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우리 설명의 약점을 이용하면서도 사실 전제를 바꾸지 않는 상대측 대체 구성은 어떻게 세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약점과 전제의 구분, 사실 전제 고정의 범위, 대체 구성의 유형, 최선형 재구성의 원칙을 차례로 살핀다. 나아가 입증 논리와 평가의 경계, 재구성이 견디는 한계를 다룬다.
2.1약점과 전제의 구분
문구와 법적 주장의 분리 기준을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우리 설명에서 상대가 파고들 수 있는 자리가 자료의 부재인지 설명의 공백인지 가려 읽는 일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 사실에 대한 평가인지 먼저 나누어 놓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판단의 재료와 방법을 함께 규정한다. 조문은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장에서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이고, 판단의 방법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맞는 자유로운 심증이다. 따라서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주장이 진실하다는 결론이 따라오지 않는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다룬다.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힌다. 증거의 채택과 그 가치의 평가가 모두 법관의 몫이라는 뜻이다.
다수의견은 그 한계도 함께 그린다.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하였으므로, 자유심증이 열려 있는 범위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 안이다. 합리적 근거 없는 배척과 채택이 한계를 넘는 기준이 된다.
같은 판결의 반대의견은 진술의 신빙성을 다루는 조건을 더 구체화한다. "피고인 아닌 사람이 공판기일에 선서를 하고 증언하면서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는 경우에, 공개된 법정에서 교호신문을 거치고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루어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진술이 달라졌을 때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정하는 데 객관적인 자료의 유무가 기준으로 작동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의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내놓았다. 우리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더라도, 그 설명은 자료에 대한 평가의 영역에 놓인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법적 평가의 결론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고 대조표로 정리한 것은 설명의 층위에서 한 일이다. 대조표가 상대의 주장을 정확히 베껴 둔 것은 맞지만, 그 대조가 곧바로 우리 주장을 진실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말한 "객관적인 자료"의 유무는 이 사건에서 채택될 자료의 문제이고, 자료를 어떻게 읽을지는 판단의 문제다.
약점이 자료의 부재에 있는지 설명의 공백에 있는지의 구분도 같은 줄에 놓인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자유심증주의가 정하는 판단 구조는 그 자리를 평가의 영역에 남겨 두며, 확정되지 않은 것을 사실의 자리에 미리 앉히지 않는다.
2.2사실 전제 고정의 범위
약점과 전제를 가려 읽은 뒤에도 남는 물음은, 어떤 사실을 재구성의 바탕에 못 박아 둘 것인지이다. 확정된 사실만 전제로 고정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따로 놓아야, 상대의 대체 구성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고정할 수 있는 사실은 문건의 작성 시점과 제출 여부이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가 각각 다른 시점에 작성되어 함께 제출되었다는 점은, 양측이 다투지 않는 범위에서 확정 사실로 둔다. 그 문건들이 서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그대로 두었는지는 아직 판단의 대상이다. 작성 시점의 선후 자체를 해석의 결과로 끌어올리면 전제와 평가가 뒤섞인다.
자유심증주의가 정한 판단 구조는 이 구분을 뒷받침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거의 증명력과 사실 인정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증거의 선택과 평가가 판단의 몫임을 분명히 한다. 확정된 제출 사실을 전제로 삼되, 그 문건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은 전제 밖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 여기에서 나온다.
같은 판결은 자유심증의 한계도 함께 그린다.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한계는 전제의 고정과 무관하지 않다. 전제 안에 평가를 몰래 넣어 두면, 뒤의 판단이 그 전제를 되돌아보지 못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길로 빠지기 쉽다.
따라서 우리 설명에서 재구성의 바탕은 문건의 작성 시점과 제출 여부, 그리고 그 문건들이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로 좁힌다.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는 설명은 전제가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이다. 상대가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가 이 사건과 어떻게 다른지는, 전제의 확인이 아니라 판례의 적용 가능성에 관한 논증이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가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확정된 사실만 전제에 올려 놓아야, 뒤의 논증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
2.3대체 구성의 유형
전 단위에서 확정된 사실만을 전제로 삼자는 기준을 세운 뒤, 이어서 따져야 할 것은 상대방이 그러한 전제를 흔들며 내세우는 대체 구성의 방식이다. 상대방은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제출하면서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였고, 우리 측의 설명에는 시점 불일치와 문건 중복을 지적하였다. 문제는 우리 설명의 약점이 곧 상대 주장의 성립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그 약점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갈린다.
대체 구성의 첫 번째 유형은 시점 불일치를 지렛대로 삼는 방식이다. 상대방은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른 문건들을 나란히 놓고, 그중 어느 문건이 이후의 최종적인 의사를 담은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본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문건의 작성 시점이 확정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점이 곧 문건의 법적 효력을 결정하지는 않으므로 이 규정에 따라 판단이 이어질 여지가 남는다.
두 번째 유형은 문건 중복을 근거로 삼는 방식이다.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함께 존재하면, 상대방은 두 문건이 서로 다른 법적 효과를 낸다는 점을 들어 배상을 정당화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거의 채택과 평가에 관하여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판례에 따르면 문건 중복 그 자체가 결론을 정하지 않고, 각 문건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별도로 다뤄진다.
세 번째 유형은 논리 연결의 공백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가 나란히 제출되어도, 이 문건들이 계약의 변경과 손해의 범위를 어떻게 잇는지가 설명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공백을 배상의 근거로 삼는다. 위 판례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를 기준으로 삼았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준은 자료와 자료 사이의 연결이 어떤 방식으로 확인되는지를 보여 주며, 공백이 있음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연결이 부정되지는 않음을 뜻한다.
우리 측은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고 설명하면서,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표를 정리하였다. 그러나 위 판례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검찰 진술과 법정 진술의 대립을 다룬 것으로, 이 사례의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의 관계와는 사실관계의 구성이 다르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인용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확정된 사실 위에 세운 평가가 미정의 영역까지 끌고 가지 않도록 다루는 일만이 남는다.
2.4최선형 재구성의 원칙
대체 구성의 유형을 나누어 살핀 뒤에 남는 문제는, 그 구성을 어디까지 강하게 세울 수 있는가이다. 상대방의 대체 구성을 약하게 만들어 반박하는 데 그치면, 정작 우리 설명이 왜 더 나은지 드러나지 않는다. 반대로 재구성을 강하게 만든다는 명목 아래 원래 사실 전제에 없는 요소를 덧붙이면, 재구성이 아니라 새로운 사건을 만드는 셈이 된다. 이 절에서는 사실 전제를 고정한 채 상대측 구성을 가능한 한 강한 형태로 만들어 놓고, 그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한다.
재구성의 첫 번째 원칙은 고정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변경 이메일·자금 기록·전문가 계산서의 작성 시점과 문건 구성, 그리고 상대방이 주장한 시점의 선후 관계를 바꾸지 않은 채, 그 자료들이 가장 강하게 읽히는 방식으로 배열한다. 여기에 우리 측이 대조표로 정리한 사실관계의 차이, 즉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점은 그대로 둔다. 재구성은 그 차이를 지우는 작업이 아니라, 차이가 놓인 자리에서 상대 논리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재구성은 가능한 한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재구성의 근거가 되는 법원의 판단 태도는 다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법관이 증거의 실질적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폭을 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가 상대측 구성을 강하게 세운 뒤 그 한계를 묻는 데 필요한 전제를 제공한다.
그러나 같은 판결은 재구성의 한계도 함께 보여 준다. 위 판결은 신빙성 판단의 기준에 관하여,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였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즉 재구성이 강해지려면 원래 전제에 있던 객관적 증거나 정황사실이 그 구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이름으로 삼아 원래 전제에 없던 사실이나 인과 연결을 보충하면, 그 구성은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이 된다.
이 사례에서 재구성은 다만 읽기의 방식이다. 상대방이 언급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표는 그대로 두고, 변경 이메일이 최종 합의를 보여 준다는 우리 설명도 그대로 둔다. 다만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며,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 우리가 내세운 구별 근거가 어디까지 견디는지는 미정이다. 최선형 재구성은 이 미정의 자리를 메우는 작업이 아니라, 그 자리를 정확히 드러내는 작업이다.
2.5입증 논리와 평가의 경계
사실 전제를 고정한 최선형 재구성의 힘을 확인한 뒤, 남는 질문은 그 재구성이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서도 얼마만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지이다. 판례가 기존 사실에서 고의와 손해를 인정하는 방식을 보면, 그 논리가 사실의 창출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평가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형사상 배임의 고의에 관해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일반적으로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와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의 이득의 의사가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과 결합하여 성립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증 대상이 간접사실을 통한 추론이라는 데에 있고, 그 추론은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둔 판단이라는 데 있다. 이는 사실을 새로 꾸미는 일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사실의 연결상태를 읽어 내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재구성의 강도를 가늠하는 척도도 이와 같은 평가의 질에서 나와야 한다. 같은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경영상 판단에 관한 기준을 밝히면서, 그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기업의 경제적 상황, 손실과 이익 발생의 개연성 등을 두루 살핀 뒤에,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기준은 결국 결과의 발생만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사정의 종합 평가만으로 고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을 함께 제시하면서 어떤 문건이 합의를 보여 주는지를 다툴 때도, 결과를 앞세우기보다 각 문건의 의미를 연결 상태 속에서 읽어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 형사 판례의 논리를 우리 사건의 계약상 책임으로 그대로 옮겨 대지는 못한다. 배임죄의 고의와 손해는 형사 범죄의 구성 요소이고, 우리 사건이 다루는 것은 계약의 해지와 손해의 배상이라는 계약상 책임이다. 같은 낱말이 쓰인다 하여도 법적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없고, 같은 입증 구조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판결이 형사 책임에 관한 엄격한 해석 기준을 확인한 것이지, 계약 분쟁에서의 사실 인정 기준까지 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확인한 평가의 방식을 원용하되, 그 적용 범위는 계약상 책임에 맞추어 다시 따져야 한다. 이것이 사실 전제를 바꾸지 않는 재구성을 강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한편 평가가 간접사실의 추론에 의존한다는 점은, 상대방이 인용한 판례의 사실관계와 이 사건의 시점·문건 구성이 다르다는 대조표를 만든 근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구별 근거가 견디는지는, 그 구별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지를 살펴 판단할 문제이지, 새로운 사실을 보태어 견고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어떤 문건이 적용되고, 어떤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지에 관한 결론은 아직 미정이다. 그 평가가 이 사건의 사실에 정당하게 연결되어야만 설득력을 얻는다.
2.6재구성이 견디는 한계
기존 사실 위에 올린 해석이 평가의 영역에 머무는 한 재구성은 가능하나, 대체 구성이 문건 이외의 무엇을 덧붙여야 하는 순간 그 한계가 드러난다. 이 경계를 어디에 둘지가 이 절의 질문이다.
우선 재구성이 사실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확인한다. 사실의 인정 기준을 정한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선언한다. 제출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같은 법정에 놓였다면 그 문건들의 취지는 함께 참작할 대상이다. 다만 이 조문이 사실의 내용을 새로 꾸밀 수 있는 권한을 주지는 않는다.
법관이 자유로운 심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에 관해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다. 이 판결이 말하는 자유는 놓여 있는 증거 가운데 무엇을 믿을지 정하는 자유다. 이 사건에서 서로 다른 시점의 계약서와 이메일 가운데 어느 쪽을 두텁게 볼지는 이러한 평가의 문제로 돌아간다.
그 자유에도 바깥이 있다. 위 판결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고 전제한다. 문건에 나타난 시점과 서명, 자금 기록의 흐름은 그 바깥에 놓인 객관적 사실에 해당한다. 대체 구성이 이러한 사실을 거스르며 보태는 설명은 이 전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자금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를 놓고 판단할 때도 같은 선이 작동한다. 위 판결은 “자금 사용처에 관한 을의 검찰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므로, 을의 검찰진술 등을 종합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로 귀결한다. 여기서 신빙성은 진술 자체와 다른 자료가 서로 어긋나지 않는지 보아 판단된 것으로 나온다. 이 사건에서 어떤 문건이 적용되는지를 정하는 일도 문건들 사이의 모순을 그대로 두고 새 서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구성이 견디는 지점은 사실을 새로 채워 넣지 않고 놓인 자료의 무게만을 옮기는 데까지다. 경계선을 넘는 대체 구성은 새로운 사실의 평가를 요구하는 주장이 된다. 그 주장이 이 사건의 책임을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는 이 장에서 단정하지 않으며,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