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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령·예규의 효력: 행정규칙과 법규명령의 경계 · 제30권 · 제1장 · 초판

지침에 불과한 문장이 세금을 매기는 장면

국세청 훈령에 따라 산출한 양도소득세에 대해 내부 지침일 뿐이라는 주장과 위임받은 기준이라는 주장은 무엇을 다투는가?

분량
약 2,000단어 · 9분
자료
조문 1 · 판결 0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1세무서가 인용한 훈령
  3. 1.2행정기본법의 행정규칙 정의
  4. 1.3정의 규정이 가리키는 자리
  5. 1.4국민에 미치는 현실적 작용
  6. 1.5두 주장이 맞선 지점
  7. 1.6대외적 구속력으로 남긴 물음
  8. 다룬 법령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을과 세무서가 맞선 장면에서 행정규칙이 실제 처분을 움직이는 현실을 짚고 대외적 구속력이라는 물음을 세운다. 세무서가 인용한 훈령, 행정기본법의 행정규칙 정의, 정의 규정이 가리키는 자리, 국민에 미치는 현실적 작용을 차례로 살핀다.

1.1세무서가 인용한 훈령

세무서가 납세고지서에 적은 세액은 국세청 훈령이 제시하는 계산 방식에서 나왔다. 을은 그 훈령이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일 뿐이라고 하고, 세무서는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고 답한다. 이 다툼 앞에 서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훈령이 이 처분에서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가이다.

국세청이 세액 산출에 쓴 계산 방식은 훈령에 적힌 것이다. 훈령이란 상위 법령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하는 규범을 가리키는데, 행정기본법 제2조제1호는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한 훈령 등을 묶어 "법령등"으로 규정한다. 이 정의는 훈령을 법령등의 한 갈래로 들이면서도 법률이나 대통령령과는 자리를 달리해 서술한다.

한편 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을 말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제4호는 "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정한다. 납세고지서의 발급은 세액 납부를 요구하는 법 집행이므로 이 정의가 그린 처분에 들고, 그 처분의 근거에 계산 방식이 쓰인 훈령이 놓여 있다.

을이 지적하는 지점은 훈령이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이라는 것이다. 훈령이 법령등의 하나로 규정된 것과, 납세고지서라는 구체적 처분이 그 훈령의 계산 방식에 따라 산출되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사실이다. 전자는 훈령이 법이 부르는 자리에 서 있음을 말하고, 후자는 그 훈령이 처분을 실제로 움직였음을 말한다. 세무서의 대답은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는 것이나, 이 사례에서 법률의 문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 적용 여부는 이 사례의 결과를 정하는 평가가 아니다. 아울러 훈령의 발령일, 시행일, 공표 방식과 납세고지서가 인용한 조항의 범위,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은 훈령이 납세고지서 발급의 계산 근거로 처분을 움직였다는 사실이며, 그 훈령이 법규로서 효력을 가졌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할 문제이다.

1.2행정기본법의 행정규칙 정의

세무서가 납세고지서에 계산 근거로 올린 훈령이 처분을 움직이는 자리에 놓인 것을 본 뒤에, 이 훈령이 법에서 무엇으로 불리는지를 정해진 문언에서 확인할 차례이다. 을이 훈령을 사무 처리 기준으로만 본다고 하고 세무서가 상위 법령의 위임을 말하는 이 장면에서, 법이 훈령과 예규를 어떤 범주에 넣는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라고 열면서 정의 대상을 한정하고, 그 첫 번째 용어로 "법령등"을 든다. 같은 조 제1호 가목이 법령의 범위를 세 가지로 나눈다. 그 세 번째 항목은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정한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이라고 적는다 (행정기본법 제2조). 이 문장은 훈령과 예규를 행정규칙으로 부르면서, 그 앞에 위임을 받는 관계를 둔다.

여기서 위임의 출처는 같은 목의 앞 항목들이다. 「행정기본법」 제2조 제1호 가목은 법령의 첫 번째 항목으로 "법률 및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을, 두 번째 항목으로 "국회규칙·대법원규칙·헌법재판소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감사원규칙"을 열거한다. 이에 따라 훈령과 예규는 그 위임을 받은 기관의 장이 정한 것으로 놓인다. 을에게 고지된 세액이 국세청 훈령의 계산 방식을 따랐다면, 그 훈령은 이 정의상 법령등 안에서 행정규칙의 자리를 차지한다.

정의 문언은 훈령과 예규를 "행정규칙"이라는 한 범주로 묶을 뿐, 두 종류 사이에 효력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병이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한 예규를 자기에게는 빠뜨렸다고 다투는 사정 역시, 예규가 위 정의에서 행정규칙으로 서술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예규가 위임을 받아 기관의 장이 정한 것인지, 그리고 고시 등과 함께 나열되는 범주 안에 들어오는지는 정의 문언에 적힌 요건대로 판단할 일이다.

이 정의 조항이 담은 것은 용어의 뜻이다. 훈령과 예규의 대외적 구속력, 또는 특정 납세자에 대한 적용 여부에 관한 결론은 이 문장에서 나오지 않는다. 을과 병이 다투는 지점에 대한 평가는 남겨진 채로, 훈령과 예규가 법에서 행정규칙으로 분류된다는 사실만이 확인된 셈이다.

1.3정의 규정이 가리키는 자리

행정기본법 제2조가 훈령과 예규를 무엇으로 불렀는지 살핀 뒤, 그 규정이 정작 무엇을 향해 놓였는지를 묻는다. 세무서의 납세고지와 병의 감경 주장 앞에서, 정의 문언이 가리키는 자리를 가려내면 그 문언만으로 대외적 구속력의 유무를 단정할 수 없는 까닭이 드러난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쓰는 용어의 뜻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정의를 두고, 그 첫 항목으로 “법령등”을 설명한다. 그 정의에 따르면 법령등의 하나인 법령은 다시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셋째가 정의 규정이 훈령과 예규를 두는 자리이다. 법령 항목의 셋째에 관한 문언을 그대로 옮기면,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정한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이다 (행정기본법 제2조). 이 문장이 훈령과 예규를 가리키는 자리는 “법령등”의 하위인 “법령”의 한 갈래이며, 그 앞에는 위임을 받았다는 형용이 놓여 있다.

세무서가 국세청 훈령을 납세고지의 산출 근거로 삼았으므로, 이 문장에서 쓰인 “법령”의 뜻이 처분의 근거와 같은지 물어야 한다. 이에 더해 정의 규정은 “법령등”과 나란히 “자치법규”를 두는데, 자치법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및 규칙으로만 적고 있다. 이 대비는 정의 규정이 국가의 법령과 자치법규를 묶어 무엇을 “법령등”으로 부를지 정하고 있음을 보인다. 그런데 정의 문언은 훈령·예규·고시를 한 덩어리로 묶어 “행정규칙”이라 부르면서, 그 행정규칙을 법령의 한 갈래에 넣고 있다.

여기서 문언이 무엇을 묻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법령등”의 뜻을 적은 조항이지, 그 법령등 중 어떤 것이 국민에 대하여 직접 구속하는지를 정한 조항이 아니다. 자료에 인용된 제2조의 문장은 정의 외의 내용을 담지 않고, 행정규칙의 대외적 효력에 대한 단서나 예외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이 규정에 행정규칙이 국민을 구속한다는 결론이 들어 있다고 읽는 것은 문언을 넘어서는 해석이고, 그 반대의 결론이 들어 있다고 읽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언을 넘어서는 일이다.

병이 다투는 감경 적용의 문제도 같은 자리에서 본다. 병의 주장은 예규를 자기에게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는지는 예규의 법규성에 대한 별도의 판단에서 갈린다. 그러나 행정기본법 제2조의 정의 문언은 예규를 행정규칙으로 이름 붙일 뿐, 그 예규를 다른 납세자에게 적용하던 관행을 한 납세자에게도 적용해야 하는지를 정하지 않는다. 정의 규정이 가리키는 자리는 이름을 붙이는 자리이다.

이렇게 보면 정의 규정의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행정기본법은 훈령과 예규를 무엇으로 부르는지 정하면서, 그 부름이 곧 법적 효력의 선언은 아님을 문언 자체로 보여 준다. 세무서의 주장처럼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는지, 을의 주장처럼 훈령이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일 뿐인지는 이 문장에서 결론 나지 않는다. 그 두 논쟁은 정의 규정 바깥에서 다른 자료와 함께 판단할 몫으로 남는다.

1.4국민에 미치는 현실적 작용

행정기본법 제2조는 정의 규정으로서 행정규칙이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를 가리킬 뿐이었다. 그 규정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것은 그 지침이 국민의 세액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이다. 이제 을에게 납세고지서가 발급된 장면에서, 계산 방식을 적은 훈령이 어떤 힘을 미치는지를 살핀다.

국민이 국세청 훈령을 직접 마주치는 때는 고지서를 받을 때다. 세무서는 을의 양도소득세를 산출하면서 훈령에 적힌 계산 방식을 따랐고, 그렇게 나온 숫자가 곧바로 을이 낼 세액이 되었다. 을의 재산이 줄어드는 결과는 훈령의 문장에서 나왔으나, 을에게 그 효력을 주장하는 자는 행정청이 되어야 한다. 훈령 자체가 을을 구속하는 법규로 서는지, 아니면 세무서의 산정 근거로만 작용하는지는 이 사실관계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훈령의 발령일과 시행일, 공표 방식,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 그리고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 대응이 모두 미정이기 때문이다.

행정기본법 제2조 제1호 가목은 법령의 범위를 나열하면서, 그 셋째로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정한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을 둔다 (행정기본법 제2조). 같은 조 제4호는 처분을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 정의 규정이 나란히 두는 이 두 범주가 이 사례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즉 훈령의 문언이 곧 을에 대한 법 집행의 근거가 되는지 여부는 이 조문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편 병은 예규의 감경을 자기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다투고 있다. 병의 경우는 을과 달리 세액의 인상이 아니라 불이익한 차별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예규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감경을 주는지를 밝히는 규정과, 그 예규를 병에게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여기서도 예규의 공표 방식과 처분이 참조한 조항이 미정이므로, 병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훈령과 예규가 국민의 권리 의무에 현실적인 작용을 미친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을의 세액은 훈령의 계산 방식에서 나왔고, 병은 예규의 감경이 빠진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적 작용을 곧 국민에 대한 법적 구속으로 읽어 올리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행정청이 지침을 내부 기준으로 삼아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뿐이며, 그 지침이 처분의 대외적 효력을 좌우하는 법규인지 여부는 남은 쟁점으로 남는다.

1.5두 주장이 맞선 지점

국세청 훈령에 따른 계산으로 산출된 세액이 을에게 고지된 뒤, 을은 그 훈령이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세무서는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고 맞선다. 훈령이 어느 쪽 주장에 맞닿아 있는지를 가리려면, 먼저 훈령이 법령 체계 안에서 어떤 지위에 놓여 있는지의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정의 조항으로서 법령등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넓힌다. "가. 법령: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 뒤에 "3)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정한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을 두고 있다(행정기본법 제2조). 이 문언은 훈령과 예규를 '법령등'의 한 갈래로 놓으면서, 그 앞에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라는 조건을 붙인다. 을과 세무서가 맞선 자리는 바로 이 문언의 조건이 뜻하는 바이다. 을은 위임과 무관하게 훈령이 공무원 내부의 처리 기준에 그친다고 보는 반면, 세무서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 훈령이 구체적 기준이 된다고 본다(행정기본법 제2조).

이 문언이 두 주장을 가르는 척도인 까닭은, '위임'이라는 말이 훈령을 법령등의 범위에 넣는 요건으로 문장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위임이 있는 훈령과 위임이 없는 훈령을 같은 것으로 다룰 수 없다는 점만이 이 조항에서 읽히며, 어떤 경우에 위임이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조항이 말을 보태지 않는다. 을이 훈령을 공무원 사이의 사무 처리 기준으로만 보는 데는 그 훈령이 내부 지침에 그친다는 전제가 놓여 있고, 세무서가 그 훈령을 구체적 기준으로 보는 데는 국세청장이 법률로부터 그 기준 정하는 권한을 받았다는 해석이 놓여 있다. 따라서 양측이 실제로 다투는 지점은 훈령이라는 문서 형식 자체가 아니라, 이 훈령이 행정기본법 제2조가 요구하는 '위임'을 갖추었는지이다.

병이 다투는 예규의 감경 문제는 앞선 을의 논쟁과 겉으로는 다른 쟁점을 보이나, 같은 지점에 발을 딛고 있다. 병은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하던 예규의 감경을 자기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다투는데, 여기서 문제된 예규 역시 행정기본법 제2조가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으로 함께 적은 문서이다. 이 규정이 예규를 훈령과 나란히 놓고 있는 한, 예규의 법령등 해당 여부도 같은 조건 곧 위임의 유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병의 다툼은 예규가 이미 적용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 적용의 관행 자체가 위임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납세자에게 적용되었는지도 그 문언이 말하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실이 남는다.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은 미정이고, 세무서가 을에게 한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도 미정이다. 또한 이 훈령이 상위 법령의 문언과 어떻게 대응하는지 역시 미정이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위임'이라는 요건을 요구할 뿐, 위임의 성립에 필요한 구체적 사정을 열거하지 않으므로, 이 미정 사실들은 위임 유무를 판정하는 데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을의 주장과 세무서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미정 사실이 채워지기 전에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이 장면에서 맞선 것은 훈령의 문서 형식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행정기본법 제2조가 '법령등'으로 편입하기 위해 붙인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라는 조건을 이 훈령이 충족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을은 그 조건을 갖추지 못한 훈령이 국민에게 구속할 수 없다는 쪽에, 세무서는 그 조건을 갖춘 훈령이 구체적 기준이 된다는 쪽에 서 있다. 다만 위임의 요건을 어떻게 구성할지나 감경 예규의 적용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이 장면 안에서 새로 정할 수 없다.

1.6대외적 구속력으로 남긴 물음

앞 단위가 남긴 양측의 대립을 그대로 두면, 이 대립이 결국 무엇을 묻는지 그 물음의 성격을 가려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조는 훈령과 예규를 어디에 두어 적는지 먼저 밝혀 둔다. 그 조문에서 정의 규정은 "“법령등”이란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 가. 법령: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 (…) 3) 1) 또는 2)의 위임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장,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감사원장 등이 정한 훈령·예규 및 고시 등 행정규칙"이라 규정하고 있다 (행정기본법 제2조). 이 조문은 훈령과 예규를 행정규칙으로 부르면서도 "법령등"이라는 용어 안에 함께 담는다. 명칭을 무엇으로 붙이는지와 그 문장이 누구를 묶는지는 서로 다른 물음이 된다.

을이 국세청 훈령을 내부 사무 처리 기준에 그친다고 하는 주장과, 세무서가 법률이 구체적 기준을 국세청장에게 맡겼다고 하는 답은 이 물음의 양쪽 끝에 놓인다. 한쪽은 그 문장이 대외적으로 납세자를 묶지 못한다고 하고, 다른 쪽은 상위 법령이 남긴 자리를 그 문장이 메우므로 고지에 쓸 수 있다고 한다. 세무서가 발급한 납세고지서가 훈령에 적힌 계산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훈령 문장의 구속력이 곧 을의 세액을 가르는 셈이 된다. 이 장면에서 실제로 걸린 것은 훈령이 법규성을 가지는지 여부다.

병이 다투는 지점은 같은 물음의 다른 얼굴이다. 병은 다른 납세자에게 늘 적용하던 예규의 감경을 자기에게는 빼앗겼다고 한다. 여기서는 그 예규 문장이 병을 묶느냐가 아니라, 행정청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이 허용되는지가 쟁점이 된다. 병의 주장이 닿는 곳은 예규의 법규성이 아니라 행정청의 자기구속이다. 훈령의 대외적 구속력을 묻는 을의 문제와 병의 문제는 겉으로는 같은 자료를 상대로 하지만, 묻는 것이 서로 다르다.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은 이 장면 안에서 만들지 않는다. 훈령과 예규의 발령일·시행일·공표 방식이 미정이고, 각 처분이 인용한 조항의 범위도 미정이며, 훈령과 상위 법령의 문언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정인 사실들을 놓고 결론을 지어 내면, 그것은 자료에 뿌리를 둔 해석이 아니게 된다. 을과 세무서가 맞선 자리는 그대로 두고, 무엇이 그 자리를 가르는지의 물음만 남겨야 한다.

그러므로 이 장이 세우는 물음은 하나다. 훈령과 예규에 적힌 문장이 행정청 내부의 기준에 그치는지, 아니면 납세자를 비롯한 외부의 사람에게도 구속력을 가지는지. 세무서의 계산 방식이든 병의 감경이든, 처분의 결과는 모두 이 물음의 앞에 놓인다. 법령보충성의 요건과 자기구속의 성립은 이 물음의 뒤를 잇는 문제다. 그 두 가지를 다루는 자리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룬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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