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만 받습니다: 이메일과 전자소송

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관리인의 지위: 회생절차에서 경영권과 채권자 이익 · 제9권 · 제5장 · 초판

예외 사유를 심사하는 깊이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이라는 예외 사유는 개시 단계의 자료만으로 어느 정도까지 심사될 수 있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5.1예외 사유의 문언 구조
  3. 5.2재산의 유용과 은닉
  4. 5.3중대한 책임과 부실경영
  5. 5.4소명이 요구하는 것
  6. 5.5판례가 확인한 지위
  7. 5.6개시 단계 심사의 한계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이라는 예외 사유가 개시 단계의 자료만으로 어느 정도까지 심사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예외 사유의 문언 구조와 재산의 유용·은닉, 중대한 책임과 부실경영의 요소를 정리하고, 소명이 요구하는 것을 살핀다. 판례가 확인한 지위를 참조하되, 심사의 깊이는 사실심의 문제로 남기고 개시 단계 심사의 한계를 밝힌다.

5.1예외 사유의 문언 구조

남은 물음에 답하려면 예외 사유의 문언을 하나씩 떼어 읽어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는 관리인 선임의 원칙을 세운 뒤 그 원칙이 밀리는 때를 각호로 적어 두었다. 법원이 제3자 관리인을 고려하려면 먼저 신의 사안이 어느 호의 어느 사실관계에 놓이는지 가려야 한다.

제74조제2항제1호는 부실의 원인이 되는 행위와 그 행위의 주체를 함께 적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제2항제1호는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행한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를 예외의 하나로 둔다. 이 호는 행위의 유형을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과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으로 나누어 적고, 전자를 다시 두 갈래로 적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유용과 은닉은 같은 호 안에 나란히 놓여 있으나 서로 다른 낱말이다.

그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한정되어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제2항제1호는 "개인인 채무자",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 "채무자의 지배인"을 각목으로 꼽는다. H사가 개인이 아닌 채무자이고 신이 그 대표자라면, 제1호가 적은 세 목 가운데 어느 목에 신이 걸리는지가 문언상 먼저 밝혀질 문제이다. 여기에서는 신이 어느 목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아니한다.

제2호는 주체가 아니라 채권자 측의 요청을 요건으로 삼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제2항제2호는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를 예외 사유로 적는다. 문언은 요청과 상당한 이유를 함께 요구하며, 요청만으로 예외가 열리는 구조가 아니다. 채권자협의회가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한 사정은 이 호의 앞쪽 요건을 이루지만, 상당한 이유가 성립하는지는 문언에 이미 답이 적혀 있지 않다.

제3호는 남은 경우를 포괄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제2항제3호는 "그 밖에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때"를 예외 사유로 적는다. 앞의 두 호가 적은 사실관계에 들지 않더라도 회생에 필요하다면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뜻이 문언에 드러난다. 다만 무엇을 회생에 필요한지로 볼지는 이 호가 스스로 밝히지 아니한다.

위에서 살핀 세 호의 문언은 신이 부실의 원인인지, 채권자협의회의 요구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회생에 필요한 다른 사정이 있는지를 나누어 두었다. 각 호가 적은 사실관계의 유형은 이러하며, 신이 어떤 행위를 하였고 그 행위가 어느 유형에 실제로 들어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지 않았다.

5.2재산의 유용과 은닉

재산의 유용이나 은닉이 예외 사유에 적힌 모습을 살피기에 앞서, 제74조가 그 문구를 두는 자리를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법원은 관리인의 선임에서 원칙과 예외를 나누어 두고, 예외의 첫머리에 두 행위를 함께 적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2항 제1호는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행한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를 그 예외로 든다. 이 문장은 유용과 은닉을 두 가지로 갈라 적지 않고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라는 한 덩어리로 묶어 두었다.

그 행위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지도 같은 문장 안에 적혀 있다. 각목은 그 대상을 "가. 개인인 채무자", "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 "다. 채무자의 지배인"으로 한정하여 적고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유용이나 은닉은 이 세 부류에 속한 자가 행한 것이어야 하며, 이 밖의 자가 한 행위는 이 호의 문언에 놓이지 않는다. 회사인 채무자에서 그 대표자가 행위자에 들어가는지의 문제는 각목의 적힌 범위 안에서 다루어야 한다.

행위의 이름만으로는 부족하고 원인이 되는 관계도 함께 요구된다. 제74조 제2항 제1호는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을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되었을 것을 조건으로 삼는다. 파탄에 이르게 한 경위에 그 행위가 놓여 있지 않다면, 유용이나 은닉의 모습만으로 이 호가 충족되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신은 부실의 원인을 두고 채권자협의회와 다투고 있는데, 그 다툼은 곧 원인 관계가 정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뜻한다.

한편 법원은 관리인의 선임에 관한 판단에서 채권자의 목소리를 들을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제74조 제1항은 "법원은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관리인의 직무를 수행함에 적합한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7항은 "채권자협의회는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관리인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두어, 추천의 권한을 제2항의 경우에 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채권자협의회가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하는 일은 이 두 문장에 놓인 절차 안에서 다루어진다.

그럼에도 유용이나 은닉에 해당한다는 평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신이 한 행위가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라는 유형에 실제로 닿는지, 그리고 그 행위가 재정적 파탄의 원인으로 기인하였는지는 정하여지지 않았다. 앞에 옮긴 법문은 그 행위를 예외 사유로 적고 있을 뿐, 이 사례의 행위에 그 이름을 붙이지는 아니한다.

5.3중대한 책임과 부실경영

재산의 유용과 은닉이 예외 사유로 적힌 유형을 살핀 데서 나아가, 같은 항목에 함께 놓인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두 유형은 한 조문의 같은 호 안에서 재정적 파탄의 원인으로 나란히 놓여 있으나, 그 어구의 결은 서로 다르다.

개인인 채무자의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과 같은 행위적 유형과 달리, 부실경영에는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2항 제1호는 이를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로 적고 있다. 이 문구는 부실경영 자체만으로 예외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실경영에 특정한 자의 책임이 '중대하게' 있어야 함을 요구한다.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어디에 기인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그 책임의 중대함을 함께 살피는 방식으로만 이 조항 안에서 이루어진다.

책임의 소재는 같은 호의 목에서 자격으로 한정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는 책임자의 범위를 "가. 개인인 채무자", "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 "다. 채무자의 지배인"으로 적고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이 가운데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인 이사는 나목에 놓여 있고, 지배인은 다목에 별도로 놓여 있다. 예외 사유로 삼을 수 있는 자의 범위는 이 셋으로 좁혀져 있다. 신이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라고 할 때, 그가 이 예외 사유에 드는지를 묻는 일은 나목이 정한 자격 안에서 책임의 소재를 찾는 일이 된다.

부실경영의 의미는 조문 안에서 별도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만 문구가 요구하는 것은 부실경영 그 자체에 대한 추상적 평가가 아니라, 그 부실경영에 관하여 위 자격에 해당하는 자가 '중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여기서의 중대성은 경영의 부실 정도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수식하는 말로 적혀 있다. 다시 말해 부실경영이라는 결과의 모습보다, 그 결과에 이르게 한 책임이 어느 자에게 얼마나 무겁게 있는지를 이 어구는 묻는다. 이 책임의 무게를 어느 기준으로 재는지는 조문이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범위를 결정하는 작업은 조문에 그대로 남는다.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이 조문의 어구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의 정리에 지나지 않는 사정을 법적 평가로 옮길 수는 없다. 부실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지라는 물음은 예외 사유의 요건을 이루는 질문으로 남으며, 그에 관한 결론은 아직 미정으로 둔다.

한편 같은 조 제7항은 "채권자협의회는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관리인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적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이는 채권자협의회에 추천 권한을 주는 문언일 뿐이며,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나 추천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어떤 구속을 놓는지는 이 조문이 적고 있지 않다. 같은 조 제2항 제2호가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를 예외로 적는 것과 별개로, 후보자 추천의 효과는 이 문구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관한 채권자협의회의 주장이 법원의 판단에 미치는 효과도 역시 이 조문의 범위 안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5.4소명이 요구하는 것

예외 사유를 법문에서 가려낸 뒤에는 그 사유를 어느 자료로 밝혀야 하는지가 남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2항은 예외 사유의 존재를 전제로 선임의 방향을 정하면서, 그 사유를 주장하는 측이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관한 문언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조문이 각 호의 사유를 구체적인 행위와 책임으로 적고 있으므로, 그 행위와 책임이 있었다는 점을 가시화하는 자료가 함께 요구된다고 읽힌다.

소명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예외 사유의 요소가 현실에 있었음을 보여 주는 근거이다. 이사등의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을 예로 들면, 이 행위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행위가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으로 이어졌는지가 구분되어 드러나야 한다. 나아가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의 경우에는, 책임의 근거가 되는 행위와 그것이 부실경영에 해당한다는 점이 함께 보여져야 한다. 이처럼 소명은 예외 사유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현실에 붙이는 작업을 겨냥한다.

그 근거의 성격을 증명의 정도와 혼동하여서는 안 된다. 법원은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관리인의 직무를 수행함에 적합한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항). 이 선임은 개시 단계의 판단이고, 그 판단에 이르는 자료의 밀도는 확정된 증명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명은 확정된 사실의 확정을 뜻하지 않고, 법원이 예외 사유의 해당 여부를 가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근거를 펼쳐 보이는 일에 가깝다. 아울러 같은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관리인의 직무 수행 적합성이므로, 소명은 그 적합성을 가리는 심사의 재료로 놓이는 성질을 함께 갖는다.

그렇다고 하여 소명의 대상과 범위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74조 제2항 제1호가 적은 행위와 책임의 구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소명은 그 구분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의 소명은 그 행위 자체와 파탄 원인으로의 연결을 다루고,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의 소명은 책임의 근거와 부실경영 해당성을 다룬다. 나아가 제74조 제2항 제2호의 경우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를 별도로 요구하므로,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명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소명이 예외 사유의 요소에 맞추어지므로, 그 요소가 무엇인가에 따라 보여야 할 것도 달라진다. 제74조 제2항 제1호가 행위의 주체를 개인인 채무자,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 채무자의 지배인으로 한정하여 적고 있는 만큼, 그 가운데 어느 주체가 행위를 하였는지도 심사의 앞에 놓인다. 이 주체의 구분이 소명에서 함께 드러나야 할 이유는, 예외 사유가 특정한 사람의 행위와 책임을 전제로 선임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주체가 특정되지 않은 채 행위만이 제시된다면, 그 자료는 예외 사유의 어느 요소를 담아낸 것인지 분명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소명이 요구하는 것은 예외 사유의 요소가 있었다는 근거를 심사에 제시하는 일이고, 그 근거의 밀도와 범위는 개시 단계의 선임 판단이라는 맥락 안에서 가려진다. H사의 경우 채권자협의회가 신이 부실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한 바를 함께 고려할 때,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소명은 이 미정의 여지를 좁히는 자료의 제시에 관한 것이지, 그 사유의 성립을 미리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5.5판례가 확인한 지위

소명의 대상으로 남겨 둔 예외 사유의 범위를 묻는 앞의 논의는, 관리인이 누구를 위하여 어느 지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가 하는 물음과 맞닿는다. 채무자의 업무수행과 재산관리·처분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하는 데서 그 법적 지위가 어떻게 확정되는지는,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이 밝힌 바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수행과 재산관리 및 처분 권한이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 근거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에서 찾는다. 그 권한의 귀속이 채무자에게 머무르지 않고 관리인에게 옮겨 간다는 점이 이 판결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권한의 귀속만으로 관리인의 지위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 판결은 권한 전속에 이어 관리인을 누구에 대립하는 자리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이 판시는 관리인이 채무자를 대신하는 기관이 아니라, 이해관계인 전체를 위하여 일하는 공적 수탁자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 지위 규정은 이해관계인 단체에 속한 어느 한쪽만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하는 자리가 아님을 뜻한다. 이 판결은 그러한 관리인의 지위에 기하여 발생한 채권이 담보양도의 목적물에 들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발생하는 채권은 채무자가 아닌 관리인의 지위에 기한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채권양도담보의 목적물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이에 따라 그러한 채권에 대해서는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채무자의 행위로 발생한 채권과 구별되는 기준이 바로 관리인의 공적 지위라는 것이 이 판결의 논리이다.

이 판결이 확인한 관리인의 법적 지위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이며 공적 수탁자라는 점이다. 이 판결은 관리인 선임의 예외 사유에 대한 심사가 어느 깊이에 이르러야 하는지에 관하여 말하지 않았고,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에 관하여도 말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라는 지위가 특정 사안에서 어느 행위를 정당화하는지에 관하여서도 이 판결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 판단의 기준과 심사의 깊이는 미정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대법원 2010다63836 판결에서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관리인이 채무자도 그 대표자도 아니며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는 지위 규정뿐이다. 앞의 소명 논의가 예외 사유의 자료를 모으는 단계였다면, 이 판결이 더하는 것은 그 심사가 전제로 삼아야 할 관리인의 지위이다. 소명을 심사하는 주체가 그 공적 지위를 전제로 판단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5.6개시 단계 심사의 한계

관리인의 지위가 이해관계인 단체의 공적 수탁자로 정리된 데 이어, 법원이 개시 단계에서 예외 사유를 들여다보는 깊이가 얼마인지가 다음 쟁점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2항은 예외 사유를 세 가지로 두고, 그 중 제1호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행한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이 문언은 재산의 유용이나 은닉, 그리고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을 예외 사유로 삼는다. 다만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행위의 사실이 곧바로 드러나는 경우만이 아니다.

각목이 열거하는 자를 가려내려면, 먼저 파탄의 원인이 누구의 행위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같은 항 제1호 가목은 그 자를 "개인인 채무자"로 적고, 나목은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라고 지목하며, 다목은 "채무자의 지배인"으로 적는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따라서 예외 사유의 판단에는 행위자 특정과 함께 그 행위가 파탄의 원인인지에 관한 인과관계가 함께 수반된다. 이 사례에서 신은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이고, 관리인 선임을 신청한 자이기도 하다. 신이 나목의 이사에 해당하는지부터 가려져야 하고, 그 뒤에야 신이 행한 것으로 주장되는 행위가 재산의 유용인지 은닉인지, 아니면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인지를 판단할 차례가 된다. 이러한 판단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를 전제로 삼는 법적 평가이며, 지금 확인된 사실 관계만으로는 미정으로 남는다.

두 번째 예외 사유는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에 관한 것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2항 제2호는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를 예외로 들고, 같은 조 제7항은 "채권자협의회는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관리인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협의회의 요청은 예외 사유의 성립을 위한 요건이면서 후보자 추천의 근거이기도 하다. 다만 요건에는 상당한 이유가 병존하며, 이 사례에서 협의회가 신이 부실의 원인이라고 말한 것만으로 상당한 이유가 바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협의회의 요청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의견 표명에 머무르고, 그 요청이 예외 사유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다. 신이 거래처와 기술을 아는 사람이 자기뿐이라고 답한 대목은 협의회의 주장에 대한 반론에 해당하므로, 상당한 이유를 따지는 데에서 함께 읽혀야 한다.

나머지 예외 사유는 제3호의 "그 밖에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때"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회생의 필요라는 열린 문언은 사안마다 구체화될 수밖에 없고, 신이 거래처와 기술을 아는 사람이 자기뿐이라고 말한 사정이 이 요건과 어떻게 맞물릴지는 아직 미정이다. 거래처와 기술에 관한 지식이 회생에 필요하다는 측면과, 관리인을 따로 두어야 한다는 측면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조 제1항은 법원이 선임할 자격을 "관리인의 직무를 수행함에 적합한 자"로 규정하고,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들을 것을 요구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 이에 비추면 협의회의 의견은 법원이 들을 대상이면서도, 그 의견이 곧 선임의 결과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협의회의 요구와 신의 대답이 나란히 놓인 셈이고, 어느 쪽을 따를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다.

개시 단계에서 예외 사유를 얼마만큼 파고들 것인가는 사실심의 몫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가 무엇인지는 전부 미정으로 남는다. 위에 적은 사실 관계는 관찰된 사실의 정리일 뿐이며,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다만 개시 단계의 심사가 문언이 요구하는 요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일에 그치고, 그 요건에 관한 판단의 깊이는 사실심에서 정해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지금 읽는 곳은 PRO SE입니다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