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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의 경쟁: 최강 반론·불리한 판례·구별 논증 · II-05 · 제4장 · 초판

판결에서 무엇을 떼어 놓고 읽어야 하는가

불리한 판례의 결론·이유·사실관계를 분리한 뒤 판시 범위를 넘는 일반화를 찾아내려면 어디부터 확인해야 하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2 · 판결 2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4.1판결문을 이루는 기재 덩어리
  3. 4.2다른 소송 판결을 끌어오는 범위
  4. 4.3기판력이 미치는 판시의 자리
  5. 4.4합의체 판결의 의견 구성
  6. 4.5판시 범위를 넘은 일반화
  7. 4.6단정을 유보한 판단기준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불리한 판례의 결론·이유·사실관계를 분리한 뒤 판시 범위를 넘는 일반화를 찾으려면 어디부터 확인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판결문을 이루는 기재 덩어리, 다른 소송 판결을 끌어오는 범위, 기판력이 미치는 판시의 자리를 차례로 살핀다. 합의체 판결의 의견 구성, 판시 범위를 넘은 일반화, 단정을 유보한 판단기준을 다룬다.

4.1판결문을 이루는 기재 덩어리

가장 강한 반론을 고른 뒤에는 그 반론이 붙어 있는 판결문 자체를 먼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결의 어느 부분이 이 사건의 어떤 주장과 맞물리는지 헤아리려면, 판결문을 하나의 덩어리로 통째로 읽어서는 안 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따로 적고 있으므로, 그 나눔을 따라 판결문을 읽는 편이 순서에 맞다.

판결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법이 정한 바는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은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 3.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4. 이유 5. 변론을 종결한 날짜. 다만,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날짜 6. 법원" (민사소송법 제208조)이라 정한다. 이 여섯 항목은 나란히 놓인 낱개의 목록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기재 덩어리들이다. 판결문을 읽을 때 먼저 주문을 찾아 그 판결이 무엇을 선언했는지 잡고, 이어서 사실의 표시와 증거의 표시, 그리고 이유를 각각 떼어 놓는다.

판결문을 떼어 읽는 작업에서 주문은 최종의 결론 덩어리이고, 이유는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판단 덩어리이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 고 요구한다. 이유는 주문을 정당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판단을 표시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유에 적힌 문장이 이 사건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 따질 때에는, 그 문장이 주문을 정당화하는 판단인지 아니면 주문에 직접 닿지 않는 부수적 표시인지부터 구별하여야 한다.

법이 정한 목록 가운데 사실의 표시와 증거의 표시가 따로 호로 놓여 있지 않다는 점도 짚어 두어야 한다. 조문에 확인되지 않는 판결문의 구성을 새로 만들어 내지 않으므로, 어떤 기재 덩어리가 조문에 열거되었고 어떤 것이 열거되지 않았는지는 조문의 문구 그대로 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판결문에서 사실과 증거의 자리를 따로 떼어 두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문건이 사건의 사실로서 적혔고 어떤 문건이 증거로 표시되었는지에 따라, 대조표의 한 줄이 닿는 자리가 달라진다.

한편 판결서를 간략하게 작성할 수 있는 경우도 법률이 따로 두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 1. 제257조의 규정에 의한 무변론 판결 2. 제150조제3항이 적용되는 경우의 판결 3. 피고가 제194조 내지 제196조의 규정에 의한 공시송달로 기일통지를 받고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판결" (민사소송법 제208조)이라 정한다. 이 예외는 제1심 판결로 한정되어 있고,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조문에 정해져 있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결이 이 예외 가운데 어느 하나에 걸리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다만 판결문을 떼어 읽는 작업은, 판결이 어떤 형식으로 작성되었는지부터 확인한 뒤에 시작하는 편이 좋다. 무슨 문건이 적용되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에 대한 답은, 판결문의 기재 덩어리를 이처럼 나누어 놓은 뒤에 비로소 물을 수 있다.

4.2다른 소송 판결을 끌어오는 범위

판결문을 주문·사실의 표시·증거의 표시·이유로 나누어 읽는 방법을 확인한 뒤, 이제 다른 소송의 판결을 이 사건에 끌어올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살핀다. 상대방은 다른 민사소송의 판결을 근거로 들며 그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까지 이 사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어디까지 맞는지를 따져 보려면, 판결 그 자체의 존재와 판결 이유를 이루는 사실관계를 먼저 분리하여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이 구분을 뚜렷하게 세운다. 판시사항 [1]은 다른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다. 이에 대해 그 판결은 "[1]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확정판결의 존재는 그 자체로 현저한 사실이지만, 그 판결 이유 안에 담긴 사실관계는 유력한 증거에 그치고 반증을 받아 배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 판결은 확정판결의 존재와 이유 중 사실관계를 현저한 사실로 함께 묶은 하급심의 판단을 바로잡았다. 판시사항 [2]에 따르면, "[2]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이유 중의 사실관계를 현저한 사실로 본 데에는 소송에서 심리되고 주장된 범위와 어긋나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그런데 이 대조표는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를 이 사건의 문건에 끼워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줄 뿐, 그 판례가 내린 결론을 이 사건의 쟁점에 바로 옮길 수 있는지까지 답하지는 않는다. 위 판결이 확정판결의 존재와 이유 중 사실관계를 구별하였으므로, 상대방이 내세운 판례의 결론과 그 결론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를 각각 무엇으로 끌어왔는지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어떤 문건이 최종 합의를 이루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의 쟁점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정리한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한 덩어리로 다루지 않는 한, 다른 소송의 판결을 끌어오는 범위는 좁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어떤 근거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내세우는지와 어떤 근거를 증거로 제출하여 심리를 구하는지를 나누어 주장하는 것이, 이 구분에서 도출되는 태도이다.

4.3기판력이 미치는 판시의 자리

확정된 판결을 어디까지 끌어오던 논의에서 남는 물음은, 그 판결의 어느 자리가 확정의 힘을 받는가이다. 기준은 민사소송법 제216조에 놓여 있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은 판결 전문의 힘이 미치는 자리를 한정하여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한다. 이 정함은 판결 전문에 적힌 내용 중에서도 주문에 포함된 사항만이 기판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판결문에 함께 적힌 판단의 전제가 문언상 아무리 분명해 보여도, 그 판단은 주문에 포함되지 않는 한 기판력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판단의 전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제216조 제2항은 판단의 전제에 관한 특별한 정함을 두어,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한다. 이 규정은 대항한 액수를 한도로 판단의 전제에 기판력이 인정되는 예외의 자리를 보여 준다. 예외의 범위를 넓혀 읽으면 제1항의 한정이 흔들리므로, 액수의 한도는 인용문 그대로 지켜진다.

그러면 판시사항의 자리를 확인하는 순서는 세 단계로 정리된다. 먼저 판결의 주문에 무엇이 담겼는지를 적힌 대로 읽는다. 이어서 주문에 포함된 사항의 판단 근거가 되는 전제가 어디까지 놓이는지를 확인한다. 끝으로 제2항의 예외가 해당되는지, 즉 대항한 액수의 한도 안에 판단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 순서는 앞에서 살핀 다른 소송의 확정판결 그 자체와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나누는 작업과 결을 달리한다. 앞 작업은 외부 판결을 끌어오는 범위를 정하는 문제이고, 여기서 다루는 것은 판결 자체의 어느 자리가 힘을 받는가라는 문제이다.

대상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면서,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어느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는 미정이다. 어떤 문건이 우선하는지에 대한 자료의 사실을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판결 주문에 포함된 사항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는, 판시의 자리를 찾는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판결문에 적힌 판단은 제216조 제1항에 따라 주문의 경계 안에서만 힘을 받고, 제2항의 액수 한도는 그 경계에 예외를 더하는 자리로 남는다. 이 사건에서 주문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판결문의 적힌 내용에서 확인해야 하며, 지금 단계에서 그 경계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4.4합의체 판결의 의견 구성

판시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도 남는 물음은, 합의체 판결에 실린 여러 의견 가운데 무엇을 그 판결의 이유로 삼아야 하는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우선 법률이 재판서에 무엇을 표시하도록 요구하는지부터 봐야 한다.

법원조직법 제15조는 대법원 재판서에 담길 의견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대법원 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 이 조문은 합의에 관여한 대법관이 여럿일 때, 그 의견을 재판서에 표시할 것을 요구한다. 재판서에 실리는 의견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전제가 이 조문에 이미 들어 있다.

그렇다면 재판서 안에 놓인 의견들은 각기 다른 자리를 가진다. 다수를 이룬 의견은 그 판결의 결론을 세운 근거를 이루고, 그에 따르지 않은 대법관의 의견은 그 대법관 개인의 견해로 남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판결을 인용하면서도, 인용한 문장이 다수 의견에 속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수 의견에 쓰이지 않은 문장을 그 판결의 이유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사건의 문서 구성은 판결의 의견 구성과 뒤섞이기 쉽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서로 다른 시점에 작성되어 있고, 상대방은 두 문건을 함께 근거로 내세운다.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대조표의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법원조직법 제15조는 의견의 표시를 요구할 뿐, 어느 의견을 우선할지에 관한 기준을 따로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합의체 판결에서 인용할 문장은, 그 문장이 재판서 어디에 놓였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에 옮겨야 한다. 다수 의견에 쓰인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이 같은 무게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구절을 옮길 때마다 다시 확인해야 한다.

결국 합의체 판결의 의견은 하나로 합쳐 읽을 수 없다. 다수 의견의 문장만을 그 판결의 이유로 옮기고, 그 밖의 의견은 의견의 출처를 밝힌 채 따로 둔다. 어떤 문건이 이 사건에 적용되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여전히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다.

4.5판시 범위를 넘은 일반화

합의체 판결에서 이유에 쓰이지 않은 원칙을 꾸며 내지 않는 기준을 지킨 뒤, 이번에는 상대방이 인용한 판결 자체가 어디에서 멈추는지 따져 묻는다. 상대방은 그 판결의 기준을 이 사건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 모두에 두루 적용하려 한다. 그 판결이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부터 확인하여야 한다.

그 판결은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를 이루는 사실관계를 나란히 놓고 전자의 범위를 구별하였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는 확정된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당해 재판이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관련 사건 판결의 존재와 그 판결 이유 중 사실관계의 지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 판결은 같은 방향에서 추가로 전제를 밝혔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유력한 증거라는 지위가 곧 현저한 사실로의 편입을 뜻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그 판결을 끌어와 문건의 증명력을 일반 원칙으로 묶으려면, 앞선 전제와의 관계를 먼저 설명하여야 한다.

같은 판결은 원심 판단을 평가하면서 그 전제를 구체화하였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라고 판시하였다. 판결문의 증거 제출 여부와 당사자의 주장 여부가 판단의 경계를 이루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가 각각 어떤 경로로 제출되었고 어느 시점의 주장에 대응하는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건 자체의 범위는 성문의 기준이 따로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①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 ②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216조). 기판력이 주문에 묶인다는 조문의 문구는, 이유에 나타난 사실관계까지 사안의 범위를 넓히는 논리를 그 자체로 뒷받침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인용은 그 판결이 놓였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 사이의 거리를 아직 좁히지 못하였다. 우리 측이 정리한 대조표는 그 거리를 드러내는 자료일 뿐이고,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인용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판단이 서 있지 않다. 판시의 범위를 확인한 사실과 그 적용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4.6단정을 유보한 판단기준

기준이 사실관계 밖으로 뻗어 나간 자리를 표시한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판시가 어디에서 말을 멈추는지 살필 차례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를 내부 이용 목적으로 작성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과 함께, 그 기준을 특정 문서에 곧바로 대입하지 않은 방식을 보여 준다. 그 멈춘 자리를 확인하는 일이 이 사건 문서들의 평가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가 이 자리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다.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두 단계로 나누어 제시된다. 우선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드는 모양을,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문장은 문서의 성격을 확인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그 문서에 이 사건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놓고 대조하는 작업은 이 인용이 담지 않은 별개의 판단이다.

종합적 판단의 항목을 적은 다음 문장에서 판시는 한정을 분명히 한다.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여기에서 판시는 명칭이나 작성 방식만으로 범주에 넣는 일을 경계한다. 다만 이 사건의 어떤 문서가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결정이 답을 내놓지 않는다.

거부사유에 들지 않더라도 제출 여부는 그대로 확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이 사건의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이 형량에서 어느 자리를 잡을지는 이 결정이 정해 주지 않는다.

이 결정은 대상 문서를 자기이용문서로 특정하기보다, 판단 기준과 함께 단정하지 말아야 할 조건을 적었다. 이 사건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어느 범주에 넣을지, 그리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어느 선까지 갈라지는지는 이 결정의 판시 밖에 남는다. 그 경계를 표시하는 일만으로 이 자리는 채워지며, 적용 법령과 사건 시점이 고르는 기준은 뒤에 둔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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