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민사소송법 제144조가 정한 조치의 대상과 양태·범위를 읽고, 제136조의 석명과 무엇이 다른지 가른다. 중립과 후견 사이에서 법원의 역할을 분석하며 합성 사례에 남은 물음을 더듬는다.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의 효과는 이 장의 범위 밖에 둔다.
9.1제144조 문언의 자리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조치는 제136조의 영역 바깥에 자리한다. 그렇다면 그 조치가 무엇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지는 법문에서부터 읽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44조는 변론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조치를 규정한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먼저 본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문언은 조치의 목적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는 데 있음을 밝히고, 대상으로 당사자와 대리인을 함께 둔다. 합성 사례에서 을이 혼자 소장을 내어 첫 변론기일에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면, 을이 이 항의 대상에 드는지는 문언에 적힌 요건과 대조하여 가려야 할 일이다.
법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한 가지로 그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라고 둔다(민사소송법 제144조). 변호사 선임 명령은 진술 금지라는 앞선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내려질 수 있다. 문언은 이 밖의 조치 종류를 적고 있지 않다.
명령의 상대가 대리인일 때에는 본인이 이를 알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요구한다. 이 통지 의무는 조치가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에게 향할 때 발생한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끝날 수 있다. 같은 조 제4항은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명령을 받고도 제1항의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5항은 "제4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고 보탠다(민사소송법 제144조). 각하의 요건은 제2항의 명령과 제1항의 새 기일이라는 법문 안의 요소로 짜여 있다. 소송구조의 신청 여부나 결과는 이 조문이 다루는 바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44조의 문언이 담은 것은 이 다섯 항의 조치와 그 요건뿐이다. 문언에 없는 조치의 종류나 요건을 보태지 않고 읽으면, 이 조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을 위해 어떤 수단을 두었는지가 드러난다. 이 조문에 따라 조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다음으로 확인할 일이다.
9.2조치 대상의 확인
법문에 적힌 조치의 자리를 확인한 데 이어, 이제 그 조치가 겨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법문에서 가를 차례이다. 민사소송법 제144조는 조치의 대상을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으로 특정하고 있다. 조문의 첫 단이 대상을 한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읽어 두어야, 뒤이어 이어질 조치의 양태 논의가 문언의 범위 안에 머무른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은 조치의 전제와 대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 이 문언은 대상을 당사자와 대리인의 두 갈래로 나누어 적고 있다. 대리인을 함께 적었다는 사실은, 변론능력의 결여가 본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법문 안에서 말해 준다.
대리인이 아닌 당사자에 대해서는 제1항의 문언이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대리인을 상대로 한 조치는 제1항의 뒤이은 단에서 조금 다른 처리를 받는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리인에게 조치가 내려질 때 본인에게 통지가 병행된다는 뜻이다. 통지의 대상과 조치의 대상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문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상에 관한 문언은 제4항에서 한 차례 더 좁혀진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4항은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명령을 받고도 제1항의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각하의 귀착을 받는 사람은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으로, 제2항의 명령을 받은 주체와 겹친다. 대리인에게 선임 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는 그 각하 규정이 그대로 걸리는지 문언이 말해 주지 않는다.
을이 청구원인의 정리를 판사에게 요구받았고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썼다는 사정은, 이 문언이 정한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이웃이 수고비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정이 무엇인지도 미정이다. 대리인인지, 단순한 서면 작성의 조력인지, 그리고 그 금액이 무엇의 대가인지는 확정된 바 없다.
따라서 지금 확정할 수 있는 것은 문언의 구조뿐이다. 제144조는 조치의 대상을 당사자와 대리인으로 적고, 대리인에 대한 조치에는 본인 통지를 병행하며, 각하에 이르는 경로는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제2항의 명령을 받은 경우로 한정한다. 대리의 예외 요건이 무엇인지,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합성 사례의 을이 이 문언이 정한 대상에 드는지는 사실관계가 더 채워져야 판단할 수 있다.
9.3조치의 양태와 범위
조치의 대상이 정해진 뒤에는 법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남는다. 이 물음에 답할 유일한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144조이고, 이 조문은 하나의 조치만을 두지 않고 몇 가지를 차례로 배열한다. 이웃이 수고비를 받은 일이 무엇인지, 을이 그 대상에 드는지는 앞에서와 같이 확정하지 않은 채로, 이 조문이 열어 놓은 조치의 목록만을 읽는다.
법원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진술을 막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은 법원이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이렇게 적는다.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 이 문언은 진술 금지와 새 기일 지정을 나란히 둔다. 따라서 조치는 한 가지에 머무르지 않고, 진술을 막은 뒤에 다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 기일까지의 간격이나 진술 금지의 구체적 범위는 이 조문이 정하지 않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진술을 금지한 것으로 모자라면 법원은 변호사를 데려오라고 요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2항은 그 조건을 이렇게 붙인다.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 즉 변호사 선임 명령은 진술 금지에 뒤이은 별개의 조치이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을이 혼자 소장을 냈고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썼다는 사정만으로 이 명령이 내려졌는지는 자료가 말하지 않는다.
대리인이 진술을 금지당하거나 변호사 선임 명령을 받으면 본인도 알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통지는 의무이고, 조치가 대리인을 향한 것일 때 본인을 빠뜨리지 않게 하는 장치이다. 을이 대리인을 둔 경우에 이 통지가 갔는지 여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명령을 받고도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데려오지 않으면 절차가 끝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4항은 "소 또는 상소를 제기한 사람이 제2항의 규정에 따른 명령을 받고도 제1항의 새 기일까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소 또는 상소를 각하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에도 "각하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고, 명령의 존재와 새 기일이라는 시점이 함께 놓인다. 같은 조 제5항은 "제4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하여 각하 결정에 대한 불복 경로를 열어 둔다.
이상이 제144조가 적시한 조치의 전부이다. 이 조문은 진술 금지, 새 기일 지정, 변호사 선임 명령, 본인에 대한 통지, 각하 결정,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순서대로 놓았을 뿐이고, 그 밖의 구체적 조치를 새로 만들어 넣지 않는다. 을에 대한 법원의 조치가 이 목록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웃이 데려온 서면이 이 조치들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미정이다.
9.4석명의 성격과 한계
제144조가 허용하는 조치의 방식을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려는 제136조의 석명이 과연 이 사례에서 을을 보호하는 장치로 쓰일 수 있는가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①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 ③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④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조문이 놓이는 자리는 소송관계를 분명히 만드는 자리이고, 물음과 촉구가 향하는 상대는 당사자이다.
제1항의 질문과 촉구는 재판장이 먼저 꺼내는 것이며, 그 목적은 소송관계의 정리에 있다. 이 사례에서 판사가 을에게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일은 을이 처한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요청이 아니라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려는 요청으로 읽힌다. 을이 혼자 소를 냈고, 상대방이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냈다는 사정이 제1항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는다. 법원이 내는 질문은 무능력한 당사를 위해 예비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쟁점을 전제로 한다.
제3항은 방향이 뒤집힌다. 여기서 설명을 요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주체는 당사자이고, 설명을 요구받는 쪽은 상대방이다. 따라서 을이 상대방의 준비서면에 담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해도, 제3항은 을 자신이 재판장에게 요청할 길을 마련해 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을이 청구원인을 정리하라는 요구를 받고 그 요청을 했는지, 그 요청이 받아들여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4항은 법률상 사항을 간과한 경우에 한해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도록 법원에 의무를 지운다. 다만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이라는 한정이 붙어 있고, 대상은 법률상 사항이며 사실상 사항은 들어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을이 보증금 반환의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가 제4항에 걸리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그 범위를 넘어 법원이 을의 소송 수행을 대신 꾸리는 일은 이 조문에서 읽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136조는 변론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조치를 규정하는 조항이 아니다.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려는 목적 아래 재판장의 질문과 촉구, 당사자의 설명 요청, 간과된 법률상 사항에 대한 진술 기회를 각각 나누어 둔 조항이다. 이웃이 을의 서면 작성을 도왔다는 사실과 그 대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는 석명의 한계 안에서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9.5두 조치의 가름
석명의 성격을 살펴본 데서 나아가, 제144조의 조치와 제136조의 석명이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지 가를 필요가 있다. 두 조문은 모두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앞세우지만, 그 문구가 놓인 자리가 다르다.
먼저 대상을 보아 두 조문이 갈린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두 항에서 언급되는 자리는 재판장과 당사자이며, 요청의 방향은 서로를 향한다. 제1항은 재판장이 당사자에게 묻고, 제3항은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 구조는 소송의 쟁점과 증명을 맑게 하는 데 놓인다.
제144조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법원의 첫 행동은 질문이 아니라 금지이며, 금지의 상대는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사람에 한정된다. 필요한 진술을 내놓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이 조치의 문을 여는 셈이다.
요청의 방향에서도 두 조문은 갈린다. 제136조 제3항에서 요청은 당사자 쪽에서 나와 재판장에게로 향한다. 반면 제144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명령은 법원이 스스로 판단하여 내리며, 당사자가 청하는 절차가 아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대리인에게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하였을 때에는 본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144조). 통지 의무가 붙는 자리는 금지나 선임 명령이며, 이는 석명에 붙지 않는 형식이다.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법원이 하는 일은 의견을 말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고, 진술을 금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시키는 것은 아니다. 두 조문의 역할이 이처럼 갈리는 것은, 하나가 쟁점을 정리하는 틀을 제공하는 반면 다른 하나가 말할 수 없는 사람의 자리를 다루기 때문이다. 법원이 전자에서 보이는 자세는 묻고 촉구하는 중립이고, 후자에서 보이는 자세는 금지와 선임 명령을 통해 자리를 보충하는 방향이다.
9.6사례에 남은 물음
제144조의 조치와 제136조의 석명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다는 구분을 세웠으므로, 이제 을이 혼자서 소를 이어가는 이 사례에서 어느 물음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앞에서 구분한 기준을 그대로 들고 가면서, 법원이 제144조의 조치로 다룰 수 있는 것과 제136조의 석명으로 다룰 것을 나눈다.
우선 제144조가 다루는 것은 진술의 주체이다. 민사소송법 제144조는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는 조치부터 시작한다. 그 제1항은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진술을 금지하고, 변론을 계속할 새 기일을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조치의 대상을 '진술을 할 수 없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으로 한정한다. 을이 첫 변론기일에서 판사가 정리해 오라고 한 청구원인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또 이웃이 대신 써 준 서면을 을이 자기 말로 옮길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한 사정이 확인되어야 제1항의 문언이 요구하는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없는' 해당 여부를 따질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진술 금지에 이어 후견의 방향을 더한다. 민사소송법 제144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진술을 금지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원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명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따라서 변호사 선임 명령은 진술 금지라는 앞 조치에 선행할 수 없고, 그 뒤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내려지는 것이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낸 사람이라고 하여 곧바로 변호사 선임을 명하는 일은 이 문언만으로는 놓일 자리가 없다.
반면 제136조는 진술의 내용을 다룬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질문과 증명 촉구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으로 적는다. 을이 이웃의 도움으로 쓴 서면 속에 청구원인, 즉 보증금 반환청구의 원인이 되는 법률상 관계와 그에 따른 사실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는 이 규정이 겨냥하는 바로 그 대상에 속한다. 다만 여기서는 질문할 수 있다는 문언이 있을 뿐이고, 그것이 곧 상대방의 서면에 대한 반박까지 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에도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이라는 한정이 붙어 있다. 을에게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판사의 말이 이 제4항의 의견 진술 기회 부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제1항의 질문인지, 그 구분은 기록에 남은 말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에서 남은 물음은 정리된다. 진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진술 금지나 변호사 선임 명령이 필요한지의 문제는 제144조의 몫이다. 청구원인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사실상·법률상 사항에 관한 질문과 증명 촉구, 그리고 간과된 법률상 사항에 대한 의견 진술 기회는 제136조의 몫이다. 소송구조 신청 여부와 그 결과, 이웃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는 여전히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