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만 받습니다: 이메일과 전자소송

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법리의 경쟁: 최강 반론·불리한 판례·구별 논증 · II-05 · 제14장 · 초판

가장 불리한 해석을 반영한 결론은 어디까지 남는가

법리 변경이 다른 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가장 불리한 판례를 정확히 요약한 검토자가 원문과 사실 자료로 재검토할 수 있는 결론과 그 결론이 무너지는 조건은 무엇인가?

분량
약 2,700단어 · 12분
자료
조문 7 · 판결 2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4.1법령 변경의 파급 범위
  3. 14.2재심이 열리는 조건
  4. 14.3구별 논증이 견디는 지점
  5. 14.4재검토 가능한 결론문
  6. 14.5기속력과 남는 결론
  7. 다룬 법령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법리 변경이 다른 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가장 불리한 판례를 정확히 요약한 검토자가 원문과 사실 자료로 재검토할 수 있는 결론과 그 결론이 무너지는 조건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법령 변경의 파급 범위, 재심이 열리는 조건, 구별 논증이 견디는 지점을 차례로 살핀다. 재검토 가능한 결론문과 기속력에 따라 남는 결론을 다룬다.

14.1법령 변경의 파급 범위

미확인 전제를 대조표에 올려 둔 자리는 가장 불리한 해석을 반영한 결론이 머무는 자리를 가늠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면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제출하였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과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여기서 먼저 묻는 것은 어떤 법령이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그리고 법령이 바뀌었을 때 그 파급이 이 사건에까지 미치는지이다. 법령 변경이 어떤 범위까지 효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형법 제1조 제2항이 하나의 기준을 둔다. 형법 제1조는 “②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범죄 후에 법이 바뀐 경우 신법을 적용할 요건과 범위를 정하므로, 이 사례에서 계약 관계의 법 적용을 논하기 전에 법령 변경의 파급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 판단하는 자료로 삼는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형벌법이 바뀐 경우의 기준을 규정하므로, 그 문장만으로는 이 사건의 계약 관계에 적용되는 법령의 범위를 정할 수 없다. 따라서 법령 변경이 사실관계에 미치는 시점과 범위를 별도로 묻는다면 행정기본법 제14조를 함께 읽는다. 행정기본법 제14조는 “① 새로운 법령등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법령등의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새로운 법령의 적용을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므로, 이 사례에서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함께 놓고 본다 해도 법령 변경이 언제 완성된 사실관계에까지 미치는지의 문제는 이 규정의 문장이 정한 범위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변경된 법령이 위반 행위의 성립과 제재처분에 미치는 범위를 살펴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14조는 “③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의 성립과 이에 대한 제재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 다만,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 후 법령등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법령등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로서 해당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등을 적용한다.”(행정기본법 제14조)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행위 당시의 법령을 원칙으로 삼되, 행위 후에 그 행위가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제재처분 기준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변경된 법령을 적용한다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경제적 손해의 규모를 계산서로 제시하더라도, 그 제재나 손해의 법적 근거가 어느 법령에 놓이는지에 따라 변경된 법령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므로, 그 근거가 되는 법령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법령 변경의 파급 범위를 형사법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적용 요건을 판시사항으로 정하였다. 그 판시사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밝히며, 아울러 “해당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을 함께 정한다. 이 판시사항은 형벌법규 자체나 그로부터 수권·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을 중심으로 적용 요건을 정하고,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의 요건을 따로 묻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그 판례가 다루는 법령이 형벌법규 자체인지 그로부터 수권·위임을 받은 법령인지, 아니면 다른 법령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판시사항은 법령 변경의 의미 자체도 한정한다. 즉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정하여, 법령의 효력이 시한 경과로 소멸한 경우까지 형법 제1조 제2항이 말하는 법령의 변경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으나, 판례가 정한 적용 요건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남아 있다. 법령 변경이 우리 사건의 법 적용에 미치는 범위는 위 규정과 판시사항이 정한 경계 안에서만 정할 수 있고,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14.2재심이 열리는 조건

법령 변경이 파급되는 범위를 정한 데서 나아가, 확정된 결론이 다시 검토되는 절차의 문을 무엇이 여는지가 남는다. 우리 측이 변경 이메일을 최종 합의의 근거로 내세우면서도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를 구별한 것은, 그 판례가 정한 조건이 이 사건에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 설명이 견디는지 여부는 결국 재심사유가 성립하는 조건을 먼저 밝혀야 판단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는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면서, 그 사유를 이미 상소에서 주장했거나 알고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은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이 단서는 재심이 언제나 다시 열리는 절차가 아님을 뜻한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여러 문건을 제출한 경우, 확정된 결론에 대한 불복이 곧바로 재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를 재심사유로 정한다. 재심이 열리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기초가 된 판단 자체가 바뀐 경우임을 보여 준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제4호 내지 제7호의 경우에는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덧붙인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위조·변조된 증거나 거짓 진술을 근거로 삼는 사유는 별도의 확정 요건을 거쳐야 한다. 아울러 같은 조 제3항은 "항소심에서 사건에 대하여 본안판결을 하였을 때에는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심급에 따른 한계를 분명히 한다(민사소송법 제451조).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이유를 정한다. 그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이유로 들면서, 제1호부터 제4호·제6호·제7호는 각각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를 별도로 요구한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 제5호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를 다룬다. 그 판시사항은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와 관련하여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적극)"를 첫 쟁점으로 삼는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재심의 문이 열리는 조건을 법원의 인식에만 두는지, 청구한 사람의 사정까지 함께 보는지가 그 자리에서 가려진 쟁점이다.

같은 결정은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 증거의 범위"를 함께 제시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따로 떼어 보는지,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 가운데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까지 함께 보는지가 그 쟁점이다. 다수의견은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이므로, 피고인이 판결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까지 거기에 포함된다고 보게 되면, 판결의 확정력이 피고인이 선택한 증거제출시기에 따라 손쉽게 부인될 수 있게 되어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그 결과 피고인이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증거는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결론이 무너지고 다시 검토되는 절차가 예외적인 비상구제에 그친다는 전제가 그 문장에 담겨 있다.

다만 그 판례의 별개의견은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위 조항에 정한 새로운 증거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는 것은 위 조항의 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아울러 명백성의 판단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우리 측이 설명한 변경 이메일의 지위와 상대방이 제출한 문건들이 각각 재심사유의 어느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달렸다. 자료가 제공된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14.3구별 논증이 견디는 지점

구별 논증의 법리가 법원에 받아들여지려면, 시점과 문건 구성의 차이가 판시사항이 요구하는 요건과 맞물려야 한다. 앞서 본 재심사유의 엄격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대조표로 정리한 차이도 법적 구별 사유로 성립하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제시한 구별의 기준을 원문 그대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사항 [1]은, 범죄 후 법령이 변경된 경우 신법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을 몇 층위로 나누어 적시한다. 그 첫째 층위는 형벌법규 자체의 변경이다. 판시사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에 관하여 규정한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의 변경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종전 법령이 범죄로 정하여 처벌한 것이 부당하였다거나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변경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원칙적으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하였다. 이에 따르면 변경의 동기를 묻지 않고 결과로서 범죄의 성립이나 형의 경중이 달라졌는지가 판단의 축이다. 이 사건에서 변경 이메일이 계약 당사자의 권리 의무를 실제로 바꾸었는지는 바로 이 축에 놓인다.

둘째 층위는 위임받은 하위 규범의 변경이다. 판시사항은 "이러한 법리는, 형벌법규가 고시 등 행정규칙·행정명령, 조례 등에 구성요건의 일부를 수권 내지 위임한 경우에도 그 고시 등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으로 정리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문서 중 변경 이메일이 계약서상 위임된 사항을 다룬 것이라면, 그 문서의 시점이 원계약서보다 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합의를 뒤집는 요건을 충족한 것인지 추가로 따져야 한다. 반면 변경 이메일이 위임의 범위를 벗어났다면 구별의 근거는 오히려 우리 측에 유리하게 정리된다.

셋째 층위는 다른 법령의 변경과 법령의 실효이다. 판시사항은 "해당 형벌법규 자체 또는 그로부터 수권 내지 위임을 받은 법령이 아닌 다른 법령이 변경된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과 "스스로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하여 효력의 상실을 예정하고 있던 법령이 그 유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효력을 갖지 않게 된 경우가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을 함께 제시한다. 여기서 주어진 요건과 소극의 결론은 우리가 대조표에 적어 둔 문건의 작성 시점 차이와 직접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시점 차이 자체를 구별 사유로 삼으려면, 그 차이가 어떤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충족시키지 못하는지를 따로 밝혀야 한다.

우리 측은 대조표로 상대방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판시사항이 규정한 요건과 사실관계의 차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차이의 목록이 곧바로 구별의 성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14.4재검토 가능한 결론문

구별 논증이 어디까지 견디는지를 따진 뒤에 남는 것은, 그 논증을 거친 결론이 검토자 앞에서 다시 읽힐 수 있는 형태인가라는 물음이다. 결론문이 원문과 사실 자료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리표를 남기지 않으면, 앞에서 세운 구별은 요약으로 그치고 만다. 이에 판결서에 남겨야 할 기재를 법문에서 확인하고, 사실 인정의 한계를 그어 둔 판시사항을 함께 읽어 본다.

우선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의 기재사항을 열거한다. 그 가운데 이유에 관한 항목이 어떤 수준의 판단 표시를 요구하는지 다음과 같다.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 다만 이 간략 표시는 각 호에 정한 판결에 한정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이 기준이 된다.

판결서의 이유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같은 조 제2항이 다음과 같이 정한다.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 이에 따르면 결론문은 주문이 정당함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당사자의 주장과 공격·방어방법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검토자가 원문의 어느 대목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면, 그 판단 표시는 요건을 다 채우지 못한 것이다.

판결서에는 이 밖에도 기재할 항목이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 3.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4. 이유 5. 변론을 종결한 날짜. 다만,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날짜 6. 법원". 서명날인에 지장이 있는 때의 처리도 같은 조 제4항에 두었다. 이렇게 남겨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으므로, 결론문은 그 항목 사이에서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를 짚어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재는 사실 인정의 새 기준을 만들지 않는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1] 형사소송법 제308조에서 규정하는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판시사항으로 삼았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은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인정이 자유심증에 속하는 범위를 정한 대목이다.

같은 다수의견은 그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계를 벗어난 판단은 달리 다스려야 하지만, 그 한계 안에서 사실 인정을 새로 정할 것은 없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는 무엇이 적용되는지 미정이고, 어떤 판단 표시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 적어 두어야 한다. 어느 문건이 기준이 되는지, 우리가 세운 구별이 사실 자료의 어디에 닿는지, 가장 불리한 해석이 어느 항목에 반영되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앞에서 확인한 구별 근거가 설득력을 잃는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을 결론문에 옮겨 적고, 판시사항과 원문에 없는 사실을 채워 넣지 않는다. 자료에 남은 문장만으로 되짚을 수 있을 때, 그 결론은 비로소 재검토될 수 있다.

14.5기속력과 남는 결론

재검토 가능한 결론문을 세웠으니, 이제 법리 변경이 밀려들어와도 결론의 어느 부분이 남는지를 정할 차례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들이밀었다.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그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며,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결론의 나머지가 무엇인지 묻기 전에, 먼저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조문에서 읽어야 한다.

사건 내부에서 하급심을 묶는 힘은 법원조직법에서 나온다. 그 제한을 분명히 하기 위해 법원조직법 제8조(상급심 재판의 기속력)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선언한다. 이 기속력은 '해당 사건'에 묶인다. 그러므로 상급심이 판결서에 남긴 판단은 그 사건의 심리를 맡은 하급심을 구속할 뿐이며,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작성 시점이 얽힌 이 사건의 문건 선택은 그 판단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질 문제다. 다른 사건에서 인용된 판례는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여부가 미정이고, 그 적용은 이 조문이 담보하는 범위 밖의 일이다.

법리 변경이 한 사건의 테두리를 넘어 다른 권의 결론에까지 미치는 경우는 헌법재판소법이 따로 정한다. 그 효력을 확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제47조(위헌결정의 효력)는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정하고, 아울러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정한다. 형벌에 관한 법률에는 소급이 예외로 붙는다. 같은 조문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해당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대하여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고 하고, "제3항의 경우에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고 이어진다. 다만 이 사례는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에 관한 민사 분쟁이므로, 형벌 조항의 소급과 재심 규정은 이 사건의 결론에 끼어들 부분이 아니다.

개별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이 미치는 힘도 그 대상을 조문이 한정한다. 그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제75조(인용결정)는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하면서, "제3항의 경우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해당 재판을 취소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고 정한다. 확정된 결론이 이미 난 사건의 경우에도 같은 조문은 "제68조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고 경로를 남긴다. 요컨대 헌재결정은 취소된 재판의 틀 안에서 다시 심판할 방향을 주고, 이미 확정된 결론을 되돌리는 길은 따로 마련한다.

이 사례에서 가장 불리한 해석을 반영한 결론은 이 경계선 안에서만 남는다. 가장 넓게 읽어도,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된다는 사실은 확정되지 않았고,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와 제75조가 정한 기속의 대상 안에 머문다. 따라서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의 결론은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판단이 확정되는 범위에서 정해질 뿐이고, 상대방의 주장에 섞인 법리 변경의 파급을 이유로 다른 권의 결론을 대신 확정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미확인 자료로 결론을 보완할 수도 없다. 결국 남는 것은 재검토 가능한 결론문에 적힌 범위와, 그 범위를 넘는 물음이 미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지금 읽는 곳은 PRO SE입니다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