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핵심 연결이 끊긴 뒤에도 남는 구조가 무엇인지, 독립된 뒷받침은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묻는다. 물증이 없을 때 남는 판단과 사문서의 진정을 둘러싼 추정, 출력문건의 증거능력 문제, 자료 사용을 방해한 효과를 차례로 살핀다. 중복 자료와 독립 뒷받침의 구별, 자백과 대체 설명의 경계를 다룬다.
10.1물증이 없을 때 남는 판단
미정 사항을 그대로 남기는 것이 증거의 총량을 늘리는 일은 아니었고, 이제 남는 물음은 그 기록 위에서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는지이다. 자료의 존재가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금원수수 여부처럼 물증이 빈 자리에 어떤 판단 구조가 남는지를 물어야 한다. 합성 사례에서는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계산서가 제출되었지만, 그 자료들이 각각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인데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에 무엇으로 판단하는지를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이 정한다. 그 판결은 판단의 출발점을 이렇게 잡는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물증이 없는 자리에서 판단의 무게는 진술 한 가지에 실리고, 그 진술이 견뎌야 할 기준은 증거능력과 신빙성의 둘이다.
신빙성을 무엇에 따라 살피는지도 그 판결이 밝힌다. 같은 판결은 판단의 바탕을 이렇게 열거한다.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기준은 진술자의 처지와 진술의 이득까지 함께 본다. 합성 사례에서 상대측이 세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읽는다면, 그 읽기가 진술에 어떤 이해관계를 붙이는지 역시 같은 자리에서 검토의 대상이 된다.
여러 차례의 진술 중 일부가 무너졌을 때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지도 같은 판결이 다룬다. 그 판결은 남은 진술의 운명을 이렇게 정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나머지 일부 금원제공 진술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일부가 배척되면 나머지가 자동으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무너진 진술의 나머지는 스스로 설 근거를 새로 내놓아야 한다.
그 근거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판결이 함께 말한다. 같은 판결은 인정의 문턱을 이렇게 설정한다.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나 다른 증거의 충분한 뒷받침, 이 두 길 가운데 하나가 특별한 사정으로 요구된다. 합성 사례에서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인지 세 번의 합의인지는 이 문턱 앞에서 측정될 문제이고, 같은 발신 계정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문턱을 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판단 구조는 금원수수 사건을 위한 것이지만, 물증이 빈 자리에서 진술 한 가지에 판단을 맡기는 모든 장면에 같은 물음을 남긴다.
10.2사문서의 진정을 둘러싼 추정
물증이 없을 때 남은 판단 구조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쪽으로 모아졌는데, 이제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변경 이메일 세 건을 사문서의 진정 문제로 옮겨 살필 차례이다. 상대측은 세 건 각각을 별도의 합의로 내세우는 반면,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으므로, 먼저 진정의 증명이 누구에게 요구되는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증명의 부담을 분명히 두는데, 사문서의 진정성을 두고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문장에 따르면 이메일 세 건이 상대측 주장대로 각각의 합의를 이룬 것임을 내세우는 측이 그 문서가 진정하게 성립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문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채 남는다면 그 문서에 담긴 합의의 시점이나 범위를 논하기에 앞서 가설이 남게 된다.
같은 발신 계정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그 증명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358조가 정하는 추정은 다른 요소를 요구하므로,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한다. 발신 계정이 어느 권한 범위에서 사용됐는지가 미정인 이 장면에서, 이 규정이 요구하는 서명·날인·무인의 요건에 해당하는 사정이 확인되는지는 아직 열려 있다.
이 추정의 의미를 자료의 문장 너머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 규정은 문서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하였고,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이 실체적 진실과 일치한다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으므로, 이메일 세 건의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인지 별개의 합의인지는 별도의 증명이 필요한 사정이다. 추정이 붙더라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택한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는 자료 안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결국 이 장면에서 상대측은 세 이메일 각각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책임을 지고, 제358조의 추정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확인되는지가 그 출발점이 된다. 발신 계정이라는 단서만으로 추정을 바로 인정할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 않고, 추정이 인정된다 하여 문서의 기재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남는 질문은 추정의 요건에 놓인 서명·날인·무인의 확인이며, 증명의 부담이 어느 쪽에 놓여 있는지는 앞의 두 규정이 분명히 가리킨다.
10.3출력문건의 증거능력 문제
사문서의 진정이 문제된 국면과는 별개로, 이메일 세 건이 담긴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이 소송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출력문건 자체의 증거능력은 판례가 정한 쟁점의 범위에서 파악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을 형사소송법의 틀에서 설명했다. 같은 판결은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 문건은 곧 원본과 출력문의 동일성이 핵심 쟁점이며, 그 동일성이 저장매체가 변형 없이 보존되는지 여부와 맞물린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미징이나 하드카피 매체를 거친 출력문건에 대해서는 같은 판결이 한층 더 넓은 요건을 제시한다. 그 판결은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따라서 중간 매체를 거친 경우에는 동일성뿐 아니라 도구의 정확성과 조작자의 숙련도까지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진술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의 요건도 같은 판결에서 확인된다. 그 판결은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는 기재 내용의 진실성 문제가 성립의 진정과 별도의 축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앞서 살핀 사문서의 진정과도 구분된다.
같은 판결은 사실확인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범위를 밝혔다. 그 판결은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영사가 작성한 사실확인서 중 공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비록 영사의 공무수행 과정 중 작성되었지만 공적인 증명보다는 상급자 등에 대한 보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경우,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의 ‘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 또는 제3호의 ‘기타 특히 신뢰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그 문건이 작성자의 공무수행 과정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문서의 목적이 공적 증명에 있지 않다면 그 성격을 달리 봐야 한다는 점을 말한다.
결국 변경 이메일 세 건을 출력한 문건과 전문가 계산서가 소송에서 어떻게 취급될지는 판결이 다룬 범위 안에서 가늠할 수 있다. 다만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여전히 미정이다. 그 미정의 사항들은 자료가 채택되는지 배제되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10.4자료 사용을 방해한 효과
출력문건의 증거능력을 형사소송법 판결의 쟁점 안에서 다룬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상대방이 자료의 사용을 막은 경우에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살필 차례다. 핵심 연결이 끊겼을 때 무엇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 인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의 효과를 규정한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50조). 이 규정에서 주목할 것은 행위의 목적이 상대방의 사용 방해에 있어야 하고, 대상이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이어야 하며, 효과가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재량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제출하였다. 세 이메일은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보고,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이와 같이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위 규정의 요건이 이 장면에서 충족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의 진정을 추정한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이메일의 발신 계정이 어느 범위의 권한에 속하는지가 미정인 채로, 위 추정 규정을 이 사례의 이메일 세 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 자체가 열려 있다.
제350조의 효과를 이 사례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려면, 우선 누가 어떤 문서에 대해 제출의무를 부담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사용이 어떤 경위로 방해되었는지가 확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모두 미정이다. 자료의 사용을 방해한 사실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문서 기재를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효과까지 나아갈 수 없다.
나아가 제350조의 문언이 정한 인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그 규정은 훼손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세 이메일의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인지 별도 합의인지는 이 조의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고, 지급 기록이나 계산서가 이메일로부터 독립된 자료인지 여부도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방해의 요건과 대상 문서를 확정하는 데 머물고, 인정의 범위를 문언 이상으로 넓히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이 사례에서 자료 사용 방해의 효과는 아직 발생하였다거나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의 존재와 그 상호 관계를 먼저 특정하고, 제350조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검토한 뒤에, 문언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증명의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
10.5중복 자료와 독립 뒷받침
핵심 연결이 끊긴 자리에 놓인 증거를 해석한 뒤에, 이제는 남은 자료들이 서로의 허점을 메워 주는지, 아니면 같은 목소리를 되풀이하는지가 문제이다. 같은 달의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하나, 전문가 계산서 하나가 함께 제출된 자리에서, 세 이메일이 한 번의 합의를 반복한 기록인지 세 번의 별도 합의인지는 핵심 연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그 공백이 그대로 남는 채로, 지급 기록과 계산서가 이메일 바깥에서 독립된 뒷받침이 되는지를 가리는 기준이 필요하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객관적 물증이 없는 자리에서 진술 하나에 의존할 때의 요건을 이렇게 밝힌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나머지 일부 금원제공 진술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이 판시는 한 줄기 진술이 흔들린 뒤 남은 부분을 그대로 옮겨 쓰는 대신, 그 부분만을 믿을 근거나 다른 증거에 의한 보강을 따로 요구한다. 세 이메일이 한 발신 계정에서 나온 반복 문안이라면, 이메일 자체의 신빙성에 생긴 공백을 지급 기록이나 계산서가 메우는지를 이 기준에 따라 따져야 한다.
그런데 보강 증거라 부를 자료가 곧 독립 자료인 것은 아니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이메일 한 건에 기재된 액수와 같고,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으므로, 두 자료는 이메일의 수에서 그대로 나온 값에 기대고 있다. 값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자료의 출처가 따로 있음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가 미정인 채로는, 두 자료가 이메일 바깥의 별도 사정을 더하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출력물이 원본 자료와 무엇을 담보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메일 세 건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정도 같은 방향에서 살펴야 한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인 채로는, 출력된 이메일이 어느 원본에서 온 것인지, 세 건 사이에 내용이 바뀌지 않았는지가 함께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문서 내용의 진실성 문제도 따로 다룬다. "그리고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 요구는 이메일의 문안에 기재된 합의 내용이 진실한지를 다루는 문제를, 문서의 성립 진정과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일러 준다. 지급 기록과 계산서도 각자의 출처와 성립이 함께 확인되어야 하며, 한 자료의 값이 다른 자료에서 옮겨진 것이라면 그 옮겨짐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는 독립된 뒷받침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 사례에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세 이메일이 반복 발송이라는 우리 측 설명에 맞는지, 별도 합의라는 상대측 설명에 맞는지는 미정이며, 지급 기록과 계산서가 이메일의 출발값을 되풀이하는지 따로 서 있는지도 자료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남은 것은 값의 이어짐과 출처의 확인을 나란히 놓고 보는 작업이다. 이메일에서 나온 금액을 그대로 옮겨 쓴 자료는 같은 목소리의 다른 모습일 뿐이며, 이메일 바깥의 사정을 새로 더하는 자료라야 비로소 공백을 메우는 뒷받침이 된다. 이 구분이 남은 자료를 읽는 척도로 남는다.
10.6자백과 대체 설명의 경계
반복 발송과 별도 합의라는 두 설명이 나란히 놓인 뒤에는,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한 불리한 사실을 어디까지 자백으로 묶어둘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 자백에 관한 증거능력의 경계를 확인하면, 계산서가 남기고 간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의 자리도 함께 가려진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이 금지하는 것은 불이익한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의 유죄 인정이다. 자백 이외에 독립된 뒷받침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는 조문이 정한 예외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문제이므로, 지급 기록과 계산서가 각각 어떤 사실에 관한 것인지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확정되지 않는 금액이 자백과 겹친다는 사정만으로 증거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금원수수를 둘러싼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객관적 물증이 없는 자리에서 한 사람의 진술이 남아 있을 때의 심사 기준을 밝혔다. 판결은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진술 한 건이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함께 통과해야 사실로 자리매김된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의 인정 발언 역시 같은 심사를 통과해야 자백의 지위를 얻는다.
진술을 나누어 취급할 때 생기는 균열도 같은 판결에 담겨 있다. 판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조건을 붙인다. 세 이메일 중 일부를 반복 발송으로 빼내고 나머지 한 건만 별도 합의로 남기려면, 남은 한 건을 따로 신뢰할 특별한 사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같은 판결은 "재정경제부 간부의 수뢰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액수에 해당하는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도 나머지 적은 액수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로 끝난다. 상당한 부분을 빼내고도 적은 액수를 남겼던 태도가 위법하다고 지목된 셈이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꼭 같다는 사실이, 그 이메일을 남은 부분으로 지켜주는 보강 증거인지는 별도로 검사되어야 한다.
결국 자백은 그 자체로 사실의 확정을 이루지 않고, 대체 설명도 자백의 범위를 넓혀주지 않는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인 한, 자백이 어느 액수를 어느 시점에 묶었는지 또한 미정이다. 미정은 미정으로 남겨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