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기록이 남지 않은 부분과 보유 자료가 만들어 낸 편향을 입증 연결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묻는다. 기록이 남지 않은 자리와 보유 자료가 만든 골격, 내부 문서의 자기 이용을 차례로 살핀다. 제출 필요와 정당한 이유, 사용 방해가 남긴 결손, 생존한 진술과 회고를 다룬다.
8.1기록이 남지 않은 자리
반증 이후 재구성으로 연결을 다시 짠 결과에 이어, 이제 기록이 남지 않은 행동을 연결망의 어느 칸에 놓을지가 문제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의 면면을 보면,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은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전문가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보고 있고,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이처럼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와 구별되어야 하고,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으로 남는다.
변경 합의가 언제 성립했는지를 증명할 자료가 사안에 제출되지 않았다면, 그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채 두어야 한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세 건의 이메일이 발송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합의의 성립 시점이나 권한의 범위를 끼워 맞추면, 실제 기록은 결측으로 남아 있는데 사실관계가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역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빈 칸은 빈 칸으로 표시하고, 채워진 칸만 채워진 칸으로 읽는 것이 우선한다.
기록의 부재가 상대방의 자료 제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민사소송법 제350조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서 훼손이나 사용 불능의 요건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기재를 진실로 인정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므로, 기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읽으면 이 규정의 요건을 건너뛰는 결과가 된다.
아울러 문서 제출의 거부나 신청의 가부를 다루는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법원이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한다. 기록이 비어 있는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추정하는 대신, 어떤 문서가 필요한지와 다른 문서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를 따져 보는 편이 이 판단에 부합한다.
결국 이 사안에서 기록이 남지 않은 자리는 빈 칸으로 표시하는 데서 그치고, 그 빈 칸을 관행이나 짐작으로 메우지 않는다. 채워진 칸인 세 건의 이메일, 지급 기록, 계산서는 그대로 읽되, 이 세 자료 사이의 금액이 겹친다는 사정이 곧 세 번의 합의 성립이나 손해액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미정으로 남은 항목은 미정으로 남겨둔다.
8.2보유 자료가 만든 골격
자료에 남은 기록만으로 연결을 그릴 때 골격은 보유 범위 자체에 의해 좁아진다. 그렇다면 남은 세 통의 이메일과 지급 기록, 전문가 계산서는 각각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않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은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 그 사실만으로 세 이메일이 하나의 합의를 반복한 것인지, 서로 별도의 합의인지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 쟁점에서 자기이용문서에 관한 판단 기준은 문서를 가진 쪽의 선언에 맡기지 않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라고 밝힌다. 이 판단은 기재된 정보의 성격과 문서를 거둔 경로를 함께 본다는 뜻이다. 같은 발신 계정이라는 사실도 이 목록에 놓일 뿐, 그 자체로 반복 발송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 결정은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로 세 이메일의 성립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운 지금, 그 사실관계는 미정으로 두어야 한다.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 금액이 겹친다는 사정만으로 이 지급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정해지지 않는다. 위 결정은 법원이 제출명령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기준은 지급 기록 하나가 손해액 산정의 출발값이 될 수 있는지를 가리는 데에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다른 문서로부터 금액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지, 기록 자체가 어떤 거래를 표시하는지가 확인되어야 기록은 골격의 한 칸이 된다. 확인되지 않은 채로는 금액의 일치만 남는다.
전문가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다. 위 결정은 문서제출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때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비교형량은 계산서를 놓고는, 그 산정의 출발값이 이메일과 지급 기록 사이에서 어느 쪽을 참조했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준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계산서는 손해액의 골격을 세우지 못한 채 출발값만 남긴다.
손에 남은 자료의 바깥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이 기록들로부터 읽히지 않는다. 위 결정이 요구하는 종합 판단은 남은 문서의 목적·내용·소지 경위를 겹쳐 보는 것이지, 남지 않은 문서의 존재를 상상해 넣는 것이 아니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각각 확인되어야 할 자료가 있는 쟁점이지, 채워 넣을 자리가 아니다. 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까지, 세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는 보유 범위가 그어 놓은 골격의 윤곽만 보여준다.
8.3내부 문서의 자기 이용
보유 자료가 만든 좁은 골격을 밝힌 뒤에, 상대방이 내놓은 내부 문서가 과연 제출을 면하게 하는 자기이용문서인가라는 문제가 놓인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이 판단의 준거를 밝히고 있다. 그 결정은 먼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이 예외사유로 자기이용문서를 두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344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예외사유로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이른바 '자기이용문서')를 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제출 거부를 정당화하려는 쪽이 자기이용문서의 요건을 충족함을 보여야 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어떤 문서가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다만 그 충족 여부를 서류의 표제만 보고 곧바로 단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관해 같은 결정은, "여기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고 덧붙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내부 결재를 거쳐 작성되었다는 점이 곧 자기이용문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이 사정을 언급하며,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다. 이 사례에서 변경 이메일 세 건이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내부 문안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문서를 자기이용문서로 보기는 어렵다. 이메일에 담긴 정보가 신청인이 열람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 문서와 연결되는지, 외부 이용이 작성 목표에서 전 배제되는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기이용문서로 인정되지 않는 내부 문서라도 그 제출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한편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고 밝힌다. 나아가 판단의 실제 항목과 관련해서도 같은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결국 이 사례에서 회사 내부 결재 경유라는 사정만으로 변경 이메일 세 건을 자기이용문서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문서에 실린 정보의 성격과 외부 개시 예정 여부가 남는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미정이고,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 및 대안 상황 역시 미정이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범위는 그대로 남기고, 서류의 제출 필요 여부는 제출 거부사유 판단 이후의 문제로 남긴다.
8.4제출 필요와 정당한 이유
거부 사유가 배제된 뒤에는 제출의 필요와 신청의 정당성이 별도로 문제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그 판단의 지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편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거부 사유가 없다는 결론만으로 제출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요성 판단의 첫째 기준은 서증으로서의 필요이다. 위 결정은 그 범위를 다음과 같이 좁혔다.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것을 제출하도록 명할 것을 신청하는 것은 서증을 신청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므로,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 또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 제출명령 신청은 서증 신청의 한 방식이고, 대상 문서로 증명하려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때에는 신청을 배척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측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구한다. 세 이메일은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조건을 놓고 충돌하는 두 해석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이메일 하나에 적힌 액수와 같다는 점은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과 청구 사이의 관련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다만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이다. 대상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으로 증명할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이러한 미정 사항을 감안하여 정해질 부분이다.
필요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위 결정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를 함께 적시한다. 같은 자료를 얻을 길이 이미 열려 있다면 특정 문서의 제출까지 요구할 실익은 줄어든다. 이 사례에서 전문가 계산서는 이메일 하나에 기재된 액수를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쓰고 있다. 계산서와 이메일이 사실상 하나의 숫자로 묶여 있는 셈이므로, 둘 중 어느 한쪽만으로 얻을 수 있는 자료의 범위가 무엇인지가 비교의 출발점이 된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고,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도 미정이다. 그러므로 어떤 문서가 다른 문서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이 사례의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정당한 이유는 이익과 비용의 형량으로 확인된다. 위 결정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을 그 요소로 든다. 앞에서 살핀 자기이용문서 판단과 달리 이 단계에서는 문서의 표제나 작성 경위가 아니라 제출로 인한 실익과 부담이 저울에 오른다. 발신 계정에서 나온 이메일 세 건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인지, 아니면 세 번의 별도 합의인지는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의 크기를 가늠하는 데 관련된다. 같은 문안의 반복이라면 새로 얻을 정보는 줄어들고, 별도의 합의라면 각 이메일이 독립된 근거를 이룬다. 다만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은 미정이다.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참작되는 사정은 앞서 인용한 목록에 그치지 않는다. 위 결정은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함께 들었고, 같은 결정은 직업의 비밀이 문제된 자리에서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문서 소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민사사건의 내용과 성격, 민사사건의 증거로 문서를 필요로 하는 정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증거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형량하도록 밝혔다. 그 밖의 사정을 형량의 지표로 새로 적는 일 없이, 위 결정이 제시한 항목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하나, 계산서 하나는 상대측이 제시한 자료이고, 그 자료가 법적 평가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제출 필요와 정당한 이유는 그러한 자료가 쟁점 판단에 실제로 어느 정도 필요한지, 제출이 상대에게 어떤 부담과 침해를 가져오는지의 비교로 판단된다. 그 판단의 기준은 위 결정이 밝힌 항목에 머문다.
8.5사용 방해가 남긴 결손
제출 거부사유와 필요·정당성 판단을 지나, 남은 자료가 도리어 사용 방해로 생긴 결손을 드러내는 경우 그 공백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이 경우에 적용할 조문이 민사소송법 제350조이며, 그 문구에 담긴 요건과 효과를 먼저 그대로 둔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하여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에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장에 사용 방해의 목적, 제출의무, 훼손·불사용 상태, 그리고 인정을 받을 대상이 되는 상대방의 주장이 함께 놓여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조문이 끝맺는 "인정할 수 있다"는 표현은 법원에 판단 여지를 남긴다.
따라서 조문은 방해 행위 자체를 단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방해의 목적과 문서의 훼손·불사용은 조문이 요건으로 삼는 사실이고, 그 사실은 별도로 서야 한다. 자료의 사용이 막힌 결과만 놓고 방해로 적을 수는 없으므로, 결손의 발생을 이유로 곧바로 어느 쪽에 유리한 사실을 확정하는 일은 피한다.
이 조문의 효과도 조문이 적은 범위에 머문다. 법원이 인정할 수 있는 대상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이며, 문서에 무엇이 기재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주장에 한정된다. 조문은 문서의 결손을 채울 모든 사실을 사실로 확정한다고 말하지 않으므로, 상대방이 주장을 넓히더라도 인정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성 사례의 장면을 이 문구에 대조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한 건은 남아 있는 기재이다. 우리 측이 세 건을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면, 그 세 건에 공통으로 실린 기재와 반복으로 발송된 경위는 문서의 기재와 그 사용에 관한 사정으로 다룬다. 다만 사용 방해의 목적과 제출의무가 인정된다는 전제가 서 있지 않고, 어느 문서가 훼손되었거나 사용 불능이 되었는지도 미정이다.
민사소송법 제350조가 발동되면 실질이 달라진다. 문안의 반복 여부나 금액의 출처를 놓고 남은 기재 사이에서 선택하던 판단이, 방해된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로 볼지에 관한 판단으로 옮겨간다. 그 판단에서 훼손·불사용의 범위와 시기가 함께 다투어진다.
결국 이 장면의 결손은 조문이 정한 요건의 부재와 함께 읽어야 한다. 요건이 서지 않으면 인정의 효과는 열리지 않고, 요건이 서더라도 인정되는 것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주장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을 방해의 증거로 삼지 않는 한, 사용 방해로 인한 결손은 확인하되 그 결손이 끌어오는 사실의 범위는 조문의 문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8.6생존한 진술과 회고
결손된 문서의 기재를 상대방 주장대로 받을 근거를 찾은 뒤에 남는 물음은, 지금 살아 있는 진술이 과연 사건 전체를 대표하는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제출된 진술과 제출되지 않은 진술 사이의 격차를 결측 구조 안에 함께 적어야 한다. 상대방이 제시한 변경 이메일 세 건,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는 모두 지금 손에 남아 있는 진술이다. 남아 있는 진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살아남았는지, 어떤 진술이 사라져 남지 않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은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같은 달에 작성되었다. 우리 측은 세 건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읽고,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읽는다. 어느 쪽이든 이메일 세 건이 함께 남아 있는 까닭에 대해서는 아직 말해진 바가 없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보낸 다른 이메일이 있었는지, 회신이 왔는지, 회신이 있었다면 그 회신이 왜 지금 여기에 없는지도 밝혀져 있지 않다. 살아남은 세 건이 사건 전체의 진술 집단을 대표한다는 근거는 이에 미정이다.
그 세 건 중 하나에 기재된 액수는 자금 지급 기록의 금액과 같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어떤 문서가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문건의 표제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 결정이 스스로 밝힌 판단 기준을 인용하면,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는"(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고도 하였다. 이 판단 기준은 문서의 유래와 성격을 표면이 아닌 전체 사정에서 읽으라는 가르침이다. 이 사례에서 세 이메일의 유래와 성격이 각각 다른지, 같은지, 혹은 하나의 문안이 되풀이된 것인지도 같은 방식으로 물어야 한다.
남아 있는 진술이 사라진 진술에 비해 어느 쪽으로 편중되어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을 열거하면서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남은 자료와 사라진 자료 사이의 간격을 그려둘 때 이 나열은 무엇이 얼마만큼 남아 있고 무엇이 얼마만큼 비었는지를 비교하는 척도를 빌려준다.
전문가 계산서는 그 지급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 그런데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다. 같은 금액이 이메일·지급 기록·계산서에 이어 등장한다고 해서 세 문건이 서로의 독립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문건에서 다른 문건으로 흘러간 정보가 함께 살아남았을 가능성, 그 과정에서 다른 정보가 빠졌을 가능성은 이 문건들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남아 있는 진술의 생존 경로와 그로 인한 편향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이 자료들은 사건 전체의 진술 집단을 대표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진술 생존 편향과 회고 편향은 증인 신뢰성의 평가나 증거조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진술이 왜 여기에 있고 어떤 진술이 왜 여기에 없는지를 적어두는 문제이다. 앞에서 확인한 민사소송법 제350조의 효과는 사라진 문서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근거로서만 자리하고, 살아남은 진술이 대표성을 지녔다는 뜻까지 밝혀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