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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의 연결망: 주장·증거·반증·대체 설명 · II-03 · 제5장 · 초판

경쟁 설명의 최선형

같은 증거를 유리하게 설명하는 경우와 불리하게 설명하는 경우를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가?

분량
약 2,800단어 · 12분
자료
조문 0 · 판결 4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5.1유리한 설명의 최선형
  3. 5.2불리한 설명의 최선형
  4. 5.3경쟁 경로의 나란한 배열
  5. 5.4증명 정도가 정하는 폭
  6. 5.5증명책임이 나누는 몫
  7. 5.6최선형의 한계와 남는 미정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같은 증거를 유리하게 설명하는 경우와 불리하게 설명하는 경우를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지를 묻는다. 유리한 설명의 최선형과 불리한 설명의 최선형을 세우고 경쟁 경로를 나란히 배열하는 방식을 살핀다. 증명 정도가 정하는 폭과 증명책임이 나누는 몫, 최선형의 한계와 남는 미정을 다룬다.

5.1유리한 설명의 최선형

남의 소송 결과를 빌려오지 못한다는 경계를 지나, 이제 같은 자료를 우리 쪽에 가장 유리한 모양으로 엮는 일을 살펴본다. 세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하나의 변경 합의로 묶는 설명을 어떻게 세워야 하며, 그 설명에 어디까지를 채워 넣을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여기에는 자유심증주의가 허용하는 판단의 폭과 민사소송이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가 함께 작용한다.

우선 자료에 의한 사실 인정이 어디까지 자유로운지에 관해,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거의 증명력 판단 주체를 가르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증거의 선택과 평가가 법관에게 맡겨져 있으되 그 폭이 무제한은 아님을 확인한다. 곧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하나로 묶어 읽는 해석을 관철시킬 수 있다.

다만 이 자유는 자료의 내용을 새로 만들어 내는 권한이 아니다. 같은 판결이 정한 경계는, 증거 능력을 갖춘 증거들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쓰고 그 실질적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하되, 충분한 증명력의 증거를 합리적 근거 없이 내치거나 객관적 사실에 명백히 어긋나는 증거를 이유 없이 받아들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되었다는 우리 측의 설명은 세 이메일의 발신 계정이 같다는 자료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이나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미정이므로, 이 설명에 계약 조항이나 권한의 범위를 끼워 넣어 보충하면 그 보충은 자료에 근거하지 않는 채택이 된다. 결국 우리 측이 세울 수 있는 설명은, 세 이메일이 같은 계정에서 나온 점과 지급 기록의 금액이 그중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다는 점을 이은 것까지만이다.

그런데 이 설명을 민사소송에서 사실로 인정받으려면 자유심증의 폭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증명의 정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이 기준에 따르면, 가능한 설명 가운데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사실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유리한 설명은 그 자체로 고도의 개연성에 이른 것이 되어야 한다.

같은 판결은 의심과 증명을 구별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했을 상당한 가능성이 의심되지만 그 의심만으로는 원고 측 주장의 전제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화재 원인이 상대방의 과실에 있음을 보일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이 사례에서 상당한 가능성이 의심으로 남은 채 그쳐도 입증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 사안에서 세 이메일의 동일 계정 발신과 금액 일치가 상당한 가능성을 가리킬 수는 있으나, 이것이 변경 합의가 한 번만 성립되었다는 사실의 증명에 이르렀는지는 별도로 가려야 한다. 미정으로 남은 지급 기록의 귀속 거래와 계산서의 기준 시점이 그 판단에 함께 놓인다.

그러므로 우리 측이 세울 설명은 자료가 붙인 뼈대 위에만 서야 한다. 세 이메일이 한 문안의 반복이라는 해석은 같은 계정 발신과 금액 일치라는 두 자료를 엮어 만든 가장 유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성립 시점과 권한 범위가 미정인 채로, 이 해석은 자료가 채우지 못한 자리를 메운 사실을 포함할 수 없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를 지키는 한에서만, 이 설명은 유리한 최선형으로 놓인다.

5.2불리한 설명의 최선형

우리 측에 유리한 경로를 세운 데 이어, 같은 자료를 상대측이 읽는 방식을 그쪽에 가장 유리한 모양으로 놓아 보아야 한다. 즉 세 건의 이메일을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 아니라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보는 설명을, 그 설명이 갖출 수 있는 가장 강한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다만 상대측이 주장하지 않은 사실이나 근거를 끼워 넣어 설명을 보강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 작업의 경계를 먼저 가른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에 관해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다. 법관은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로이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상대측이 세 이메일을 세 합의로 읽는 방식 자체는 자유심증의 영역에서 얼마든 설 자리를 가진다. 그러나 그 자유는 무한정이 아니어서, 같은 판결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한계를 함께 그어 둔다. 이 한계가 바로 상대측 설명의 최선형을 그릴 때 지켜야 할 외곽선이다.

그 외곽선 안에서 상대측의 설명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힘은 자료가 스스로 가지고 있다. 세 이메일은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이 자료 배열에 대하여 상대측은 발신 계정에 변경 합의를 체결할 권한이 있었고, 지급 기록은 그 합의에 따른 이행이며, 계산서는 그 이행을 전제로 손해를 산정한다는 식으로 이을 수 있다. 같은 달에 작성된 이메일 세 건이 서로 다른 합의를 각각 증명한다는 설명은, 자료 사이의 숫자 일치를 근거로 삼는 한에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대측이 채우지 못한 자리가 남는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모두 미정이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필요한 사실의 증명의 정도에 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힌다. 같은 판결은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나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울러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로 이어진다. 이 자료만으로 상대측 설명에 빈칸을 메울 근거가 채워졌는지, 상당한 가능성에 머무는지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렀는지는 이 단계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측이 세 이메일을 세 합의로 본다는 설명을 최선형으로 놓는 일은, 그 설명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만 남기고 약하게 만드는 요소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위에서 밝힌 자료의 배열 그대로 두고, 그 배열이 상대측에게 무엇을 얼마나 뒷받침하는지를 그대로 표시하는 일이다. 미정으로 남은 자리를 임의의 사실로 채우면 그 설명은 최선형이 아니라 새로 지은 설명이 된다. 상대측이 주장하지 않은 권한 범위나 합의 시점을 끼워 넣어 세 합의의 경로를 더 매끄게 다듬는 것은 이 작업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 빈칸은 빈칸으로 남긴 채, 같은 자료 위에서 두 설명이 어디에서 갈라지는지를 밝히는 일로 넘어가야 한다.

5.3경쟁 경로의 나란한 배열

설명의 최선형을 따로 놓아 보았으면 이제 두 경로를 같은 자료 위에 겹쳐 놓고,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지 표시해야 한다. 이 작업에는 증거를 취사선택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법관의 판단 범위가 그 기준이 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가 정한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두 경로는 같은 자료를 두고 각자의 배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채택과 평가의 틀 안에 나란히 놓인다.

경로의 출발점은 같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전문가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 반복 발송이라는 경로는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결과로 놓는다. 별도 합의라는 경로는 세 건을 각각 성립한 별개의 합의로 놓는다. 앞 절에서 상대측에 가장 유리한 모양으로 놓아 보았던 별도 합의 설명이, 이 둘 가운데 한 갈래로 자리를 잡는다.

두 경로가 처음 갈라지는 지점은 이메일 건수를 무엇으로 세는가이다. 반복 발송 경로에서는 발신 건수가 아니라 담긴 문안이 하나이므로 변경 합의는 하나가 된다. 별도 합의 경로에서는 발신 시점마다 각각의 의사표시가 있었으므로 합의도 셋이 된다. 이 대목에서 대법원은 자유심증의 범위를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어느 쪽을 채택하든 그 배치를 뒷받침할 합리적인 근거가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갈라지는 곳은 각 이메일의 법적 의미이다. 반복 발송 경로에서는 뒤의 두 건이 첫 번째 문안의 반복에 지나지 않으므로, 지급 기록의 금액과 일치하는 한 건의 액수는 하나의 거래에 관한 것이 된다. 별도 합의 경로에서는 세 합의 각각에 대응하는 의사와 이행이 있으므로, 그 금액이 어느 합의에 관한 것인지 따로 특정해야 한다. 그런데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이고,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도 미정이다. 이 사실들은 두 경로 어느 쪽에도 아직 놓이지 않았다.

마지막 갈림길은 손해액 계산의 위치이다. 반복 발송 경로에서는 변경 합의가 하나이므로 계산서가 쓴 금액은 하나의 출발값이 된다. 별도 합의 경로에서는 셋 가운데 어느 합의의 이행액인지에 따라 출발값이 달라진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도 미정이므로, 두 경로는 이 지점까지 같은 자료를 나란히 놓고 선만 그어 둔다. 어느 경로가 옳다고 단정하지 않고, 경로의 분기점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이 나란한 배열의 역할이다.

5.4증명 정도가 정하는 폭

나란히 놓인 두 경로 중 어느 쪽에 법원이 이르러야 하는지는, 승인을 요구하는 증명의 높이가 어디에 놓이는지에 달려 있다. 민사소송에서의 증명 정도는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다시 말해 확실함이 아니라 통상인이 의심하지 않을 고도의 개연성이면 족하며, 이 문턱이 반복 발송과 별도 합의 가운데 어느 쪽을 밀어 올리고 어느 쪽을 멈춰 세우는지를 가른다.

같은 판결은 문턱에 다다르지 못한 경우도 보여준다. 화재 원인에 관하여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나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울러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로 판시하였다.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지 못하고, 도달하지 못한 쪽이 손해 배상을 청구한 원고였다면 그 주장을 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한데 모아 보더라도 그 자료가 어느 설명에 훨씬 가깝게 놓이는지에 대한 의심만으로는 상대측의 설명을 승인하기에 모자랄 수 있다.

증명의 요구 수준은 형사에서 다르게 놓인다.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은 형사재판의 증명력 정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확신을 주지 못하면 의심이 남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돌아가며, 민사의 고도의 개연성과는 문턱의 높이가 다르다. 다만 이 문턱은 형사사건의 증거 증명력에 관한 것이고, 민사인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 사건에 그대로 옮겨 놓을 수는 없다.

같은 형사 판결은 확신의 요구 대상도 구체적으로 특정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합의의 성립 시점과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가 특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면, 민사라 하더라도 변경 합의의 일시를 밝히지 못한 채 세 이메일을 묶어 세 번의 합의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볼 때 증명 정도는 최선형의 폭을 넓히거나 좁힌다.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라는 설명과 세 번의 별도 합의라는 설명은 나란히 놓인 채 어느 쪽이 통상인의 의심을 거두는지로 판정된다. 민사 사건이므로 형사의 확신 기준을 끌어와 우위를 가를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민사의 고도의 개연성이 정해진 결론을 미리 주는 것도 아니다.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대응하는 거래,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아직 미정으로 남는다.

5.5증명책임이 나누는 몫

경쟁하는 설명에 대한 최선형의 폭을 정하려면, 어느 쪽이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 먼저 정해야 한다. 앞서 본 증명 정도의 요구 수준이 최선형의 폭을 가르는 만큼, 증명책임의 소재는 그 폭을 실제 부담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이 점을 살피기 위하여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이 부인대상 행위 당시의 악의에 관한 증명책임을 나눈 방식을 예로 든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민사에서의 증명 정도를 먼저 이렇게 밝힌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같은 판결은 화재의 원인이 원고 측 주장에 있다는 점에서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를 함께 제시한다. 증명이 모자란 때에는 그 사실을 원용하려는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뜻이 여기에 담겨 있다.

부인대상 행위 당시의 악의에 관하여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수익자와 채권자의 경우를 각각 다룬다. 수익자의 악의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고 하여, 반대 사실의 부담을 수익자에게 지운다. 채권자의 경우에도 "채권자는 채무자가 행위 당시 다른 회생채권자 등과의 평등을 해하게 되는 것을 알았다고 추정되므로, 채권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고 선의의 증명을 채권자의 몫으로 둔다. 반면 전득자에 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전득자의 악의에 대한 증명책임은 전득자에 대한 부인권을 행사하는 관리인에게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고 하여, 악의 그 자체를 행사자가 밝히도록 한다. 추정이 걸리는 쟁점과 걸리지 않는 쟁점에 따라 부담의 방향이 바뀌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 구조를 지금의 장면에 옮겨 보되, 해지와 손해배상의 요건에 대한 책임 배분을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이 한 합의인지 세 합의인지는 각 설명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어디에 놓이는지에 따라 살필 일이고, 지급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는 어느 쪽 설명의 근거로 쓰이는지에 따라 그 몫이 달라진다. 다만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 사례의 책임 배분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보아도 증거의 몫을 나누는 일은 어느 설명이 더 그럴듯한지를 가리는 일과는 별개로, 무엇을 어느 쪽이 밝혀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는 일이다. 악의에 관한 추정의 유무가 부담의 방향을 뒤집듯, 쟁점마다의 증명책임 소재가 최선형의 폭을 실제 주장의 짐으로 바꾼다. 최선형을 세우는 일과 그 몫을 나누는 일은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5.6최선형의 한계와 남는 미정

증명책임이 어느 설명의 몫인지에 따라 나뉘는 구조를 읽은 뒤에는, 양측이 각자 세운 설명의 최선형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묻게 된다. 상대측은 세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읽고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이 앞설지에 앞서, 자유심증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자유심증주의에 관하여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의미와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같은 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도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은 사실 인정을 문제 삼았다. 이 두 판단에 비추면, 유리한 설명을 세우는 일 자체는 법관의 심증에 맡겨져 있으되, 그 심증이 객관적 사실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세 이메일을 세 합의로 읽든 반복 발송으로 읽든, 그 선택은 자유심증 안에서 허용되지만 같은 발신 계정이라는 사실을 합리적 근거 없이 지워 버리면 그 한계를 넘는다.

다음으로 증명력의 정도가 어느 선인지에 관하여, 같은 2010도14487 판결은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판결은 이어서 특정된 범죄의 일시에 관하여 "그러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다른 시기에 범행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덧붙였다. 범죄 일시를 방어권의 주된 대상으로 삼은 이 태도는, 우리 장면에서 합의가 성립한 시점이 쟁점으로 남는 경우와 구조가 닿아 있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이 미정인 지금, 어느 쪽 설명이 개연적으로 들리는지만으로 그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에 관하여도 같은 판결의 태도가 비쳐진다.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를 살피라고 한 취지는, 금액이 우연히 일치하는 사정을 설명의 근거로 삼을 때에도 그 일치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따져보라는 뜻으로 읽힌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다는 점은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에도 붙을 수 있다. 그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그 금액 일치만으로 지급 기록을 특정 거래에 묶어 두는 것은 남는 미정을 지우는 일이다.

전문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계산서는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그 금액을 삼고 있지만, 그 출발값이 어느 시점의 상태를 반영하는지, 대안 상황이 무엇을 전제하는지는 미정이다. 자유심증이 허용하는 선택의 폭 안에서 계산서를 채택할 수는 있으나, 그 채택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까지 함께 확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유리한 설명과 불리한 설명의 최선형을 세우는 일만으로는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지급 기록의 대상 거래, 계산서의 기준 시점이 정해지지 않는다. 최선형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남는 예외를 어떻게 다룰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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