 안에서 변호사가 필요한 절차의 물음에 머문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내어 판사가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일,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준비서면을 낸 일, 이웃이 서면 작성을 도운 일은 이 장의 범위 밖 사실로 남는다.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석명의 범위, 소송구조 신청의 여부와 결과는 모두 미정이다. 이 장은 이들을 미정으로 둔 채, 헌법재판소법 제25조가 사인에게 요구한 대리의 형식과 89헌마120 결정이 그 요구에 대해 확인한 범위만을 남긴다. 형사 절차에서 국가가 붙여 주는 변호인의 자리에 대해서는 이 장에서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