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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의 연결망: 주장·증거·반증·대체 설명 · II-03 · 제4장 · 초판

뒷받침의 질: 교차 확인과 일반화의 한계

여러 자료가 서로를 뒷받침하는지, 일부에서 전체로 미루어도 되는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분량
약 2,700단어 · 12분
자료
조문 1 · 판결 2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4.1뒷받침의 출발선
  3. 4.2진술이 진술을 받칠 때
  4. 4.3물증 없이 남은 진술
  5. 4.4일부에서 전체로의 미룸
  6. 4.5같은 증거를 세 번 세지 않기
  7. 4.6다른 소송의 확정판결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여러 자료가 서로를 뒷받침하는지, 일부에서 전체로 미루어도 되는지를 묻는다. 뒷받침의 출발선과 진술이 진술을 받치는 경우, 물증 없이 남은 진술, 일부에서 전체로의 미룸을 차례로 살핀다. 같은 증거를 세 번 세지 않는 방식과 다른 소송의 확정판결을 다룬다.

4.1뒷받침의 출발선

뼈대 위에 어떤 자료가 얹히는지를 살핀 뒤에는, 그 자료가 주장을 실제로 뒷받치는지를 판단하는 순서로 나아가야 한다. 그 순서는 증거의 증명력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가리는 데서 시작한다.

민사소송법은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규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라고 정한다. 이에 따라 민사사건에서 사실의 진실 여부는 법원이 변론 전체와 증거조사를 함께 참작하여 가린다.

형사소송법은 같은 문제를 더 짧게 선언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만 말한다. 두 조문 모두 증거 하나 하나의 힘을 법이 미리 정해 두지 않는다는 출발선을 놓는다. 여기서 법관의 심증은 근거 없는 느낌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맞는 판단이어야 한다.

이 출발선에서 상대방이 함께 낸 자료들을 순서대로 살핀다. 상대방은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제출하면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다. 세 이메일은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이 배치 앞에서 자료의 숫자를 세는 것은 뒷받침의 질을 묻는 일이 아니다.

뒤따르는 물음은 각각이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은 언제인지, 그 발신 계정이 계약 변경을 약속할 권한을 가졌는지, 지급 기록의 금액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무엇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들 물음에 답하기 전에는 같은 액수가 두 자료에 겹친다는 사실이 어떤 주장을 뒷받치는지 결론을 낼 수 없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라는 점을 이 장면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뒷받침의 출발선은 자료의 개수가 아니라 자료가 겨냥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자료와 주장 사이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이 놓이는지를 묻는 일이다. 이 질문을 세울 때만 상대방의 제출물은 하나의 연결망으로 읽히고, 미정인 사항은 미정인 채로 남는다.

4.2진술이 진술을 받칠 때

여러 자료가 하나의 주장을 뒷받치는지를 세워 놓았다면, 이제 그 자료들이 서로를 얼마나 받치는지를 물어야 한다. 특히 상대측이 변경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함께 내밀면서 세 번의 별도 합의를 주장하는 이 장면에서, 한 진술이 다른 진술에 의해 뒷받침되려면 무엇을 함께 살펴야 하는지가 다음 쟁점이다.

진술을 적은 서면부터 먼저 본다. 「형사소송법」 제313조는 서면이 증거로 되는 조건을 정하면서, 제1항 본문에서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가 진술을 기재한 서류라면, 성립의 진정함이 먼저 증명되어야 한다. 작성자가 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같은 조 제2항은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다만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고 단서를 둔다(형사소송법 제313조). 세 이메일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성립의 진정함을 뒷받치는 한 방편일 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인 이상 그 사실만으로 세 통이 각각 별도의 합의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진술이 진술을 받치는 경우, 곧 한 사람이 내놓은 진술을 같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낸 자료가 받치는 경우에 무엇을 함께 봐야 하는지가 문제이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의 판시사항 제1항은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유무의 판단 기준"을 다룬다. 그 판결요지에 의하면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신빙성은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이 판단 기준을 이 장면에 옮기면, 계산서를 쓴 전문가의 진술과 상대측 진술의 신빙성은 각각 그 내용 자체의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진술자가 얻게 되는 이해관계를 함께 살핀 뒤에야 비로소 서로를 보강하는지가 정해진다. 상대측이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고 있다는 점은 그 이해관계의 한 측면이다.

또한 진술 부분 중 일부가 무너지면 나머지가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본다. 같은 판결의 판시사항 제2항은 "여러 차례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 나머지의 금원제공 진술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다룬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그 요지에 따르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라는 우리 측 해석이 맞으면 세 건은 결국 한 진술의 세 벌이고, 그중 한 벌의 신빙성이 흔들리면 남은 벌이 지급 기록과 같은 액수를 기재하고 있다는 사정은 별도의 보강 증거인지 새로 물어야 한다.

한편 이 판결의 판시사항 제3항은 "재정경제부 간부의 수뢰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액수에 해당하는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도 나머지 적은 액수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다룬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이 사례는 부분 배척과 부분 인정이 나란히 설 수 있는지의 문제를 보여준다. 합성된 장면에서는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지급 기록의 금액이 같은데, 그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미정이므로 두 자료가 같은 사건의 것을 받치는지조차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장면에서 뒷받침의 질은 자료의 수가 아니라 성립의 진정함, 진술의 신빙성을 받치는 근거, 그리고 흔들린 부분과 남은 부분의 구별에서 결정된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모두 미정인 지금, 세 건의 합의를 세 번째 시점까지의 합으로 받치는지는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이 자료들에 대조하는 데 그쳐야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가 아니며, 뒷받침이 되었다는 결론도 역시 아니다.

4.3물증 없이 남은 진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볼 때 따라야 할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교차 확인할 다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때 그 진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이 경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판시사항 [1]에서 물증 없는 사건에서 금원 제공 진술을 심사할 때 무엇을 함께 살펴야 하는지를 밝힌다. 이는 자료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곧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거나 배척하는 근거가 되지 않음을 뜻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앞에 두고 사례를 보면,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그 자료가 진술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는 구별되어야 한다. 세 이메일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상대방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는 점,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는 점은 변론을 통해 다퉈질 주장의 성격을 가진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에 비추어 보면, 세 이메일을 몇 건의 합의로 읽을지에 관한 판단은 자료의 수 자체가 아니라 변론 전체와 증거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모두 미정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정들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으면, 각 이메일이 별도의 합의를 이룬 것인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인지는 판결이 제시한 기준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즉 자료에 결여된 사실을 추측으로 메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판시사항 [2]는 물증 없는 사건에서 여러 차례의 금원제공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이 배척될 때 나머지 진술을 어떻게 다룰지 말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다. 세 이메일을 하나의 문안이 반복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면,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은 금액의 지급 기록, 그리고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은 계산서까지 같은 취지로 함께 흔들릴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판시사항 [2]는 이어서 남은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경우의 조건을 밝힌다.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사례에서 남은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는 자료로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남은 진술만으로 무언가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채워졌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결국 물증 없이 남은 진술을 읽는 데에는 그 진술 자체의 내용과 함께 그 진술이 놓인 정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자료가 없다는 사정이 진술의 신빙성을 자동으로 깎아내리지도 않고, 자료가 몇 가지 있다는 사정이 진술을 자동으로 뒷받침하지도 않는다. 남은 사정이 밝혀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의 결이 달라질 뿐이다.

4.4일부에서 전체로의 미룸

진술 신빙성을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 한 자료가 실제로 증명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가 문제다.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라고 보지만, 상대측은 이를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읽는다. 이때 일부 자료로 확인된 사실을 공소사실이나 청구 원인 전부로 미루는 것은 언제 허용되는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와 범위는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에 분명히 서 있다. 공소사실 전부가 엄격한 증명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는 다음과 같이 확인된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이 기준을 본 사건에 적용하면, 일부 이메일에서 특정 금액이 확인된다는 사실만으로 변경 합의가 성립했거나 청구 전체가 정당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확인된 범위와 주장되는 범위 사이의 간격이 남는다.

그리고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의 항목이 빠짐없이 포함된다. 같은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한다.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이 문장은 확정되지 않은 시점을 유추로 메우지 못한다는 점을 말한다. 이 사례에서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러므로 일부 금액의 일치가 계약 체결 시기나 거래 특정까지 입증한 것으로 미루어 읽을 수 없다.

일부 진실을 전체 진실로 이어붙이는 논리의 비약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이 못을 박는다. "이러한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이는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신빙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 전부를 신빙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아서 그에 따른 결론이 건전한 논증에 기초하였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이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가 손해액 산정의 출발값으로 특정 금액을 채택했더라도, 그 선택이 이메일 한 건의 진실성과 이메일 세 건 전체의 법적 효과를 함께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출발값을 고른 사실과 합의가 세 번 성립했다는 주장은 서로 별개의 판단 대상이다.

이 미룸의 기준을 다룬 위 판결은 수뢰 사안에서 공소사실 일부를 선택적으로 믿고 나머지를 배척한 원심을 그르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와 나란히 두어야 할 규칙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있다. 필요하지 아니한 증거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게 하면서도, 유일한 증거라면 조사를 면제하지 못한다는 단서가 함께 붙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290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한다. 채택 여부는 조사할 필요성의 문제이고, 조사된 증거의 증명력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러므로 우리 측이 상대측 증거의 채택을 다투더라도, 채택 여부만으로 그 증거가 무엇을 얼마만큼 증명하는지까지 대신 정해지지 않는다. 일부 자료가 일부 사실을 뒷받침했을 뿐임이 드러났다면, 나머지 사실은 남은 자료와 남은 소명으로 별도로 받아내야 한다.

4.5같은 증거를 세 번 세지 않기

일부에서 전체로의 판단을 멈추고 나면, 남은 질문은 자료 하나를 여러 항목에 대어 그 자체를 중복으로 세는 처리를 어디서 끊느냐이다. 상대방은 변경 이메일 세 건,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제출하면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고,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이며 별개의 합의가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자료의 수를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뒷받침이 새로 생겨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자유심증의 기준을 법원의 판단 방법에서 직접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자유로운 심증은 자료의 수를 세는 심증이 아니라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함께 참작하는 심증이며, 논리와 경험의 법칙이 그 한계가 된다. 따라서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세 건의 이메일이 사실은 한 번 작성된 문안이라는 우리 측 판단은, 자료를 한 묶음으로 읽고 각각이 따로 어떤 합의를 이루었는지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살피는 작업이 된다.

같은 문안의 반복 여부는 이메일 각 건이 서로 다른 문안인지, 같은 문안이 몇 번 발송된 것인지에 달려 있고, 그 판단은 자료의 내용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이 밝혀져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쟁점들은 현재 미정이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이메일 한 건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사정은, 그 기록이 세 번의 합의 가운데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가 정해지기 전에는 어느 한 건의 합의에 대한 뒷받침이 될 수도 있고 별개의 항목이 될 수도 있다. 그 대응 관계가 미정인 채로 두 자료를 각각 다른 항목의 뒷받침으로 계산에 넣으면, 사실은 하나인 근거가 두 번 헤아려지는 셈이 된다.

이렇게 읽는 근거로 증거조사의 범위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90조를 함께 본다. 그 조문은,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자료의 증명력을 새로 정해주지 않고 자료의 조사 여부를 다루므로,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 자료가 여러 항목의 뒷받침을 각각 겸하도록 강제되지는 않는다.

전문가 계산서는 이 사정을 더한다. 그 계산서는 지급 기록의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으므로, 지급 기록과 한 줄로 이어진다. 그런데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이므로, 그 출발값이 세 건의 이메일 가운데 어느 것과 맞물리는지도 아직 미정이다. 계산서의 결론을 이메일 세 건 각각에 대응하는 손해액으로 펼쳐 세면, 지급 기록 한 건이 계산서 안에서 다시 한번, 그리고 이메일 각 건의 뒷받침으로 또다시 들어가는 겹침이 생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세 건의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세기 전에, 먼저 하나의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인지 별개의 문안인지를 밝히고, 이어서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 차례로 정해야 한다. 자료의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자료 사이의 대응 관계를 세우는 방식으로만, 자유심증 아래에서 같은 증거를 한 번씩만 셀 수 있다.

4.6다른 소송의 확정판결

같은 자료를 세 번 세어 증명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결론에 이어, 이번에는 상대방이 다른 소송의 확정판결을 끌어들일 때 어디까지 빌릴 수 있는지가 문제다. 우리 사건에서 상대방은 판결의 존재를 넘어 그 판결에 실린 사실관계까지 현저한 사실로 삼고 싶어할 것이다. 그 한계를 가르는 기준을 확인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판시사항 [1]에서 이미 그 경계를 분명히 한다. 즉,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소극으로 정리하면서,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힌다. 확정판결 자체는 현저할지 몰라도, 그 판결의 이유를 이루었던 사실 인정은 우리 사건에 그대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남의 소송 사실이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판결은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사실 인정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도 말한다. 즉,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설시한다. 남의 판결에 실린 사실 인정은 우리 사건에서 유력한 증거의 하나일 뿐이고, 반대 증거가 있고 이유를 설시하면 배척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기준을 앞의 장면에 대입하면, 상대방이 내세우는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판결이 인용한 사실관계는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판결의 존재 자체는 그대로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예컨대 어떤 합의가 언제 성립했는지, 어떤 계정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은 우리 사건의 현저한 사실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건에서 세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가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별도로 심증을 세울 문제로 남는다.

절차적인 문턱도 놓쳐서는 안 된다. 위 판결은 판시사항 [2]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를 다룬다. 증거로 제출하지도, 주장하지도 않은 타인의 판결을 법원이 현저한 사실로 끌어올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 사건에서 상대방이 확정판결을 근거로 삼으려면 그 판결문을 먼저 증거로 제출하고 그 사실관계를 주장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남의 소송 결과는 변론 전체에 하나의 요소로 놓일 뿐이고, 확정판결의 존재가 곧 우리 사건 사실의 증명이 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를 구성한 사실관계를 갈라 놓지 않으면, 다른 사건의 결론을 우리 사건의 뒷받침으로 그대로 빌려오는 오류에 빠진다. 확정판결을 근거로 삼는 주장이 있을 때 법원은 그 존재를 넘어서는 사실관계를 우리 사건에 채택하기 전에, 채용하거나 배척할 이유를 살펴야 한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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