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제56조가 관리인에게 맡긴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의 범위를 묻는다. 조문의 문언으로부터 업무 수행권의 범위와 재산 관리·처분의 한계를 긋고, 공적 수탁자로서의 지위가 가리키는 방향을 살핀다. 개별 행위의 허가 요건은 뒤의 문제로 미루며, 업무와 재산의 경계선을 정리하는 데 그친다.
3.1제56조의 문언 읽기
책임 요건 앞에 남겨 둔 경계를 딛고, 이제 관리인이 행사하는 권한을 법문이 어떻게 벌려 놓는지부터 살핀다. 관리인의 권한 근거와 그 한계를 함께 적는 조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이다. 제56조 제1항은 절차개시와 함께 옮겨 오는 권한의 종류를 적는다. 그 조문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고 선언한다. 이 사례에서 법원이 별도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아 신이 관리인으로 간주된 이상, 이 항이 적은 권한은 신에게 귀속된다.
위 조문은 권한의 대상을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으로 나란히 둔다. 제1항이 나열한 대상은 셋이 아니라 둘이며, 그 둘은 쉼표로만 이어진 채 같은 항 안에 놓인다. 전자는 사업 운영에 관한 행위를, 후자는 재산 자체의 보전과 처분을 각각 가리킨다. 제56조는 이 둘을 하나로 묶지 않고 병렬로 적고 있으므로,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은 서로 다른 축으로 구분해 놓아야 한다. 한쪽에 관한 판단을 다른쪽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는 뜻이다. 신이 거래처 관계와 기술을 안다는 사정은 업무 수행의 맥락에 관한 관찰일 뿐이며, 재산 관리·처분의 권한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거꾸로 재산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관한 사정이 업무 수행의 범위를 좁힌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항이 권한의 귀속에 관하여 쓰는 표현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적고 있으므로, 권한의 주체는 관리인 한정으로 정해진다. 권한의 대상은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이지만, 그 권한을 쥐는 쪽은 관리인이다. 이 사례에서 권한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이미 정해졌다. 그러므로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지는 위 관찰만으로는 미정이다. 지위와 권한의 귀속을 적은 문언이 그 평가의 결론까지 내주는 것은 아니다.
그 권한에 한계를 긋는 문언은 제56조 제2항에 있다. 이 항은 "개인인 채무자 또는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는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고 정한다. 제1항이 관리인에게 권한을 주는 쪽을 적었다면, 제2항은 그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사에 관여하는 쪽을 적는다. 이 항은 단서나 예외를 두지 않은 채 이사등의 침해와 관여를 금지하므로, 신이 스스로 이사인 신분을 겸하고 있더라도 권한의 행사 주체는 관리인의 지위에 있는 신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사인 신분에서 나온 행위가 관리인의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다만 제56조는 권한의 귀속과 타인의 방해 금지를 정할 뿐, 개별 행위가 그 권한 안에 드는지를 판정하는 기준을 문장 안에 담지 않는다. 제1항과 제2항 어디에도 어떤 행위를 권한에 넣고 어떤 행위를 밖에 두는지 알려 주는 문장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특정한 처분 행위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지, 또는 신의 어떤 행위가 권한을 넘는지를 단정할 수 없다. 채권자협의회가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한 사정과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역시, 이 문언 읽기만으로는 그 향방이 미정으로 남는다. 제56조의 문언은 권한을 두 갈래로 벌려 놓고 그 귀속을 정하는 데서 멈춘다.
3.2업무 수행권의 범위
제56조가 관리인의 권한을 한 줄로 묶어 두었으므로, 남은 물음은 그 문언이 업무 수행에 대해 어디까지 열어 두었는지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은 권한의 전속 시점과 대상을 이렇게 밝힌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이 문언은 시점의 기준을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 두며, 그때부터 업무 수행권이 관리인에게 옮아간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이 권한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업무 수행을 전제로 한 것이며, 그 이전의 업무를 소급하여 수행하는 권한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이 문언의 어순을 따라가면 전속의 시점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전속의 대상이 놓인다. 시점의 문구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으로 적혀 있는 이상, 그 뒤에 오는 권한의 귀속도 같은 시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읽힌다. 권한이 언제 어느 쪽으로 옮아가는지를 정하는 문구가 법문의 앞자리에 놓인 까닭은, 그 뒤에 적힌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 및 처분의 대상 범위를 시점의 한정 아래에 두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업무 수행권의 범위를 물을 때에 그 범위를 시점과 무관하게 넓게 잡을 것은 문언에서 찾기 어렵다.
같은 조문은 업무 수행을 재산의 관리·처분과 나란히 놓는다. 앞에서 두 권한을 서로 구분해 두었으므로, 업무 수행권의 범위를 물을 때에는 재산 관리·처분의 문제를 섞지 않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태도이다. 나란히 놓인 권한이 각자의 대상을 가진 것이라면, 업무의 수행이 가리키는 사무는 재산의 관리 및 처분과 겹치지 않는 채로 읽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사례에서 신이 관리인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회생절차개시 이전의 업무 수행까지 그에게 맡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무의 수행이라는 말이 절차개시 후의 채무자 업무를 가리키는 한, 이 권한의 시적 경계는 절차개시 시점에서 갈린다.
다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2항은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사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장치도 함께 두고 있다. 같은 조항은 이렇게 적는다.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이 조항은 개인인 채무자와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를 함께 적시하며, 관리인의 권한 행사에 대한 방해를 배제한다. 금지의 대상이 제1항에 규정된 관리인의 권한으로 특정되어 있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제2항이 금지하는 침해와 관여는 제1항의 권한을 상대로 하는 것이므로, 제1항이 업무 수행에 대해 열어 둔 범위 밖의 행위는 이 금지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신이 대표자이자 관리인으로 간주된 경우, 이 금지는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려는 이사등의 행위를 가로막는 규정으로 작동한다.
업무 수행권이 절차개시 후의 업무에 한정된다고 읽는다고 해서, 이 관찰이 손해배상 책임이나 재산의 유용·은닉에 관한 판단까지 미리 정해 주지는 않는다. 제56조가 정한 것은 권한의 귀속 시점과 대상의 구분일 뿐, 절차개시 이전에 이뤄진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문제는 이 문언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미정이다. 여기에 적은 것은 신이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고 법원이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아 그가 관리인으로 간주되었다는 관찰, 그리고 채권자협의회와 신이 나눈 말의 기록에 지나지 않으며, 고의나 확정된 손해 같은 법적 평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3.3재산 관리와 처분의 한계
앞에서 업무 수행권의 대상 사무를 가른 데 이어, 같은 조문이 재산에 관한 권한을 어디까지 두는지가 문제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권한의 대상을 먼저 적는다. 그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라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권한의 주체가 관리인임과 함께, 권한의 내용이 관리와 처분을 아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같은 조문이 권한의 대상을 어떻게 한정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제1항이 쓴 표현은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이다. 이 표현은 재산의 범위에 관하여 별도의 제한을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관리인의 관리·처분권이 채무자 소유의 특정 재산에만 미치고 나머지 재산에서는 멈춘다고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만 그 권한이 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것인 이상, 채무자에게 귀속하지 않는 재산을 그 문언이 포섭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넘는다. 한편 제1항은 권한의 발생 시점도 함께 적는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를 기준으로 삼는 까닭에, 그 결정 이전의 재산 관리와 처분은 이 조항이 직접 규율하는 바가 아니다. 개별 행위가 언제 이루어졌는지는 이 시점에 따라 갈리는 문제이다.
그 범위에 대한 경계는 같은 조의 제2항에서 다시 확인된다. 제2항은 "개인인 채무자 또는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는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관리인의 권한이 전속적임을 뒷받침하면서, 채무자 측이 그 경계 안으로 들어와 권한을 나눌 수 없음을 못 박는다. 즉 재산의 관리와 처분은 관리인이 맡은 영역이고, 이사는 그 영역의 안과 밖을 가르는 기준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다만 제2항이 금지하는 것은 침해와 부당한 관여이다. 그 문언이 이사의 모든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만든다고는 읽히지 않으며, 어떤 행위가 침해나 부당한 관여에 해당하는지는 이 규정의 문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이상의 문언만으로 확정되는 것은 권한의 전속과 대상의 명시뿐이다. 관리인의 처분 행위 하나하나가 어떠한 요건 아래에서 유효한지, 사전 허가를 요하는 처분의 범위가 어디인지에 관하여는 제56조가 별도로 답하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신이 관리인으로 간주된 뒤 취한 재산 관련 행위의 적법성은 이 조문의 문언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그 평가는 개별 처분 행위의 허가 요건을 다루는 뒤의 논의에 맡긴다. 아울러 신이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어떤 재산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관찰된 사실의 정리일 뿐이며, 그것이 관리인의 권한 경계를 넘었다는 법적 평가도 이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 판단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다음으로 묻는 것은 관리인이 맡은 지위의 성격이다. 제56조는 권한의 귀속을 말할 뿐, 그 권한이 사적 위임과 구별되는 공적 성격을 지닌다고 선언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 그 성격을 제56조의 문언에서 도출할 수는 없고, 판결이 확인한 지위의 내용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3.4공적 수탁자의 지위
재산 관리·처분권의 주체를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으로 한정한 데서, 관리인이 정리회사의 내부 기관과는 다른 지위에 서는 까닭이 남는다. 그 까닭은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의 판결요지가 밝힌다. 관리인의 지위를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대표자가 아니라 일종의 공적수탁자로 본 것이다. 이 판결요지는 관리인의 지위가 정리회사 내부의 대리 관계와는 구별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정리회사의 관리인의 지위에 관해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아.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 이 판시는 관리인의 지위가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라는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정리회사 재산의 관리처분권자가 누구인지를 함께 가리킨다.
판시가 짚은 첫째 성격은 관리인이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대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리회사의 내부 기관에 관한 일반 법리가 관리인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음을 뜻한다.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므로, 정리회사를 대리한다는 관계로 설명되는 자리와는 구별된다. 회사의 기관으로서 대표권을 가지는 자리와 관리인의 자리를 같은 것으로 본다면, 판시가 앞부분에서 이를 분명히 배제한 취지가 흐려진다.
판시가 짚은 둘째 성격은 관리인이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라는 점이다. 이 성격은 관리인이 정리회사 한쪽의 이익만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해관계인단체가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된다는 점이 함께 밝혀져 있으므로, 관리자의 지위는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것으로 읽힌다. 공적수탁자라는 호칭이 붙은 까닭이 이 성격에 있다. 수탁자라는 말은 특정한 한쪽을 위임받은 대리인과는 달리, 맡은 바를 이해관계인 전체에 대해 돌보는 지위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판시의 후반은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결론이다.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이, 앞에서 밝힌 지위를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것으로 받아쓴 결과이다. 정리회사 스스로 재산을 처분할 권한이 관리인에게 옮겨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문장은 관리인이 정리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는 앞부분과 어울려, 재산의 관리처분이 정리회사 기관의 대표권으로 행사되는 자리가 아니라 관리인의 지위에서 행사되는 것임을 뜻한다.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라는 지위가 재산의 관리처분권과 이렇게 맞물려 있는 셈이다.
공적수탁자라는 지위는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라는 성격과 재산의 관리처분권자의 귀속이라는 두 가지를 함께 담고 있다. 앞의 성격이 관리인이 누구를 위해 그 자리를 맡는지를 말한다면, 뒤의 결론은 그 지위가 재산에 관해 가지는 힘이 어디에 닿는지를 말한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의 판결요지는 이 두 가지를 한 문장 안에서 연결해 밝힌다. 그러므로 관리인의 지위를 파악할 때 어느 한쪽만을 떼어 읽으면, 판시가 구성한 그림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관리인의 지위가 공적수탁자라는 점을 확정한 판결요지는, 관리인의 의무 위반이나 그 효과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관리인의 의무 위반으로 정리회사나 이해관계인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의 책임도, 이 판결요지에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역시, 이 판결요지에서 다룬 쟁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위가 무엇인지를 밝힌 판시와 그 지위에서 의무를 어겼을 때 무엇이 따라오는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앞의 문제에 관해서만 이 판결요지가 답을 주며, 뒤의 문제는 여기서 다루어지지 않은 채 남는다.
3.5지위가 가리키는 방향
공적 수탁자라는 지위가 밝힌 방향에 이어, 그 지위가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을 어느 쪽에서 읽어야 하는지 살펴보면, 관리인의 권한이 개인 자격이나 사적 위임이 아니라 회생절차의 공적 질서 속에서 주어진 것임이 드러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는 권한의 귀속을 명확히 정한다. 같은 조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선언하고, 제2항은 "개인인 채무자 또는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는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이 규정은 권한이 누구에게 전속하는지와 그 권한을 옛 대표자나 이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함께 정한다. 전속이란 권한이 관리인에게만 귀속된다는 뜻이며, 침해와 부당 관여의 금지는 그 전속을 지키는 장치이다. 따라서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처분은 모두 관리인이 마땅히 행사해야 할 권한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같은 방향은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그 판결은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관리인이 회사의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라는 점과, 그럼에도 재산의 관리처분이 관리인을 거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 함께 선언되어 있다. 이 판시가 밝히는 것은 지위의 성격이 곧 권한의 귀속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해관계인 전체를 맡은 공적수탁자이므로 재산의 관리처분은 그 손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 된다.
이러한 지위와 권한 규정은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의 방향을 가리킬 뿐, 그 지위에서 새로운 의무나 책임의 요건을 끌어내지 않는다. 무엇이 권한의 남용이고 무엇이 책임을 발생시키는 행위인지는 별도로 정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관리인 선임의 타당성과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도 이 지위 논의 밖의 과제이다. 지위가 가리키는 방향은 권한이 어디에 있는가를 일러 줄 뿐, 그 권한이 어떻게 잘못 행사되었는지까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이 장의 과제는 관리인이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을 어느 방향에서 읽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데 있었다. 제56조의 전속 규정과 86다카1858 판결의 판시는 그 방향이 한쪽으로 일치함을 보여 준다. 관리인은 회사의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면서도 업무와 재산의 권한을 전속적으로 행사하며, 회사는 관리인을 거치지 않고 재산의 관리처분을 하지 못한다. 공적 수탁자라는 지위가 밝힌 방향이 바로 이 권한의 경계를 향하고 있다.
3.6업무와 재산의 경계선
공적 수탁자라는 지위를 방향으로 삼아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을 읽었다면, 이제 그 두 권한의 경계를 한 자리에 모아 이 장을 맺는다. 두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서 만나지만, 다루는 대상이 다르고 행사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두 권한을 한 덩어리로 취급하면 어느 한쪽의 한계를 다른 쪽에까지 미루는 오류에 빠진다. 이 절은 두 권한의 범위를 각각 확인하고, 그 둘이 서로의 경계에서 어떻게 맞닿는지를 살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은 두 권한의 귀속을 한 문장에 정하면서 이렇게 선언한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 업무의 수행, 재산의 관리, 재산의 처분이 한 조항 안에 나란히 놓여 있으나, 각각은 별개의 행위 대상을 가리킨다. 업무의 수행은 영업과 조직의 운영을, 재산의 관리와 처분은 회생재산 그 자체를 겨눈다. 아울러 전속이라는 문구는 권한이 관리인에게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리인에게만 있다는 뜻을 담는다. 이에 따라 채무자 쪽에는 권한의 자리를 나누어 가질 여지가 남지 않는다.
이 경계는 권한이 누구에게만 있는지의 문제로 또 한 번 드러난다. 같은 조 제2항은 채무자의 이사에게 금지의 선을 긋는다. "개인인 채무자 또는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는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 이 금지는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처분을 가리지 않고 관리인의 권한 전체에 미친다. 금지되는 행위는 권한의 침해와 부당한 관여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적혀 있고, 어느 쪽이든 관리인의 권한 행사에 손을 대는 것을 막는다. 대표인 신이 관리인으로 간주된 경우에도, 그 권한은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제1항의 전속에서 나온다. 따라서 그 지위가 겹쳤다는 사정만으로 권한의 출처나 범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업무 수행권의 범위는 그 행사가 업무와 조직에 관한 행위에 머무는 한에서 읽힌다. 관리인은 채무자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수행에 필요한 행위를 자기 이름으로 맡는다. 다만 그 행사가 재산의 증감을 직접 목적으로 할 때에는 그 행위가 재산 관리·처분권의 영역에 접어든다. 두 권한은 이렇게 한 행위에서 만나기도 하므로, 어느 권한에 속하는지를 가를 때에는 행위의 대상을 먼저 살펴야 한다. 업무의 운영을 위한 결정이더라도 그 실행이 재산을 내주는 방식이라면 재산 관리·처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재산 관리·처분권의 배타성은 판례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은 관리인의 지위와 재산처분권의 주체를 이렇게 정리한다. "아.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 이 판시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관리인을 거치지 않는 행위가 회생재산에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관리인이 회생채무자의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라는 점이 함께 밝혀져 있어, 권한 행사의 주체가 자기 개인이나 원래의 대표 지위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결국 재산의 관리처분에서 경계선은 관리인을 거치느냐의 여부에 있다.
정리하면, 업무 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은 공적 수탁자인 관리인 한 사람에게 모이고, 그 모인 권한은 대표자 개인의 권한이 아니라 이해관계인을 위한 권한으로 행사된다. 두 권한은 대상과 행사 방식에서 구별되지만, 어느 쪽도 관리인 밖의 주인을 둘 수 없다. 여기까지가 이 장이 긋는 경계이다. 관리인 선임의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이 경계선에서 저편에 있는 별개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