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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서비스 접근권: 자기변론과 사법 접근성 · 제40권 · 제6장 · 초판

소송구조의 요건

재판 비용을 낼 자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소송을 시작하는가?

분량
약 2,900단어 · 13분
자료
조문 2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6.1재판을 받을 권리의 문언
  3. 6.2구조 요건이 놓인 상황
  4. 6.3자력 요건의 문언
  5. 6.4요건 사이의 결합
  6. 6.5요건 판단과 미정의 사실
  7. 6.6구조 요건과 재판을 받을 권리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민사소송법 제128조의 구조 요건을 읽고, 자력 요건의 문언과 요건 사이의 결합을 살핀다. 구조 요건이 재판을 받을 권리와 어떻게 맞닿는지 헌법 제27조의 문언에 비추어 짚으며, 판단에 남은 미정의 사실을 표시한다. 구조가 덮는 비용의 범위와 패소 시의 비용 부담은 뒤 장에서 가른다.

6.1재판을 받을 권리의 문언

수고비를 받는 도움과 법률사무 취급이 조문에서 갈리는 자리를 살핀 앞 읽기를 이어, 이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문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읽는다. 이 절은 헌법이 적어 놓은 문장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문언에 없는 권리를 더하거나, 다른 헌법 조문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여러 항에 나누어 둔다. 이 장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첫 항이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1항은 "제27조 ①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권리를 가진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 넓게 적고 있다. 을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며 혼자 소장을 낸 이 사건에서, 을은 그 문장이 가리키는 주체에 들어간다.

같은 문장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두 가지 요건에 의존시킨다. 하나는 재판을 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1항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라는 대목이 그 요건을 적는다. 다른 하나는 판단의 기준이다. 같은 조항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대목이 그 요건을 적는다.(대한민국헌법 제27조) 권리의 문언은 이 두 요건을 함께 적어, 재판을 받을 권리가 법관이 법률로 판단하는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임을 드러낸다.

그 문언은 다만 참여할 권리를 적는다. 을이 서면을 쓰는 데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이 항에 없다. 을이 소장에 무엇을 적고 얼마만큼 준비해야 하는지도, 첫 변론기일에 판사가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고 한 것이 어느 범위에서 석명인지에 대한 기준도, 이 항의 문장에는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낸 사실은 권리의 문언과 분리해 둔 관찰이다. 문언에 없는 것은 이 읽기에서 더하지 않는다.

같은 조의 다른 항은 이 사건의 문안에서 빼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3항은 "③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는다.(대한민국헌법 제27조) 그러나 을의 사건은 형사사건이 아니다. 이 항의 문장에서 이 사건의 재판 접근 기준을 끌어오지 않으므로, 첫 번째 항의 문언만을 이 장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하여 이 장이 세울 기준은 이렇게 적힌다. 재판을 받을 권리는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문언에서 출발한다. 이 문언에 기대어, 을이 소송구조를 통해 재판 비용의 부담을 어느 범위에서 덜 수 있는지를 다음에 읽는다. 소송구조 신청 여부와 그 결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6.2구조 요건이 놓인 상황

재판을 받을 권리의 문언을 세웠다면, 이제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지 살필 차례이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내고 첫 변론기일에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소송구조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되는지가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구조의 요건을 이렇게 정한다.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이 문언은 두 가지를 함께 묻는다. 하나는 신청인의 자금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소송의 성패에 대한 법원의 평가이다. 을이 혼자 소송을 이끌면서 어떤 재정적 처지에 있는지, 그리고 을의 청구가 얼마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지는 위 요건의 판단 대상이 된다.

단서에 적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이 밝힌다. 그 결정은 요건의 짜임과 소명의 정도를 함께 적시한다. "행정소송법에 의해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에 의하면 소송구조의 요건으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할 것과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위 결정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여기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다는 것은 소송상 구조신청의 소극적 요건이므로 신청인이 승소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소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당시까지의 재판절차에서 나온 자료를 기초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요건은 구비되었다고 할 것이며, 항소심은 속심으로서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므로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6. 9.자 2001마1044 결정 등 참조)."(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을이 아직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없는 상황에서 이 문리는, 상대방이 제출한 준비서면이 두껍다는 사정만으로 청구가 패소할 것이 명백해진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위 결정의 심리 대상은 제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의 구조 판단이었으므로, 그 판시가 을의 소를 직접 규정한 결론은 아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가 뒤따른다. 제128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소송구조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과 제133조에 따른 불복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에 대하여도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다." 이는 앞 항의 단서가 예상되는 패소에 관한 판단인 점과 이어진다. 을의 보증금 반환 청구가 패소할 것이 분명한지의 여부는 미정이고, 이 글은 그 확정을 다루지 않는다.

구조를 받으려는 사람은 무엇을 보여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다. 제128조 제3항은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소명이 요구되는 것은 앞의 요건과 맞물리지만, 그 정도는 한결 완만하게 놓여 있다. 앞의 결정은 이렇게 말한다. "비록 구체적인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못하였지만 남편도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소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사정의 나열만으로도 소명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다. 을이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썼다는 사정이 곧바로 요건의 충족을 뜻하지는 않으며, 을이 실제로 소송구조를 신청했는지, 그리고 법원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미정이다.

절차의 배치도 짚어둘 만하다. 제128조 제4항은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 을이 소장을 낸 법원이 기록을 보관하는 법원이면 그 법원이 구조의 판단을 맡는다는 뜻이다. 나아가 제128조 제5항은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요건의 구체화는 대법원규칙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정리하면 소송구조는 자금능력의 부족, 신청 또는 직권, 패소의 명백성이 아닌지의 판단, 그리고 사유의 소명이라는 요건들을 두고 판단된다. 을의 소송구조 신청 여부와 그 결과, 을이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 이웃이 받은 대가의 법적 성질은 여기서 확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정은, 소송구조와 별개로 어떤 행위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상황을 이미 예고한다.

6.3자력 요건의 문언

소송구조가 묻는 문제를 가른 데서 나아가, 그 요건 가운데 자력에 관한 문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구조의 요건을 두면서 그 첫 항에서 자력을 어떻게 적고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이 조문이 적은 것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조문은 자금능력이 부족한 정도를 금액으로 적지 않고, 그 능력을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데에 두어 가리킨다. 그래서 조문의 문언에 비추어 보면, 자력 요건은 재산의 총액이나 일정한 소득액을 묻는 구실을 하지 않는다. 이 합성 사례에서 을이 소장을 혼자 내어 변론기일에 이르렀으나 청구원인의 정리와 상대방의 30쪽짜리 준비서면 대응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장면은, 자금능력의 부족이 어느 쪽에서 드러나는지를 물어야 하는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다.

그 문언은 능력의 주체를 "사람"으로 적고 있다. 조문은 그 사람의 신청에 따라 구조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같은 항에서 "또는 직권으로"라고 덧붙인다.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법원이 구조를 할 수 있다는 뜻이 문언에 함께 들어 있다. 다만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법원의 판단 여지를 함께 적고 있다.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여 구조가 곧바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문언의 형식에서 드러난다. 그 판단에 앞서 법원은 어느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를 가려야 하고, 같은 조 제3항은 그 점을 다음과 같이 둔다.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

이 소명의 대상이 되는 구조의 사유에는 자금능력의 부족이 함께 놓인다. 신청인이 그 부족을 소명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법원이 먼저 그 부족을 확인하여야 한다는 문언은 아니다.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은 그 소명이 어떻게 자리매김되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소송구조의 요건으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할 것과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고 적은 뒤, 사안에서는 "비록 구체적인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못하였지만 남편도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소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고 판단하였다. 자금능력의 부족을 소명하는 자리가 구체적인 서류를 전부 갖추는 데만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 이 결정에서 드러난다. 이 합성 사례에서 을이 소송구조를 신청하였는지, 신청하였다면 그 사유를 어떻게 소명하였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위 문언이 이 사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그 사실이 정하여질 때에 비로소 물을 수 있다.

자금능력의 부족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는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 정하여져 있지 않다. 조문 제5항은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의 정함을 대법원규칙의 자리에 둔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제5항). 앞서 인용한 결정이 자금능력의 부족을 판단하면서 사안의 여러 사정을 함께 살핀 것과 무관하게, 그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이 조문의 문언에서 뽑아 보태지는 않는다. 자금능력의 부족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어떤 재산과 소득을 그 능력에 넣을 것인지는 이 조문이 스스로 적고 있지 않다.

6.4요건 사이의 결합

앞에서 살핀 자력 요건은 제128조가 정한 요건의 하나일 뿐이다. 그 요건만 갖춘다고 구조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며, 조문에 놓인 요건들이 함께 이어져 판단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그 이어짐을 한 조 안에 적었다. 제1항에서 구조의 요건을 이렇게 둔다.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이 한 문장 안에서 신청이나 직권이라는 놓임, 자금능력의 부족, 그리고 단서가 놓인 자리가 함께 읽힌다. 어느 한 낱말만 떼어 읽어도 그 문장이 정한 요건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을이 소장과 함께 구조를 신청한 뒤에는 구조의 사유를 밝힐 차례가 남는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그 점을 이렇게 밝힌다.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소명의 대상은 앞 항에서 정한 사유 곧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정이다. 신청한 사람이 그 사유를 소명하지 않으면 제1항의 요건은 열리지 않는다. 소명은 요건과 떨어진 절차상의 부록이 아니라, 요건을 현실로 여는 일이다. 을이 혼자 소장을 냈다 하더라도 이 소명의 짐은 그대로 남는다.

신청의 길이 아닌 직권의 길은 소명의 짐을 다른 자리에 놓는다. 제128조 제3항이 소명의 의무를 제1항의 신청인에게만 지웠기 때문이다. 법원이 직권으로 구조를 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이 항이 소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제1항 본문은 신청에 따라 하는 구조와 직권으로 하는 구조를 나란히 두어, 어느 길로 가더라도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을이 신청의 길에 서 있는 한, 소명의 요건은 을의 몫이다.

단서도 요건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는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두어,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더라도 패소할 것이 분명하면 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정한다.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소송구조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과 제133조에 따른 불복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에 대하여도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다. <신설 2023. 4. 18.>" (민사소송법 제128조) 단서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청에 쓰는 비용과 불복신청에 쓰는 비용까지 구조 밖에 놓인다. 이 둘은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함께 적용된다.

요건 사이의 이어짐에는 순서가 놓인다. 신청이나 직권이라는 놓임에서 시작해 자금능력의 부족을 살피고, 신청의 길이라면 그 사유의 소명을 거쳐, 마지막에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지난다. 어느 한 요건만으로 구조가 된다거나, 그 한 요건이 다른 요건을 대신한다고 읽을 수 없다. 한 요건을 다른 것으로 갈아끼우거나, 조문에 없는 조건을 덧붙이는 것도 이 이어짐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다.

이렇게 놓인 요건들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은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이 명확히 밝힌 바이다.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은 소송구조 요건의 둘을 이렇게 적는다. "행정소송법에 의해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에 의하면 소송구조의 요건으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할 것과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정과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을 것이 함께 요구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같은 결정은 그 둘 가운데 하나의 자리를 이렇게 가른다. "여기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다는 것은 소송상 구조신청의 소극적 요건이므로 신청인이 승소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소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당시까지의 재판절차에서 나온 자료를 기초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요건은 구비되었다고 할 것이며, 항소심은 속심으로서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므로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6. 9.자 2001마1044 결정 등 참조)."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단서에 해당하는지는 신청인이 승소의 가능성을 밝혀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자료를 토대로 패소가 명백한지 살펴 판단하는 자리에 놓인다. 같은 결정이 이 둘을 한결정 안에서 함께 논한 것 자체가, 자금능력의 부족과 패소의 명백성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5항은 이 조가 정한 요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대법원규칙에 맡기고 있다.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개정 2023. 4. 18.>" (민사소송법 제128조) 그 규칙이 어디까지 요건을 구체화하는지는 여기에서 밝히지 않은 채로 남는다.

한편 요건 사이의 이어짐은 소송의 다른 모습들과 섞이지 않는다. 이웃이 서면을 써 준 일도, 상대방이 준비서면을 낸 일도, 판사가 청구원인의 정리를 요구한 일도 제128조가 정한 요건의 결합에 직접 자리를 두지 않는다. 을이 신청한 뒤 소명을 하고,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살피는 흐름이 이 조가 정한 결합이다. 여기까지 읽힌 요건들이 을의 사안에서 어떻게 놓일지는 아직 미정으로 남는 사실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6.5요건 판단과 미정의 사실

요건을 결합해서 읽는 일은 한 요건만으로 자격이 되는 것처럼 여길 위험을 피하게 해 주었다. 남은 것은 사안에 아직 채워지지 않은 사실을 요건 앞에 그대로 두는 일이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소송구조의 요건과 절차를 함께 규정하는데, 을의 사정을 대입하기 전에 그 문언을 먼저 놓는 편이 순서에 맞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내고 첫 변론기일에 청구원인을 정리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정은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 줄 뿐이다. 자금능력의 부족에 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아직 없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은 구조의 첫 문을 어떻게 여는지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이 문언은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고, 그 부족 여부를 구조의 전제로 둔다. 을이 자금능력이 부족한지에 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을이 소송구조 신청을 했는지, 법원이 그 신청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도 미정이다.

신청과 직권은 같은 문에 나란히 놓여 있다. 법원이 직권으로 구조를 할 수 있다는 뜻이 신청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을 지우지는 않으며, 반대로 신청이 있다는 사실이 구조가 이루어진다는 뜻이 되지도 않는다. 미정인 신청의 결과를 앞당겨 확정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신청의 유무와 그 결과가 모두 미정인 채로 남아 있으므로, 제1항 본문이 이 사안에서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요건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는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예외를 놓고, 제2항은 그 예외가 미치는 범위를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소송구조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과 제133조에 따른 불복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에 대하여도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다"고 이어진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통해 30쪽짜리 준비서면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패소가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과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은 서로 다른 물음을 묻는다.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은, "법원이 당시까지의 재판절차에서 나온 자료를 기초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요건은 구비되었다고 할 것이며, 항소심은 속심으로서 원칙적으로 제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므로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는 판단에는 그 판단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한데, 이 사안에서 그런 자료가 확인된 것은 아직 없다.

구조의 사유는 소명의 대상이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5항은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덧붙인다. 소명의 대상이 되는 구조의 사유와, 대법원규칙에 맡겨진 구체적인 내용은 서로 다른 자리에 놓여 있다. 위 결정은 소명의 정도를 가늠하면서, 자금능력의 부족에 관하여 "비록 구체적인 소명자료는 제출하지 못하였지만 남편도 다리를 다쳐 일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소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8. 16. 자 2018무635 결정). 주장과 사정이 모여 소명을 이루기도 한다는 뜻이다. 을이 서면을 이웃의 도움으로 썼다는 사실과, 그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정이 관찰된 것으로 남아 있다. 이웃이 실제로 받은 금액의 액수와 성격은 미정이다. 금액과 성격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수령이 제1항 본문의 자금능력 판단이나 제3항의 소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확인된 관찰과 미정의 사실을 섞어 요건을 채운 것처럼 꾸미지 않아야 한다.

요건 판단 앞에 놓인 미정의 사실은 미정으로 남는다. 소송구조 신청의 여부와 그 결과, 첫 변론기일에서 논의된 석명의 범위, 대리의 예외 요건 충족 여부도 같은 처지에 있다. 이 사정들은 요건을 채우지도 못하고 요건을 무너뜨리지도 못한 채 판단의 자리에 남아 있다. 을이 혼자 소장을 냈다는 사실이 곧 구조 요건의 충족을 뜻하지는 않으며, 상대방이 변호사를 둔 사실이 곧 요건의 흠결을 뜻하지도 않는다. 요건은 제128조가 정한 자리에서 판단될 뿐, 소송의 다른 모습에서 그 충족이 추정되지는 않는다.

요건 판단이 미정에 머무는 동안 을이 재판을 받을 권리는 어떻게 되는지가 남는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채워 넣어 결론을 앞당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미정으로 남긴 사실은 미정의 자리에 그대로 두고, 확인된 사실만이 요건 앞에 놓인다.

6.6구조 요건과 재판을 받을 권리

요건의 사실이 어디에 머무는지 살핀 뒤에, 제128조의 요건이 헌법 제27조의 문언과 어떻게 맞닿는지 함께 놓고 짚어 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는 소송구조의 요건을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이 문언은 자금능력의 부족과 패소할 것이 분명하지 아니함을 함께 요구하지 않고, 후자를 앞의 요건에 더한 단서로 둔다. 을이 소장 제출과 서면 작성에 쓴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 어려운지 여부는 위 요건의 전제이고, 패소가 분명한지 여부는 별도로 가려야 할 단서에 해당한다.

같은 조의 제2항은 단서에 해당할 때 미루어 주는 비용의 범위까지도 함께 제한한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소송구조 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과 제133조에 따른 불복신청에 필요한 소송비용에 대하여도 소송구조를 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을의 사건에서 패소할 것이 분명한지 여부가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이 단서가 적용되는지 여부도 미정이다. 소송구조가 미루어 주는 비용의 범위는 별도로 살필 문제이고, 여기서는 제128조가 요건의 둘레를 어디에 두었는지만 살핀다.

요건을 주장하는 쪽의 부담도 조문에 분명하다.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3항은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을이 소송구조를 신청한 바가 있는지, 신청했다면 어떤 자료를 내어 구조의 사유를 소명했는지는 미정이다. 소명의 정도가 미정인 채로 요건 충족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을 맡을 법원도 민사소송법 제128조 제4항이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고 정하는 바에 따른다.

이런 요건이 재판을 받을 권리와 맞닿는 지점을 살피기 위해 헌법의 문언을 함께 놓는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소송구조를 요구하는 문언은 아니고, 소송구조의 요건을 법률에 위임한 제128조 제5항이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정하는 것과 나란히 놓인다. 을이 혼자 소장을 내고 이웃의 도움으로 서면을 작성한 모습은 위 선언이 말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하나의 풍경이고, 그 권리의 행사에 소송구조 요건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구조의 사유를 얼마나 소명했는지와 함께 판단할 문제로 남는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도 정하고 있다. 을이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는 청구가 법원에서 신속하게 다루어지려면, 소송을 계속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을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가 첫 관문에 놓인다. 자금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소송구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128조 제1항의 요건은 이 관문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가리키는 기준이고, 을의 신청과 소명이 미정인 이상 요건 충족 여부도 미정으로 남는다. 이웃이 수고비를 받으면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과 그 금액의 성격은 다른 문제이고, 구조 요건과 재판을 받을 권리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는 제128조의 문언과 헌법 제27조의 문언이 함께 놓인 자리에서 확인한 것만으로 족하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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