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같은 쟁점에 대해 문언·체계·목적 해석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낼 때, 어느 해석이 우리 주장을 가장 강하게 밀어내는지를 묻는다. 해석이 갈라지는 지점과 문언이 출발점인 까닭, 위계가 문언을 받치는 방식, 목적 해석의 한계선을 차례로 살핀다. 뒤이어 논박 대상이 옮겨가는 오류를 점검하는 기준과 가장 강한 반론을 고르는 방법을 다룬다.
3.1해석이 갈라지는 지점
재구성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경계를 확인한 뒤, 이 장은 그 뒤에서 벌어지는 해석의 대결을 다룬다. 문언·체계·목적 해석이 같은 쟁점에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면 무엇이 실제로 경쟁하는지가 이 절의 질문이다. 이 절은 세 해석의 우열을 일반 원칙으로 단정하지 않고, 충돌의 구조만을 읽는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해석이 갈라지는 지점을 권한행사의 절차와 형식에서 찾는다. 위임규정에서 특정한 절차와 방식을 벗어난 규정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지에 관하여, 그 판례는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밝혔다. 같은 쟁점에서 내용의 범위만을 보는 해석과 형식과 절차까지 함께 보는 해석이 갈라진다.
그 판례는 갈라진 해석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는지를 구체적 문언에서 확인한다. 근거조항의 문언을 들며 “개정 조항에서는 ‘사업주체는 감리자에게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절차 등에 의하여 공사감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구 주택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감리비의 지급기준 등은 구 주택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정해야 하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판시한다. 문언이 규정한 형식이 무엇인지를 먼저 읽은 뒤에, 그 형식을 지키지 못한 규정의 효력을 판단하는 흐름이 드러난다.
체계적 위치를 두고도 해석이 갈라진다. 해당 기준을 집행명령으로 보아 구 주택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 머문다는 견해에 대하여, 그 판례는 “이를 가리켜 행정관청이 일반적 직권에 의하여 구 주택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집행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본다. 규정이 담은 내용이 일반 국민의 계약자유 등을 제한한다는 점이 체계적 위치를 가르는 근거로 놓인다.
목적 해석이 다른 결론을 부르는 지점도 그 판례에 남는다. 부칙의 취지를 종전 규정의 효력을 연장하는 것으로 읽는 견해에 대하여, 그 판례는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판시한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목적을 어느 범위에 두는지에 따라 해석의 결론이 달라진다.
이러한 대립을 이 사건에 옮기면,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문언, 전체 문건의 체계, 거래의 목적이 서로 다른 결론을 가리킬 때 무엇이 경쟁하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합성 사례에서 상대방은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고,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을 최종 합의로 설명하면서 시점과 문건 구성의 차이를 대조표로 정리하였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문언·체계·목적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낼 때, 세 해석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할지는 이 절에서 단정되지 않는다. 경쟁하는 것은 해석의 결론만이 아니라, 문언에서 출발하는지 체계에서 출발하는지 목적에서 출발하는지에 관한 방향이다.
3.2문언이 출발점인 까닭
해석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무엇이 경쟁하는지를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는 문언이 왜 그 경쟁의 출발점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 상위법령이 세부사항의 정함을 시행규칙에 맡기면서 그 절차와 형식까지 함께 적어 둔 경우, 해석은 그 적힌 낱말에서 시작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바로 그런 문언을 놓고 판단을 전개하였다.
위임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먼저 읽는다. 같은 판결은 권한 부여의 방식을 두고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라고 밝혔다. 문언이 절차와 방법을 적어 두지 않았다면 형식 선택의 폭이 열린다는 뜻이다. 이 판단이 성립하는 까닭은 위임 문언 자체가 그 폭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이 적혀 있는 경우는 다르다. 같은 판결은 나아가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라고 하였다. 정해 둔 절차나 방식이 지켜졌는지를 먼저 묻는 까닭은, 위임 문언이 바로 그 절차와 방식을 조건으로 삼기 때문이다.
문언은 대조를 통해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같은 판결은 근거 조항의 바뀜을 짚으며 "구 주택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감리비의 지급기준 등은 구 주택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정해야 하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고 판단하였다. 조항에 적힌 '시행규칙'이든 '건설교통부령'이든, 문언에 붙은 형식의 낱말이 곧 이행의 기준이 된다.
문언을 먼저 읽는다고 해서 문언만으로 모든 쟁점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앞의 대조에서 보듯 문언은 문언과 나란히 놓일 때 그 범위가 드러난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함께 놓인 이 사례에서도 어떤 문언이 최종 합의를 담았는지는 미정이다. 다만 출발점이 문언에 놓이는 까닭은, 위임의 조건이 됐든 계약의 약정이 됐든 당사자가 적어 둔 낱말이 판단의 첫 자료이기 때문이다. 문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법적 평가인 것은 아니며, 문언을 읽는 일과 그 문언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로 남는다.
3.3위계가 문언을 받치는 방식
문언이 위임의 형태를 밝힌 뒤에 남는 물음은, 그 문언이 정한 형식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이다. 위임받은 사항을 시행규칙이 아닌 고시로 정한 경우에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이 밝힌 기준은, 위임의 절차와 방식이 법령 위계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리하는가를 보여 준다.
위임 문언이 권한의 내용뿐 아니라 행사 방식까지 특정했는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권한의 내용과 행사 방식이 함께 특정된 경우를 이렇게 설명한다.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고시 등 행정규칙의 효력은 행정규칙 자체에서 나오지 않고 위임 근거의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같은 판결은 권한의 절차와 방식이 특정된 경우에 예외적 인정이 사라지는 까닭을 이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준을 판결이 다룬 사안에 대조하면, 형식 선택이 효력의 존속과 직결된다는 점이 드러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감리비지급기준을 둘러싼 형식의 전환을 다음과 같이 읽는다. "‘주택건설공사 감리비지급기준’(이하 ‘감리비지급기준’이라 한다)은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의6 제6항에서 ‘사업주체는 감리자에게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감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데 근거한 것인데, 그 법률이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근거조항도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으로 변경되었고, 개정 조항에서는 ‘사업주체는 감리자에게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절차 등에 의하여 공사감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구 주택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감리비의 지급기준 등은 구 주택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정해야 하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상위법령이 요구한 형식이 바뀌었음에도 종전 형식을 유지한 문건은 위임의 방식을 벗어났고, 그 사유만으로 대외적 구속력을 잃는다.
위계 어긋남이 효력 문제로 그치지 않고 문건의 성격 판단에까지 이른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집행명령 해당 여부를 물으며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주택건설공사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을 통한 감리비의 결정방식, 총 공사비 및 감리 대상 공사비의 산정방식, 감리대가 이외 비용의 산정방식 등 사업주체가 감리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감리비의 지급기준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계약자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행정관청이 일반적 직권에 의하여 구 주택법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집행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위임의 한계를 넘은 문건이 국민의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을 때, 집행명령이라는 보호 명칭으로 성격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개별 문건의 형식을 넘어, 법령이 바뀐 뒤에도 종전 문건이 계속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가 남는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부칙의 경과 규정을 두고 이렇게 판단한다. "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전부 개정된 주택법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한 처분·절차 그 밖의 행위는 이 법의 규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이 법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 5. 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건설촉진법’이라 한다)하에서 행정관청이 내린 행정처분이나 취한 절차 혹은 행위, 또는 사업주체나 관련 이해관계인들이 취한 절차나 행위 등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같은 법에 의하여 행해진 것으로 봄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되고, 구 주택건설촉진법하에서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행정규칙, 규정이 전부 개정된 주택법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남에도 그에 구애됨이 없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계속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법적 안정을 위한 경과 규정은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문건에 대외적 구속력을 되살리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 사례에 적용하면, 어떤 계약 문건이 최종 합의를 이루는지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미정이다. 다만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를 평가할 때, 위임 문언이 정한 형식을 지켰는지, 그 형식이 이후 법령에서 바뀌었는지가 우선 확인되어야 한다. 형식이 어긋난 문건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별도의 구제 경로를 자료가 말하지 않는 한 꾸며 넣지 않으며,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그 문건의 법적 효력이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3.4목적 해석의 한계선
위계 논리가 행정규칙의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르는 자리를 확인한 뒤에는, 이 사례에서 법문의 문언과 체계가 가리키는 방향에 어떤 목적이 보태질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상대방은 계약의 목적과 변경 이메일이 남긴 경위를 들어 해지를 정당화하면서도,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은 함께 다투고 있다. 이처럼 목적을 내세우는 쪽의 논리가 문언·체계 해석의 결론을 밀어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가 다음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203조(처분권주의)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목적 해석의 자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대방이 신청한 해지와 손해배상의 범위를 벗어나, 계약의 목적이나 정책적 고려에서 새로운 쟁점을 끌어들이는 것은 처분권주의가 막는 영역에 들어간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1] 위임 근거와 형식이 어긋난 행정규칙의 효력, [2]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의 위임 형식에 따른 감리비지급기준의 효력, [3] 같은 기준이 집행명령에 해당하는지, [4] 부칙 제2조에 따른 효력 존속 여부를 차례로 다룬다. 그 가운데 위임 한계와 형식을 다룬 부분에서 판례는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행정규칙이나 규정 형식으로 법령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밝힌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이 판례가 자리를 잡은 지점은 위임 근거와 형식의 정합성이며, 목적 해석이 형식상 결함을 보완하는 역할은 맡지 않는다.
같은 판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의 근거와 한계를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는 문장으로 한정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이 문장은 위임 근거에서 나온 효력이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살아남지 못함을 분명히 한다. 목적 해석으로 효력을 새로 만들어 내는 일은 이 한계선 밖의 일이다.
나아가 판례는 효력 인정의 조건을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이는 행정규칙이나 규정 '내용'이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뿐 아니라 상위법령의 위임규정에서 특정하여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식'에 위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위법령에서 세부사항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정하였다면 그 역시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정리한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목적 해석이 형식상 결함을 치유하지 못함을 이 문장이 직접 가른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도,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대조표로 정리해 두었다. 대조표의 근거는 목적이나 정책이 아니라 문건의 작성 시점과 구성이다. 문언과 체계가 가리키는 자리 밖에서 목적을 새 근거로 삼는 일은 이 사례의 범위를 넘는다.
목적 해석이 쓰일 수 있는 자리는 문언·체계 해석이 열어 둔 범위 안이고, 그 밖의 자리는 신청한 사항의 한계에 묶인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 목적을 제시했다는 사실도 쟁점의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
3.5논박 대상이 옮겨가는 오류
목적 해석이 밀어낼 자리를 좁혀 놓았으므로, 이제 상대방의 반론이 실제로 무엇을 겨누었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는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내세우며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까닭에, 논박이 한 문건에 묶여 있지 않고 여러 대상 사이를 오갈 여지가 있다. 반론의 겨냥점이 처음에 정해 둔 것에서 벗어났다면 그 반론은 이미 다른 논의가 된다.
쟁점과 논박 대상을 먼저 고정하는 데에는 민사소송법 제136조가 쓰인다.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문의 문언은 다음과 같다. "①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또 "④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조항은 재판장이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질문을 두는 근거일 뿐이다. 즉 우리 측 입장을 보완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대신 확정하는 수단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어느 문건을 두고 쟁점이 무엇인지 묻는 일까지 석명권의 몫이지만,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인지에 대한 답을 미리 정하는 일은 아니다.
석명권으로 쟁점을 열어 둔 뒤에는 처분권주의로 그 범위를 고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그 문언을 한 줄에 담고 있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 밖의 결론을 법원이 스스로 그리는 것을 막는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신청한 범위에서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가 다뤄질 뿐, 그 밖의 새로운 사유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계약서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고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의 구성이 갈리는 이 사건에서, 신청한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논의가 생기면 그 자리는 비워 두어야 한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은 대조표로 정리해 두었다. 상대방의 반론이 그 대조표에 적어 둔 시점 차이나 문건 구성 차이를 향하지 않고 다른 대상, 예를 들어 이 사건에 없는 목적론이나 신청하지 않은 사유를 향해 옮겨 갔다면 그 반론은 처음에 세운 논박 대상에 대한 답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 그리고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반론이 어디에 닿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그치고 결론을 앞당기지 않는다.
3.6가장 강한 반론 고르기
논박 대상이 한 곳에 고정된 뒤에야 우리는 어떤 반론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 살필 수 있다. 남은 반론 가운데 우리 주장을 가장 강하게 밀어내는 것은 문언·체계·목적 중 어느 해석이며, 그 반론을 위계와 절차의 경계 안에서 어디까지 견디는가가 이 절의 물음이다.
우선 상대방이 내세운 반론은 같은 문언에서 뽑아내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위임규정에서 정한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대외적 구속력을 부정하였다. 그 판결은 “이 경우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가운데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이 문장은 형식이 갖추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그 문건의 효력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보는 쪽의 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판결은 반대편 논거도 함께 제공한다. 위임의 한계가 지켜진 경우에는 예외적이라도 효력이 인정된다는 전제를 두면서, 이 사건에 적용될 문건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는 그 전제가 성립했는지조차 말할 수 없다.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정리한 대조표는 그 자체로 반론의 세기를 평가한 결론이 아니다.
반론의 가장 약한 지점은 판례가 다룬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문언 사이에 남는 간격이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그 법률이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근거조항도 구 주택법(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24조 제6항으로 변경되었고, 개정 조항에서는 ‘사업주체는 감리자에게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절차 등에 의하여 공사감리비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해지는 계약 문건의 내용을 전제로 삼고, 그 문건의 작성 시점과 변경 이메일의 시점이 서로 다르다. 위임이 개정되었다는 사정이 이 사건의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체계적 해석에서 남는 반론도 살펴야 한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다72076 판결은 “따라서 구 주택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감리비의 지급기준 등은 구 주택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 ‘건설교통부령’의 형식으로 정해야 하므로, 건설교통부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감리비지급기준’은 구 주택법 제24조 제6항이 권한행사의 절차 및 방법을 특정하여 위임한 것에 위배되어 더 이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문건의 작성 주체가 바뀌었는데도 형식을 그대로 두었다는 점이 반론의 핵심이라면, 변경 이메일이 보여 주는 합의가 이 사건에서 그 형식을 충족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가 설명한대로 최종 합의를 보여 주는지의 여부는 미정이다.
절차적 경계를 확인하는 수단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론이 어느 문건을 전제로 삼는지, 어느 시점의 사정을 근거로 삼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석명의 절차로 그 대상을 먼저 묻는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주장을 대신 확정하는 일은 그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강한 반론은 위임의 한계를 넘었다는 지적이며, 그 반론은 문건이 확정되지 않은 한 이 사건에서 어디까지 견디는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판례가 제공한 기준은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법적 평가로 바꾸어 주지 않는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차이가 어디까지 설명되는지, 우리 측이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설 수 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