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재무제표의 오류와 작성자·승인자의 인식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묻는다. 오류의 존재가 곧 인식의 증명이 되지 않는다는 구분을 세우고 거짓 작성 행위와 고의의 분리를 정리한 뒤, 오류의 크기에서 인식을 끌어내는 추론의 위험과 확인된 기재 뒤에 남은 빈칸을 차례로 살핀다.
1.1재무제표 오류가 확정하는 것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과 그 틀림을 알았다는 인식은 서로 다른 문제다. N사가 3년 동안 미완성 공사의 진행률을 과다하게 산정하여 매출 900억 원을 앞당겨 기재한 사실은 재무제표가 기준과 다르게 작성되었음을 가리킨다. 이 사례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러한 오류의 존재가 어느 범위까지를 확정하는지이다.
재무제표에 관한 기준을 함께 읽기 전에, 작성 책임을 어디에 두는지를 살핀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1항은 작성 책임의 주체를 명시하여,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고 정한다. 이 조항은 작성 책임의 주체가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임을 말할 뿐이다.
그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각자가 오류를 인식했다는 결론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대표 갑이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하고, 재무담당 임원 을이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하는 사정은, 인식의 소재를 둘러싼 다툼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다툼의 방향은 사실의 확인을 요한다.
한편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2항은 회사 측의 제출 의무를 별도로 정하여,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출 의무의 대상은 재무제표이다. 오류가 섞인 재무제표가 감사인에게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제출 행위의 존재를 말할 뿐, 오류를 알면서 제출하였다는 점까지는 확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6항은 감사인의 관여를 분명히 한정하여, "회사의 감사인 및 그 감사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는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을 대신하여 작성하거나 재무제표 작성과 관련된 회계처리에 대한 자문에 응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 해당 회사는 감사인 및 그 감사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에게 이러한 행위를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이 금지는 작성 책임의 소재를 회사에 남겨둔다.
결국 재무제표가 기준과 다르게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오류의 존재와 그 규모, 그리고 회사가 그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제출한 사실의 범위를 확정한다. 추정치를 뒷받침한 공정표의 작성 시점,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메신저에 남은,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추라는 내용의 한 줄은 그 수신자와 시점이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위에서 확인된 사실의 기재만으로 확정손해라는 법적 평가가 이루어지지도 않고, 고의라는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는다.
1.2제6조의 작성 책임과 제출
재무제표가 기준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이 무엇을 확정하는지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는 그 잘못된 숫자를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봐야 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재무제표의 작성과 그 제출을 나누어 규정하고, 두 행위의 주체를 각각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두는 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아는 것이, 곧 이어질 인식의 문제를 다루는 출발점이 된다.
우선 작성 책임의 귀속에 관하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1항은,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다. 이 책임이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 각자에게 병존한다는 점은, N사에서 대표 갑이 숫자의 작성을 재무팀 소관으로 돌리고 재무담당 임원 을이 현장 추정치의 반영만을 진술하더라도, 어느 한쪽에게로 작성 책임이 이전되거나 소멸하지 않음을 뜻한다.
다음으로 재무제표의 제출은 그 작성과 다른 항으로 나뉘어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2항은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작성 책임이 자연인인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에게 있다면, 제출 의무는 회사 자체가 부담한다. 따라서 회사가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한 때에는 제출 의무가 이행된 것이지만, 제출된 숫자가 옳다는 것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제출 의무는 일회에 그치지 않고 후속 의무를 낳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3항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인 회사가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사업보고서 공시 후 14일 이내에 그 사유를 공시하여야 한다. 주권상장법인의 제출기한 초과에 관하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제5항은, "그 사유를 제출기한 만료일의 다음 날까지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들은 제출의 지연이나 실패를 알리는 절차에 관한 것이지, 재무제표의 내용이 진실과 다른 경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상의 규정을 종합하면 제6조가 정하는 책임의 대상은 재무제표의 작성과 제출이라는 행위이며, 그 책임의 귀속이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의 인식을 증명하는 것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N사에서 매출 900억 원의 앞당김이 확인된다고 해서, 대표 갑이나 재무담당 임원 을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점까지 이 조항에서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 인식은 별도로 밝혀야 할 문제이고, 이 책임 규정만으로는 미정의 영역으로 남는다.
1.3거짓 작성 행위와 고의의 분리
작성 책임의 귀속을 확인한 뒤에는 그 책임자가 어떤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그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따로 서는 자리를 살필 차례이다. 외부감사법 제39조는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를 별도의 벌칙으로 다룬다. 처벌의 대상과 행위를 규정한 제1항의 문언은 다음과 같다. 「상법」 제401조의2제1항 및 제635조제1항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거나 감사인 또는 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10억원으로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이 문언은 처벌의 전제로 회계처리기준의 위반과 거짓 작성이라는 행위를 함께 요구하며, 앞 절에서 본 작성 책임의 귀속과는 별개의 요건을 구성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위반행위로 인한 재무제표의 금액 변경이 일정 비중에 이르는 경우 형을 가중한다. 문언에 의하면,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회사의 재무제표상 손익 또는 자기자본 금액이 자산총액의 일정 비중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변경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라 각각 가중할 수 있다. 다만, 자산총액의 1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여기서 말하는 변경은 재무제표에 기재된 금액의 차이를 가리키며, 작성자가 그 차이를 알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위반행위의 크기에 따라 정한 가중 사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1.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100분의 10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100분의 5 이상으로서 제1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이 규정은 금액 비중이라는 외형을 기준으로 형을 정할 뿐, 작성자의 인식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보면 행위의 거짓성과 작성자의 고의는 서로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이 구분은 사안에서 바로 그대로 작동한다. N사는 3년 동안 미완성 공사의 진행률을 과다하게 산정하여 매출 900억 원을 앞당겨 재무제표에 기재하였다. 재무담당 임원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하고, 대표 갑은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한다. 사내 메신저에는 이번 분기 목표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한 줄이 남아 있고, 그 지시의 수신자와 시점은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추정치를 뒷받침한 공정표의 작성 시점,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미정이다. 진행률의 과다 산정과 앞당긴 매출 기재가 회계처리기준의 위반에 따른 거짓 작성에 해당하는지는 제39조 제1항의 행위 요건으로 판단할 물음이고, 누가 그 거짓을 알았는지는 그와 분리된 차원의 문제로 남는다.
한편 제39조 제1항의 처벌 범위는 작성 책임자에 한정되지 않고, 「상법」 제401조의2제1항 및 제635조제1항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까지 넓게 미친다. 을이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는 진술과 갑이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는 진술은 모두 작성 책임의 귀속에 관한 말이며, 거짓 여부의 판단에 대한 답이 아니다. 이 두 질문을 뒤섞지 않는 한, 확인된 사실의 기재만으로 확정손해나 고의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분명해진다.
1.4오류의 크기와 인식의 추론
작성 책임의 주체가 정해졌다는 데서, 이어지는 의문은 오류의 규모가 인식의 판단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이다. 매출 900억 원이 3년에 걸쳐 앞당겨 기재되었으니 그 차이는 작다고 할 수 없고, 그 지속 기간도 짧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오류의 크기와 기간이 크고 길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작성자나 승인자의 인식을 끌어낼 수 있는지 별개의 문제로 놓아둔다.
외부감사법 제6조는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을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에게 지우면서, 그 책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조문은 작성 책임의 소재만을 가릴 뿐, 작성한 내용이 틀렸다는 사실과 작성자가 그 틀림을 알았다는 사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지는 않는다. 책임의 귀속이 곧 인식의 입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이 사례에서 갑과 을이 각기 주장하는 역할의 분담은 작성 책임의 정해짐과는 별도로 인식의 근거를 요구한다.
작성 책임자와 회사의 의무를 나란히 두는 규정은, 재무제표의 제출까지를 그 책임의 연장선에 놓는다.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문장이 강조하는 바는 작성과 제출의 절차이지, 제출된 숫자의 정확성이나 그 숫자에 담긴 추정치의 산정 근거를 별도로 다루지는 않는다. 오류의 크기를 문제 삼으려면 결국 그 오류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어느 시점의 자료가 그 산출에 쓰였는지를 따로 밝혀야 한다.
이 사례에서 매출 900억 원의 조기 인식은 3년에 걸쳐 반복된 것이므로, 단발의 착오라는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반복된 과다 산정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의문을 키우지만, 그 반복이 누구의 인식 아래에서 이루어졌는지는 또다른 확인을 요한다. 을이 현장의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한 것과 갑이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고 진술한 것 사이에는 책임의 분담에 관한 주장만 놓여 있고, 인식의 존재를 확정할 만한 사실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오류의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다는 점만으로 작성자와 승인자의 인식을 확정하는 것은 이 사례의 기재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메신저에 남은 한 줄과 그 지시의 수신자·시점이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오류의 크기는 의문을 제기할 뿐 인식의 근거를 대신하지 못한다.
1.5확인된 기재와 남은 빈칸
오류의 크기에서 인식을 곧바로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뒤, 이 사례에 기재된 사실이 각각 무엇을 뒷받침하고 무엇을 채우지 못하는지 차례로 살필 필요가 있다. 합성 사례에는 세 가지 사실이 놓여 있다. 을의 진술, 갑의 진술, 그리고 수신자와 시점이 다르게 나타나는 메신저 기록이다. 이 셋은 서로 다른 쟁점을 가리키며, 하나가 나머지의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우선 작성 책임의 귀속은 법문으로 가늠할 수 있다. 외부감사법 제6조는 재무제표를 누가 만드는지 분명히 정한다. 외부감사법 제6조제1항은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 사례에서 을은 재무담당 임원이고, 갑은 대표이사이므로 둘 다 이 책임의 주체에 든다. 갑이 숫자의 작성은 재무팀 소관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은 책임의 법적 귀속을 바꾸지 않는다. 작성 책임은 법문상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에게 함께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을의 진술은 무엇을 뒷받침하는가. 을은 현장에서 올린 원가 추정치를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진술한다. 이 진술은 작성의 경위, 곧 재무제표의 숫자가 어느 자료에서 왔는지를 설명한다. 진행률 과다 산정이 현장 추정치의 수용에서 비롯되었다는 경위를 말할 뿐이다. 그러나 이 진술은 을이 추정치가 과다하다는 점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다. 경위의 설명과 인식의 존부는 별개의 쟁점이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은 허위 기재의 고의를 다루며 그 증명의 경로를 이렇게 가른다. "그 기재의 허위성 및 허위 기재의 고의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경위를 설명하는 진술 하나가 곧 간접사실의 충분한 연결을 이루지는 못한다. 확인된 것은 그대로 기재하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미정으로 남겨야 한다.
다음으로 사내 메신저에 남은 한 줄을 보면, 분기 목표에 맞추어 달라는 취지의 지시가 확인된다. 이 문장은 분기 목표와 숫자 조정을 연결하라는 취지의 지시로 읽힌다. 다만 그 수신자와 시점이 확인된 기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수신자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지시가 을에게 갔는지, 또 다른 재무 관계자에게 갔는지 알 수 없다.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지시가 추정치 반영 전에 있었는지 후에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지시의 내용은 확인되지만 지시의 당사자와 순서는 빈칸으로 남는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사후에 드러난 오류와 확인 절차의 이행을 나누며 판단의 자리를 이렇게 정한다. "사후적으로 재무제표에서 일부 부정과 오류가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감사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고 경영자 진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확인절차를 거치는 등 회계감사기준 등에 따른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갑 법인이 위와 같이 요청한 이후에 그 내용이 최종 감사보고서와 최종 재무제표 등에 반영되어 수정되었는지 여부와 그 과정의 합리성과 적절성 등에 관하여 더 살펴보았어야 하는데도, 만연히 갑 법인이 을 은행의 재무제표상 거짓 기재를 인지하고서도 이를 지적하지 아니한 채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판단하여 갑 법인이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 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병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이 사례에서 수신자와 시점이 갈리는 기록은 지시가 누구에게, 언제 닿았는지를 가리지 못하므로 인식의 귀착을 확정하는 자리가 남지 않는다. 이 빈칸이야말로 인식을 확정하는 길을 막는다.
공정표의 작성 시점, 감사인에게 제출된 자료의 범위, 결재선에 남은 서명의 순서는 모두 미정이다. 외부감사법 제6조제2항은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제출 의무의 존재는 분명하지만, 이 사례에서 그 제출 자료의 범위가 무엇이었는지는 확인된 기재가 없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은 기재된 내용과 작성자의 인식이 어긋났음을 알면서 일부러 진실 아닌 기재를 한 경우를 허위 기재로 가리킨다. 그 판결은 "행위자인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의 내용에 자신이 감사한 사실에 관한 인식이나 판단의 결과를 표현함에 있어서 자신의 인식판단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불일치하는 것임을 알고서도 일부러 내용이 진실 아닌 기재를 한 때를 말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도4471 판결). 이 사례에서 확인된 기재는 작성의 경위와 지시의 존재에 그치며, 인식과 기재의 불일치에 관한 사실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정인 부분을 추정으로 채워 넣는 순간 사실의 기재를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확정손해나 고의라는 법적 평가가 내려지지 않는다. 작성 책임의 귀속은 법문으로 정해지고, 작성의 경위는 을의 진술로 드러난다. 그러나 지시의 수신자와 시점이 갈리는 기록은 인식의 귀착을 미정으로 묶어 둔다. 간접사실의 연결이 모자란 채로 남은 이 빈칸에서, 오류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오류를 알았다는 사실은 끝내 별개로 남는다.
1.6오류와 인식 사이의 증거
오류와 인식의 문제를 확정된 기재와 미정의 빈칸으로 가려낸 자리에서, 이제 그 둘을 가르는 징표가 무엇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숫자가 틀렸다는 사실과 그 틀린 줄 알았다는 인식은 각각의 근거를 요구하며, 앞에서 확인한 진술과 메신저 한 줄은 어느 쪽을 얼마나 채우는지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작성 책임의 귀속은 외부감사법 제6조에서부터 확인된다. 그 제1항은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이에 따라 N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은 대표 갑과 재무담당 임원 을에게 원칙적으로 놓인다.
같은 조 제2항은 "회사는 해당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출 의무의 주체가 회사이므로, 감사인에게 넘어간 자료의 범위가 무엇이었는지는 회사 측의 작성·제출 행위를 둘러싼 확인 대상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작성 책임자가 오류를 인식했는지를 다루는 자리로 나아간다. 숫자의 오류는 재무제표에 기재된 금액과 사실 사이의 불일치를 가리키고, 인식은 작성자가 그 불일치를 알았는지를 묻는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사실을 요하므로, 앞에서 남겨 둔 공정표의 작성 시점이나 결재선의 서명 순서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그 둘 사이의 징표는 확정되지 않는다.
징표의 성격을 벌칙 조항의 문언에서 가늠할 수 있다. 외부감사법 제39조제1항은 "「상법」 제401조의2제1항 및 제635조제1항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거나 감사인 또는 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면서,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10억원으로 한다"고 단서를 둔다. 이 문언은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거짓 작성이라는 요건을 함께 두므로, 기재된 금액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만으로는 이 조항의 평가가 끝나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 조항에 이어지는 가중 규정도 같은 맥락을 보탠다. 동조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회사의 재무제표상 손익 또는 자기자본 금액이 자산총액의 일정 비중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변경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라 각각 가중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다만, 자산총액의 100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한다"고 단서를 둔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다만 이 사례에서 900억 원이라는 금액의 의미를 이 단서의 기준에 비추어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모아 보면, 오류와 인식 사이를 이어 주는 근거는 작성 책임의 소재와 기재된 사실의 범위, 그리고 회계처리기준을 준거로 삼는 문언의 구조에서 나온다. 회계처리기준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이 문언들이 그 기준을 무엇의 준거로 놓는지를 읽는 다음 물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