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직접 증거와 간접 증거를 잇고 출처가 같은 자료를 가려내는 구조를 묻는다. 자유심증의 의미와 한계에서 출발하여 직접과 간접 증거의 고리, 동일 출처 자료의 종속성을 살핀다. 작성자·권한·시점을 잇는 연결과 지급 기록과 거래의 연결을 거쳐 연결망 평가의 뼈대를 정리한다.
3.1자유심증의 의미와 한계
한정된 범위의 명제가 자리를 잡은 뒤 남는 쟁점은, 법원이 제출된 증거를 놓고 무엇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이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구하면서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냈고,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읽는다. 그러한 대립이 법원 앞에서 어떤 범위에서 정리되는지를 살피기 위하여, 먼저 자유심증의 규정과 그 한계가 선언된 판결을 함께 읽는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를 규정한다. 그 조문은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선언한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는 범위 안에서 판단하며, 그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민사에서 증거 연결을 논할 때 자유심증은 무한정한 허용이 아니라 그와 같은 범위 안에서 작동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같은 이름의 원칙을 좀 더 짧게 적는다. 그 조문은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선언한다. 이 조문은 증명력의 판단 주체가 법관임을 밝히면서, 그 판단이 어떠한 요건 안에서 이루어지는지는 별도로 적지 않는다. 이때 그 요건은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된다.
위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 자유심증이 다루는 것은 증거의 채택과 사용, 그리고 증거의 실질적 가치의 평가이다.
다만 그 자유에는 한계가 붙는다. 같은 다수의견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힌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자금 사용처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기준으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라는 문장이 나온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례의 다른 판시사항과 산정 근거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를 이 장면에 놓아보면, 세 이메일의 발신 계정이 같다는 점,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다는 점,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는 점은 각각이 채택되어 평가될 증거의 쓰임새와 관련된다. 자유심증은 그러한 증거의 실질적 가치를 법원이 평가하는 틀을 열지만,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벗어나 배척하거나 채택하는 것은 그 틀의 한계에 닿는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은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증거 연결의 뼈대는 이 출발점 위에서 다음 문제로 이어진다.
3.2직접과 간접 증거의 고리
자유심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 안에서 증거를 평가하는 작업임을 확인한 데서, 이번에는 그러한 평가가 거치는 추론의 고리를 증거의 성격에 따라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무엇이 핵심 주장에 곧바로 닿고 무엇이 보조 사실을 거쳐 닿는지를 가려내지 않으면, 세 건의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가 각각 어느 무게로 놓이는지 읽어낼 수 없다.
먼저 어떤 증거가 다투는 사실 그 자체를 밝히는지, 그리고 어떤 증거가 다른 사실의 인정을 거쳐 간접적으로 도달하는지 구분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판단의 근거와 방법을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판단의 방법을 말할 뿐, 어떤 증거를 직접 증거로 혹은 간접 증거로 분류할지의 요건을 새로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분류의 기준은 조문 밖에서 가져오지 않고, 이 장면의 자료가 실제로 닿는 사실을 하나씩 따져 보는 데서 시작한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이 담는 문안은 그 자체로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을 가리키는 자료로 제출되었다. 발신 계정이 어느 범위의 권한을 갖추었는지, 세 건이 별도의 합의인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인지는 이 이메일들이 곧바로 밝히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합의의 성립 시점이라는 별개의 사정을 거쳐야 비로소 이메일의 의미가 정해진다. 이메일을 핵심 주장에 바로 닿는 증거로 놓을지, 아니면 권한과 시점이라는 보조 사실을 거쳐 닿는 증거로 놓을지는 이 고리의 길이에 달려 있다.
지급 기록은 기재된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은 점에서 이메일과 짝을 이루는 자료이고,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 그러나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자금 사용처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다. 이 판단은 진술의 신빙성을 다루면서도 그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증거와 정황을 함께 살핀다는 점에서, 한 자료의 의미가 다른 자료와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장면에서 상대방은 세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보고 있고,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어느 쪽 읽기를 확정하지 못한다. 세 이메일이 별도 합의라면 금액의 일치는 합의의 실행으로, 반복 발송이라면 우연한 일치나 실무상의 차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어느 쪽인지는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지급 기록이 대응하는 거래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인 채로는 손해액의 출발값이 확정되지 않고, 출발값이 확정되지 않으면 그 위에 세워지는 계산의 결론도 확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장면의 증거 연결을 읽는 일은 각 자료가 거치는 추론의 고리를 하나씩 적어 내려가는 작업이다. 세 이메일이 곧바로 닿는 사실과 지급 기록이 보조 사실을 거쳐 닿는 사실, 계산서가 기준 시점이라는 조건 아래 도달하는 사실을 나란히 놓아 보아야 한다. 자유심증 아래에서 논리와 경험의 법칙이 요구하는 것은 이 고리의 길이와 순서를 밝히는 일이며, 미정으로 남은 권한 범위와 거래의 대응 관계, 기준 시점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3.3동일 출처 자료의 종속성
직접과 간접 증거의 고리를 따라 읽는 작업에서 자료마다 별도의 고리를 세는지, 같은 고리에 걸쳐 있는지를 가리는 문제가 뒤에 남았다. 세 변경 이메일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면, 세 건의 자료가 서로 독립적인지 아니면 한 출처에 종속적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다루면서 출력본과 원본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문장이 가리키는 것은 출력본이 그 자체로 자료인 것이 아니라, 자료의 내용과 출력본이 같은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 이메일 각각도 그 발신 계정의 저장된 자료와 같은 내용인지에 대한 확인을 거치지 않고는 자료로서 자리매김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저장매체를 거쳐 출력하는 경로가 늘어날 때의 부담을 더하기도 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에 따르면,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사례의 세 이메일이 하나의 저장 매체에서 인쇄된 것이라면, 같은 계정이라는 사실만으로 출처가 같다고 족한 것이 아니라 그 출력 경로까지 함께 밝혀야 하는 셈이다. 이 문장은 2007도7257의 디지털 출력 문건 증거능력에 관한 판시일 뿐, 여기서 세 이메일의 증거능력을 결론짓는 데 그대로 옮길 것은 아니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세 이메일의 출처를 묶기는 하나, 그 묶음 안에서 세 건이 어떤 관계인지는 따로 밝혀야 한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적힌 액수와 같다는 점 역시 그 이메일이 지급 기록의 출처가 되는지, 아니면 이미 만들어진 지급 기록을 옮겨 적은 것인지를 가리지 못한다. 두 자료에서 같은 숫자가 나왔다는 것은 그 숫자가 어떤 경로로 두 자료에 들어갔는지를 묻는 일과 구분된다. 마찬가지로 전문가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계산서의 기준이 된 숫자의 출처를 가리킬 뿐, 그 숫자가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에 따르면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사례에서 법원이 판단할 것은 세 이메일이 하나의 문안 반복이든 세 번의 합의이든, 각 자료가 어느 출처에서 왔고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할 일이다. 자료의 출처가 겹치는 범위 안에서 그 자료들이 서로 독립된 확인을 이루는지를 가리는 작업이, 결국 같은 출처 자료의 종속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3.4작성자·권한·시점의 연결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세 건이 하나의 출처로 묶인 뒤에는, 남는 질문이 자료를 만든 사람과 그 사람의 권한 범위, 그리고 작성 시점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가이다. 이 질문은 앞 절이 다룬 출처의 종속성과 겹치면서도 구분된다. 출처가 같다는 사실이 곧 작성자가 같다는 뜻은 아니고, 발신 계정에서 발송되었다는 사실이 곧 그 계정을 쓴 사람이 합의 권한까지 가졌다는 뜻은 아니며, 같은 달에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곧 같은 거래에 관한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 상대측이 세 건의 변경 이메일을 각각 별도의 합의로 주장하는지, 우리 측이 반복 발송된 한 문안으로 보는지에 관계없이, 그 자료가 어떤 사람의 어떤 권한 안에서 어떤 시점에 만들어졌는지는 따로 확인되어야 한다.
작성자의 이해관계와 자료 출처가 겹치는 지점을 가리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다음과 같이 놓는다. 「제310조(불이익한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이 조문은 자백이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를 다룬다. 즉, 자백을 한 진술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말을 남겼다는 사정 자체가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한 요소임을 전제로, 다른 증거가 없을 때 그 진술 하나로 유죄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메일 세 건을 작성한 사람이나 발신 계정을 쓴 사람이 자기 책임을 덜기 위하여 또는 자기 이익을 위하여 문안을 남겼다면, 그 진술의 내용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진술 말고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는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한 결론은 이 장의 범위 밖에 있으며, 조문이 요구하지 않는 요건을 이 사례에 덧붙이지 않는다.
작성 시점의 확인 문제에는 별도의 담보 장치가 요구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밝힌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 판시는 원본이 특정 구간에서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담보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같은 달에 작성된 세 건의 이메일에 대하여도, 각각이 어느 시점에 어떤 형태로 저장되었고 그 저장이 이후에 바뀌지 않았는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작성 시점 자체가 확정되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즉, 출력물 하나가 어떤 시점의 내용을 담은 것인지는 그 출력물을 만들어내는 경로의 각 단계가 함께 담보될 때 비로소 확인된다. 이 사례에서 세 이메일의 작성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어느 이메일이 먼저인지, 같은 달 중 어느 날에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작성 시점이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를 문제로 삼을 때도 작성 목적과 진술자의 지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같은 판결은 문서를 작성한 사람의 공무 수행 여부만으로 문서의 성격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보인다.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영사가 작성한 사실확인서 중 공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비록 영사의 공무수행 과정 중 작성되었지만 공적인 증명보다는 상급자 등에 대한 보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경우,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의 ‘공무원의 직무상 증명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 또는 제3호의 ‘기타 특히 신뢰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이 판시에 따르면, 자료를 만든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자료의 성격이나 신뢰성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세 이메일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그 계정의 명의자나 실제 사용자가 변경 합의를 체결할 권한까지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미정이다. 즉, 그 계정을 어떤 자격으로 누가 썼고, 그 쓰임이 합의의 성립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의 보고·통지였는지가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메일 세 건을 읽을 때에는 세 가지 연결이 서로 붙는지 떨어지는지를 각각 살펴야 한다. 먼저 작성자가 누구인지, 다음에 그 작성자의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마지막으로 그 자료가 만들어진 시점이 언제인지이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확정되지 않으면, 자료의 내용이 어느 거래에 관한 어떤 합의를 담은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례에서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모두 미정이고,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의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3.5지급 기록과 거래의 연결
작성자·권한·시점의 연결 문제를 갈라 놓고 나면, 지급 기록과 이메일의 액수가 일치하는 점이 실제 어느 거래를 잇는지가 남는다. 액수의 일치는 두 자료를 같은 흐름에 놓아 보이게 하지만, 그 흐름의 양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상대측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면서,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제출했다. 지급 기록의 금액은 세 이메일 중 한 건에 기재된 액수와 같고,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보고,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액수가 겹치는 자료가 몇 개인지와 그 자료들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이 장면의 앞뒤로 놓인 문제이다.
이렇게 겹치는 자료들이 무엇을 실재하는지에 관한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는, 민사소송법 제202조에 따라 판단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바꾸어 말하면, 액수의 일치라는 단편을 떼어 놓고 확정 짓는 방식이 아니라, 자료 전체가 놓인 자리에서 그 액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가린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그 거래가 변경 이메일 세 건 가운데 어느 것과 이어지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전문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도 미정이다. 액수가 같은 점 하나로 자료들 사이의 연결을 확정 지을 수 없고, 계산서의 출발값 역시 그 연결의 방향에 따라 자리를 달리하게 된다.
다른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을 가지고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채워 넣는 길은 닫혀 있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그 경계를 분명히 한다. 판시사항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며,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 다만 이와 나란히,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밝힌다. 즉 판결의 존재와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는 다른 자리에 놓이고, 후자를 현저한 사실로 끌어오려는 시도는 이 사건의 쟁점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지급 기록은 그 금액이 기재된 이메일 한 건과 수치의 일치라는 점에서만 서로 가까이 놓이고, 그 이메일이 어느 합의에 관한 것인지,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이 자료들의 수치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계산서가 그 금액을 출발값으로 삼았다는 사실도, 그 출발값이 실제로 지어진 거래를 올바르게 가리키는지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액수의 일치는 연결의 갈래 가운데 하나의 줄을 그을 뿐이고, 그 줄이 이어지는 자리를 확인하려면 각 자료가 남긴 자리와 시점, 권한의 범위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3.6연결망 평가의 뼈대
지급 기록과 이메일의 액수 일치가 어느 거래를 잇는지 가리는 문제에서 끝을 내지 못한 채, 이제 각 자료가 어떤 주장을 실제로 뒷받침하는지 하나의 뼈대로 정리할 때가 되었다. 이때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그 자료가 가지는 법적 평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전제를 유지한다.
먼저 뼈대의 출발선을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선언한다. 이 규정은 개별 자료를 그 자리에서 평가할 수 있다는 출발선을 줄 뿐, 어느 자료를 먼저 채택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한계의 문을 조금 더 열어둔다. 그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서술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례에서 우리 측과 상대측이 각자 제출한 자료를 자유로이 배열하는 여지가 남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배열은 근거 없는 선택을 뜻하지는 않는다. 같은 판결은 "공판중심주의 원칙과 전문법칙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라고 조건을 덧붙인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세 이메일이 반복 발송본인지 세 번의 합의인지는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정해져야 판단할 수 있다. 그 권한이 미정인 지금, 발신 계정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별개 합의를 배제하거나 반복 발송을 확정할 수는 없다.
같은 판결은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신빙성을 가린다고 설명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지급 기록의 금액과 한 이메일의 액수가 같은 점은 보강 정황으로 놓인다. 그러나 그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미정이고,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 대안 상황 역시 미정이므로, 금액 일치 자체가 하나의 증명 사슬을 완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금 뼈대에 놓인 것은 자료와 쟁점의 연결 맵이다. 각 자료가 닿는 쟁점을 표시하고, 그 쟁점들에 필요한 사실이 어떤 상태인지 적어 두되, 미정으로 남은 칸은 미정으로 둔다. 이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가 우리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뜻이 아니며, 그 간격은 연결을 검증하는 다음 문제에서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