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행정소송법 제27조가 재량처분을 어떤 사유로 취소하는지를 묻는다. 조문이 놓은 취소 사유를 재량권의 일탈과 남용의 언어로 읽어 두고, 범위를 넘는 처분과 재량권을 남용한 처분을 차례로 살핀다. 두 사유가 놓인 자리를 정리하고 취소할 수 있다는 결언과 다음 장에 남긴 경계를 밝힌다.
5.1제27조가 놓은 취소 사유
비례와 평등이 재량에 놓는 이웃으로 정리된 뒤에도, 처분청의 재량 판단이 곧바로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평가를 내릴 근거는 원칙의 이름에서 오지 않고, 취소 사유를 적은 법률의 문언에서 온다. 행정소송법 제27조가 그 자리를 정한다.
재량처분의 취소 사유를 적은 조문은 행정소송법 제27조이다. 이 조문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7조)고 정한다. 이 문장은 재량에 속하는 처분도 예외가 아님을 밝힌다. 재량처분이라 하여 법원의 심사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문 앞부분이 놓는 전제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행정소송법 제27조)라는 표현에 담겨 있다. 처분이 재량에 속한다는 사실이 취소를 막지는 못한다. 조문은 처분의 성질을 묻지 않고, 처분에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사정이나 남용이 있는지를 묻는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이 재량에 속하는 처분인지는 앞 단계에서 살핀 바 있다. 그렇다 하여 이 처분이 곧 취소 대상에서 빠지지는 않는다.
조문이 놓은 취소 사유는 둘이다. 하나는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남용이다. 두 사유는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행정소송법 제27조)라는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여 있다. 문언상 한계를 넘는 경우와 남용이 있는 경우는 각각의 사유로 취급된다. 따라서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로 환원할 수 없다. 남용을 한계 초과로만 읽거나, 그와 반대로 남용의 뜻으로 한계 초과를 대신하지 않아야 하는 까닭이다.
이 둘에 관하여 앞 장에서 읽은 비례와 평등의 원칙을 놓고 그 자리를 살펴야 한다. 두 원칙은 재량에 놓는 이웃으로 정리된 바 있다. 그러나 원칙의 이름은 조문의 사유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조문에 적히지 않은 사유를 더하지 않는 한, 비례와 평등이라는 원칙은 제27조가 적은 사유를 대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원칙이 재량 판단에 비추어진 결과가 한계를 넘는 사정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사유의 문언을 먼저 확정한 뒤에 따져야 할 일이다.
한편 정의 식당의 처분이 이 사유에 걸리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이 미정의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어떤 사정이 밝혀지든 그 사정이 조문의 두 사유 가운데 어느 것에 닿는지가 관건이 된다.
결국 제27조가 높인 두 취소 사유를 확정해 두는 것으로 이 절의 읽기를 마친다. 조문은 재량처분의 취소를 위하여 한계 초과와 남용이라는 두 사유만을 적고 있다. 그 가운데 앞의 사유가 재량의 범위를 넘는 처분을 어떻게 가리는지에 대해서는 문언의 뜻을 한 걸음 더 살펴야 한다.
5.2범위를 넘는 처분
앞 단위에서 읽어 둔 취소 사유의 문언 가운데, 이번에는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라는 표현이 어떤 사정을 가리키는지 본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그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27조(재량처분의 취소)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재량처분이라고 하여도 그 한계를 넘은 때에 법원의 취소를 막지 않는다고 말한다.
조문이 적은 한계를 넘는 대목을 재량권 일탈의 언어로 옮기면, 처분이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범위란 처분청이 처분의 종류나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자리를 뜻한다. 그 자리 밖으로 나간 처분은 일탈된 처분이 된다. 따라서 일탈을 묻는 일은 처분청이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이르렀는지를 살피는 일로 이어진다.
위 사례에서 개업 뒤 첫 위반이거나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다는 점은, 처분청이 어떤 판단 재료를 손에 넣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실이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일탈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찰한 사정이 곧 법적 평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관찰은 판단의 재료일 뿐이고 판단은 별도의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재료가 범위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는 뒤의 판단에서 다루어질 일이다.
이 사례에서 처분청은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에 따라 영업정지 2개월을 정하였다. 별표가 정한 기준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했다면, 그것만으로 범위를 넘는 처분이 되지 않는다. 별표가 놓은 기준이 곧 처분청이 머물러야 할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는 미정이다. 그 사실이 밝혀져야 범위를 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다루어야 할 사정이 남아 있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그리고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이 관찰들은 처분청이 별표가 놓은 틀 안에 머물렀는지를 가늠하는 재료가 될 뿐이다.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면, 처분청이 삼은 판단의 자리가 달라져 보일 수 있다. 유사 사례를 비교한 결과 역시 처분청이 어느 범위를 기준으로 삼았는지를 드러내는 재료가 된다. 그러나 관찰만으로 범위를 넘는 처분이라는 법적 평가에 이르지 않는다.
위 관찰들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제27조가 적은 한계를 넘는다는 표현을 재량권 일탈의 언어로 읽는 일은, 그 표현이 처분의 범위를 다루는 대목임을 확인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일탈을 인정하는 심사 관점이나 판례가 세운 기준은 이 자리에서 펼치지 않는다. 다만 별표가 놓은 기준 안팎에서 처분청이 무엇을 판단 근거로 삼았는지가 범위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만을 확인해 둔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이 밝혀질 때, 범위를 넘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5.3재량권을 남용한 처분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일탈과 함께 제27조가 적시한 또 하나의 취소 사유는 남용이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이 사유를 다음 문안으로 밝힌다.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27조) 이 사유는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일탈과 함께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남용이 있는 때'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조문은 남용의 뜻을 따로 풀지 않고, '남용'이라는 낱말 하나로 사유를 적시한다. 따라서 남용의 유형을 나누는 일은 이 조문에서 그대로 읽어낼 수 없다. 남용을 인정하는 판단 기준을 조문 밖에서 새로 만들어 붙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조문이 말하는 것은, 재량에 속하는 처분에 대하여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뿐이다. 그 이상의 내용은 이 조문이 담고 있지 않다.
제27조의 문안에서 남용은 일탈과 나란히 놓여 있다. 남용이라는 표현은 '그 남용이 있는 때'라는 형식으로 조문에 적혀 있다. 이 형식은 남용이 처분의 성질이 아니라 처분을 둘러싼 사정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남용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일은 곧 처분청이 재량권을 행사한 방식을 살피는 일에 가깝다.
제27조가 '남용이 있는 때'에 취소를 허용한다는 것은, 처분청이 재량권을 가지더라도 남용이 있으면 그 처분이 법원의 취소 심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조문은 '취소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이 표현에 따라 남용이 있는 처분에 대한 법원의 구제는 취소로 정하여져 있다. 법원이 이 사유를 들어 다른 구제를 명하는 것은 조문이 정한 바에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처분청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식당에 대하여 영업정지 2개월을 정하였다. 종업원은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고, 식당은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정은 제27조가 '남용'이라는 표현으로 가리키는 것에 해당하는지 그대로 판단의 대상이 된다. 조문이 남용의 뜻을 풀어 적지 않았으므로, 위 사정을 두고 남용의 유형에 넣는 일은 조문이 정한 바가 아니다. 처분청의 재량 행사에 남용이 있었는지는 조문이 남긴 판단의 틀 안에서 다루어진다. 남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5.4두 사유가 놓인 자리
재량권의 남용이 처분의 취소 사유로 적힌 자리를 확인하였으니, 이제 같은 조문에 나란히 놓인 두 사유가 서로 어떻게 놓여 있는지를 살핀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처분의 취소 요건을 하나의 문장에 담아 두었는데, 그 문장은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경우와 남용이 있는 경우를 함께 언급한다. 다만 이 두 사유가 선후 관계를 이루는지, 아니면 서로 독립하여 각각 성립하는지에 대하여는 조문이 직접 말하지 않는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하여 먼저 문장의 생김새를 그대로 들여다본다.
행정소송법 제27조의 문언에 의하면, 법원이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27조) 이 문장에서 두 사유는 접속사 "또는"으로 이어져 있다. 한쪽이 성립하면 다른 쪽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두 사유가 나란히 놓인 자리가 바로 이 접속사의 좌우이다.
같은 문장 앞머리에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라는 말이 놓여 있다. 이 말은 두 사유가 놓인 자리를 함께 규정한다.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 두 사유의 대상이며, 두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 문장 뒤의 결론이 이어진다는 뜻이 두 사유 앞에 함께 놓인 이 구절에서 드러난다. 다시 말해 두 사유는 같은 앞정리를 전제로 함께 놓여 있다.
조문의 순서를 끝까지 따라가면, 두 사유 다음에 "남용이 있는 때에는"이라는 시점 표시가 오고 이어서 결론이 온다. 두 사유는 그 하나의 시점 표시에 함께 묶여 있다. 한쪽 사유가 놓인 자리만 따로 떼어 읽으면 이 구조가 놓치게 된다. 두 사유가 같은 시점에 함께 놓인 것은, 각각 별개의 결론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함께 판단된다는 점을 가리킨다.
다만 이 문장이 두 사유의 관계를 자세히 규정한 것은 아니다. 조문은 두 사유가 함께 놓인 자리를 보여 줄 뿐, 어느 쪽이 앞서고 어느 쪽이 뒤에 오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남용의 유형을 나누거나 판단 기준을 조문 밖에서 만들어 붙이는 것은 이 문장이 허용하지 않는다. 두 사유를 놓은 순서만으로 그 사이에 우열이나 선후가 있다고 읽는 것도 문언이 뒷받침하지 않는다.
제27조가 둘 이상의 사유를 한 문장에 묶어 놓은 것은, 그 사유들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뜻을 함께한다. 어떤 사유로 설 때나 결론은 동일하게 법원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접속사가 두 사유를 하나의 결론에 묶어 두었으므로, 어느 한쪽이 성립하면 그 결론이 이어지는 구조를 문장이 담고 있다.
정리하면,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경우와 남용이 있는 경우는 제27조에 함께 적힌 두 사유이다. 접속어가 두 사유를 같은 결론에 묶어 두었을 뿐, 두 사유 사이의 선후 관계나 상호 관계에 대하여는 법문이 답하지 않는다. 두 사유가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는 이 조문의 결언 부분에서 확인할 일이다.
5.5취소할 수 있다는 결언
두 취소 사유가 한 문장에 함께 놓인 구조를 확인한 뒤, 그 문장이 마무리되는 결언의 자리로 눈을 옮긴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결언은 앞서 놓인 두 사유가 성립한 때에 붙는 조항의 맺음말이다. 다시 말해 조문은 사유의 진술에서 멈추지 않고 그 사유가 성립할 때 법원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적어 두었다. 이 결론의 자리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 이 글의 차례이다.
조문은 취소의 주체로 "법원"을 명시한다. 처분을 한 행정청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절차가 아니라, 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이 그 처분의 존부를 다룬다는 점이 문장의 앞부분에 적혀 있다. 행정청이 자기 처분을 스스로 다시 보는 일과 법원이 그 처분에 대하여 판단하는 일은 그 주체가 같지 않다. 조문은 바로 그 판단의 주체를 법원으로 못 박아 두었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둘러싼 분쟁이 법원에 이르렀을 때, 법원이 그 처분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이 문장에 담긴다. 그 권한의 주체가 처분청이 아니라 법원이라는 사실은 조문의 자리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조문이 지시하는 대상도 분명하다. 법원이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이"(행정소송법 제27조)라고 지시된 그 처분이다. 앞에 적힌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행정소송법 제27조)라는 말이 가리키는 바로 그 처분이 뒤의 대명사로 다시 지목된다.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때이든 그 남용이 있는 때이든, 그 사유가 붙은 처분이 곧 취소의 대상이 된다. 사유의 둘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그 사유가 성립한 처분에 결론이 이어진다는 구조이다.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이 미정 사항은 조문의 결론이 어떤 처분에 붙는지를 읽는 일에 섞이지 아니한다.
조문이 쓴 표현은 "취소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7조)이다. 법원은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며, 그 문장에 다른 말이 덧붙지 아니한다. 그 권능을 행사할지의 여부, 행사하는 방식이나 시기에 대하여 조문은 아무 말도 붙이지 아니한다. 다만 법원의 권능이라는 사실을 적어 둘 뿐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정의 식당의 개업 뒤 첫 위반과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다는 사정이 별표의 기준에 어떻게 비추어지는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이상의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아니한다. 앞의 문단에서 확인한 것은 조문의 결언이 어떤 주체의 어떤 권능이며 어떤 대상에 붙는가를 읽었을 뿐이다. 제27조의 문언은 그러한 평가가 내려진 뒤에 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의 모습을 적어 두었고, 그 결언이 어떤 처분에 붙는지 조문의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여기서 읽기를 멈춘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맺는다. 이 맺음이 위에서 살핀 주체와 대상과 권능을 한 문장에 묶어 놓았다는 점이 이 글의 결론이다.
5.6다음 장에 남긴 경계
제27조는 그 문언으로 취소의 사유를 둘로 나눈다. 하나는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 남용이 있는 경우이다. 행정소송법 제27조 재량처분의 취소는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사유의 명칭만을 적고 있을 뿐, 각 사유의 의미나 판단의 폭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두 사유가 나란히 놓여 있어도, 그 각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이 문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조문이 결론을 말하는 자리에 그치고 있으므로, 사유의 내용을 밝히는 일은 조문 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취소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처분의 범위는 이 조문이 이미 한정해 놓았다. 앞선 논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제27조가 말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다. 그렇다면 그 처분이 어떤 사유로 취소되는지를 다루는 장에서는, 사유의 이름과 그 이름이 붙는 상황이 함께 읽혀야 한다. 사유의 이름만을 떼어 놓고 읽으면, 그 이름이 어떤 처분에 붙는지를 놓치게 된다. 사유가 놓인 자리와 사유의 내용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정의 식당에 대한 처분은 영업정지 2개월이며, 이는 처분청이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에 따라 정한 것이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위반 사실은 기록되어 있고,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다는 점과 개업 뒤 첫 위반인 점도 함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정이 처분청의 판단에 얼마만큼 반영되었는지,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가 실제로 검토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비교한 방식도 미정이다. 알려진 사실과 미정인 사정이 나뉘어 놓여 있으므로, 어느 쪽을 확정된 것으로 삼을 수는 없다. 처분의 경위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어떤 것이 확정되었는지부터 가려지는 것이 순서이다.
다만 위와 같은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가야 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유사 사례의 비교가 어떤 기준에서 요구되는지는 사유 각각의 심사 관점과 관련된 물음이다. 각 사유가 요구하는 심사 관점이 정하여져야 비로소, 정의 식당에 대한 처분을 두고 제27조의 문언에 대조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사유의 이름이 붙는 상황을 확인하는 일과, 그 사유의 내용을 밝히는 일은 서로 다른 단계에 있다. 후자의 물음은 본격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지금은 그 자리를 비워 두어야 한다.
사유 각각의 심사 관점과 이에 관한 판례의 기준은 다음 장에서 다룰 제재적 처분 기준의 성질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27조의 문언만으로 제재적 처분 기준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 기준의 성질이 무엇인지는 그 기준이 놓인 자리에서 확인되어야 하는 것이고, 제27조는 그 자리를 가리키고 있지 않다. 제27조는 사유를 적고 그 사유가 붙을 때의 결론만을 말한다. 그 이상의 것은 이 조문의 자리에 있지 않다. 사유의 심사 관점과 판례의 기준, 제재적 처분 기준의 성질은 각자 놓인 자리에서 읽힐 때에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