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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의 경쟁: 최강 반론·불리한 판례·구별 논증 · II-05 · 제7장 · 초판

차이가 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특정하는가

사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넘어, 그 차이가 결론을 바꾸는 법적으로 중요한 차이라는 것을 어떻게 특정하고 뒷받침하는가?

분량
약 2,900단어 · 13분
자료
조문 3 · 판결 4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7.1유사 사실과 중요한 사실
  3. 7.2요건에 대응하는 차이
  4. 7.3시점 차이의 법적 의미
  5. 7.4증거 취득 경로의 차이
  6. 7.5문서 이용 목적의 구별
  7. 7.6구별 근거의 뒷받침 요건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사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넘어, 그 차이가 결론을 바꾸는 법적으로 중요한 차이라는 것을 어떻게 특정하고 뒷받침하는지를 묻는다. 유사 사실과 중요한 사실의 구별, 요건에 대응하는 차이, 시점 차이의 법적 의미를 차례로 살핀다. 증거 취득 경로의 차이, 문서 이용 목적의 구별, 구별 근거의 뒷받침 요건을 다룬다.

7.1유사 사실과 중요한 사실

유효기간 만료의 소극 결론이 구별의 지점으로는 부족하다는 표시를 받아, 이번에는 판례가 정한 요건의 항목을 하나씩 훑어 본다. 표면상 다른 사실을 나열하기 전에, 그 차이가 요건의 충족 여부를 실제로 바꾸는지를 먼저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요건의 항목을 세우는 출발점으로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설명을 옮기면,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같은 판결이다. 이 인용에서 판례가 내세운 요건은 행위, 인식, 이익, 손해이며, 각 항목의 충족 시점이 실행의 착수와 기수를 가른다.

같은 판결은 나아가 구체적 사안의 사실이 왜 요건의 충족에 관계되는지 설명한다. 판례는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실들은 손해 요건의 충족 여부를 좌우하는 항목으로 열거되어 있으므로, 사안에서 달라진다면 그대로 중요한 차이가 된다.

이 사건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를 널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판례가 요구하는 것은 표면의 차이가 아니라 요건의 충족을 바꾸는 차이이고, 위 인용은 종합 판단의 항목을 열었을 뿐 열거된 항목의 사실이 반드시 결론을 바꾼다고 적지 않았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날짜 차이가 임무위배의 중대성에 닿는다면 그것은 요건의 충족을 흔드는 차이다. 반면 작성 시점의 차이가 문서를 구별할 뿐 요건의 항목과 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 사건에서 법적으로는 그대로 두어도 되는 차이에 남는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이 다르다는 점만으로 구별이 서는 것은 아니며, 어느 차이가 요건의 충족을 바꾸는지는 각 항목에 견주어 따져 보아야 한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의 제출은 손해 요건과의 관련을 의식한 자료 제시로 보이고, 상대방의 배상 주장도 같은 요건을 겨냥한다. 그러나 자료의 제출이나 주장의 방향이 곧 요건의 충족을 뜻하지는 않고,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닌 바, 요건의 항목과 대조한 뒤에만 차이가 법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

7.2요건에 대응하는 차이

요건의 항목과 사실을 대조한 뒤에 남는 것은, 어느 차이가 결론을 바꾸는가라는 물음이다. 표면상 다른 사실을 늘어놓는다고 요건 충족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으므로, 판례가 요구한 요건 가운데 어느 항목에 그 차이가 직접 맞닿는지 가려야 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사전 통지와 의견제결 기회의 유무를 절차상 흠결로 내세우며, 자기가 인용한 판례의 결론을 그대로 이 사건에 적용하기를 청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실 차이가 그 요건을 채우거나 비우는지 특정하는 일이 남는다.

절차 요건의 기본 틀은 판례가 밝힌 규정에서 읽힌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제22조 제3항), 다만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처분의 사전 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제21조 제4항, 제22조 제4항). 이 인용은 사전 통지와 의견제결의 기회가 원칙이라는 뜻이며, 예외는 나열된 사정에 국한된다는 점을 함께 말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원칙을 앞세우고 있으므로, 우리 측이 예외를 주장한다면 그 예외가 위 문언 어디에 걸리는지 밝혀야 한다.

예외의 문턱은 판례가 더 좁힌다. 위 판결은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인용은 예외가 채택되려면 증명된 사실이 처분의 전제 전부에 미치고, 의견청취가 처분 여부나 수위에 영향을 주지 못하여야 함을 뜻한다. 우리 측이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로 손해 산정을 뒷받침하더라도, 그것이 계약의 해지 여부까지 사실로 고정하였는지는 이 요건의 판단과 별개로 남는다.

차이를 요건에 붙일 자리가 바로 이 지점이다. 위 판결은 갑이 3차 조치명령 이전에 관할 시장으로부터 1차,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형사재판절차에서 위 각 조치명령 불이행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2차 조치명령 당시부터는 물론이고, 2차 조치명령 불이행으로 인한 유죄판결 확정 이후부터 3차 조치명령 당시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사정변경의 여지가 있는데, 위 각 유죄판결에 따라 ‘갑이 폐기물을 방치하여 1차 및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이를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라고 볼 수는 있으나, 나아가 위 유죄판결에 따라 ‘3차 조치명령 당시 토지에 방치된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처분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 인용은 확정된 판결이 과거 사실을 증명하여도 이후 처분의 사유까지 고정하지 못한다는 점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 측 대조표가 시점과 문건의 구성을 달리 본 것은, 판례가 요구한 사실 증명의 범위에 정면으로 맞닿는 차이로 표시할 수 있다.

한편 판례는 결론의 방향을 다른 근거에서도 뒷받침한다. 위 판결은 3차 조치명령의 근거 법률인 폐기물관리법 제48조의 문언과 체제에 비추어 보면 이 규정에 따른 폐기물 처리 조치명령은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3차 조치명령은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사전 통지, 의견청취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인용은 처분의 성격이 재량이라는 점이 예외 인정을 가로막는 독자적인 까닭임을 뜻한다. 이 사례에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의 요청이 어떤 성격인지는 자료의 판시 문장에서 확인되지 않으므로, 그 점은 미정으로 둔다.

결국 법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판례가 정한 요건의 항목에 놓여야 한다. 사전 통지와 의견제결 기회의 유무는 그 요건에 직접 대응하며, 확정된 사실이 어느 시점의 처분 사유까지 증명하는가와 처분이 재량인지 아닌지는 예외 인정의 문턱을 가르는 차이로 표시한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사정으로 그 예외를 채울 수는 없고, 판례가 열어 둔 예외는 인용된 문장의 범위에서만 다룬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므로, 이 차이가 실제 결론을 바꾸는지는 판단을 유보한다.

7.3시점 차이의 법적 의미

절차 요건에 대응하는 사실 차이를 표시한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증거가 새로 발견된 시점이 언제인가가 요건 충족 여부를 바꾸는 경우를 살핀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두고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지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판례는 그 판단의 기준 시점과 기준 주체를 함께 설정하면서, 같은 문언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음을 드러낸다.

다수의견은 재심사유의 시점 요건을 문언 그대로 넓게 읽되 피고인의 사정으로 제한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신규성 의미를 밝히며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정의는 증거를 법원이 새로 알게 된 때와 피고인이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함께 묶어 시점 요건을 구성한다. 다만 다수의견은 같은 표제의 쟁점에서 신규성의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을 배제하면서도, 재심이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임을 들어 피고인이 소송절차 중에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를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에 따라 시점 차이만으로 요건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라면 발견 시점이 달라도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별개의견은 기준 주체를 법원에 두어 같은 시점 요건을 다르게 읽는다.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견해는 피고인의 귀책사유를 시점 판단에서 배제하고, 법원의 인식을 기준으로 신규성을 결정한다. 시점이 같더라도 기준을 누구에게 두는가에 따라 요건 충족의 결론이 달라지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 사안에서 재항고인은 원판결 확정 후에 받은 정액검사 결과를 재심사유로 주장하였고, 판례는 “정액검사 결과가 원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될 수 없었다거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결정에는, 정액검사 결과가 새로 발견된 것인지 여부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고”라고 지적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원심이 시점 요건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판단한 절차상 잘못이 확인된 대목이다.

시점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곧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 판단에서 새로 발견된 증거를 고립해 보아서는 안 되고,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이 사안에서 정액검사 결과만으로 무죄 증거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원판결이 채용한 관련 증거들을 함께 보아야 한다. 별개의견은 그 범위를 더 넓게 보아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평가 대상의 범위가 달라도, 명백성 판단이 새 증거 단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양 견해가 일치한다.

이 사례에서 판례는 정액검사 결과에 관한 원심결정을 수긍하였다. 다만 그 수긍의 근거로 판례는 “범인이 반드시 무정자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정액검사 결과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결정을 수긍한 사례”라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따라서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문서의 작성 시점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어떤 요건이 충족되거나 배척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누구의 관점에서 신규성을 판단할지, 그리고 그 차이가 요건의 어느 요소에 대응하는지가 정해져야 비로소 시점 차이의 법적 의미가 가려진다. 판례가 제시한 기준을 이 사건의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에 어떻게 맞출지는 위 사례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7.4증거 취득 경로의 차이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결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증거를 어디서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가 법적으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묻는다. 그 차이는 증거능력의 유무를 바꾸는 문제로 좁혀진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위법수집증거를 배제하는 첫 기준을 다음과 같이 둔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 문장은 수집 경로가 적법 절차를 따랐는지를 증거능력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어떤 경로로 만들어졌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수집 경로의 하자가 곧바로 배제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위법하게 수집한 1차적 증거를 기초로 얻은 2차적 증거까지 나아가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 원칙은 수집 경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우까지 차단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상대방의 계약서에서 출발해 변경 이메일로 이어지는 자료 구성에, 같은 원칙이 어디까지 닿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배제 원칙에 예외가 열리는 조건도 같은 판결에서 구체화된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위반의 심각성과 배제의 파급 효과를 함께 재는 무게추가 여기에 있다. 우리 측이 내세우는 구별 근거가 이 예외의 어느 쪽에 닿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예외 판단이 어떤 항목을 훑는지도 같은 판결에서 정해져 있다.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취득 경로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과가 끊겼는지를 보라는 뜻이다. 같은 자금 기록을 계약서와 연결 짓는 고리가 어디서 희석되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취득 경로의 차이를 다룰 때는 증명력이나 사실 인정의 확신으로 화제를 옮길 일이 아니다. 이 사례에서 어떤 문서가 적용되며,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비교해 얻은 구별이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판단이 미정으로 남는다. 우선 밝혀야 할 것은 각 자료의 수집 경로와, 그 경로가 적법 절차를 따랐는지다. 그 확인 없이 증거의 힘을 논하는 것은 순서를 바꾸는 일이다.

7.5문서 이용 목적의 구별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남는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어느 문서가 스스로를 닫아 두기 위한 것인지를 묻는다. 상대방이 함께 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닫힘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즉 문서의 이용 목적이 어디에 놓였는지가 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은 문서제출 거부의 예외사유로 자기이용문서를 두고 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그 문건이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기준은 작성 목적, 개시의 예정 여부, 개시 시의 불이익을 함께 요구하므로, 세 요건 가운데 하나가 비면 그 문건은 그 사유로 닫히지 않는다.

그 판단은 문건의 겉모습으로 서두르지 않는다. 같은 결정은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법원조직법 제15조) 이에 따르면 계약서인지 변경 이메일인지, 기록의 명칭이 무엇인지보다 그 문건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어떻게 손에 들어왔는지가 앞선다.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이 판단의 한 요소일 뿐, 그 자체로 성격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내부 결재가 있었다는 사정 역시 그대로 답이 되지 않는다. 같은 결정은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적는다. (법원조직법 제15조) 우리 측이 들고 있는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상대방이 요구하는 정보와 겹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 겹침이 있는 한 내부 결재의 흔적만으로 그 문건을 닫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닫히지 않는다고 곧 제출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결정은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나아가 필요와 정당한 이유를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법원조직법 제15조) 이에 따라 자금 기록이나 전문가 계산서가 어느 쟁점을 떠받치는지, 같은 내용을 다른 문건에서 얻을 수 있는지가 함께 놓인다. 어느 문건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내세운 시점과 문건 구성의 차이가 이 형량에서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7.6구별 근거의 뒷받침 요건

대조표에 적은 시점·문건 구성의 차이가 법적으로 작용하려면, 그 차이 자체를 무엇이 뒷받침하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 자유심증주의 아래에서 법원은 어떤 방법으로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제시한 자료가 그러한 판단의 재료에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핀다. 다만 증거의 증명력 평가와 사실 인정의 확신 형성에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를 법원이 검토의 틀에 넣는 방식은 민사소송법 제202조에 정해져 있다. 그 조문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이에 따르면 시점·문건 구성의 차이를 언급한 주장도 변론 전체의 취지 속에서 검토될 뿐이다.

차이를 증명할 자료 가운데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은 문서로 제출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그 자료가 제출되는 절차와 조건은 별도로 판단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것을 제출하도록 명할 것을 신청하는 것은 서증을 신청하는 방식 중의 하나이므로,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 또한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결정이 제시한 기준에 비추어, 우리가 제출할 문서가 이 사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가 먼저 확인된다.

같은 결정은 문서제출 거부사유를 넘어서는 검토 기준도 함께 적었다.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구절은 대조표에 실을 문건 하나가 아니라, 그 문건이 쟁점 판단에 얼마만큼 필요한지를 함께 적으라고 요구한다.

우리가 설명한 차이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 사이에 벌어진 격차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역시 이 틀 안에서 읽힌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정보의 보호가치를 판단할 때에도 이렇게 말한다. "나아가 어느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비밀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문서 소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민사사건의 내용과 성격, 민사사건의 증거로 문서를 필요로 하는 정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증거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비밀의 공개로 발생하는 불이익과 이로 인하여 달성되는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재판의 공정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여기에 적힌 "제반 사정을 종합"하는 방식은 우리 대조표가 다루는 자료의 위치를 가늠하는 틀로도 읽힌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법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위 결정의 판단 기준에 넣을 문건과 뺄 문건, 그리고 청구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조표에 적은 시점 차이와 문건 구성 차이가 비교형량의 어느 항목에 자리를 잡을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결국 확인된 것은 그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가 제출 절차의 요건을 거쳐 검토의 재료로 놓이는 위치이며, 그 자료가 사실 인정에 실제로 미치는 무게는 여기서 판단하지 않는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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