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예비 주장 사이의 사실 모순과 근거 상실을 감안할 때, 판단자에게 제시할 실제 선택지는 무엇이며 어떤 주장을 철회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예비 주장의 양립과 모순, 철회와 수정의 조건, 판단자에게 놓인 선택지를 차례로 살핀다. 자료의 존재와 근거의 새로움, 새로움의 기준과 철회의 경계를 다룬다.
12.1예비 주장의 양립과 모순
남은 주장을 축별로 나눈 뒤에 남는 문제는, 그 축들 가운데 어떤 것이 서로 양립하고 어떤 것이 같은 사실에 모순되는지의 판단이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처분권주의를 두면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어 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요구하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신청된 범위가 정해진 뒤에야 예비 주장들의 관계를 읽을 수 있다.
우리 측이 제출한 변경 이메일은 최종 합의의 근거로 내세워진다. 그러나 문건이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그 문건이 어떤 사실을 뒷받침하는지에 대한 평가와 뒤섞이면 곤란하다.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므로, 어떤 문건이 이 사건의 합의 내용에 적용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상대방도 같은 자료들을 상반된 방향에서 읽고 있으므로, 사실 모순의 확인은 어느 한쪽의 설명만으로 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문은 아울러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36조)고 덧붙인다. 이 사건에서 예비 주장들의 양립과 모순은 바로 그런 사실상·법률상 사항에 놓인다. 따라서 어떤 주장이 유지되고 어떤 주장이 철회되어야 하는지는, 먼저 쟁점을 분명히 한 뒤에 판단할 일이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는 상대방이 서술하는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 우리 측은 그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그러나 대조표는 두 사건을 나란히 놓아 보여 줄 뿐,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그 판례의 판단이 여기에 이르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정해지지 않은 사실을 양립의 근거나 모순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제203조가 그어 놓은 경계이다. 예비 주장들은 서로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으나, 신청되지 않은 사항으로 확장될 수는 없다. 우리가 변경 이메일에 두는 기대 역시 문건의 제출 사실과 그 문건의 법적 평가 사이를 구별한 뒤에 확인할 일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어느 주장이 양립 가능하고 어느 주장이 같은 사실에 모순되는지의 판단은 이후에 열릴 절차에 맡겨진다.
12.2철회와 수정의 조건
청구 범위 안에서 예비 주장을 가려 읽은 뒤에 남는 문제는, 그 가운데 어느 주장을 그대로 둘 것인지, 어느 주장을 거둘 것인지, 그리고 남긴 주장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지이다. 이 문제는 2015년 작성 계약서와 2016년 변경 이메일이 함께 제출된 사정과 맞물려, 어떤 주장에 그대로 근거가 남아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상태에서, 우리 측이 내세운 변경 이메일의 의미가 흔들린다면 그에 딸린 주장도 함께 손보아야 한다.
철회의 경계를 먼저 긋는 조항은 민사소송법 제203조이다. 법원의 판결 범위를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으로 묶어 두는 취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문을 옮기면, "제203조(처분권주의)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 이 규정은 주장의 철회가 그 주장이 담고 있던 사항을 심판 범위 밖으로 빼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이 특정 근거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신청한 해지와 배상의 청구 자체는 여전히 심판 대상에 남는다.
철회한 자리를 메우는 수정은 새로 신청한 사항을 심판 범위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으므로, 그 폭이 넓어질수록 제203조가 경계로 삼는 선에 닿는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이 변경 이메일을 최종 합의로 설명하면서도, 계약서의 작성 시점과 자금 기록의 흐름이 이메일과 어긋난다고 보아 그 설명을 수정한다면, 수정된 설명이 새로운 청구의 창설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된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수정의 방향을 밝히는 절차의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136조이다. 재판장의 질문과 촉구, 당사자의 설명 요청, 간과된 법률 사항에 대한 의견 진술 기회를 함께 확인하기 위하여 조문을 옮기면, "①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 ③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④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이 조문은 재판장이 먼저 밝힌 사항에 한해 당사자가 설명과 증명으로 응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 제1항과 제3항이 정한 질문과 촉구의 틀 안에서 수정의 방향이 잡히며, 제4항은 법원이 인식한 법률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낼 기회를 별도로 보장한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주장의 철회와 수정은 두 가지 선을 함께 지키며 이루어진다. 하나는 제203조가 긋는 신청 사항의 선이고, 다른 하나는 제136조가 정한 질문과 촉구의 틀이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한 설명은, 재판장이 밝힌 사항에 응하는 한에서 수정의 근거로 남는다. 그러나 제136조의 범위를 넘어 판단자가 요구하지 않은 청구의 포기나 새로운 청구의 창설은 만들어 내지 아니하며,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는 채로 둔다.
12.3판단자에게 놓인 선택지
철회와 수정의 조건을 정리한 뒤에 남는 물음은, 판단자가 석명과 구문으로 무엇을 요구할 때 그 앞에 실제로 놓이는 선택지가 무엇인지이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면서, 당사자가 요청할 수 있는 절차와 법원이 주어야 할 기회까지 함께 두고 있다. 이 네 항의 문언이 판단자와 당사자 사이에 만들어 내는 선택지를 차례로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판단자가 스스로 묻는 경우를 보면,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질문과 증명촉구를 하나의 권한 안에 두고 있으며, 사실상 사항과 법률상 사항을 가르지 않는다. 따라서 합성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다면, 판단자는 어느 문건이 최종 합의를 구성하는지에 관해 질문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증명을 촉구할 수도 있다. 이는 판단자가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는 출발점이 된다.
그 선택지가 재판장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2항은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알리고 제1항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에 따르면 합의부의 구성원도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질문과 증명촉구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그에 앞서 재판장에게 알려야 한다. 합성 사례에서 어느 문건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합의부 안에서 오간다면, 그러한 질문은 재판장에게 알린 뒤에 제기되는 것이다.
당사자가 판단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게 하는 경로도 마련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우리 측이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의 판례 인용과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한 경우, 그 대조에 대한 상대방의 설명을 요구하는 요청은 이 항에 따른 선택지에 해당한다. 판단자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판단자가 주어야 할 기회가 하나 더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여기에는 제1항의 질문·증명촉구와 달리 의무가 붙어 있다. 다만 그 대상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한 법률상 사항에 한정된다. 합성 사례에서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과 다른 점을 우리 측이 대조표로 정리하지 않았다면, 판단자가 그 법적 평가에 관한 의견 진술 기회를 주는 것은 이 항에 따른 선택지가 된다.
이러한 선택지들은 판단자가 행사하는 절차적 권한이지, 새로운 청구를 만들어 내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판단자가 석명과 구문으로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어떤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에 관한 쟁점을 분명히 하더라도,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할 수 없다. 판단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질문·증명촉구·설명 요구·의견 진술 기회 부여로 구성되며, 그 경계는 이 조문이 긋고 있다.
다만 이 선택지들이 이 사건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사되었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판단자가 요구한 바에 따라 당사자가 제시하는 선택지가 어떤 범위를 갖는지에 관한 평가도 그 뒤에 남는 물음이다.
12.4자료의 존재와 근거의 새로움
선택지를 늘어놓는 데서 그치면, 그 선택지가 실제로 허용되는지는 판단하지 않은 셈이다. 자료를 손에 쥔 것과 그 자료가 확정판결을 뒤집는 근거가 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와 민사소송법 제451조의 문언을 그대로 읽어 그 간격을 확인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청구의 요건을 열거하면서 제5호에서 다음과 같이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이유로 둔다. 이 문언은 자료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것임을 함께 요구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와 자금 기록이 이 문언의 "증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문건이 "새로 발견된" 것인지는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형사소송법 조문은 다른 각 호에서 확정판결에 의한 증명을 요구한다.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를,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를 각각 재심이유로 둔다. 제7호 단서는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덧붙인다. 재심사유마다 요구되는 증명의 방식과 시점이 서로 다르므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들어 곧바로 재심이유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451조는 재심의 소의 사유를 정하면서 제1항에서 다음과 같이 선을 긋는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은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는 사유의 존부와 별개로, 이미 알면서 다루지 않은 사유는 재심으로 가져오지 못함을 뜻한다.
같은 민사소송법 조문은 제2항에서 증거에 관한 사유의 제출 시점을 한 번 더 제한한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2항은 "제1항제4호 내지 제7호의 경우에는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한다. 문서의 위조나 변조를 사유로 삼는 제6호가 이 범위에 드므로, 문건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제6호의 문턱을 넘었다고 볼 수 없다.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그 자료를 어떤 요건 안에서 제시할 수 있는지를 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놓았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각 호나 민사소송법 제451조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앞의 문언만으로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 재심사유의 문언을 읽는 자리에서 확인되는 첫 결론이다.
12.5새로움의 기준과 철회의 경계
자료를 근거로 삼는 것과 그 근거가 새로움을 갖는 것의 차이를 나누었으므로, 이제 그 새로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주장을 언제까지 붙들고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가르는지 본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둔다. 문언은 그 증거를 누구의 기준으로 새로 발견된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빈칸을 무엇으로 채우는가에 따라 주장을 유지할 근거가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바로 이 쟁점을 다룬다. 먼저 그 쟁점을 법원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 가운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을지의 문제로 정리한다. 그 결정의 판시사항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와 관련하여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적극)"[H1]이다. 여기서의 적극은 법원과 피고인 양쪽 모두에게 새로움이 요구된다는 뜻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 판단의 근거는 재심의 지위에서 끌어낸다. 위 결정의 다수의견은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S1]고 본다. 그다음 문장이 바로 유지와 철회의 경계를 긋는다. 같은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S1]고 선을 그었다. 피고인 쪽의 과실이 새로움을 잃게 하는 지점이며, 이 지점을 지나면 주장을 붙들 근거가 사라진다.
반면 별개의견은 그 경계를 다른 곳에 둔다. 그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위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위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S2]고 본다. 여기서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S2]는 기준이 제시된다. 어느 쪽을 따르는가에 따라 우리 측이 변경 이메일을 근거로 주장할 여지의 폭이 달라진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취할 태도는 이 구분에 매인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 가운데 무엇이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문건을 앞선 절차에서 내놓지 못한 데 과실이 없는지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가 새 근거가 된다는 뜻은 아니며, 어느 시점에 어떤 문건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의 판단은 별개로 남는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기준 중 어느 쪽을 따를지, 그리고 이 사건의 문건 구성이 어느 기준 아래에서 새로움을 얻는지 역시 미정이다. 판단이 정해지기 전에는 주장을 유지할 것인지 철회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선택지로 내놓을 것인지가 확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