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처분 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 처분이 그것만으로 적법한지 묻는다. 정의 식당의 장면에서 별표의 칸과 개별 사정이 어긋나는 지점을 세우고, 처분기준의 설정과 공표, 기준대로 하였다는 항변, 당사자가 미리 아는 가능성, 유사 사례와 평등한 적용을 차례로 살핀다. 기준표가 주는 예측 가능성과 평등의 이점을 정리하며 적법의 문턱에 남긴 물음으로 마무리한다.
1.1처분기준의 설정과 공표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항변은 곧 처분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정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의 무게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따지기 전에, 기준표를 행정기관의 손으로 만드는 규정부터 읽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는 처분기준을 누가 정하며 어떻게 내놓는지를 열거 규정으로 두지 않고, 필요한 기준을 행정청이 정하도록 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방향과 공표 의무를 함께 둔다. "①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이 구의 주어는 행정청이며, 정하여 공표하여야 할 대상은 필요한 처분기준이다. 기준을 구체적으로 삼아야 할 사유는 해당 처분의 성질에서 찾도록 되어 있다. 기준의 내용이 아니라 정하여 공표한다는 방식이 이 항에서 먼저 요구된다.
이렇게 정하여 공표된 기준은 인허가의제의 절차에서도 그 공표의 통로를 마련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2항은 관련 인허가의 처분기준을 모아 공표하는 절차를 둔다. "② 「행정기본법」 제24조에 따른 인허가의제의 경우 관련 인허가 행정청은 관련 인허가의 처분기준을 주된 인허가 행정청에 제출하여야 하고, 주된 인허가 행정청은 제출받은 관련 인허가의 처분기준을 통합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출의 주체는 관련 인허가 행정청이고, 통합하여 공표하는 주체는 주된 인허가 행정청이다. 변경의 경우에도 같은 나눔이 그대로 따른다. 이 항이 정하는 것은 기준을 모으고 내놓는 통로이지, 기준의 내용을 새로 정하는 권한이 아니다.
공표에는 예정된 예외가 따라붙는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3항은 공표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을 적었다. "제1항에 따른 처분기준을 공표하는 것이 해당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하거나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분기준을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 (행정절차법 제20조) 공표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로는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함과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침이 함께 적혀 있고, 어느 쪽이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요구된다.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문언은 의무를 벗어날 여지를 둘 뿐, 처분기준을 정하여야 할 의무까지 덜어 주지는 않는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기준이 공표되었는지, 또는 이 예외가 논의되었는지는 여기에서 확정할 수 없다.
공표된 기준을 읽는 사람은 행정절차법 제20조 제4항에서 설명을 청할 자리를 얻는다. "당사자등은 공표된 처분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행정청에 그 해석 또는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요청할 수 있다는 문언은 기준의 해석 권한이 당사자에게 있지 않음을 보이고, 이어서 해당 행정청이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문장은 응답의 방향을 정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 요청에서 벗어날 여지가 함께 남는다. 해석이나 설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공표된 기준을 당사자가 읽고 확인하는 통로를 넓힌다.
이렇게 읽힌 조문은 처분기준의 성질에 대한 답까지 주지는 않는다. 처분기준이 하위법규의 위계에서 어디에 놓이는지, 별표의 항목이 재판정에 어떤 구속을 갖는지는 여기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정의 식당의 위반 사실과 영업정지 2개월의 길이를 기준표의 칸에 놓아 보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은 처분기준이 행정청이 필요한 만큼 정하여 공표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기준표가 행정청의 손에서 정하여졌다는 사실은, 기준표를 적용한 처분이 그 자체로 정당함을 뜻하지 않는다.
1.2별표의 칸과 개별 사정
행정절차법 제20조는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할 것을 요구한다. 그 까닭은 기준이 구체적일수록 그 표 안에 무엇이 적히고 무엇이 빠지는지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은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에 따라 정하여진 바, 이 사정은 별표의 어느 칸이 이 사건에 놓이는지를 묻는 작업으로 이끈다.
식당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사실은 별표가 정한 위반 유형에 해당한다. 처분청이 2개월의 기간을 정한 근거는 그 칸에 적힌 기준이다. 그에 비하여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다는 사실과 식당이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별표의 칸에 그대로 적히지 않은 사정이다. 전자는 행위자의 주의 정도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위반의 반복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둘 다 별표가 표로 옮기지 않은 개별 사정이다.
이렇게 나누어 놓으면 관찰은 분명해진다. 별표의 칸에 적힌 사정만으로 2개월이 정하여졌다면 별표 밖의 두 사정이 기간 산정에 실제로 작용하였는지는 이 사례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도 미정이며,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도 미정이다. 다만 별표의 칸이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담지 않았는지를 먼저 가려 놓는 일은, 이 사례의 관찰을 제자리에 두는 작업이다.
다만 별표의 감경 조항은 별표 안에 함께 적히는 조항이다. 위조 신분증과 첫 위반 기록이 별표의 칸 밖에 있다고 해서 감경 조항의 검토와 무관해지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감경 조항의 해당 여부가 별표 밖의 사정을 전부 담아내는 것도 아니다. 감경 조항의 문구가 무엇을 조건으로 삼는지, 그리고 두 사정이 그 조건에 놓이는지는 별표의 칸을 가려 놓은 뒤에야 비로소 물을 수 있다. 현재로는 처분청이 이 검토를 하였는지가 미정이므로, 그 검토가 빠졌다거나 끝났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은 확정된 것으로 적을 수 없다.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 역시 이 사례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는 처분청이 별표의 어느 칸과 어느 사정을 산정의 근거로 삼았는지를 가리는 데에 함께 놓이는 자리이고, 유사 사례의 비교는 처분청이 별표의 칸을 사건에 어떻게 대조하였는지를 가리는 데에 함께 놓이는 자리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확정되지 않은 채로, 그 사실이 재량 판단에 빠졌다거나 들어갔다라고 말하면 관찰은 그 자리를 벗어난다.
위조 신분증과 첫 위반 기록을 별표의 칸 밖에 두었다고 해서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가 섰다고 할 수 없다. 별표의 칸에 적힌 사정과 칸에 담기지 않은 사정을 먼저 나누어 놓는 일은, 이 사례의 관찰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일이다. 그 나눔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남은 물음, 곧 별표의 기준을 정하여 공표한 까닭이 이 사건에서 어떻게 이행되었는지를 물을 차례가 된다.
1.3기준대로 하였다는 항변
별표의 칸에 적힌 사정과 적히지 않은 사정을 나누어 놓고 나면, 처분청은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할 차례에 놓인다. 처분청이 내놓는 말 가운데 흔한 것은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항변이다. 정의 식당에서 영업정지 2개월이 별표의 칸에 따라 정해졌다는 뜻으로 이 말이 쓰인다면, 그 말이 처분의 적법성을 가리키는지 물어야 한다. 기준대로 하였다는 말이 적법하다는 뜻과 같은지를 가리기 전에, 그 말이 실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읽어 두어야 한다.
기준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읽기 위하여 행정절차법 제20조는 처분기준의 설정과 공표를 요구한다. 그 조문은 "①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고 정하고 있다(행정절차법 제20조). 이 문장은 처분기준을 될 수 있는 한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문장이 처분의 결과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처분기준이 만들어지고 공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분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기준표가 항상 공표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문은 공표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둔다. 그 예외를 옮기면 "③ 제1항에 따른 처분기준을 공표하는 것이 해당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하거나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분기준을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행정절차법 제20조). 이 단서는 공표의 예외를 인정한다. 다만 정의 식당의 경우에 이 예외가 적용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공표 여부는 기준표를 당사자가 볼 수 있었는지와 관련된다. 그러나 기준표가 공표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처분이 적법하다는 뜻을 가리키지 않는다.
처분청이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말은 몇 가지를 뒤섞어 놓을 수 있다. 그 말은 기준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리킬 수 있다. 기준표의 어느 칸이 이 사건에 대응한다는 판단을 가리킬 수도 있다. 칸에 적힌 사정만을 보고 칸에 담기지 않은 위조 신분증과 첫 위반 기록을 놓아두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같은 말이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뜻으로 쓰인 것인지에 따라 그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런데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기준대로 하였다는 항변이 어느 뜻으로 쓰인 것인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정의 식당에서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이 사실들이 남아 있는 채로 기준표 적용만을 확인하였다고 하여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론을 앞세울 수 없다. 별표의 칸과 개별 사정을 나누어 본 뒤에도 법적 평가는 남아 있고, 기준대로 하였다는 항변은 그 평가의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위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준대로 하였다는 항변은 그 자체로 처분의 적법성을 가리키는 답이 되지 못한다. 이 항변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밝힌 뒤에야 그 말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1.4당사자가 미리 아는 가능성
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항변을 다시 풀어 보면, 그 항변이 놓치고 있는 것은 당사자가 처분에 앞서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이다. 이제 기준표가 공표되어야 하는 까닭을 행정절차법에서 읽고, 그 공표가 당사자에게 주는 예측 가능성이 처분의 적법성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핀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은 처분기준의 설정과 공표를 행정청의 의무로 두되, 그 기준의 내용에 관하여 이렇게 요구한다.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이 문장에서 공표의 대상은 "구체적으로 정하여"진 기준이며, 이 요구는 기준을 만들고 나서 공표하는 두 동작에 함께 걸린다. 정의 식당이 영업정지 2개월을 처분받은 근거가 된 시행규칙 별표가 처분에 앞서 공표된 기준에 해당한다면, 식당은 처분에 앞서 그 내용을 만날 수 있었던 셈이다.
공표라는 방식이 당사자에게 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리 아는 가능성이다. 처분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시점이 처분 후가 아니라 처분 전으로 당겨짐으로써, 당사자는 자기 행위의 법적 결과를 계산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고를 수 있다. 정의 식당에 적용된 기준이 청소년 주류 판매를 어떤 위반으로 분류하고 얼마의 영업정지를 부과하는지를 미리 보여 준다면, 식당은 그 판매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 처분 이전에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예측 가능성이 생겼다는 사실이 처분을 적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이 요구하는 것은 처분기준의 정하여짐과 공표일 뿐이고, 개별 처분이 그 기준에 맞는 내용으로 되었는지는 별도로 검사하여야 할 물음으로 남는다. 정의 식당의 영업정지 2개월이 별표의 어느 칸에 대응하고, 그 칸의 내용과 처분의 내용이 실제로 일치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공표의 의무에는 예외가 둘러져 있으며, 이 예외는 예측 가능성의 범위를 가르는 단서이다. 동법 제20조 제3항은 이렇게 정한다. "제1항에 따른 처분기준을 공표하는 것이 해당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하거나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분기준을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 (행정절차법 제20조) 기준이 공표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가 남아 있기에, 당사자가 미리 아는 가능성은 언제나 온전한 것은 아니라고 헤아려야 한다. 다만 위 처분에 관하여 별표가 공표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당사자가 공표된 기준을 읽고도 그 뜻을 스스로 풀기 어려운 때에는 행정청에 그 해석을 구할 길이 열려 있다. 동법 제20조 제4항은 이렇게 정한다. "당사자등은 공표된 처분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행정청에 그 해석 또는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이 규정은 기준의 내용이 당사자에게 헤아려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더하고 있으며, 요청이 있는 경우 행정청이 자기가 정한 기준의 뜻을 당사자와 맞추어 두어야 함을 뜻한다.
이와 같이 처분기준의 공표가 당사자에게 미리 아는 가능성을 주는 것은 행정절차법이 정한 바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처분의 적법함과 곧바로 이어지지 아니하고, 개별 처분이 그 기준의 내용에 맞추어졌는지의 문제는 다음 물음으로 남는다. 정의 식당이 받은 영업정지 2개월이 다른 사례와 같은 방식으로 정해졌는지는, 기준표의 공표만으로는 달리 정해지지 않는다.
1.5유사 사례와 평등한 적용
기준표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 이어, 이제 같은 사정을 같은 칸에 묶는 방식이 평등한 적용에서 어떤 이점을 주는지를 살필 차례이다. 처분기준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라는 취지는,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의 문언에서 드러난다. 동조 제1항은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고 정한다(행정절차법 제20조). 이 문장에서 '구체적으로'라는 요구는 처분청이 유사 사정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정에 따라 결과를 대응시킬 틀을 마련하도록 이끈다. 정의 식당에 적용된 시행규칙 별표도 술 판매라는 같은 위반 사실을 같은 칸에 묶어 두는 방식으로, 적어도 형식상의 균등을 지킨다.
같은 사정을 같은 칸에 묶으면, 당사자는 자신의 사정이 어느 칸에 놓이는지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이때 처분기준의 공표가 주는 장점은, 개별 당사자가 달리 다루어질 염려를 줄인다는 점이다. 위 조문의 공표 의무는 기준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할 것과 함께 놓여 있으며, 둘은 서로를 보완한다. 기준이 구체적일수록 칸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공표가 되어 있을수록 그 경계를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다. 위반 사실과 칸이 선명하게 대응되는 범위에서, 동일한 칸에 놓인 사례들은 대우에서도 가까워질 기반을 얻는다.
다만 별표가 정한 칸이 곧 당사자의 사정 전부를 담는 것은 아니다. 정의 식당의 기록에는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은 사정과,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정이 함께 놓여 있다. 이 사정들이 별표의 어느 칸에 편입되는지, 아니면 별표의 칸 바깥에 남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도 미정이다. 따라서 칸에 묶인 사정과 칸을 벗어난 사정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면, 그 간격을 어떻게 메울지는 확인된 바 없다.
유사 사례와의 비교는 칸의 밖에서 구체화된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 모두 미정이다. 비교의 근거나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정의 식당이 특정 사례와 같거나 다르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별표가 같은 사정을 같은 칸에 묶어 두었더라도, 칸 안에서 사례가 실제로 어떻게 놓였는지를 가려내는 일은 처분청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 판단이 확인되지 않은 채로는, 평등한 적용이 실현되었는지를 따질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같은 사정을 같은 칸에 묶는 기준표는 예측 가능성과 더불어 평등한 적용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러나 그 이점은 칸과 개별 사정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확인되어야 하며, 미정으로 남은 항목들은 그 확인을 가로막는다. 이 관찰이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말은, 사정이 담긴 칸과 칸 밖의 사정이 함께 놓일 때 비로소 그 의미를 묻게 된다.
1.6적법의 문턱에 남긴 물음
기준표가 유사 사례를 한 칸에 묶어 얻는 평등의 이점을 살핀 뒤에, 그 칸과 정의 식당의 사정이 어긋난 자리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처분청이 영업정지 2개월을 정한 근거가 된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 위반을 빈도나 고의의 정도에 따라 나누지 아니하고 하나의 칸에 묶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의 식당의 종업원은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고, 그 위반은 개업 뒤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기준표의 칸은 이런 사정을 담지 아니하므로, 칸에 적힌 양만 가지고는 처분의 무게를 다 가늠하기 어렵다. 이 지점이 곧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말이 적법의 문턱에서 남기는 물음이다.
행정절차법 제20조는 처분기준을 설정·공표할 의무를 두면서 그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①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 ③ 제1항에 따른 처분기준을 공표하는 것이 해당 처분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하거나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분기준을 공표하지 아니할 수 있다. (…) ④ 당사자등은 공표된 처분기준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 해당 행정청에 그 해석 또는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0조). 이 조문은 처분기준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 공표의 예외와 해석 요청의 경로를 함께 열어 두고 있다. 기준표가 공표된 이상 그 내용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틀로 기능하며, 그 틀에 담기지 아니한 사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그런데 기준표를 따랐다는 말이 곧 그 처분이 적법하다는 뜻은 되지 아니한다. 기준표의 칸은 위반의 유형을 묶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같은 사정에 같은 양을 부과함으로써 평등한 적용을 이루는 이점을 지닌다. 반면에 칸에 담기지 아니한 개별 사정은 그 틀 밖에 남게 된다. 위조 신분증을 제시받은 점이나 개업 뒤 첫 위반이라는 점이 그런 사정이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아니한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밝혀져 있지 아니하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이 사실관계만으로는 재량 판단의 드러난 모습이나 빠진 자리를 적을 수 없다.
이 관찰들이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아니함은 앞서 밝힌 바와 같다. 다만 기준표가 담아야 할 것과 담지 아니한 것을 가를 때, 예측 가능성과 평등의 이점을 함께 놓고 그 무게를 살필 필요는 있다. 기준표가 제20조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면, 그 표에 적힌 기준은 행정청 스스로도 그 틀 안에서 처분의 양을 정하겠다는 약속에 가깝다. 그 약속이 지켜질 때 당사자는 처분의 예상되는 무게를 미리 가늠할 수 있고, 같은 사정에 같은 양이 돌아간다는 신뢰도 함께 선다. 그러나 그 틀에 담기지 아니한 개별 사정이 처분의 양에 영향을 줄 만한데도 그 사정이 전혀 계산되지 아니하였다면, 기준표를 따랐다는 말만으로는 처분의 무게가 정당하게 정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의 식당이 받은 영업정지 2개월은 별표의 칸에 적힌 양 그대로이다. 그 칸에는 위조 신분증이라는 사정이나 첫 위반인 사정이 적혀 있지 아니하므로, 기준표의 문언만으로는 이 사정들이 처분의 양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기준표가 준수되었다는 사실은 예측 가능성이라는 이점을 확인하는 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개별 사정이 재량 판단에 제자리를 찾았는지까지는 보여주지 아니한다. 그 물음은 기준표의 법적 성질과 재량의 구체적 한계를 다루는 자리에서 더 살펴야 한다. 이 장에서 밝힌 것은 기준표대로 하였다는 말이 적법의 문턱에서 남기는 물음의 자리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